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파티인데 왜 안 가면 안 된다는 거지?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파티예요?”강해온이 설명했다.“유씨 가문 어르신의 팔순 잔치를 맞아 원래는 해외에서 보내려고 했는데 며칠 전에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유씨 가문의 주식이 떨어졌잖아요. 그래서 어르신이 이번 파티를 기회로 유씨 가문의 이미지를 돌리려고 대표님께 직접 사과하겠다고 했어요.”나를 위한 파티라고 하니 정말로 피할 수 없었다.“어르신께 드릴 선물 준비해요.”“네, 알겠습니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강해온이 떠난 후,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서 책상에 너무 많이 쌓여 있지 않은 서류들을 처리했다.회사 업무를 직접 처리하지는 앉지만 다년간 운영하다 보니 그래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서류 처리를 점심때까지 했는데 강해온이 바쁜 일들을 마친 다음, 같이 나가서 식사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우리가 A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는데 아직 유씨 가문에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강해온과 같이 근처의 쇼핑몰로 갔다.비록 마음에 드는 건 없었지만 반지 두 개를 사서 손가락에 끼고 또 귀걸이와 립스틱까지 골랐다.나는 립스틱을 바르고 물었다.“예뻐요?”강해온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예뻐요.”차에 타자 강해온이 간만에 말했다.“대표님 오늘 기분이 좋은신 것 같아요. 오랜만에 이렇게 환한 모습으로 쇼핑하시는 것 같아요.”내가 웃으며 물었다.“그럼, 내가 평소에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나요?”“고현성 대표와 결혼한 3년 동안 기뻐하시는 날이 별로 없었어요. 예전에는 종종 쇼핑도 하고 소녀처럼 물건을 많이 샀는데 요즘은 엄청나게 드물어요. 그리고 대표님이 표정에 슬픔이 많아졌어요.”나는 입술을 깨물었다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예전의 나는 너무 고집만 부렸다면 지금의 나는 눈앞의 순간을 즐기면서 살 거예요.”강해온이 단호하게 말했다.“대표님은 아직 한창 젊으세요.”“해온 씨, 나는 언제든지 하루아침에 이 세상을 떠날 거예요.”그렇다, 언제 어디
나는 최근에 어찌나 운이 없는지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따귀를 맞았으며 칼에 베이기도 한 상황에서 오늘은 또 뭔지 모를 액체를 맞을 뻔했는데 다행히 고현성 덕분에 피할 수 있었다.고현성은 나를 꼭 안아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조금 낭패한 표정으로 일어나서 의자에 앉았다.뒷마당의 불빛은 조금 어두웠는데 나는 자리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뿐 고현성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는 바닥에서 일어나서 손으로 정장을 정리하고 냉정한 어조로 물었다.“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유서정은 서둘러 자기의 혐의를 벗으려고 설명했다.“고 대표님, 방금 일은 저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저는 임지혜 씨가 이런 짓을 할 줄 몰랐어요. 두 분 다친 데 없는 거죠?”고현성은 유서정를 아예 무시하고 임지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병에 뭐가 들어 있었어?”임지혜가 웃으며 말했다.“현성아, 그거 황산이야.”지금의 임지혜 모습은 두려운 것이 없는 듯했다.나는 바닥에 떨어진 액체를 보며 나의 얼굴에 묻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얼굴이 망가진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건 아마도 죽기보다도 못할 것이다.나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을 때 고현성이 달려온 비서에서 차갑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문우림, 지혜 데리고 밖에 나가 있어.”고현성의 비서 문우림이 임지혜를 데리고 나가자, 유서정도 더 이상 혼자 남아있고 싶지 않았는지 곧바로 핑계를 만들어서 떠났다.고현성은 그들이 모두 떠난 후, 나의 옆에 와서 앉아 어깨를 꼭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수아야, 너를 잘 지켜주지 못하고 위험에 처하게 해서 미안해.”그가 죄책감을 가지는 것을 보고 나는 심호흡하고 말했다.“괜찮아요. 그리고 고마워요.”그러자 그가 말했다.“우리 사이에 그런 인사는 안 해도 돼.”“현성 씨,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 가요.”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또 말했다.“우선 임지혜 씨의 정신 상태를 확인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다른 도시로 보내요.”임지혜가 운성시에 계속 있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차는 어느덧 석지훈 아파트 아래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다음 택시를 타고 떠나려고 했지만, 기사가 지켜보고 있어서 도망칠 기회조차 없었다.하는 수 없이 나는 기사와 같이 건물 맨 위층으로 올라갔고 기사는 비번을 누른 후, 공손한 손짓으로 나를 들어가라고 했다.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신속하게 문을 닫았는데 마치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것 같았다.집안을 둘러보았지만, 석지훈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유씨 가문에 있을 것이다.나는 아무 방이나 찾아 들어가서 메이크업을 지우고 창백한 얼굴을 보며 웃었다.“오늘 얼굴이 망가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특히 흉터를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이제 많이 얕아져서 석지훈의 말처럼 그렇게 흉하지 않은 것 같았다.나는 얼굴을 살짝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맨발로 거실에 있는 창가로 가서 끝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지금 마침 밤 생활이 시작되는 시간이기에 사람들도 유난히 많았다.내가 돌아서서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가지고 놀 때 고현성이 전화해서 관심했다.“지금 어디에 있어?”나는 거짓말을 했다.“호텔에 있어요.”“주소를 보내줘. 지금 그쪽으로 갈게.”“그럴 필요 없어요. 나 내일 바로 운성시로 돌아갈 거예요.”내가 거절하자, 그는 살짝 목소리를 낮추고 애걸하는 듯 말했다.“수아야, 네가 너무 보고 싶고 옆에 있고 싶어.”고현성의 말에 감동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하지만 난 정말로 다시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렵고 게다가 병이 악화하면...나는 이제 아무 사람에게도 짐이 되기 싫어서 전화를 끊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혜원이 돌아오기 전까지라도 나에게 시간을 줘요.”오혜원이 돌아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손을 신장 부위에 올려놓자마자 갑자기 어제 연시혁과 통화할 때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만약 너의 신장으로 혜원이의 목숨을 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신장을 줄 수 있어?”솔직히 말하
석지훈이 더 이상 답변이 안 와서, 강해온에게 전화했더니 그는 아직 A시를 떠나지 않았다.결국 강해온이 나를 데리러 왔는데 뒷좌석에 어두운 표정을 한 고현성도 있었다.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왔어요?”강해온이 서둘러 설명했다.“고 대표님은 어젯밤에 저와 같은 호텔에 투숙했어요. 마침, 항공편도 같아서 아침에 같은 시간에 내려왔는데 제가 대표님과 전화하는 것을 들으시고 동행하게 되었어요.”“...”내가 하는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 고현성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물었다.“여기에 집이 있는 거야?”내가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눈치챈 강해온이 서둘러 말했다.“고 대표님, 저희 여기에 두 곳 있어요.”“...”강해온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는데 왠지 강해온이 고현성에게 너무 순종적인 것 같다.우리가 운성시에 도착했을 때는 많이 늦었고 게다가 어젯밤에 휴식을 제대로 못 해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자고 싶었는데 고현성이 계속 따라다녔다.나는 고현성이 나의 새로운 오피스텔을 아는 것이 싫어서 강해온에게 연씨 가문의 별장으로 가라고 했다.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뒤에서 따라오는 구현성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곧바로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잠이 거의 들 때 누군가 어깨의 상처를 만지는 것을 느꼈는데 눈을 뜨지 않았다.잠에서 깨보니 때는 거의 해가 지고 있었는데 최근의 운성시 하늘은 너무 아름다운 것 같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에 가서 씻고 치마를 바꿔 입었다.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는 고현성이 이미 떠난 후여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지금 오혜원이 돌아왔을 때 나의 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고현성이 그녀를 선택할까 봐 두렵다.나는 나를 위한다는 명의로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싫다.주방에 가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원태웅이 전화가 와서 물었다.“윤아야, 둘째 형은 어디에 있어?”최근에 석지훈을 찾지 못하면 나에게 연락하는데 왜 내가 석지훈의 행적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
내가 병원으로 가려고 하자 석지훈이 안 된다고 했다.“윤아야, 병원에 가면 그들이 쫓아올 수 있어.”하지만 상처가 꽤 심해 보여서 걱정하며 물었다.“그럼, 호텔은요?”“카메라를 피하면 돼.”호텔은 대부분 도시 중심에 있기에 카메라가 적지 않을 것이다.병원에도 갈 수 없고 호텔에도 못 가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연씨 가문의 별장에는 데려가기 싫어서 결국 나의 오피스텔에 가기로 했다.나는 작은 길로 카메라를 피하며 시내에 들어왔고 아파트 쪽에는 카메라가 많았지만, 다행히 나의 자산이기에 괜찮았다.나는 차를 운전해서 곧바로 나의 개인 차고지에 갔는데 그곳에는 강해온이 준비해 준 다양한 고급 차들이 가득했다.빈자리에 주차하고 고개를 돌려 석지훈을 봤더니 눈빛이 맑고 정신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사실 나는 그를 상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얼마 전에 석지훈이 자기 맘대로 나를 자기의 가족이라고 하며 나를 평생 지켜주겠다는 한 것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비록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거부를 했지만, 왠지 그의 보호가 싫지 않았다.나중에 연씨 가문이 석지훈과 협력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나는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하지만 그때는 여전히 그를 마음속으로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차에서 내려 석지훈을 부축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해온에게 전화를 해서 남자 옷 한 벌 보내달라고 하며 아무도 아파트의 카메라 내용을 못 보게 하라고 지시했다.강해온이 물었다.“고 대표님의 사이즈로 하면 될까요?”석지훈이 나의 옆에서 강해온의 말을 똑똑히 듣고 있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네.”석지훈의 체구는 고현성과 비슷했는데 부축해서 침대로 가려고 하자 그는 오히려 소파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누워있는 것이 더 편할 거예요. 침대에 누워서 쉬어요.”석지훈이 무심하게 말했다.“나 결벽증이 있어.”“...”그럼 내가 누웠던 자리가 역겹다는 건가?“저 여기에 이사 온 지 하루밖에 안 됐어
석지훈은 마음속으로 나를 이미 여러 남자를 가지고 노는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들이 모두 나의 스폰서인 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나는 설명할 방법도,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았다.“아직 없어요.”잠깐 침묵 후 나는 말을 계속했다.“아직 고정 남자는 없는데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살려고요. 언젠가는 적당한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돈이 부족하면 원태웅을 찾아가.”나는 순간 왜 거짓말을 했는지 후회했지만, 석지훈은 아주 담담하게 나의 행동을 질책하지 않고 믿는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정말로 나를 따로 조사해 보지 않은 것 같았다.다시 말하면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자랐는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그의 눈에 나는 그저 연윤아고,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연윤아일 뿐이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나도 돈 있어요.”석지훈은 더 말하지 않았는데 눈빛이 조금 피곤해 보여서 나는 그가 충분한 휴식을 할 수 있게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로 갔다.소파에 앉아 발을 소파에 올리려고 하는 순간 발에 온통 모래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제야 구두가 아직 해변에 있다는 걸 알아챘다.나는 거실 쪽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발을 씻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누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윤다은이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수아 언니, 나 이제 정재 오빠와 불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였어요. 오빠는 언니와 함께 할 수 없고 남은 생을 혼자 지내더라도 나를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우리가 잘못된 시간에 만나서 오빠를 나에게 한눈에 빠지지 못하게 한 내 잘못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이제 포기하고 오빠를 놔주려고요. 남은 생에서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남자를 못 만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던 이제 정재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윤다은이 전에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고정재를 포기할 거라고 했을 때 내가 왜 그러는지 물었었는데 이제야 그 답변을 보낸 것이다.그런데
석지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야.”그는 내가 왜 피를 토하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그냥 몸을 돌려 길을 비켜주었다.나는 소파에 앉아 계속해서 약을 먹었는데 다행히 메스꺼운 느낌이 아까보다는 강하지 않아서 억지로 참으며 약을 모두 들이켰다.약을 다 먹고 고개를 돌려보니 석지훈이 방금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는 것이 보여 망설이다가 물었다.“내일 동성시로 돌아갈 거예요? 제가 직접 운전해서 모셔다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 태웅이가 데리러 올 거야.”석지훈의 거절에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헤어지면 오랫동안 볼 수 없을 것이다.내가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하려 할 때 석지훈이 갑자기 나의 옆에 나타나서 깜짝 놀라며 물었다.“안 자요?”그가 설명했다.“안 졸려. 그리고 태웅이가 금방 도착할 거야.”원태웅이 지금 오고 있다고?“그럼 저는 들어가서 쉴게요.”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석지훈이 나를 불렀다.“윤아야.”나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왜요?”“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석지훈의 목소리에 나는 불안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것을 느끼고 웃으며 말했다.“뭐든 다 해결할 수 있어요?”그는 아주 긍정적이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말해봐.”내가 말만 하면 다 해결해 줄 수 있다고?그런데 석지훈이 아무리 못 하는 게 없다고 해도 나의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지금 상황에서 정말로 고현성의 말대로 오혜원만이 나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지금은 없어요.”나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침실에 돌아가서 누웠는데 침대에는 온통 석지훈의 냄새가 가득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고 깨어나 보니 날이 밝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피곤한 몸을 일으켜 나가보니 석지훈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곧바로 씻은 다음 운전해서 회사로 나갔다.아침부터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오후가 되어 강해온이 들어왔다.“대표님, 유서정 씨가 운성시에 왔는데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고 해요.”유서정이 운성에 나를 찾
차가운 레드와인 한 잔이 얼굴에 쏟아졌다. 나는 눈을 감고 한참을 진정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 진짜 요즘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파리 떼가 자꾸 꼬여서 정말 토할 것 같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테이크 한 접시를 집어 들어 유서정의 얼굴에 던졌다. 그녀는 날카로운 나이프와 포크에 이마가 찢어져 선홍색 피가 솟구쳐 흘렀다. 그녀는 충격에 휩싸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나는 손을 뻗어 얼굴을 닦으며 차갑게 경고했다.“내가 그쪽과 안 싸운다고 해서 정말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내가 그쪽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으면 유 회장도 지켜주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그쪽이 말하는 그 소위의 연수아를...”그녀는 내가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단지 죄책감을 느낄 뿐이었지.하지만 마음속 죄책감이 그녀가 나를 괴롭히는 이유가 될 순 없었다.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그녀는 나를 이길 수 없어요.”유서정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에 대한 증오가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나는 휴지 몇 장을 뽑아 얼굴의 레드와인을 닦아내고 자리를 떠났다. 차에 타자마자 나는 유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나는 너무 화가 나서 유서정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여자는 우리 연 씨 가문과 협력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유근수는 내 전화에 놀라며 받자마자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연 대표님, 어쩐 일로 이 늙은이에게 전화를 다 주셨어요?”사람들 앞에서는 체면 때문에 나를 수아라고 부르지만, 개인적으로 유근수는 나를 존중하며 연 대표라고 불렀다.나는 바로 전화 목적을 밝혔다.“유 회장님, 지금부터 따님 유서정과의 모든 협력을 거부합니다.”유근수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따님께서 금융학 석사라고 들었습니다. 훌륭한 학력이지요. 하지만 학력과 교양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담현아는 오두막으로 올라가 달빛 아래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나는 낮은 목소리로 석나은에게 물었다.“나은 씨, 전화한 이유가 단지 이런 얘기 때문은 아니겠죠?”“수아 씨,”그녀의 쉰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그이는 항상 조용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수아 씨를 약혼녀라고 발표했잖아요. 게다가 결혼 날짜까지 약속했어요.”그녀는 말을 이어갔다.“나는 수아 씨가 너무 부러워요. 당신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잖아요. 나는 뭐가 부족했던 걸까요? 당신보다 훨씬 일찍 그의 삶에 나타났고 석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는데. 수아 씨는 어떻게 내 자리를 빼앗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나는 그이를 사랑해요. 만약 지훈 씨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나는 오직 그를 위한 아내가 되기 위해 교육받았으니까요. 그를 잃으면, 나는 도대체 뭔가요?”그녀의 울적한 한탄은 이어졌지만 석지훈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따지고 보면 그녀도 불쌍한 사람이다.석씨 가문에서 봉건적인 사고방식을 주입받으며 살아온 여자일 뿐이니까.나는 고개를 들어 멀리서 다가오는 석만호를 발견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석나은을 달래듯 말했다.“나은 씨의 가치는 지훈 오빠로 증명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사랑은 먼저 나타났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죠. 솔직히 지훈 오빠가 왜 나를 선택했는지 나도 몰라요. 하지만 지훈 오빠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를 사랑해요. 우리는 평생 함께할 거예요.”“나은 씨는 아직 젊고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니 때가 되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예요. 가끔은 손을 놓을 줄 알아야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올 수 있어요.”내 말을 들은 석나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수아 씨, 지훈 씨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나는 모르는 척 물었다.“언제요?”“방금 전에요. 두 분의 약혼 소식에 충격을 받아서...
원태웅의 말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고 문득 낮에 받은 협박 문자가 떠올랐다.그 여자가 정말로 그런 엄청난 용기를 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석지훈이 약혼 소식을 발표한 후, 그의 어머니는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황급히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어둡고, 짙은 안개에 갇힌 듯했다.원태웅은 눈가가 붉어진 채 말했다.“사모님이 석씨 가문 본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대.”석지훈은 곧바로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향했고 나도 그의 뒤를 따라 서둘러 내려갔다.그는 별장을 나와 검은 벤틀리에 올랐다. 원태웅과 한민수도 그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나는 문가에 서서 불안한 마음으로 석지훈을 불렀다.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눈에 핏줄이 섞여 있었다.“집에서 기다리고 있어.”그의 말은 단호했다.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석지훈에게 그녀는 여전히 애정을 주었던 존재였다.나도 곁에서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는 따라오지 말라고 했다.나는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알겠어요. 집에서 기다릴게요.”한민수가 옆에서 거들었다.“지훈아, 수아 씨도 이제 네 약혼녀야.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마주해야지. 수아 씨도 본가로 가는 게 맞아.”한민수는 그들 중 가장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석지훈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원태웅에게 말했다.“네가 운전해. 최대한 빨리 본가로 돌아가자.”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담현아가 다가와 위로했다.“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예요.”사실 나는 석지훈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나를 싫어했으니 말이다.그리고 우리의 약혼 소식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으로 석지훈에게 큰 압박을 남겼다.그리고 그녀의 목적은 성공했다.나와 석지훈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그에게는 두 명의 어머니가 있었다. 문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이 누구였을까?내가 혼란에 빠져
석지훈은 그 반지를 간직했고 오늘 밤 나의 손가락에 결혼반지로 끼워주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나는 그의 몸을 꼭 안은 채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었다.“윤아야, 시간이 되면 너와 함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일부러 나를 데려가려는 걸 보면 분명 중요한 사람이겠지.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좋아요. 누구예요?”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를 살아있게 한 사람.”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발코니로 나갔다.아래에서는 한민수와 원태웅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담현아는 오동나무 위의 작은 오두막에 올라가 엎드려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감회에 젖어 석지훈에게 말했다.“매일 집이 이렇게 시끌벅적하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담현아도...놀기 좋아하지만 사실 굉장히 조용한 사람이잖아요.”석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아이는 외로워.”나는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담현아가 외롭다고요?”“그녀는 어릴 때부터 똑똑했어. 똑똑한 아이들은 일찍 철이 들기 마련이지. 그래서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북적이는 걸 더 좋아하게 되지.”나는 그 말을 듣고 석지훈과 담현아가 비슷한 부류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물었다.“그럼 오빠는요?”“응?”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도 외로워요?”“아니. 네가 내 곁에 있으니까.”석지훈은 이제 달콤한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나는 일부러 그에게 물었다.“오빠는 내가 시끄럽다고 생각하죠? 시끌벅적하다는 말은 곧 말이 많다는 뜻이잖아요?”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스스로 잘 알고 있네.”“...”나는 손을 들어 그의 볼을 꼬집었지만 그의 몸이 살짝 굳는 것을 보고 웃으며 손을 거두며 말했다.“됐어요. 이번엔 봐줄게요.”나는 그의 팔을 끌어안고 아래쪽을 바라보았다.원태웅이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때 담현아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전화 왔어요!”원태
나는 석지훈과의 결혼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지금 내 가장 큰 소망은 그와 결혼해 그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간절히 말했다.“오빠랑 결혼하고 싶어요.”석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바보.”“너희 둘, 뭐 하고 있어?”한민수가 와인 잔을 들고 우리 대화를 방해하며 말했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 그리고 내 솔로 탈출도 좀 빌어줘.”한민수의 시선은 담현아를 향하고 있었다.하지만 담현아는 스테이크 요리를 여유롭게 먹으며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 보였고 그녀는 이 요리를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나는 잔을 들어 한민수와 부딪치며 말했다.“고마워요.”석지훈도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넌 평생 솔로일 거야.”한민수가 순간 멈칫하며 말했다.“지금 나를 저주하는 거야?”석지훈은 그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억울한 표정의 한민수가 담현아에게 다가가 말했다.“쟤가 나를 괴롭혀!”담현아는 그를 흘긋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담현아는 석지훈을 이길 수 없었고 한민수도 진심으로 복수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그저 담현아에게서 조금이라도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하지만 담현아는 그런 한민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담현아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실망한 한민수는 결국 식사에 흥미를 잃었다.그는 원태웅에게 물었다.“여기 노래방 기계 있어?”원태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있지. 내가 먼저 한 곡 부를게.”원태웅의 목소리는 매우 청아했고 그가 부른 두 곡 모두 훌륭했다.한민수는 마이크를 넘겨받으며 나에게 물었다.“듣고 싶은 노래 있어요?”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노래를 하나 말했고 한민수는 노래를 찾아 부르기 시작했다.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잘생긴 외모와 재력에 재능까지 겸비한 한민수는 정말 뛰어난 남자였다.한민수가 몇 곡을 연달아 부르는 사이 석지훈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떠났다.나는 따라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사람들이 없는
나는 놀라며 물었다.“운산이요?”혹시 석지훈이 그 별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한민수가 대답했다.“네. 원태웅 대신 유진이가 유럽에 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 원태웅과 석지훈이 별장에서 요리하고 있어요. 덕분에 저도 석지훈 요리를 처음 맛보게 생겼네요!”나는 살짝 질투를 자극하려는 듯 말했다.“오늘 점심도 오빠가 나한테 해줬거든요.”한민수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자랑은 그만하시죠!”나는 그의 반응을 무시하고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열어 기사를 확인했다.석지훈의 게시물은 이미 ‘좋아요’가 백만 개 가까이 달렸고 내 팔로워 수는 10만을 넘어섰다.내 계정 아래에는 ‘원 대인’이라는 사용자가 댓글을 남겼다.“흑흑, 연수아 양이 제 댓글을 따라 하다니 감격이에요!”나는 낮게 웃으며 답을 남겼다.“셋째 오빠, 재밌어요?”잠시 후, 그는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윤아야, 그렇게 대놓고 밝히면 어떡해!”그가 나를 ‘윤아’라고 부르는 걸 보니 이제 완전히 나를 용서한 것 같았다.나는 답장을 보냈다.“셋째 오빠, 이렇게 하면 팔로워 늘릴 수 있어요.”그는 요리하느라 바쁜 것 같았고 더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사실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혹시 석지훈이 오늘 나에게 프러포즈하려는 걸까?그런 사람이 대중 앞에서 화려한 프러포즈를 할 것 같진 않았다.아마도 파티를 여는 것 자체도 큰 결심이었을 테고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한 거라고 생각했다.사실 이 정도로만 해줘도 나는 이미 충분히 만족했고 그가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운산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9시였다. 그곳에서는 석만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가주님.”그는 나를 별장 정원안으로 아내한 후 다시 밖으로 나갔다.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북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듯했다.별장 정원은 화려한 네온 조명으로 가득했다.네온 불빛 아래에는 하
석지훈은 공적인 자리에서 애정을 과시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그의 이름으로 개설된 SNS라니.나는 태블릿을 들고 팔로워가 100명도 안 되던 그의 계정이 순식간에 20만 명으로 늘어나는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오빠의 인기가 정말 대단하네요!”함 집사는 내 감탄하는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의 명성은 항상 높았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여자의 수는 헤아릴 수 없었고 그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셀 수 없었죠. 하지만 그 누구도 대표님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으며, 그의 연락처를 얻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SNS 계정을 개설하셨으니 팬들이 얼마나 기뻐했겠습니까. 하지만 곧바로 약혼 소식을 발표했으니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적이겠지요.”함 집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드물게 자신의 직책을 넘어선 말을 덧붙였다.“대표님 눈에 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가주님 한 분뿐일 겁니다. 가주님, 제가 몇 년 동안 대표님과 함께 일하며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가주님께서는 평생 믿으셔도 될 사람입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는 제가 평생을 맡길 만한 사람이에요.”나는 태블릿을 함 집사에게 건네고 휴대폰을 꺼내 계정 이름을 ‘연수아’로 변경했다.그리고 계정과 비밀번호를 함 집사에게 알려주며 인증을 부탁했다.함 집사는 빠르게 나를 석씨 가문의 대표로 인증했다.나는 이 계정으로 석지훈의 게시글을 다시 리트윗하려 했지만 인기 댓글 중 하나를 보고 놀랐다.어떤 사용자가 ‘원대인’이라는 이름으로 댓글을 남긴 것이었다.[흑흑, 드디어 석 대표님과 연수아 씨가 인연을 맺다니 감격스러운 순간이네요! 팬으로서 축하드립니다. 두 분 행복하세요!]이 귀여운 댓글을 보니 원태웅이 떠올랐다.우리가 사이가 틀어지기 전 그는 이런 성격이었다. 게다가 오늘 낮에 우리가 화해하지 않았던가.댓글 아래에는 나와 석지훈의 사진도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잘생겼고, 나도 여전히 아름답
고정재도 예전에 나에게 경고했었다.함 집사는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나를 회사의 여러 부서를 둘러보도록 안내했다.석씨 가문의 산업망은 매우 광범위했으며 저녁이 되어서야 모든 부서와 핵심 부서를 둘러볼 수 있었다.석씨 가문의 핵심 부서는 굉장히 특별했다.이 부서는 석씨 가문이 전 세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력의 분포를 관리하며 세계에 대한 인식과 분석을 담당하고 있었다.또한 내가 처음 들어본 최씨 가문에 대한 정보도 이곳에 있었다.최씨 가문은 과거 정치 가문이었으며 상업적 활동은 크지 않았다.그러나 석지훈이 반년 전 쇠퇴한 이후 그들은 그의 유럽 세력을 신속히 흡수하며 부상했고 이제는 진유겸 다음가는 상업 거물이 되었다.나는 이 부서의 존재를 이제야 알게 되어 함 집사에게 물었다.“왜 전에 석씨 가문에 이런 핵심 부서가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때 준 자료에도 없었잖아요.”함 집사는 침착하게 설명했다.“가주님, 석씨 가문의 핵심 부서는 수백 년간 쌓아온 석씨 가문의 권력 기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가주님께서 가문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석 집사님이 떠나시기 전 가주님을 점진적으로 교육하라는 지시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말씀드리는 겁니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배우실 수 있습니다.”나는 그가 숨긴 것에 대해 나무라지 않고 호기심을 담아 물었다.“최씨 가문의 자료는 여기 있던데 지훈 오빠에 대한 자료는 없어요?”“아직 수집하지 못했습니다.”나는 의아하게 물었다.“최씨 가문의 자료는 그렇게 빠르게 업데이트되는데 왜 지훈 오빠 자료는 그렇지 않나요?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요?”“아닙니다. 다만 석 대표님 측의 보안이 매우 철저합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더 이상 조사할 필요 없어요.”함 집사는 놀라며 말했다.“그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나는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함 집사님, 이건 내가 그에게 줄 수 있
“저는 몰라요. 셋째 오빠는 알고 있어요?”내 말에 전화 너머에서 원태웅이 설명했다.“나와 한민수는 지훈이 형이 감옥에 갇혀 있던 시기에 그가 석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나중에 윤 비서에게 들으니 형이 예전에 친부모를 찾으려 했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때는 제대로 찾지 못했고 단서 몇 가지만 알았던 모양이야.”“이후 유럽 세력 재건으로 바빠서 그 일을 잠시 접어둔 것 같아. 나는 그 일에 마음이 쓰이다가 그를 대신해 조사를 했고 얼마 전 그의 친부모를 찾았어. 그런데 아주 평범한 한인 가정이더라고...”석지훈이 나웨이에서 친부모를 찾으려 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다. 그때 나는 한민수의 속임수로 나웨이에 끌려가기도 했다.그곳의 작은 나무 오두막이 바로 석지훈이 태어난 곳이었다.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었다.“둘째 오빠도 알아요?”원태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에게 차마 말할 수가 없었어.”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왜요?”“그 부부는 지훈이 형 외에 세 아들과 두 딸이 더 있어. 막내는 겨우 아홉 살이고.내가 그냥 손님 신분으로 그 집에 가봤는데 그들은 정말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조심스럽게 과거에 대해 물어봤어. 그들은 확실히 갓 태어난 아들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했어...”“내가 그 아이가 돌아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그들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 그 아이는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였고 그들에게 짐이었을 수도 있거든.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없을 거라고 했어. 아마 그들은 지금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받는 걸 두려워할 거야.”원태웅은 석지훈이 실망할까 봐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나는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원태웅은 내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며 말했다.“과거 일은 더 이상 너와 따지지 않을게. 둘째 형이 이런 기회를 준 덕분에 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거든.”
석지훈이 나를 달래듯 말했다.“착하지.”나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 휴대폰을 가져왔다.원태웅의 번호를 찾아내는 동안에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나는 원태웅을 두려워했다. 그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적대적이었던 사람이 바로 그였고 그는 항상 나를 냉소적으로 대했었다.용기를 내어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는 알림이 떴다.그제야 그가 나를 차단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 사실을 석지훈에게 알렸다.그러나 그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대신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비밀번호는 네 생일이야.”그의 비밀번호가 내 생일이라니!놀란 마음으로 물었다.“언제 바꾼 거예요?”그는 힐끗 나를 보며 말했다.“할 일 해.”나는 근심 어린 얼굴로 다시 물었다.“꼭 내가 셋째 오빠한테 말해야 해요?”“응, 상황이 긴박해.”긴박한 상황이라 해도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만큼 급하지는 않을 텐데.나는 그의 하얗고 긴 손가락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가 일부러 나에게 원태웅에게 전화를 하게 하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그는 우리가 화해하기를 바랐던 것이다.사실 이건 오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였다. 본래 내 잘못이었고 원태웅은 나에게 오랫동안 앙금을 품고 있었다.석지훈은 우리가 화해하기를 원했고 그의 의도를 이해한 나는 곧바로 그의 휴대폰을 열고 원태웅의 번호를 찾았다.한민수는 예전에 나에게 말했었다.“원태웅이 끝내 널 용서하지 않는다 해도 네가 스스로 굽힐 필요는 없어.”하지만 그는 석지훈의 형제였고 석지훈은 나의 남자였다.나는 그가 우리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지금 석지훈은 나에게 화해의 기회를 준 것이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원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마 석지훈의 번호라서 그런지 그는 전화를 굉장히 빠르게 받았다.“형!”그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셋째 오빠.”원태웅이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