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광덕은 말을 마친 후 이를 악물고 운기를 향해 무릎 꿇었다.“아버지!”은광덕이 무릎 꿇는 모습을 본 경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은씨 가문은 단 한 번도 이런 모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임운기, 네가 말한 대로 무릎을 꿇고 부탁했어.”은광덕이 고개를 들어 운기를 보았다.“당신 하나로는 부족해. 은경수도 함께 무릎 꿇어.”운기는 말을 하면서 경수를 보았다.이 말을 들은 경수는 안색이 엄청나게 어두워졌다.‘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은 적 없어! 임운기한테 무릎을 꿇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하겠어.’“경수야, 당장 꿇어!”은광덕이 경수를 향해 호통을 쳤다.“아니! 절대로 못 꿇어요!”경수는 이를 악물고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말했다.“못 꿇는다고? 그럼 네 아버지부터 죽이고 널 죽여야겠어.”운기는 말을 하면서 검을 꺼냈다.“잠깐만! 꾸, 꿇을 게!”경수는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경수는 이를 악물고 운기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경수는 늘 자신을 높이 여기며, 다른 사람을 업신여겼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경수의 자존심은 운기에게 매섭게 박탈당했다.현장에 있던 사장들은 경수와 은광덕이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이 일이 생기기 전, 금도의 정상에 이르게 된 은씨네 부자는 모두의 부러움을 받았다.그러나 지금 두 사람은 운기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빌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임운기, 네가 말한 대로 무릎을 꿇었으니 우릴 용서해 주면 안 될까?”은광덕은 부탁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안돼!”운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은광덕과 경수는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너, 너 지금 우리를 갖고 논 거야?”경수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운기를 향해 소리 질렀다.“맞아, 갖고 논 거야. 내가 언제 무릎 꿇으면 용서해 준다고 한 적 있어?”운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 너! 내가
자세히 보니 재산 양도 계약서였다. 계약 내용은 은씨 그룹을 포함한 은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기에게 양도하는 것이다.“사인을 하면 나와 내 아들은 살려주는 거지? 확실한 거지?”은광덕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그래, 나 임운기는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아.”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사인할게!”은광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펜을 들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미 궁지에 몰린 이상, 그들은 적어도 목숨이라도 건져야 했다.사인을 다 한 뒤.“임운기, 사인을 했으니 나와 내 아들은 가도 되는 거지?”은광덕은 말하면서 계약서를 운기에게 건네주었다.운기는 계약서를 보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그래, 너부터 놔줄게.”운기는 말을 마치자마자 검을 꺼내 은광덕의 가슴을 찔렀다.“너, 너 방금 약속했잖아! 분명 살려준다고 약속했잖아!”은광덕은 눈을 부릅뜨며 운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난 친구와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지만, 원수한테 굳이 약속을 지킬 필요는 있을까?”운기가 평온하게 말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걱정 마, 은씨 가문의 나머지 사람들도 곧 지옥에 가서 너와 만나게 될 거야. 화정 그룹이 파산된 그날부터 난 은씨 가문을 소멸하기로 마음먹었거든!”은광덕은 깊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이로써 그와 은씨 가문은 이대로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운기가 그의 몸에서 검을 뽑아내자 은광덕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은광덕은 끝까지 절망과 후회가 가득 찬 눈빛을 하며 숨을 거두었다.금도에서 명성이 자자한 은씨 가문의 가주가 이렇게 죽어버리고 말았다.그를 죽인 사람은 바로 임운기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은광덕이 이렇게 죽어버리자, 모두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은씨 가문은 금도 4대 가문으로 으뜸가는 존재였다. 화정과 조씨 가문을 없애버린 후 금도에서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그 뒤에서 도와주는 독고 가문은 더욱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그런 은광덕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다니! 그들은
“샤크야, 시작해!”운기는 단검을 샤크에게 건네주었다.샤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가 고문을 집행하기 시작했다.살 한 조각 한 조각이 베이는 과정에, 경수는 끊임없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가장 중요한 것은 절망스러운 마음이다. 경수는 더 이상 판을 뒤집을 만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경수의 목숨은 운기의 손에 달려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말할 게! 말한 다고!”경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말해!”운기는 경수가 말하기를 기다렸다.“그날 네가 절벽에서 뛰어내린 후에 다시 울프의 시체를 찾으러 돌아갔는데, 우리가 돌아갔을 때 울프가 이미 사라져 있었어.”경수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사라졌다고?”운기는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재빨리 추궁했다.“그럼 날 쫓아오기 전에, 울프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던 거야?”“그, 그래. 완전히 죽어버리진 않았어.”경수가 말했다.“그렇다면 울프가 아직 안 죽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운기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은경수의 말대로라면 울프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이런 생각에 운기는 너무 기뻤다. 적어도 울프가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울프가 죽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몸은 괜찮은 걸까?’“임운기, 난 사실대로 모두 대답했으니, 제발, 제발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줘!”경수는 애원하듯이 말했다.“그럼 방식을 바꿀게. 요참!”운기는 말을 마친 후 검을 휘둘러 경수의 허리를 베었다.“윽!”요참은 마찬가지로 엄청 가혹한 고문이다.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엄청난 고통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아아악! 아아악!” 경수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장내에 가득 퍼졌다. 경수는 자기가 이렇게 죽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자신이 곧 죽는 다는 것을 생각하자, 경수는 드디어 후회가 되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임운기와 싸우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현장
이때 샤크가 주국권의 앞으로 걸어갔다.“하지 마! 안 돼! 제발 살려줘!”주국권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죽어!”샤크는 주국권의 목을 움켜쥔 채 손에 힘을 세게 주었다.“빠직!”주국권의 목은 그대로 샤크에 의해 비틀어지고 말았다.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했다. 특히 주국권 부근에 앉아 있던 사장은 놀란 마음에 온몸을 미친 듯이 떨었다.금도 4대 가문 중 하나인 주씨 가문의 가주도 이렇게 죽어버린 것이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겐 너무 충격적인 상황이었다.이때 운기는 또 눈길을 한 사람에게 돌렸다. 그 사람은 바로 철봉이다.애초에 화정과 YJ가 차압당한 후, 철봉은 바로 운기를 배신하고 은씨 가문을 찾아갔다.방금 운기는 철봉이가 은씨 가문의 경호원으로 집 안에 서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곧이어 운기는 두 손을 등 뒤에 짊어진 채 천천히 철봉의 앞으로 걸어갔다.운기의 눈빛을 알아차린 철봉은 재빨리 운기에게 용서를 빌었다.“운기 형, 잘못했어요! 전 그저 은씨 가문에게 속은 거예요!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앞으로 계속 운기 형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짝!”운기는 손을 들어 철봉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속았다고?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 내가 초라할 때 도망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떻게 적에게 달려갈 수 있어? 넌 이젠 내 적이나 다름없어!”운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자신의 초라해진 모습을 보고 떠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철봉의 행동은 정말 운기를 실망하게 만들었다. 특히 운기는 그가 은씨 가문을 찾은 것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지난날의 정분을 봐서 살려는 줄게. 스스로 손목을 하나 자르고 다신 서천에 나타나지 마.”운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철봉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에게 있어서 손목을 자르는 건 죽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철봉이가 머뭇거리는 것을 보자 운기는 표정이 굳어졌다.“왜? 못하겠어? 내가 나서면 손목 하나로 끝나지 않을 거야!”철봉이
이때 아직 숨이 붙어있던 경수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때 용미가 운기의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오빠, 절 놔주시면 밤새도록 오빠를 정성껏 모실게요. 남자들은 다 이런 걸 좋아하잖아요.”용미는 독고 가문을 내세워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었다.운기는 얼른 코를 막고 말했다.“넌 죽는 편이 좋을 것 같네. 내가 말했듯이, 난 독고 가문도 소멸할 예정이니 너도 죽어줘야겠어.”운기는 말을 마치자마자 용미의 목을 잡았다.“빠직!”용미는 목이 꺾이면서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뒤 돌아 경수를 보자,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창양시에서 처음 경수를 만난 이후로, 운기는 늘 큰 산에 짓눌리듯이 마음이 답답했다.경수의 시체를 보자, 운기는 드디어 그동안 느꼈던 답답한 마음이 깨끗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운기는 이런 기분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했다.“여러분, 은씨네 어르신이 어디 계신지 아시나요?”운기는 고개를 돌려 사장들을 바라보았다.비록 은광덕과 경수는 처리했지만, 은씨 가문에는 아직 은지섭이 남아 있었다. 은씨 가문을 모조리 없애려면 한 명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더불어, 은지섭은 은씨 가문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갖고 있기에 절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그중 한 사장이 일어서서 말했다.“운기 도련님,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은씨네 어르신은 무술에 빠졌답니다. 은씨 가문과 독고 가문이 사돈을 맺은 후, 은씨네 어르신은 줄곧 독고 가문에 틀어박혀 무술을 배우느라 현재 금도에 계시지 않습니다.”“독고 가문에 있다고? 그럼 당분간은 살려두지. 독고 가문을 없애는 날이 그의 기일이 될 거야.”운기가 중얼거렸다.화정이 무너질 수 있었던 것은 독고 가문의 도움이 컸다.운기는 반드시 독고 가문 전체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다짐했고, 반드시 말한 대로 할 것이다.그러나 지금 운기의 실력은 허단에 처해있기에, 아직 독고 가문을 찾아가 복수하기엔 부족했다.
“그래도 보란 듯이 살아 돌아왔잖아. 은씨 가문은 내가 살아 돌아올 줄은 예상 못 했나 봐.”운기는 웃으며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이정재를 보았다.“정재 삼촌,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이정재는 화정 그룹의 본부장일 뿐만 아니라, 화정 그룹의 원로다. 더불어, 류충재와 함께 화정을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운기야, 우리가 곧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조사에 착오가 생겼다면서 무죄로 풀려나게 되었어.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은씨 가문이 이대로 우리를 풀어줄 리는 없잖아.”이정재는 예상 밖의 상황에 호기심 가득해 보였다. “맞아요, 운이 형. 갑자기 왜 상황이 달라진 거예요?”독니도 무척 궁금했다.그들은 잡혀가자마자 곧 유죄를 판고 받았고, 재판 날짜도 모두 정해졌는데 갑작스럽게 풀려난 것이다.“왜냐하면, 제가 은씨 가문을 소멸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두 사람을 구하러 올수 있었던 거예요.”운기가 웃으며 말했다.“뭐라고? 네가 은씨 가문을 소멸했다고?”이정재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독니도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운기야, 너, 너 그 말이 사실이야? 은씨 가문은 독고 가문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네 외할아버지마저도 속수무책 했는데, 네가 정말 그 은씨 가문을 소멸했다는 거야?”이정재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독고 가문의 도움을 받은 은씨 가문은, 무력은 물론 권력도 엄청났기에 운기가 그들을 어떻게 없애버린 것인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정재 삼촌, 만약 은씨 가문이 없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삼촌과 독니가 풀려났겠어요?”운기가 웃으며 말했다.“네 말이 맞긴 해.”이정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운기야, 네가 정말 기적을 창조했구나, 네 외할아버지께서 정말 옳은 선택을 하신 거야!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이정재는 운기가 은씨 가문을 소멸한 것만으로도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정재 삼촌, 화정은 다시 저희 손에 돌아왔어요. 앞으로 회사 내에 처
“빵빵빵!”귀를 찌르는 듯한 나팔소리가 울리자, 운기는 변두리로 옮겨 길을 양보한 후 계속 아파트로 걸어갔다.운기가 이 벤츠를 지나갈 때, 벤츠가 갑자기 멈추었다. 곧이어 조수석의 차창이 천천히 열렸다.“임운기, 역시 너였구나!”조금 익숙한 목소리가 운기의 귓가에 울렸다.운기가 고개를 돌려 보자, 조수석에 앉은 여자는 운기가 대학 시절에 만났던 여자 친구, 보람이었다.류충재와 만나기 전에 보람이한테 가혹하게 차였던 운기는, 화정 그룹 창양 지사를 손에 넣자마자 보람이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해고했다.당시 보람이는 운기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빌었지만, 운기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 이후로, 운기는 거의 보람이를 만난 적이 없었다. 물론 운기도 굳이 보람이의 소식을 알아보진 않았다. 보람이한테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보람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보람아, 너였구나. 정말 오랜만이야. 예전엔 BMW를 타려고 날 차버리더니, 지금은 벤츠를 타고 있네? 정말 점점 대단해지고 있나 봐.”운기가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 난 너와 헤어져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 오히려 넌 화정 그룹이 망한 탓에 거지새끼가 되어버렸다며?”보람이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화정이 망했다는 소식이 현지 뉴스의 헤드라인에 올랐기에, 보람이도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보람이는 화정이 망했다는 소식에 매우 기뻐 보였다.“맞아.”이때 운전석에 앉아있던 중년 대머리 뚱보가, 고개를 돌려 운기를 보며 비꼬듯이 말했다.“그렇다면 당신이 류충재의 외손자, 화정 그룹의 도련님이신가 봐요. 임 도련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쁘네요.”이때 옆에 있던 보람이가 입을 열었다.“임운기, 소개해 줄게. 이 분은 내 남자친구 TQ호텔의 본부장인 나용준 씨야.”보람이는 마치 운기의 앞에서 과시하려는 것처럼 오기가 넘쳤다.운기는 나용준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보람아, 넌 정말 갈수록 안목이 낮아지나 봐. 전에 만나던 그놈은 어쨌든 젊은 도련님이었는데
특히 용준은 방금 자신이 운기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리자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보람아, 방금 뉴스에서 이미 다 말한 것 같은데, 아직도 내 말을 못 믿는 건 아니지?”운기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보람이를 바라보았다.“나, 나…….”보람이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운기는 또 용준을 보며 말했다.“보람이가 방금 TQ호텔의 본부장이라고 소개했었죠? 그럼 제가 이따가 금도 상업 연합회에 전화해, 어디 한번 잘 부탁드리도록 하죠.”운기가 담담하게 말했다.운전석에 앉아있던 용준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온몸을 떨었다.“운, 운기 도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방금 말실수를 한 거예요. 제발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용준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운기를 보며 용서를 빌었다.방금 그가 운기를 함부로 대할 수 있었던 것은, 화정이 파산되었기에 운기는 돈도 권력도 없는 가난한 놈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화정은 이미 차압이 풀렸고, 운기도 신분을 회복했다.‘은씨 가문처럼 대단한 가문마저 쉽게 없애버렸는데, 나 같은 놈 죽이는 건 정말 쉬울 거야.’이런 생각에 용준은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살려줄 수는 있지. 일단 이 여자한테서 멀리 떨어져, 안 그러면 널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운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네,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용준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보람이를 보며 꾸짖었다.“아직도 안 내리고 뭐 하는 거야? 앞으로 다신 TQ호텔에 나타나지 마.”“자기야, 날 버리지 마!”보람이는 포기하지 않은 채 용준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금도에 온 후, TQ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했었다. ‘그동안 내가 이 뚱보를 꼬시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이제 방금 이사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제대로 호강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리다니, 절대 동의 못 해!’“너랑 계속 만났다간 내가 죽게 생겼어. 당장 내 차에서 내려!”용준이가 보람이를 향해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