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 얼어 죽을! 겁나면 그냥 겁난다고 해.”윤도훈의 말을 백아름은 조롱하듯 물었다.“그래. 나 무서워. 됐어?”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백아름이 좀 모자란다고 속으로 생각했다.백아름을 처음 만났을 때, 윤도훈은 상대가 도도하고 차가운 존재라고만 느껴졌었다.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이제 와서 보니 백아름은 유치하기 그지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그 외에는 딱히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한눈에 봐도 집에서 버릇없이 자란 아이처럼 자기 의사 표현이 엄청 강한 것 같았다.세상 물정에 어둡고 조금의 억울함도 견딜 수 없는 그런 미숙한 사람.걸핏하면 자신의 실력을 떠벌리고 겸손할 줄 모른 채 실력을 낱낱이 드러내고 말이다.보아하니, 어릴 때부터 문파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자랐고 매를 맞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만약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아마 조만간 손해를 보고 말 것이다.그리고 윤도훈은 백아름과 정말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윤민기 측의 인수, 실력을 비롯한 그 어떠한 상황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만약 윤민기 측의 사람들이 오게 되면 백아름을 ‘도우미’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무서워? 무서우면 무릎 꿇고 사과해!”백아름은 윤도훈이 자기를 무서워한다고 인정하자 더욱더 포악해지고 오만해졌다.마냥 어이가 없어진 윤도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일어서더니 손을 뻗어 자기 바지를 풀기 시작했다.“너... 뭐하는 짓이야?”백아름은 당황해 마지못하면서 물었다.‘저 미친놈이 왜 저러는 거야...’“백소주, 내가 지금 일을 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자리 좀 내주면 안 돼?”백아름이 계속 주시하는 바람에 윤도훈은 짜증이 나서 텐트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퉁명스럽게 물었다.“너...”백아름은 그 말을 듣고서 얼굴이 붉어졌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이를 악물고 윤도훈을 뒤따라갔다.윤도훈을 지켜보면서 절대 자기 시야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태세였다.텐트 밖으로 나온 윤도훈은 스스
계속 옆에 두면 자꾸 쳐다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귀찮게 구니 말이다.같은 날 점심, 나청현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윤도훈과 백아름까지 소집하여 긴급회의를 열었다.임시 지휘부로 삼은 텐트 안에서 그 회의가 시작되었다.백아름은 윤도훈 보자마자 거의 눈빛으로 죽일 것만 같았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얼굴도 약간 붉어지고 어색함도 뒤따라 찾아왔다.그리고 윤도훈은 어딜 가나 인질인 윤보검을 데리고 다녔다.윤도훈에게 들려서 온 윤보검은 서서히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그러자 윤도훈은 또다시 뒷덜미를 확 내리치고서 기절하게 만들었다.나청현, 진석진, 그리고 조상승까지 다들 놀라워 마지 못했다.“벌써 해결하고 온 거예요? 레바도르 무장은 모두 죽였습니까?”백아름은 윤도훈에게서 눈을 떼고 나청현을 향해 물었다.그러자 나청현은 무거운 목소리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레바도르는 다 죽었는데... 우리 측에서 죽인 게 아닙니다.”이윽고 윤도훈과 백아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모든 걸 듣고 난 두 사람의 얼굴엔 충격의 빛이 가득했다.“누가 그랬는지 아십니까?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다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백아름은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이치대로라면 한 무장 세력을 없애더라도 모든 사람을 다 죽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기껏해야 우두머리와 핵심 인원만 죽이고 다른 멤버들은 도망가거나 자기편으로 만드는 게 대다수이다.그러나 레바도르 무장은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금심월 지역 세력이 한 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수단으로 판단해 본다면 고대 무술 세력의 고수가 한 짓으로 보입니다. 유적지를 타깃으로 온 것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이곳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그들은 어두운데 우린 밝은 데 있는 셈이죠.”윤도훈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나청현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앞으로 서로 다른 두 세력과 맞서 싸
나청현의 제안을 듣고서 윤도훈은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은둔 윤씨 가문과 자기 사이에 원한이 어느 정도일지 나청현은 모를 것이니 말이다.부모를 죽인 원수는 하늘에 사무치는 것이므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하지만 윤도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살을 찌푸리며 듣고 있었다.나청현이 모르는 일이니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물론 나청현 뿐만 아니라 윤민기 역시 그 깊은 원한을 모르고 있다.“도훈 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나청현은 한참을 말하고 난 뒤 윤도훈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윤도훈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속으로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결국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아내와 아이만 무사하게 돌려준다면 별다른 의견 없습니다.”어찌 됐든 일단 이진희와 율이 부터 무사하게 데리고 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물론 윤도훈은 속으로는 윤민기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윤민기가 사골 장로의 증손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기 손으로 윤민기를 죽이겠다는 결심이 내려졌기 때문이다.사골 장로에게도 가족을 잃게 되는 아픔이 어떠한 지 제대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그날 밤.“이 유적지 입구는 어떻게 됐습니까?”나청현은 진석진 일행을 데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와 이곳을 지키는 전관을 향해 물었다.윤도훈은 따라서 오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지금 이 유적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머릿속에는 온통 이진희와 율이의 안위뿐이었다.이진희의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윤민기가 이진희의 핸드폰을 망가뜨렸는지 아니면 오고 있는 중이었는지 전화를 받지않고 있었다.여하튼 연락이 되지 않으니 윤도훈은 점점 더 불안하기만 했다.그리고 백아름은 또다시 고개를 골려 윤도훈만 주시하고 있다.“나 장관님, 이 입구의 결계 강도는 그 뒤로 더는 변화가 없었습니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전관이 나청현에게 보고했다.“그래?”나청현은 그 말을 듣고서 눈살을
장씨 성의 전관은 이들의 서술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을 포착하고 연결해 몇 가지 단서를 어렴풋이 짐작해 냈다.첫째, 이전에 결계가 약해졌을 때는 바로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때였다.코브라 조직이 레바도르 무장세력으로부터 이 유적지 입구의 통제권을 빼앗았든, 상대방이 와서 반격했든 간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었다.둘째, 이 유적지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은 그동안 이상한 음풍을 자주 느꼈었다.상대적으로 밀폐된 동굴이라 바람이 일 곳이 없는데도 말이다.“설마, 이 유적지의 입구 결계는 음혼을 흡수해야 점점 약해지고 열리게 된다는 뜻입니까?”그 전관은 중얼거리며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나청현은 그 말을 듣고서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자세히 설명해 보시죠.”이윽고 전관은 두 가지 주목할 점과 자신의 추측과 분석을 말했다.그가 보기에 이 결계가 며칠 전에 계속 약해진 이유는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죽은 사람들이 음혼이 되어 이 결계 속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요 며칠간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고 음혼이 모두 흡수되었기 때문에 결계는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설명을 듣고 난 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였다.“그 말대로라면 계속 사람이 죽어야 결계가 열린다는 말입니까?”조상승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저도 추측일 뿐입니다.”그런데 이때 나청현의 안색은 한동안 변화무쌍하더니 낮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게 되었다.레바도르의 보금자리에 살아남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시체가 여기저기 널리 널려있다는 것.‘설마...’다음 날 오전, 낯선 번호로 온 전화를 받고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윤도훈은 정신이 번쩍 뜨고 말았다.윤도훈을 계속 빤히 쳐다보던 백아름은 긴장해하는 윤도훈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여보세요?”윤도훈은 바로 전화를 받고서 무거운 소리로 물었다.“헤헤, 많이 기다렸지?”전화기 너머에서 윤민기의 괴상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코를 훌쩍이는 소리까지 함께 말이다.“도착했어?”
이진희의 예쁜 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윤민기를 노려보는 그 눈빛에는 분노보다 더한 것이 있었는데, 걱정이었다.“우리 율이는? 우리 율이 어디 있어!”윤민기는 콧물을 닦으면서 사악하게 말했다.“율이? 네 딸? 헤헤헤, 네 몸이나 신경 써. 네 남편이 똑똑하게 행동하지 못하면 넌 어떻게 될 지 나 역시 장담할 수 없어.”“미친놈! 우리 딸은!”이진희는 이를 갈며 욕을 퍼붓고 힘껏 버둥거렸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암력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특수 제작된 쇠사슬에 꽉 갇혀 벗어날 수 없었다.“미친년이 감히 욕을 해?”윤민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이진희의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과 화끈한 몸매를 훑어보면서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난 너한테 별다른 관심이 없어. 근데 우리 소태석 이들은 아니야.”그 말을 들은 윤민기의 옆에 있던 소태석을 비롯한 세 명의 중년 남자는 세상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그들은 모두 금단 강자이며 실제 나이는 겉으로 보이는 중년층만이 아닐 것이다.그러나 예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듯이 나이를 불문하고 정상적인 남자라면 미색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뚱뚱한 중년 부인은 질투로 가득 찬 눈빛으로 이진희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흥분한 윤민기가 갑자기 흥미진진한 표정을 드러냈다.“왔네? 자, 나가자.”그렇게 말하고 난 뒤 윤민기는 중년 부인에게 눈짓을 하고 앞장서서 오두막을 나섰다.중년 부인은 이진희를 묶은 쇠사슬을 덥석덥석 잡아당기며 이진희를 끌고 나갔다.세 명의 중년 남성도 그 뒤를 따랐다.나가자마자 윤도훈을 선두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물론 윤도훈 손에 꽉 잡혀있는 윤보검도 그 자리에 있었다.윤도훈의 뒤에 있는 나청현, 백아름을 비롯한 이들도 금단 강자와 싸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표정이 약간 굳어있었다.그러던 중 윤민기 일행이 나오고 이진희가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 나오는 것을 보고 윤도훈은 눈빛이 확 달라지고 말았고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도훈 씨...”이진희는 윤도훈을 지그시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면서 윤민기를 말리기 시작했다.윤보검은 은둔 윤씨 가문 태상 장로의 친손자로 실력은 별로지만 신분은 낮지 않다.만약 그들의 부주의로 인해 윤보검에게 사고가 생긴다면 태상 장로는 절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민기야, 너 함부로 굴지 마!”“너... 나 죽이려고 그러는 거지?”윤보검도 놀라서 소리쳤다.한편, 약간 흥분한 윤도훈을 보고 나청현도 다가와서 말렸다.“진정하세요! 일단 어떻게든 진정해야 합니다!”“도훈 씨 아내가 아직 상대의 손에 있잖습니까”“제가 나서서 한번 협상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나청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렸다.백아름 역시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로 깨우쳐주었다.“적어도 네 아내는 무사하잖아! 이대로 싸움이라도 벌이겠다는 거야?”지금 양측의 다른 사람들은 윤도훈이나 윤민기가 흥분해서 상황을 수습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하지만 윤민기에게 잡혀 있는 이진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다만 멀리 떨어져서 복잡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윤도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이진희와 눈을 마주쳤는데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예쁜 눈동자에는 죄책감과 애틋함이 가득했다.‘진정해야 해!’‘어떻게든 일단 진정해야 해!’‘진희부터 일단 데리고 와야 해!’“그래요. 나 장관님이 나서서 협상해 주세요. 다른 건 필요 없고 제 딸의 안위만 알면 돼요.”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윤보검을 꽉 잡고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나청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이윽고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무거운 소리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제가 이곳의 최고 책임자입니다. 저와 협상하실 분은 누구십니까?”소태석은 윤민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눈짓을 했다.“민기야, 조급해하지 마.”“흥!”윤민기는 코를 들이마시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소태석이 대신 물었다.“뭘 어떻게 협상할 생각입니까?”나청현은 윤도훈을 한 번 쳐다보고는 상대방을
윤도훈은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율이 역시 쇠사슬에 작은 몸이 묶인 채 차 뒷좌석에 누워있었다.초롱초롱하기만 했던 두 눈에는 공포의 빛이 가득했다.하지만 적어도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보였다.그 모습에 윤도훈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조금 전에 이진희만 보고 율이는 보지 못했던 윤도훈은 순간 가슴이 덜컹거렸다.딸에게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봐서 말이다.“어때요? 보이시죠? 이제 인질 교환이 가능할까요?”소태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청현은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서두를 필요 없어요. 인질을 교환하는 것 외에 다른 일에 대해서도 한 번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네?”소태석은 멍해지고 말았다.윤민기는 멍하니 쳐다보더니 바로 코웃음을 쳤다.“젠장! 논의할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당연히 있죠.”나청현은 원래 계획대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사실 우리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갈등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윤도훈을 상대로 이러한 일을 꾸민 것도 단지 그가 하찮은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기 때문이 아닙니까?”“하찮은 사람이요?”소태석은 눈쌀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네. 당신들 같은 고수로서는 그 사람이 대수롭지 않은 사람이겠죠. 이번에 오신 목적도 이 신비한 유적지를 타깃으로 온 것이라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유적지에는 어떤 위기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소한 모순을 잠시 내려놓고 일단은 함께 저 유적지부터 파고는 게 어떻습니까? 알 수 없는 위험에 직면했을 때, 사람이 많으면 힘이 세다는 이치를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나청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떨어지자 소태석과 윤민기 등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해지기 시작했다.“허허, 코브라 조직도 죽이고 우리 보검 삼촌까지 잡아 놓고 나서 합작?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다들 무슨 실력인데?”윤민기는 코를 훌쩍이며 사악하고 경멸하듯이 물었다.그 말을 듣고서 나청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참 침묵
다섯 명 모두 금단 강자라는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건 사실이다.만약 합작이 성사되지 않으면 이대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백아름만 금단 강자라고 알고 있는 나청현은 일 대 오로 싸울 자신이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청현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70% 약속드리겠습니다!”“그럼, 인질 교환부터 할까요?”“민기야.”소태석은 말하면서 윤민기에게 눈짓을 했다.윤민기는 윤도훈을 다시 차갑게 쏘아보았고 마침내 이진희의 쇠사슬을 풀어주었다.“가. 천천히.”이진희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소태석이 말했다.한편, 윤도훈은 눈빛이 몇 번 일렁이더니 마찬가지로 윤보검을 풀어주었다.“가봐.”그 말을 듣고 윤보검은 기뻐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양측의 인질 두 명이 같은 속도의 발걸음으로 천천히 각자의 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고 말았다.이번 인질 교환은 쌍방이 합작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대표하기도 했다.약 10초 뒤 이진희와 윤보검은 서로 엇갈리면서 지나갔다.바로 그때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쏴-그 자리에 서 있던 윤도훈은 예고도 없이 잔영으로 변해 이진희를 향해 돌진했다.한편, 흉악한 얼굴을 한 중년 부인도 전속력으로 윤보검을 향해 달려갔다.순간 윤도훈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몸에는 심지어 한 줄기 푸른 전깃불까지 번쩍이고 있었으니 말이다.체내의 뇌 속성 원소가 폭발하여 윤도훈을 번개로 변해버린 것이었다.그 중년 부인보다 적어도 30%는 속도가 빨랐을 것이다.“도훈 씨...”이진희는 눈앞이 아른거리는 느낌만 들었고 따스한 큰 손이 손목을 꼭 잡는 것이 느껴졌다.순간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편안해지는 것만 같았다.이윽고 윤도훈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그러나 이때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뭐라고 말할 시간이 없었다.이진희의 손목을 잡은 후, 갑자기 부드러운 힘으로 이진희를 나청현과 백아름 쪽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