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실은 오늘 그리 순탄하고 무안하게 흘러갔던 것도 아니었다.하마터면 미친 듯이 내리치는 번개에 맞아 죽을 뻔했으니 말이다.다행히도 전화위복으로 용케이 살아남았고 실력도 전보다 더 강해지게 되었다.하지만 이진희에게 사실 그대로 말해줄 수 없었다.걱정하고 속상할 것이 분명하니 좋은 소식만 들려주고 싶었다.그러나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던 이진희는 상대의 변화를 알아차리게 되었다.지금 윤도훈에게서 예측할 수 없는 무거운 기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형언할 수 없는 안전감을 느끼게 된 이진희는 외적으로 달라진 윤도훈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었다.갑자기 피부가 매끄럽고 탄탄해진 것이 얼굴에서 말 그대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여성스러운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윤도훈은 전과 달리 또 다른 특수한 매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하루 못 본 사이에 더 멋있어진 거 같아...’“도훈 씨, 대체 실력이 어느 정도 돼요?”이진희는 몹시나 궁금해하며 물었다.“이제 막 금단 경지까지 돌파했어.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윤도훈이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이진희는 기대에 잔뜩 찬 모습으로 물음을 이어 나갔다.“난 언제쯤 그 차원에 이를 수 있어요? 다른 건 아니고 가끔가다가 우린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서 그래요. 도훈 씨 발걸음을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전혀 잡히지 않아서 그래요... 멀리서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고 할까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흠칫거리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우리 지금 같은 세상에 함께 살고 있잖아.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실력은 오로지 너랑 율이 지켜주는 데만 사용되어 있어. 그 외에 다른 건 하나도 없어.”감언이설이나 다름없는 말에 이진희는 자기도 모르게 보조개까지 드러내면서 웃었다.이윽고 수줍다는 듯이 입술까지 사리물고서 윤도훈을 흘겨보았다.“하여튼 입만 살아서.”속으로는 무척이나
이것저것 말하다 보니 어느새 화제는 성시아와의 합작까지 오게 되었다.“도훈 씨, 오늘 시아 씨랑 여러모로 서로 얘기를 주고받았었어요. 그중 기술 차원에 대해서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우리 측 연구 개발팀도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그린 제약회사랑 기술 교류 같은 걸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는데, 아직 얘기 중이에요. 바로 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거든요.”이진희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달라진 눈빛과 진지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그린 제약회사의 약품도 모두 도훈 씨가 만들어 낸 거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도훈 씨 의견부터 듣고 결정하려고 해요.”“그 전에 미리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시아 씨네 회사 설립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러 유전병에서 좋은 성과도 꽤 많이 얻었다고 해요.”“그뿐만 아니라 시아 씨네 회사는 P시 갑부인 성씨 가문이 뒤에서 지지해 주고 있어요. 만약 비즈니스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린 제약회사에 획기적인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물론 유전과 유전병에 대해서 지금 국내에서 연구가 가장 깊은 회사인데, 만약 합작만 할 수 있다면 율이 몸에 있는 저주에 관해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훈 씨 생각은 어때요?”이진희 말에 윤도훈은 흠칫거렸다.율이를 걱정해주고 신경 써주는 그 모습에 감동이 밀려왔다.“그래.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해. 그 회사와 기술 교류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이진희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윤도훈의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분위기도 점점 무르익자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부드럽게 뽀뽀를 했다.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이진희는 간드러지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윤도훈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우리 여보한테서 좋은 냄새 나.”“변태...”얼굴이 빨개진 이진희는 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윤도훈은 천천히 더 깊이 들어
백아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윤도훈은 눈을 뜨고 웃었다.의외라는 모습과 더불어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하판파 소주 백아름 아니야?’‘왜 여기에 있는 거지? 백아름 역시 이번 임무에 동참하나?’윤도훈은 속으로 은근히 놀라기도 했다.은둔 문파를 등에 업고 있는 하란파인지라 수련 조건이 우월한 모양이었다.한동안 보이지 않던 백아름의 실력이 무려 결단 중기에서 금단 초기로 돌파했기 때문이다.그뿐만 아니라 얼음 속성을 각성하기도 했는데 진급 체질로 그 수련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진석진을 비롯한 대원들의 ‘환호’소리를 듣고서 윤도훈의 시선은 늠름한 청년에게로 향하게 되었다.‘창섭 군신이라고 하는 나청현인가?’‘결단 후기 절정 실력인 것 같은데?’일반적인 고대 무림 세가 중에서 요괴급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나청현이다.염하국 부대에서 불과 1년 만에 새로운 군신을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라고 윤도훈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진석진과 나건운에게서 들은 바가 있는데 창섭 군신이라고 하는 나청현은 적어도 신경 강자라고 했었다.하지만 직접 느껴보니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윤도훈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듯 나청현 역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두 눈에서 매서운 냉기가 번뜩이며 덤덤하게 콧방귀만 뀌고 말았다.하지만 나청현 옆에 있는 백아름은 윤도훈을 보고서 놀란 모습을 드러냈다.그녀 역시 이곳에서 윤도훈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모습이었다.청황 대회 개인 시련에서 윤도훈에게 억울하게 당한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이불킥할 정도였다.백아름은 이를 악물고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이윽고 도발적인 기색이 역력한 채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나 대위, 그동안 잘 지냈는가?”나청현을 보고서 양진석은 웃으며 인사했다.나청현은 바로 공손하게 양진석에게 군례를 했다.“양 대장님, 대위 나청현 인사드리겠습니다.”창섭 군신인 나청현 뒤에는 기세 당당하고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는 병사들이 잇달았다.그 병사들은 모두 ‘경천위’의
둘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임무에 영향을 준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정 안되면 이번 임무에서 윤도훈을 제외할 수밖에 없다.그 말이 떨어지자 윤도훈을 나청현을 바라보면서 흥미진진한 모습을 드러냈다.“좋습니다. 딱 세 번까지만 먼저 공격하게 하죠.” 자신만만해 보이는 윤도훈의 대답에 나청현은 피식 웃었다.“굳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제 사촌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 개인 시련 중에 죽임을 당했으니, 그 자신의 실력이 남보다 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특별히 그를 위해 복수 따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공격을 받아주시기로 선택하셨다면 전 최선을 다해 공격에 임할 것입니다. 부디 잘 생각하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눈썹을 들썩였다.나청현에 대해서 별로 악감정도 들지 않았다.적어도 상대는 정정당당하게 미리 말하고 시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어디 한 번 최선을 다해 보세요. 봐주실 것도 없습니다.”윤도훈은 덤덤하게 말하면서 그 어떠한 요동도 보이지 않았다.금단 경지를 돌파하기 전부터 이미 금단 강자를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었기 때문이다.나청현은 비록 결단 후기 절정의 실력자이지만 윤도훈을 다치게 하기에는 갓난아이였다.“좋습니다!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이윽고 발밑을 툭툭 거리더니 나청현은 바로 윤도훈을 향해 달려들었다.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주먹에 힘을 담아 윤도훈의 가슴을 내리쳤다.‘난 분명히 말했어! 절대 봐주지 않는다고!’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진석진 역시 얼굴에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고 윤도훈 대신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상대는 무려 창섭 군신이었으니 말이다.만약 나청현이 최선을 다해 공격한다고 하면 윤도훈이 막아낼 수 있을까?이러한 의문도 들기도 했다.양진석 역시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하지만 얘기를 마치고 시작한 상황에서 끼어들 수가 없었다.긴장한 사람들과 달리 백아름은 흥미진진하
주먹 맞대고 싸우고 있는 윤도훈과 나청현을 보고서 사람들은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와 반대로 양진석은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진석진을 비롯한 용검 특수 작전 부대 대원들은 하나같이 감격하고 탄복하는 모습을 드러냈다.윤도훈이 무려 전설속의 인물 창섭 군신과 맞서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진석진이다.백아름 역시 표정이 다소 편안해졌다.윤도훈을 위해 손에 땀을 쥐게 한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실력이 그보다 한 수 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심 득의양양했던 것이다.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 백아름의 두 눈에 또다시 경멸이 떠올랐다.‘네가 아무리 뛰어난 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한테는 쨉도 안 돼. 너한테는 충분한 수련 자원과 조건을 제공해 줄 만한 빽이 라는 게 없잖아. 하지만 난 달라. 난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고 문파의 자원 지지를 얻고 있거든. 그 덕분에 단기간에 결단 중기에서 금단 경지까지 돌파할 수 있었던 거야.’‘그리고 넌 지금 결단 후기 절정 따위랑 비길 수밖에 없는 실력을 지니고 있지. 어디 감히 겁도 없이 날 모욕하고 능멸했는지 난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이제 기회 봐서 너한테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고 말 거야.’한편 경천위 팀은 팀장이 윤도훈과 비기고 있자, 도발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창섭 군신에게 절대 인정사정 봐주지 말라면서 윤도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라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쳤다.나청현은 윤도훈과 한 번 마주치고 나더니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흥분하기 시작했다.고함을 한 번 지르고서 나청현은 또다시 윤도훈을 향해 돌진했다.두 눈에는 강렬한 전의가 솟구치고 있었다.나씨 가문은 고대 무세 가문으로서 나청현은 또래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으뜸이다.지금껏 단 한 명의 적수도 만난 적이 없는데, 오늘 뜻밖에도 그와 막상막하한 실력을 지닌 윤도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한바탕 통쾌하게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 좋기만 했다.그런 나청현의 모습에 윤도훈은 어이가 없어
“앞서 약속한 바에 따르면 전 나 대위님의 공격을 세 번이나 다 받아주었습니다.”윤도훈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나청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흥이 와장창 깨진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아직 윤도훈과 마음껏 싸우지 못한 게 분명해 보였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흥! 이번 임무에 동참할 자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촌 동생 죽음에 대해서는 이로써 넘어가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나청현은 몸을 돌려 한쪽으로 걸어갔다.속으로 은근히 불쾌하고 달갑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만은.‘이럴 줄 알았더라면 한 10번은 공격하는 건데...’‘한참 재미있었는데...’그때 진석진과 용검 특수 작전 부대 대원들은 존경을 넘어 숭배하는 모습으로 윤도훈 앞으로 달려갔다.“윤 총장님, 너무 대단하십니다! 창섭 군신과 비기시다니!”“창섭 군신께서는 보통 인물이 아니십니다. 지금껏 쌓아온 공적도 많으시고 염하국뿐만 아니라 대외로도 지금까지 적수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었습니다.”“역시! 윤 총장님! 멋있으십니다!”그들 마음속에 있어서 나청현은 이 나라 군부의 신화 같은 존재이다.그러나 오늘 신화에 필적하는 윤도훈을 보게 되면서 어쩌면 그 신화도 무너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까지 들었다.정작 당사자인 윤도훈은 그러한 칭찬을 들으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날 오전.군 수송기 한 대가 에이스들을 전투기에 태우고 염하국 북서쪽 국경으로 향했다.B국을 넘어 금신월 지역으로 바로 직진해 갔다.이튿날 새벽, 날이 밝기도 전에 윤도훈 일행은 금신월 지역에 도착했다.지금 코브라 조직과 염하군 군부에서 유적지를 장악하고 있다.이번 임무에서 나청현은 최고 지휘관을 맡았고 진석진과 윤도훈은 보좌역할을 하게 되었다.그리고 백아름은 따라서 오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다.정말로 힘든 전투가 벌어져야만 백아름이 나서서 도와줄 것이다.이곳으로 오고 나서 나청현, 윤도훈 그리고 진석진은 가장 먼
윤도훈뿐만 아니라 나청현과 진석진 역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코브라 조직은 자수할 준비를 하고 모든 것을 넘겨주기도 했다.그러한 상황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겠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굳이 군부와 함께 레바도르 무장과 싸우려고 하고 심지어 레바도르 무자에서는 신의눈물 조직까지 데리고 왔는데도 말이다.조상승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 역시 이상하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두사는 레바도르 무장에서 자기 팀의 대원들을 죽였다면서 직접 복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코브라 조직에도 고수들이 많고 우리 측의 힘도 제한되어 있으니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에 레바도르 무장과 그들이 고용해 온 신의 눈물에서 우리를 상대로 습격을 한 적이 있는데, 만약 구두사가 아니었다면 우린 이미 유적지를 빼앗겨 버렸을지도 모릅니다.”그 말을 듣고서 나청현은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상황이 그러하여 코브라의 도움이 필요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코브라의 구두사와 다른 핵심 요원들도 소집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체 무슨 수작을 벌리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하겠습니다.”“네.”조상승은 명을 받들었다.그리고 조상승이 코브라 사람들을 소집하러 간 틈을 타 몇 사람은 그 유적지 입구에 도착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아름도 바로 뒤따라왔다.금심월 지역은 대부분 산악 지역이고 이곳의 돌산으로 연결되어 있다.유적지의 입구는 바로 동굴 안에 있다.자욱한 빛의 장막이 가장 먼저 보이더니 그 안에는 또 다른 공간이 숨어있는 것만 같았다.막상 뚫고 들어가려고 하면 에너지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여기가 바로 입구입니다! 뭐가 들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윤도훈 일행을 데리고 온 한 부관이 조용히 말했다.빛이 자욱한 광막 입구를 보면서 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러나 그때 백아름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입구..
사십 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로서 여유로우면서도 늠름한 자태가 물씬 풍겼다.‘윤보검? 윤 씨?’본명을 알고 난 윤도훈의 두 눈에는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윤세영 말이 맞았네.’코브라는 확실히 은둔 윤씨 가문에서 지지하고 있는 외부 세력이었다.심지어 금심월 지역에서 개인 무장 세력까지 만들고 마약 밀매를 일삼아 왔었다.“이 두 분은 새로 오신 장관이십니까?”텐트 안에 있던 윤보검은 조상승과 함께 들어온 윤도훈과 나청현을 보고서 벌떡 일어나 웃는 얼굴로 물었다.“네, 이 두 분은...”조상승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사람을 소개하려고 했다.그러나 그때 나청현이 나서서 말을 끊어버렸다.“소개할 필요 없습니다.”나청현은 의자를 가리키면서 무덤덤한 얼굴로 윤보검에게 말했다.“다들 앉아서 듣습니다. 앞으로 나 장관이라고 부르면 되고 내가 이곳의 최고 지휘관이라는 점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질문 몇 개만 하겠습니다. 사실 그대로 대답하기 바랍니다. 아니면 처차한 결과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나청현은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면서 두 자루의 예리한 검처럼 윤보검 일행을 훑었다.윤도훈은 그 광경을 보고서 눈썹을 들썩였다.‘참 마음에 드는 친구일세.’그러나 구두사 윤보검과 그의 부하들은 나청현의 말과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눈 밑 깊은 곳에 음침한 빛이 은은히 번득일 정도로 말이다.윤보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바로 억지웃음을 자아내면서 말했다.“그럼요. 장관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할 테니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좋습니다.”나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자에 앉았다.“여기에 남아있는 목적이 뭡니까? 레바도르 무장 세력에 대항할 때 힘이 되고자 하는 것이 본심입니까?”그 말을 듣고서 윤보검은 멍하니 있다가 바로 비분강개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다.“그럼요! 레바도르 무장과 저희 코브라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거기까지...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여기서 시간을 끌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