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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무안안
성무진은 김종욱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심미연이 차 문을 열고 내려선 상태였다.

집사가 한 말을 듣고 심미연은 이미 상황을 대충 짐작했다.

‘온지유의 등장은 할아버지가 기절한 원인일 거야... 아까 경고했었는데도 강지한은 믿지 않았지. 이제 할아버지가 쓰러졌으니, 강지한은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네? 지한 씨는 온지유 말고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집사는 심미연을 보자 더욱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빨리 따라오세요!”

심미연은 빠른 걸음으로 집사를 따라가며 물었다.

“주치의 선생님께 연락했나요?”

“연락드렸습니다. 오시는 데 20분쯤 걸린다고 하네요.”

“창문은 열어뒀어요?”

“모두 열었습니다.”

심미연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더 재촉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온지유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김 집사님, 큰사모님을 방으로 모셔서 쉬게 해주세요. 할아버지에게 방해되지 않게요.”

강준형이 쓰러진 것도 결국 온지유 때문인데, 그녀가 그 자리에서 눈물 흘리며 동정을 사려는 모습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 집사는 서둘러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미연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는 김 집사가 온지유 앞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큰사모님, 피곤하실 테니 방으로 가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김 집사는 온지유를 좋아하지 않았다. 늘 애교 섞인 목소리와 울먹이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온지유는 문가로 들어서는 심미연을 힐끗 보았다. 고요히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강지한에게 돌렸고, 그가 심미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속이 쓰려왔다.

온지유가 입술을 꽉 깨물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할아버지를 화나게 해서 이렇게 되신 거예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

입으로는 가겠다고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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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놀라며 서로 얼굴을 마주쳤다.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사람을 구했다고?’ ‘하지만 그 펜이 몸속에 박힌 채로 있는데 사람이 안 죽는 게 말이 되나?’ 의사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몇 명의 남자들에게 고함쳤다. “왜 멍하니 서 있는 거예요? 얼른 손을 풀어주세요.” ‘이런 무지한 사람들, 어떻게 생명을 구하는 의사를 이렇게 대하는 거지?’ 심미연은 여유 있게 돌아서며 그들을 쳐다봤다. “무식하면 책이나 더 많이 읽고 배워요. 하루 종일 쓸데없는 동영상이나 보며 시간 낭비하지 말고요.”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되었고 군중들은 자신들이 방금 그 여자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모두가 심서연을 찾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이미 조용히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미연은 어떻게 의술을 익혔고 게다가 왜 그 기술이 상당히 뛰어난 것처럼 보였는지. 이번에 심미연을 죽이지 못했으니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환자분은 이제 괜찮은 것 같으니 저도 이만 가겠습니다. 다들 이쪽에서 떠나 주세요. 여기 계속 있으면 교통에 방해가 될 겁니다.” 심미연은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 여자는 정신을 차리더니 ‘쿵’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방금 정말 오해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 남편을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연락처 좀 남겨 주세요. 남편이 다 나으면 꼭 찾아뵙고 고맙다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심미연은 뒤를 돌아보며 그 여자를 한 번 쳐다봤다. “괜찮습니다.” 방금 그 남자는 그 자리에 누워 있었고 주변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여자는 남편이 다쳤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관심조차 없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그 남자도 참 불쌍한 사람일지도.’ 심미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차로 돌아갔다. 차에서 마스크와 장갑을 벗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옷을 정리한 뒤 안전벨트를 채웠다. 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13화

    이 사람들의 말을 들은 심미연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다. 사람을 살리고 있었다.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예요? 빨리 저 여자 잡아서 경찰서에 넘기세요.” 심서연은 군중을 부추기며 사람들에게 다가가라고 재촉했다.그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이들은 그녀와 심미연을 비교했다. 심미연은 예쁘고 말도 달콤하게 잘하며 똑똑하기까지 했다. 모든 아름다운 칭찬이 심미연에게 쏟아졌고 그녀는 그 옆에서 빛을 잃은 채 서 있었다. 그녀는 화가 나고 억울했다.원래는 심미연을 팔아넘길 생각이었지만 결국 자신이 팔려버린 것이다. 그녀는 심씨 가문의 딸로서 특권을 누리며 살아야 했지만 결국 산골로 팔려가 고통의 세월을 겪었다. 겨우 도망쳐 나왔지만 심미연은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였고 그녀는 산골에서 돌아온 촌스러운 소녀일 뿐이었다. 집안의 하인들조차 그녀를 몰래 비웃으며 촌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같이 심미연을 죽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그 여자가 갑자기 심미연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당신이 내 남편을 죽였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심미연은 이마를 찡그리며 그녀를 붙잡았다. “당신 남편은 죽지 않았어요.” “움직이지도 않잖아요. 분명 죽었어요.” 여자는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때 내가 그 사람과 다투지 않고 혼자 앞서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미 그 사람은 죽었고 이제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맞아요. 당신 남편은 죽었어요. 이 여자 당장 경찰서로 끌고 가요. 살인자는 대가를 치러야죠.” 심서연은 심미연의 차갑고 무심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세상이 무너져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심미연은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보며 말했다. “입 닥쳐.” ‘도대체 심서연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12화

    심미연은 손을 뻗어 주머니에서 펜 하나를 꺼냈다. 방법이 이거뿐이었다. 그녀는 펜을 환자의 흉막강에 찔러 넣으려던 참이었다. 그때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심미연, 지금 뭐하는 거야!” 그 소리에 심미연은 짧게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나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 그곳에 서 있는 심서연과 눈이 마주쳤다. “환자 살리는 게 급해. 너랑 얘기할 시간 없어.” 심미연은 심서연을 아예 무시한 채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심서연과 논쟁할 여유는 없었다.“너가 사람을 살린다고? 너 의사야? 의사 면허는 있어? 없잖아.” 심서연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너는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거야.” “심서연, 이제 그만 떠들어.” 심미연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응급처치가 늦어져서 이 사람 생명이 위험해지면 너 그 책임 질 자신 있어?” 심미연이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려던 찰나 한 여자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남편한테 손대지 마세요.”이때 주변 사람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저 여자 의사도 아니고 의사 면허도 없으면서 어떻게 환자한테 응급처치 하겠다고 나서?” “세상에. 만약 저 여자가 제때 오지 않았으면 저 남자 아마 죽었을 거야. 저 여자가 죽일 뻔했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죽일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 용기네. 저 남자랑 무슨 관계였던 거 아니야?” 심서연은 이 대화들을 들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심미연은 그런 말들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물론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었다. 단지 어느 병원에도 취직하지 않았을 뿐이다. 심서연의 그 우쭐한 표정은 정말 한심해 보였다. “이분이 정말 당신 남편이라면 제발 저를 믿고 맡겨주세요. 반드시 살려내겠습니다.” 심미연은 남자 곁애 무릎 꿇은 여자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환자의 상태는 더 이상 지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11화

    신하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 씨 부모님은... 나 싫어해. 우리 만나는 것도 반대하고... 게다가 진영 씨는 3년 전에 한씨 가문의 딸이랑 약혼했잖아. 그 사람 부모님은 지금까지 계속 결혼 서두르라고 재촉하는데 그 결혼이 3년 넘게 미뤄지고 있어. 그리고 그동안 우리도... 내내 끊어지지 않았고.”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고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이듯 맺혔다. 하지만 심미연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심미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단단한 눈빛으로 신하린을 바라봤다. “밖에 사람들 몇 명 붙여놨어. 이제 그런 일 다시는 안 생길 거야. 넌 아무 생각하지 말고 지금은 몸부터 회복하는 것만 신경 써. 알았지?”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였지만 마지막 말끝에 스친 미세한 떨림은 숨길 수 없었다. “우리 예전에 한 약속 기억나? 평생 함께하기로 했던 거. 난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너도 절대 잊지 마.”신하린의 다리는 한쪽이 부러졌다.단순히 보기 흉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앞으로의 삶에서 겪어야 할 불편함은 물론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상처와 무게가 얼마나 클지 심미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신하린이 혼자 있을 때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히진 않을까.혹시라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리면 어쩌나.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불안한 상상이 심미연의 가슴 한구석을 조여왔다.신하린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고 침대 시트를 꼭 움켜쥐었다.평생 함께하자는 약속... 이제는 감히 그런 미래를 상상할 용기조차 없었다.언젠가는 이 모든 걸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지도 모른다. 정말로... 어느 날 문득 스스로 포기해버릴지도. 심미연은 신하린의 상체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살며시 덮어줬다.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나 잠깐 로펌에 다녀올게. 오후에 이혼 소송 재판이 있어. 끝나고 태하 데리고 올 거야. 너 심심하지 않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10화

    혹시 심미연 모자일까? “아빠, 예쁜 언니의 연락처 찾았어요?” 강상미는 재빨리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강지한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아직 못 찾았어.” 명의는 정말 신비롭다. 연락처 하나 얻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니. 하지만 생각해보니 만약 쉽게 연락처를 주는 거라면 명의도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할 거다. “괜찮아요. 저도 급하지 않아요.” 강상미는 아빠를 더 이상 재촉할 수 없어 미안한 듯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아빠는 이미 최선을 다했으니까. 심미연은 막 신하린에게 검사를 끝내고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놀라며 화면을 확인했다. “보스, 그 세 살 된 심장 질환 환자 가족이 연락처를 요청했어요. 줄까요?” “안 돼.” 심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지한이 왜 내 연락처를 원할까?’ ‘혹시 내가 누구인지 알아버린 건 아닐까?’ “알겠습니다. 바로 답장 드리겠습니다.” 심미연은 잠시 생각한 후 말을 이었다. “요즘에는 수술은 잠시 맡지 않기로 했어요. 바쁘니까 일이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할게요.” “그쪽이 금액을 많이 제시하면 그래도 안 받을 건가요? 그건 돈이잖아요. 많은 걸 살 수 있잖아요.” 심미연은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 “그건 상황을 봐야겠죠.” “알겠습니다.” “구아정이라는 사람을 조사해 주세요. 알게 되면 바로 자료 보내주세요.” 심미연은 방금 신하린이 언급한 구아정이라는 이름이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고 직감했다. “알겠습니다. 보스.” 전화를 끊은 후 심미연은 신하린의 침대 옆에 앉아 조심스레 마사지해주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누워 있으면 아무리 편안해도 몸이 경직되고 아프기 마련이다. 그녀는 신하린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지만 그 고통이라도 조금은 덜어주고 싶었다. 신하린은 심미연의 손길을 느끼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미연아, 바쁜데 계속 나 보러 오지 마. 몸이 불편하면 의사에게 맡기고 만약 아까처럼 그런 일이 생기면 그냥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09화

    “그래?” 강지한은 말을 끌며 물었다. 복잡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상미의 부모를 찾았으니 상미는 결국 친부모에게 돌아가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앞으로 다시는 상미를 볼 수 없게 되는 걸까?’ “상미 부모님은 용성에서 일하고 있어.” 박시훈이 다시 말했다. “그들을 만나보게 할까? 기회가 되면 친자 확인도 할 수 있잖아.” 강지한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조금 더 생각해볼게.” 강상미를 3년 동안 키운 그에게 보내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했다. “그래. 천천히 생각해.” 박시훈은 하품을 하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일 없으면 전화를 끊을게. 그리고 다음부터 이런 시간에 전화 좀 하지 마.” 꿈속에서 그는 심미연에게 거의 다가갔는데 강지한의 전화 한 통에 그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 ‘정말 짜증나!’ 강지한은 혀를 차며 전화를 끊었다. 박시훈은 말문이 막혔다. ‘성격이 나보다 더 나쁘네. 왜 저러는 거야.’ 강지한은 전화를 든 채 박시훈이 한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상미의 부모가 용성에 있다. ‘상미가 친부모와 만나면 정말 그들은 아이를 데려가는 걸까?’“강지한 씨, 오늘의 식단을 확인해 주세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강지한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 영양사가 태블릿을 건네고 있었다. 화면에는 강상미의 오늘 식단이 적혀 있었다. 최근 몇 일간 영양사가 강상미의 식사를 전담했는데 그 덕분에 강상미의 얼굴에 살이 붙어 더욱 통통해졌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영양사는 저도 모르게 강지한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았다. ‘이 남자, 진짜 너무 잘생겼잖아.’ 그의 얼굴만 봐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영양사는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에게는 그 어떤 여자도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는 이 고급 직장을 지키고 싶었기에 그저 마음속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08화

    부모님의 명과 중매로 이진영은 한유나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진영은 아예 대답도 안 하고 그냥 등을 돌려서 나가버렸다. 한유나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건명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진영, 당장 멈춰!” ‘이 자식은 진짜 사람을 화 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이진영은 집을 나서자마자 핸드폰을 꺼내어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지한은 빠르게 전화를 받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침 일찍 전화를 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강지성하고 강혁승, 쌍둥이야?” 그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강지한은 잠시 멈칫했다. “강지성은 알겠는데 강혁승은 몰라.” 그는 밤에 박시훈에게 이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진영이 왜 또 이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강혁승이라고 강지성과 똑같이 생겼어.” “이 일은 내가 사람 시켜서 확인해 볼게.” 이진영이 전화를 안 했더라도 그는 이 사건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너랑 네 전처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 이진영은 갑자기 신하린에게 수술을 해준 심미연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알아보니 심미연의 의술이 정말 뛰어나다고 했다. 만약 강지한과 심미연이 잘 지낸다면 그는 심미연에게 강상미의 수술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이다. “할 말 더 있어?” 강지한은 심미연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껄끄러워 보였다. “알겠다. 나 출근하러 갈게.” 강지한은 더 이상 말을 아끼며 전화를 끊었다. 이진영도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도 인연에 달린 법이다. 인연이 닿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만날 수 없다.지금 강지한은 병상 옆에 앉아 강상미의 작은 손을 잡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와 심미연의 관계에 대해 신경 쓰고 있었다. “아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귀에 닿았다. 강지한은 생각을 정리하고 병상에 누워있는 작은 아이를 부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07화

    “유나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버린 거야?” 한석훈은 그녀가 머리를 흔들며 찡그린 모습을 보며 분명 누군가를 떠올렸다는 걸 눈치 챘다. 한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진영은 한씨 가문의 사위로서 장례식 전 과정을 주관했다. 그때 모두가 그를 의리 있고 훌륭한 사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도 그런 그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그와 함께 평생을 보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날 이진영이 결혼을 취소하자고 했을 때부터 그녀는 그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리 무해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어쩌면 그에게는 그녀가 알지 못한 더 어두운 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너랑 이진영의 관계는 어때? 결혼은 언제 할 거라고 말한 적 있어?” 한석훈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사실 이진영은 꽤 오래 집에 들르지 않았고 그 사이에 그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는 걸 한석훈은 느꼈다. “그냥 그래요. 결혼은 일이 안정된 후에 생각하려구요.” 한유나는 결혼 얘기를 피하려 했다. 그녀는 한석훈에게 이진영이 파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진영과의 파혼을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기때문이다. 그 체면을 잃을 수 없었다. “이진영과 결혼하면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 애가 널 충분히 부양할 수 있잖아.” 한석훈은 이씨 가문의 재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명은 늘 정치에 종사해왔지만 이진영의 어머니 방혜자의 가문이 막강했고 이진영은 일찍이 그쪽 가문 사업을 물려받았다. 이씨 가문은 단순히 부유한 집안이 아니었다. 한석훈은 결혼이 가져다 줄 물질적인 이점을 알기에 이씨 가문과의 혼인을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었다. 결혼으로 인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제가 알아서 할게요.” 한유나는 말을 마치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 먹었어요. 아빠 천천히 드세요.”한석훈은 한유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뭔가가 이상했지만 그가 느낀 그 불편한 기운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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