Share

제13화

Author: 무안안
남자의 손을 힘겹게 피한 심미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난 강지한 아내예요, 강지한을 건드리면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해요.”

차도 없고 택시도 못 부르는 이 외진 곳에서 심미연이 부를 수 있는 건 강지한의 이름뿐이었다.

강지한은 경성에서 소문이 자자한 염라대왕으로서 매정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이들도 그 이름을 들으면 무서워서 자신을 보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심미연의 턱을 잡아 올리며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강지한이 온지유랑 한 쌍인 거 경성 사람들은 다 아는데 어디서 거짓말을 해. 우린 강지한 결혼했다는 소리 들은 적 없거든.”

“이렇게 꾸물대는 거 보니까 우리가 안아서 차에 태워주길 기다리는 거야?”

심미연은 입술을 깨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거짓말 아니에요,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전화해서 확인시켜줄 수도 있어요.”

아까 그러고 내려서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별다른 수도 없었기에 심미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 걸 하늘에 맡긴 채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럼 어디 전화해봐, 우린 어차피 급하지도 않으니까.”

심미연이 말이 거짓이라고 확신한 남자는 그냥 장단이나 맞춰주려고 조롱 섞인 말들을 내뱉으며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편 핸드폰을 꺼내든 심미연은 그 위에 가득한 물방울을 보며 천천히 강지한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들리고 전화를 받는 이는 없었다.

그에 심미연은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손으로 핸드폰을 꽉 잡고 있었는데 남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강지한 아내라며? 남편이 전화도 안 받는데?”

“진짜 속을 뻔했네.”

“이제 거짓말 그만하고 빨리 타. 빨리 끝내고 집 가야지.”

말을 하던 남자가 팔을 잡아 오자 심미연은 놀라서 팔을 빼려 했지만 남자의 힘은 그녀가 당해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오히려 그녀의 옷 소매가 찢겨버렸다.

그러면서 드러난 하얀 피부에 빗물이 닿아오자 심미연은 몸을 흠칫 떨었다.

“피부가 엄청 하얗네. 만지면 아주 부드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화

    남자의 손이 치마를 들어 올리는 순간, 갑자기 그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떨자 희망을 보아낸 심미연이 소리를 질렀다.“살려주세요!”곧바로 심미연을 짓누르던 남자가 나가떨어지고 누군가의 외투가 그녀에게로 덮어졌다.은은하게 풍기는 나무 향에 심미연의 마음도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다.“눈 뜨지 마.”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감돌자 심미연은 참지 못하고 눈을 떠버렸다.“유진 오빠?”어떻게 박유진이 마침 여기를 지나친 건지 놀랍도록 신기한 우연에 심미연이 눈을 반짝였다.“응, 나야. 눈 감고 있어, 내 차로 데려다줄게.”다정한 그의 말투에 심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눈을 감았지만 곧바로 들려오는 파열음과 비명소리에 주먹을 꽉 쥔 채 소리쳤다.“오빠, 경찰 불러줘, 저 인간들 신고할 거야!”“걱정 마, 내가 꼭 다 감방에 처넣어줄게.”다정한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한결 안정된 심장 박동에 심미연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고마워 오빠.”“3년 동안 안 봤어도 나는 언제나 네 오빠였어. 뭘 이런 걸로 고맙다고 그래.”“다음에 또 고맙다고 그러면 나 진짜 화낼 거야.”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박유진에 심미연은 심호흡을 하며 답했다.“알겠어, 안 할게.”동생을 잃어버린 뒤로 부모님의 손찌검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심미연은 종종 박유진의 집으로 도망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박유진은 그녀를 잘 챙겨주며 어두운 걸 무서워하는 그녀를 위해 침대 옆에서 기대서 쪽잠을 자며 심미연 옆에 꼭 붙어있어 주었다.그래서 심미연도 박유진을 친오빠처럼 대했었는데 그녀가 17살이 되던 해에 잃어버렸던 동생을 찾은 뒤로 동생이 박유진과 결혼하겠다고 난리를 친 탓에 부모님은 심미연과 박유진의 만남을 제한할 수 밖에 없었다.그러다가 심미연과 박유진이 우연히 만날 걸 본 동생이 자살소동을 일으킨 뒤로 심미연은 완전히 박유진과의 연락을 끊었고 부모님은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심미연의 결혼을 진행시켰다.상대는 아들을 둘이나 둔 50세 남성이었는데 혼인신고만 하면 10억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화

    요즘 들어 로펌 사람들이 새로 개업했다는 법무법인 대명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얼핏 듣기는 했지만 심미연은 워낙 바빴던 탓에 그런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서 무시했었는데 해외에서 온 대표라는 게 박유진을 가리키는 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그리고 항공사가 주요사업인 박씨 집안에서 왜 갑자기 로펌을 시작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이미 들었나 보네. 맞아, 대명이 내가 새로 개업한 로펌이야.”“그러고 보니 오빠도 경인대 법학과 나왔었네. 만약 오빠가 그때 변호사 했었으면 내 라이벌 됐을 수도 있겠다.”“내가 변호사가 됐었어도 우리가 라이벌이 되진 않았을 거야.”‘난 그냥 네 옆에서 너를 도와줬을 거야.’박유진이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키고 있을 때 신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연아! 미연아, 어딨는 거야?”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감동한 심미연은 열심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하린아! 나 여기 있어!”그때 또 다른 차량 하나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차에 탄 강지한은 결혼반지를 떡하니 끼고 외간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제 아내를 보다가 언짢은 듯 핸들을 돌리며 자리를 벗어났다.애초에 그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괜한 발걸음을 한 것 같았다.박유진은 심미연을 안아 들어 차에 태우며 말했다.“친구한테 내 차 운전해서 가라고 해. 여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말을 마치고 일어서는 박유진에 주먹을 쥐고 있던 신하린이 행동을 멈춘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박유진 씨가 왜 여깄어요?”나쁜 놈인 줄 알고 날리려던 주먹이 무색하게 박유진은 태연하게 차 키를 던져주며 말했다.“먼저 가세요.”“박유진 씨는 안 가요?”“나 신경 쓰지 말고 미연이 얼른 집에 데려다줘요, 저러다 감기 들겠어요.”말을 마친 박유진은 아까 차를 세운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서에게로 다가갔다.하마터면 심미연을 구하지 못할뻔했는데 만약 심미연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평생의 후회로 남을 뻔한 날이었다.박유진이 뒤로 돌자 신하린은 어쩔 수 없이 차에 타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6화

    기사 제목을 본 심미연은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강씨 집안 가보로 내려오는 팔찌는 할아버님이 심미연의 생일선물로 준다고 약속한 것인데 그것을 온지유에게 줘버렸다는 기사 제목에 심미연은 심호흡을 하며 기사를 클릭했다.기사는 30분 전에 올라온 것인데 아마도 온지유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던 강지한의 짓인 것 같았다.기사 속의 강지한은 온지유에게 직접 팔찌를 채워주고 있었는데 온지유는 신난 소녀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핸드폰을 손에 꽉 쥔 심미연은 아래에 쓰인 내용은 더 이상 읽고 싶지도 않았다.강준형이 자신에게 선물한 팔찌를 온지유에게 건네준 강지한에 심미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핸드폰 화면만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왔다.사진은 팔찌를 끼고 있는 팔이었고 그 아래의 문자는 팔찌가 잘 어울리냐는 내용이었다.온지유가 보낸 문자임을 알아챈 심미연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감정에 그녀의 도발에 아무런 화도 나지 않았다.심미연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고속도로에 그녀를 버리고 가던 것, 그리고 살려달라고 건 전화도 단번에 끊어버린 것, 하루 사이에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을 떠올리던 심미연은 자연스레 지난 3년의 결혼생활을 떠올렸다.생각해보니 밥 먹고 샤워하고 잠자리를 가지는 게 전부였던 것 같다.밸런타인데이, 1주년, 2주년, 생일 등 그 외의 많은 기념일 들을 강지한은 한 번도 챙겨준 적이 없었다.그때는 강지한이 바빠서 그런 걸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자신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불이 다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심미연은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추워지고 머리까지 아파오자 누구의 번호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전화를 걸어버렸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앙칼진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이 시간에 지한 씨는 왜 찾는 거야?”마치 자신이 본처라도 된 양 새침하게 묻는 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으니 구역질이 올라온 심미연이 차갑게 물었다.“남편이 밤늦게 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7화

    그에 깜짝 놀란 신하린이 다급하게 구급차를 불렀고 심미연은 빠르게 수술실로 실려 들어갔다.그녀가 혹시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심미연은 수술을 하는 내내 앉지도 못하고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한편 이노하이브 계열사 중 하나인 인하병원 VIP 병실에서는 강지한이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온지유를 나무라고 있었다.“임산부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자고 심미연이랑 싸우는 게 말이 돼? 이젠 안 무서운 거야?”강지한의 말에 온지유는 서러운 듯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심미연이 아까 전화오니까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지한 씨 찾는 줄 알고 받은 거야. 그런데 전화 받자마자 내가 강씨 집안 팔찌랑 남편을 뺏었다고 날 욕하잖아. 그래서 뭐라고 몇 마디 했는데 이거 다 인터넷에 올려서 나 다시는 춤 못 추게 하겠대.”“미안해 지한 씨,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터는 지한 씨 전화 함부로 안 받을게.”“지금 잘 테니까 화내지 마.”말을 마친 온지유가 이불을 덮어쓰며 눕자 이불 끝을 살짝 들추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보던 강지한은 마음이 아픈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힘들게 얻은 네 아이잖아. 잘못되면 네가 제일 힘들 거야, 그러니까 몸 좀 챙겨. 심미연 쪽은 내가 잘 얘기해볼게. 다시는 너한테 뭐라고 하지 않게 잘 해결할게.”“그리고 오늘 기사 같은 일도 다신 없었으면 좋겠어.마지막 말에 유독 힘을 주는 강지한에 온지유는 자연스레 그의 눈을 올려다봤다.담담한 눈빛이었지만 그 눈빛에 제 마음속 깊은 곳마저 들여다보는 것 같아 온지유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한 씨, 사실 그 기사로 전에 났던 내 기사 덮으려던 건데 혹시 지한 씨 신경 쓰이면 지금이라도 정정기사 낼게. 다 그냥 짜고 친 거고 팔찌도 가짜라고. 다들 재미로만 봐달라고 얘기할까?”“얼른 자, 그건 성무진 시켜서 처리하면 돼.”사실 온지유는 지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강지한 앞이라 두 손으로 이불을 꽉 잡으며 불쌍한 척 연기를 이어나갔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8화

    “얼른 잠이나 자, 심미연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텐데 뭐하러 너까지 신경 써.”이불을 잘 덮어준 강지한이 소파로 걸어가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나도 소파에서 눈 좀 붙일게.”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강지한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온지유는 할 수 없이 잠을 청하기로 했다.“그럼 지한 씨도 얼른 자.”온지유가 눈을 감자 한쪽에 서 있던 강지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병실을 나갔고 그의 인기척이 사라지마 마자 눈을 뜬 온지유는 반드시 심미연에게서 강지한을 뺏어오겠다고 다짐했다.한편 문밖에 선 강지한은 성무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한참 만에 눈을 뜬 심미연은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에 자신이 또다시 병원에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미연아, 일어났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자신을 주려고 사 온 건지 손에 죽을 들고 있는 신하린을 보며 물었다.“나 왜 여기 있는 거야?”심미연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온지유가 한 말 몇 마디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마에 난 상처가 비 때문에 염증이 생겼대, 그리고 감기까지 걸려서 아까 쓰러졌었어.”말을 하며 침대 쪽으로 걸어온 신하린은 밥상을 올려놓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그래서 바로 구급차 부르고 병원 왔지,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 너 잘못됐으면 나 진짜 칼 들고 강지한 찾아갈 뻔했어.”얼굴이 빨개진 채 열 분을 토하는 신하린은 정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심미연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미안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그놈 이름을 언급해버렸네.”하지만 심미연이 아무 말이 없자 신하린은 그녀가 놀란 줄 알고 바로 심미연의 눈을 보며 사과했다.그래도 신하린의 화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강지한이 차도 없는 고속도로에 심미연을 버려두고 간 일이 자꾸만 떠올라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전에 온지유한테 따지다가 하마터면 심미연을 경찰서에 보낼뻔해서 참고 있는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강지한을 반 죽여놨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9화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제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신하린 집에 오긴 한 것 같아 심미연은 빠르게 전화를 받아보았다.“양경자 씨 보호자분, 빨리 병원으로 와주세요. 지금 수술 들어가야 되는데 보호자분 동의가 필요합니다.”단호하면서도 냉정한 간호사의 말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심미연은 서둘러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양경자는 심미연의 외할머니였는데 어릴 때 외할머니 집에서 잠깐 살았을 때 심미연을 아주 잘 챙겨주신 분이었다.요즘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각종 수액과 약들을 복용하면서 병원에 계셨는데 며칠 전만 해도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도 기대할 정도였던 상태가 갑자기 수술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심미연은 빠르게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그런데 신하린이 그런 심미연을 붙잡으며 말했다.“의사가 너 며칠 동안 입원하면서 상태 지켜봐야 된다고 했어. 너 지금 아무 데도 못 가.”그 말에 심미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신하린을 바라보았다.“할머니가 수술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대.”그런 심미연의 모습에 할 말이 없어진 신하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심이라도 해. 좀만 기다려, 나랑 같이 가자.”열은 내렸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심미연도 신하린과 동행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알겠어, 기다릴게.”신하린은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심미연과 함께 이노하이브 산하의 인하병원으로 향했다.할머니가 수술실로 들어간 뒤 심미연은 안절부절못하고 그 앞을 서성였는데 1분 1초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타들어 가고 있었다.어제 똑같은 상황을 겪어봤기에 지금 심미연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는 신하린이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할머니 괜찮으실 거야.”몇 년 동안 아프신 할머니를 봐오면서 할머니가 자신의 곁을 영영 떠날까 봐 두려워했던 심미연이 신하린을 붙잡으며 말했다.“하린아, 나 너무 무서워...”“괜찮아, 할머니 꼭 깨어나실 거니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0화

    그 말에 다리에 힘이 풀린 심미연이 주저앉으려 하자 신하린은 빠르게 그녀를 부축했다.“어떻게 할 거야 미연아?”별다른 수가 없게 된 심미연은 웃으며 의사를 향해 말했다.“선생님, 약은 제가 어떻게든 구해볼게요. 지금은 할머니 좀 봐야 할 것 같아서 이만 가볼게요.”의사는 신하린을 끌고 가는 심미연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아무리 써도 그냥 목숨만 부지하는 것뿐인데 뭐하러 그런 무모한 짓을 계속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의사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심미연이 지키려는 건 할머니 한 분이 아니라 한 가정이라는 것이다.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신의 유일한 집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홀로 남은 심미연은 더 불쌍해질 것이다.한편 병실로 돌아온 심미연은 온몸에 크고 작은 관들을 연결한 채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할머니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신하린은 그런 심미연이 안쓰러워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미연아, 할머니랑 얘기 나눠, 나 밖에 있을게.”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심미연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할머니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할머니, 꼭 살아계셔야 해요, 나 혼자 두고 가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요...”눈가가 점점 빨개지고 있을 때 간호사가 다른 수액을 들고 나타났고 평소 할머니를 돌봐주시는 간병인 아줌마도 물을 받아서 들어왔다.“미연 씨.”“아주머니, 고생이 많으세요.”심미연은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들고는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제가 바빠서 할머니 뵈러도 자주 못 오니까 할머니 잘 좀 봐달라고 드리는 거예요.”이렇게 통 크고 말도 잘 통하는 고용주는 처음이라 간병인 아줌마도 감동했는지 돈 봉투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미연 씨, 이건 그냥 넣어둬요. 나한테 주는 월급도 이미 충분히 많아요.”하지만 심미연은 굳이 그 돈을 다시 김지영에게 쥐여주며 말했다.“돈은 받아두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가봐야 하니까 할머니 깨어나시면 바로 연락주세요.”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1화

    온지유와 강지한에 대한 얘기만 듣지 않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아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는데 공교롭게도 온지유와 마주치게 되었다.“너도 나보러 온 거야?”그에 당황한 심미연이 가만히 서 있는데 온지유는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사람마냥 심미연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물었다.“의뢰인이 병원에 있어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온 거야.”무의식적으로 할머니의 병세를 숨기고 싶었던 건지 심미연은 자연스레 거짓말을 하며 손을 빼내었다.“나 보러 온 게 아니라도 괜찮아, 마침 할 말도 많았는데 앉아서 얘기라도 하자.”온지유는 심미연의 굳은 표정을 못 본 척 계속해서 팔짱을 껴오며 웃어 보였다.그에 어이가 없어진 심미연은 입꼬리를 올려 조롱 섞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강지한이 너랑 자고 팔찌도 너한테 줬다 해도 나랑 강지한이 이혼하지 않은 이상 너는 염치없는 내연녀일 뿐이야, 그런 너랑 내가 과연 무슨 할 말이 있을까?”이 나이 먹도록 내연녀가 본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건 처음 보는 심미연이었다.뭐 둘이 진짜 사랑하는 걸 부러워하기라도 해야 하는지 심미연은 이 상황이 어이없기만 했다.한편 소란스러운 그 둘을 보며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둘 온지유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낭만적인 프러포즈인 줄로만 알았는데 내연녀랑 쓰레기였어? 어떻게 사람이 저래?”“남편을 뺏은 것도 모자라서 팔찌까지, 진짜 하나둘 뺏다 보니까 맛이라도 들린 거야 뭐야.”“전에 기사 난 거 있잖아. 대상도 스폰 써서 받은 거고 스폰서 아이까지 임신했다던데 그게 다 사실이었나 봐.”“진짜 양심이라는 게 없나?”그 말들을 다 들은 온지유는 낯빛이 창백해져 갔다.강지한의 아이를 가졌다고 심미연 앞에서는 당당한 척해도 다른 사람들 눈에 나쁜 년은 온지유였기에 그녀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개를 들지 못하는 온지유를 보면서도 통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 심미연은 그녀를 보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네가 강지한 아이 임신한 거 알아. 둘이 같이 살

Latest chapter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9화

    수화기 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지고서야 할아버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 내가 너를 도울 수 없어.”설사 다시 그를 도와 심미연에게 돌아오라고 사정한다고 하더라도 심미연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무엇보다 강지한이 한마음 한뜻으로 심미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심미연에게 자신의 삶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낫다.“미연이는 할아버지의 말을 가장 잘 듣잖아요? 할아버지가 얘기하면 틀림없이 들을 거예요. 3년 전에 할아버지가 나에게 미연이와 결혼하라고 강요했듯이 이번에 할아버지가 미연이에게 나와 결혼하라고 강요할 수 있잖아요.”강지한의 말투는 마치 어린아이가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면 되는 일인 것 같았다.“미연이는 너와 3년이 지냈는데 만약 이미 단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혼을 제기할 수 있었겠어?”할아버지는 냉담하게 중얼거렸다.“어렵게 이혼했으니 미연이는 틀림없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강지한은 원래 할아버지에게서 위로를 구하려고 했는데 결국 할아버지의 의기소침한 말에 난처해졌다.“심미연이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네가 정말 포기할 수 없다면 스스로 쫓아가서 자신의 실력으로 되돌려.”할아버지는 심미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강지한 앞에서 항상 다소곳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것은 강지한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녀가 강지한에 대한 사랑을 내려놓으면 절대 남에게 좌지우지될 그런 사람이 아니다.강지한은 심미연을 몰라서 더는 말하기 귀찮았다.“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만 끊어요.”강지한은 할아버지가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는 이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이번 주 안에 온지유의 일은 반드시 나에게 처리 결과를 주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을 쓸 거야!”할아버지는 강지한이 온지유를 감싸주느라 사람을 보내 조사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나중에 묻는다면 아무렇게나 핑계를 대고 얼버무리기 때문에 그에게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알아요.”강지한의 머릿속에는 방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8화

    강지한은 입술을 감빨고 나서 말했다.“그럼 내가 찾아볼게.”요즘 메일이 너무 많아서 그는 다 열어볼 수가 없었다.“또 무슨 일 있어요?”“넌 먼저 나가 있어. 내가 일이 있으면 다시 부를게.”강지한은 말하면서 메일을 찾았다.하지만 귀신이 들린 듯 그는 [중독]이라는 발신자의 메일을 눌렀다.아마 이 이름이 특별해서일 지도 모른다.그러나 강지한의 예상과는 달리 이 메일에는 온지유의 범행이 모두 적혀 있었다.메일을 지우고 난 강지한은 검색창을 껐다.‘[중독]이 누구지? 어떻게 온지유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 만약... 이 사람이 보낸 것들이 모두 진짜라면...’그럼 그가 3년 동안 심미연에게 했던 말들, 한 일들...강지한은 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숨을 깊게 들이쉬며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삭이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그의 생각을 끊었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인터넷 검색어 봤어?”그는 어르신의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억눌린 분노를 분명히 알아차렸다.“못 봤어요. 왜요? 무슨 일인데요?”강지한은 모르는 척했다.“실시간 검색은 이미 취소되었지만 내가 동영상을 저장했으니 바로 너에게 보낼게!”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이번에는 걔를 감싸주지 마. 반드시 처벌을 받게 해야 해!”강지한은 손을 뻗어 미간을 비볐다.“할아버지, 일단 흥분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하게 할 거예요. 진실을 밝힌 후 법정에 세울 거예요.”사실이라면...“조사할 필요 없어. 이 동영상이 진짜라는 것을 다 알고 있어!”할아버지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온지유처럼 악독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온지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억울하게 할 수는 없어요.”강지한은 감정을 억누르고 침울하게 말했다.“온지유를 향한 편견은 강지성과 결혼한 날부터 있었어요. 왜 그랬어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7화

    “뭐?”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은 이미 처리되었고 동영상은 제가 대표님에게 메일로 보냈어요.”성무진이 낮은 소리로 말하자 강지한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성무진은 하늘이 곧 무너질 만큼 큰일이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작은 일인 것처럼 말했다.“그럼 전 먼저 일하러 갈게요.”성무진은 강 대표님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도대체 기분이 안 좋은 걸까? 아니면 분노인 걸까?’기왕 알아맞힐 수 없다면 추측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IP 찾았어?”강지한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어젯밤에 성미연이 그와 온지유가 동거한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이런 실시간 검색이 떴으니 데 우연인지 누가 일부러 그런 건지 의심이 됐다.“해외 IP 예요.”성무진은 잠시 멈칫하다가 갑자기 중요한 일이 떠오른 듯 말했다.“강 대표님, 오늘 아침에 실시간 검색에 오른 건 [나쁜 대표님과 그의 여자들]이라는 만화가 하나 더 있어요. 어제 올리자마자 바로 인기를 끌었는데 작가는 하룻밤 사이에 50만 명의 팔로워를 올렸어요.”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만화가 흥행하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성무진이 너무 심심하지 않은 이상 그와 이런 가십을 떨리 없다.성무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 만화의 첫 편은 나쁜 대표님이 만나고 있는 애인이 배우자의 외할머니를 죽이는 거예요. 그래서 원래 배우자는 나쁜 남자와 그의 내연녀를 모두 고소했어요. 배우자는 나쁜 남자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나쁜 남자가 내연녀에게 이체한 돈을 강제로 돌려주었고 선물도 모두 절반을 회수했어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한은 말머리를 이어갔다.“이 만화가 나를 비추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지?”“저는 그런 말 안 했어요.”설령 그가 마음속으로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말할 수는 없었다.“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밤 CCTV 영상을 확인해 봐.”이 일에 대해 그는 줄곧 온지유를 믿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6화

    온지유는 놀라서 얼른 손을 내저었다.“물론 아니야! 나는 줄곧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어!”그녀는 두 사람이 일찍 이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어떻게 그들이 잘 되기를 바라겠는가!“지난번에 진성에서 내 휴대폰을 건드린 적이 있어?”강지한은 평온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온지유는 강지한이 갑자기 이것을 물어볼 줄을 예상하지 못하고 몸을 바짝 조였다.강지한이 이 일을 조사할 것이라고 여태껏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지금 갑자기 물어보니 조금의 준비도 없었다.“왜 내 휴대폰을 건드려?”강지한의 표정은 조금 더 차가워졌다.심미연이 그의 합법적인 아내라고 해도 그는 그녀가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는 것을 허락한 적 없는데 하물며 온지유는 오죽하겠는가.온지유의 행동은 이미 그의 인내심을 도전했다.온지유는 마음이 잔뜩 긴장되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지한 씨, 내 설명을 좀 들어줘.”“말해!”강지한이 내뱉은 한 마디는 소름 끼치게 차가웠다.온지유의 심장은 두근두근 빨리 뛰며 그녀의 가슴을 힘차게 두드렸다. 주먹을 꽉 쥐어 그녀의 손가락은 하얗게 변했지만 눈빛은 강지한의 그 깊고 예측할 수 없는 눈동자에서 감히 떠나지 못했다.방 안의 공기는 굳은 것처럼 호흡이 유달리 무거워 보였다.한참 후 온지유는 이를 악물고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지한 씨, 나... 나 그때 부주의로 잘못 눌렀어.”이것은 이미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계였다.사실 이런 말로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온지유, 그 말이 나를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강지한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있었는데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공기를 가르고 온지유의 취약한 심리적 방어선도 무너뜨렸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는데 마치 당장이라도 모든 수수께끼를 해결할 것 같았다.온지유는 목이 말라 마른 침을 삼키며 탈출할 틈새를 찾으려 했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5화

    온지유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눈에서 계산이 스치더니 재빨리 따라갔다.계단을 내려갈 때 그녀는 일부러 발을 헛디디고 아래층으로 굴러떨어졌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안고 비명을 질렀다.“지한 씨, 나 좀 구해줘!”강지한은 몸을 돌려 굴러떨어지는 그녀를 보고 다리를 틀어 막았다.온지유의 몸이 멈추자 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지한 씨, 너무 아파!”온지유가 그의 다리를 안고 울음을 터뜨리자 강지한은 허리를 숙여 그녀를 안았다.온지유가 이마를 부딪쳐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본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강지한이 침묵하는 것을 본 온지유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감히 말할 수도 없었고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참고 있는 그 모습은 보기에 참 불쌍했다.강지한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조심해서 걷지 그랬어.”“난... 지한 씨를 빨리 따라가려다가 조심하지 않아 발을 헛디뎌 떨어졌어. 지한 씨, 걱정하지 마. 나 이미 안 아파. 정말이야.”그녀는 매우 급하게 말했는데 마치 강지한이 믿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내가 의사에게 와서 검사해 달라고 할게.”강지한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말했다.“아주머니, 전화해서 의사를 불러와요.”곧 임혜자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둘째 도련님,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저 아니에요.”강지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계단 입구에 나타나 고개를 들어 강지한이 온지유를 안고 있는 것을 본 임혜자는 멍해졌다.‘둘째 도련님과 사모님이 이렇게 다정하니.’“전화해서 의사 불러요!”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심미연이 떠나니 그가 말하는 것을 임혜자조차 알아듣지 못한다니.임혜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네, 제가 바로 전화할게요.”큰 사모님은 어제저녁에 오셨다. 다들 둘째 도련님이 집에 없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곧바로 둘째 도련님의 침실로 달려갔다.원래 그들은 그녀가 둘째 도련님의 침실을 보러 가서 둘째 도련님이 집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떠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4화

    “여기까지만 말할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강지한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그는 이 정도만 말할 수 있을 뿐 다른 것은 이진영 자신이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그는 그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릴 수 없다.휴대폰을 내려놓자 그는 이미 잠기가 완전히 가셨다.방금 이진영이 한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심미연 이 여자, 내가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그는 고개를 저으며 심미연 모습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을 수록 그녀의 모습은 더 선명하게 변했다.괜히 마음이 초조해진 그는 아예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 외투를 걸치고 서재로 갔다.그동안 회사와 심미연의 관계가 어색해지며 그는 일의 효율이 낮아져 많은 일이 쌓여 있었다. 어차피 잠이 오지 않으니 그는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문을 밀고 서재에 들어서자 책상 위의 꽃병에 꽂힌 안개꽃이 한눈에 보였다.그의 생각은 단번에 이전으로 되돌아갔다.심미연이 그와 결혼해 미르 파크에 들어온 후부터 매일 집에 신선한 꽃이 있었다. 공기 중에는 떠다니는 꽃향기가 폐로 흡입돼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또 각양각색의 아침 식사가 있었는데 매일 반복하지도 않았다.그 외에도 그는 매일 옷차림도 여러 스타일로 바뀌었으며 옷과 바지가 영원히 검은색과 회색이어도 심미연은 생동감 있고 생기발랄한 셔츠로 매칭할 수 있었다.심미연과 결혼한 지 3년이 되니 이런 것들은 이미 그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지금 심미연이 사라졌어도 그의 생활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아무런 차이도 없지만 사실 그만이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변했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미간을 누르며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파일 처리를 시작했다.바쁜 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간다.곧 날이 밝아 따뜻한 아침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강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최근 그의 담배도 점점 잦아지고 있는데 매일 적지 않은 양을 피우고 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3화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화를 낼 것이다.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멀리해야 한다.“할 말 있으면 빨리해!”한밤중에 잠에서 깼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너 새 애인이랑 동거한다며?”이 말은 어차피 심미연이 한 말이고 그는 단지 그대로 뱉었을 뿐이다.“왜? 이씨 가문이 무너질 것 같아? 너 가십거리나 듣고 다닐 만큼 한가한 거야?”강지한이 차갑게 웃었다. 쌀쌀한 목소리는 이런 밤에 유난히 소름 끼치게 들렸다.“이 말은 네 전처가 알려준 건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정말 그가 말했더라면 강지한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심미연이 어떻게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두 사람 아주 잘 알아?”이혼하더니 누구든 남자면 모두 강지한의 눈에는 연적일 수 있었다.“미연 씨가 나를 훈계하자마자 너를 언급했어.”이진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허튼소리를 했다.어차피 강지한이 심미연에에 물어볼 수도 없을 테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자신만 알 것이다.“허, 이혼했는데도 나를 지켜보는 거야?”강지한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심미연이 아직 그를 잊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네가 새 애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야?”이진영은 사실 본인이 더 궁금했다.그의 인상 속에서 강지한은 그렇게 빈틈없이 여자를 곁에 두는 사람이 아니었다.“내 새 애인이 누군데?”강지한은 의아해하며 심미연 이 여자가 뒤에서 그의 명성을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네가 모르면 난 더 모르지.”이진영은 심미연이 일부러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했다.어쨌거나 그는 그때 그녀가 임신한 일을 강지한에게 알리겠다고 했으니 그녀는 그가 강지한에게 말하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나도 모르는 일을 전처가 잘 알고 있다니.”강지한은 실눈을 뜨고 생각하다가 마음속에 한 가지 의심이 스쳤다.오늘 저녁에 온지유가 미르 파크에 머무는데 집안의 아줌마가 심미연에게 말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그 여자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2화

    순간 심미연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난 강지한이랑 이미 이혼했어요.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는 내가 결정해요. 게다가 강지한은 지금 이미 새 애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꼭 알고 싶을 것 같지 않아요.”“네? 강지한이 새 애인과 함께 산다고요? 누군데요?”이진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강지한은 그런 사람 아니지만 강지한의 이 전처는 독한 사람인 것 같았다. 아이에게 강지한을 인정하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진영 씨가 알고 싶으면 강지한에게 물어봐도 돼요. 강지한은 당사자니 나보다 더 잘 알겠죠. 다 물었으면 이제 미연이를 위층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요?”겨울이 되어 밤 온도는 매우 낮았다. 심미연도 조금 쌀쌀하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외투를 꼭 잡았다.이진영은 눈빛을 그녀의 외투로 향하더니 눈썹을 실룩이며 두 사람이 이 정도로 사이가 좋다는 걸 강지한이 알면 미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진영 도련님?”심미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몇 데시벨 높였다.이진영은 정신을 차리고 인사하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심미연과 박유진 사이는 강지한이 고민할 문제지 아무 상관 없는 그가 많은 걱정을 할 필요 없다.신하린을 안고 차에서 내린 이진영은 박유진이 차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심미연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그의 눈 밑에 비치는 사랑은 숨길 수 없었다.이진영은 강지한 대신 자기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었다.이대로 가면 강지한은 아웃될 것이 확실하다.“진영 도련님, 가요.”심미연의 목소리에 이진영은 비로소 생각을 접고 발걸음을 내디뎠다.박유진은 줄곧 제자리에 서서 심미연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후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뱃를 한 모금 들이켜니 머릿속이 온통 심미연의 모습으로 가득하였다.휴대폰 벨 소리가 그를 생각에서 끌어냈다.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한 그는 연결 버튼을 눌렀다.“기한성이 내일 비행기로 경성에 도착해.”박유진은 무덤덤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1화

    “언제 검사하러 가? 내가 같이 갈게.”박유진은 화제를 바꾸어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가자!”심미연이 거절하려고 할 때 박유진이 입을 열었다.“내가 줄 서는 거나 비용을 내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너 임산부인데 이리저리 뛰어다니려면 너무 피곤할 거야.”심미연은 자기도 모르게 침묵했다.예전에 이진영과 신하린이 사귈 때 이런 우대를 받아도 괜찮으나 이제 이진영은 결혼 상대도 있고 신하린과의 관계도 유지할 수 없으니 그녀는 더는 뻔뻔스럽게 다른 사람이 주는 우대를 받을 수 없다.하지만 검사를 받으려면 줄을 서야 하고 또 위층과 아래층을 오르내려서 심미연 혼자서는 확실히 매우 피곤하긴 했다.박유진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그녀가 다시 거절하는 것이 오히려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았다.“그럼 다음번 검사 때 부를게.”박유진은 그녀의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전에 넥타이에 넣었다고 했던 카드를 가져왔어?”심미연은 갑자기 그 일이 떠올랐다.“차에 있어.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네 차는 내가 비서에게 가져가라고 할게.”박유진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유난히 부드럽게 들려 마치 여자를 달래는 것 같았다.심미연이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1시가 되였다. 이렇게 늦게 혼자 차를 몰고 집에 돌아가는 것은 확실히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유진을 따라 차에 올랐다.“넌 임산부야. 앞으로 이렇게 늦게 다니지 마.”박유진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말했다.“너 먼저 좀 자. 도착하면 내가 깨울게.”그는 잔소리하고 있었지만 심미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강지한과 결혼한 3년 동안 할아버지는 가끔 그녀의 귓가에 몇 마디 했다.지금 그녀가 이혼했으니 그녀가 할아버지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어 잔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이미 졸음이 밀려온 심미연은 차가 시동을 건 지 얼마 가지 않아 잠이 들었다.여자의 얕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유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랑이 넘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일부러 차의 속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