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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이진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 말하는 거예요?”

윤도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 일기책 본 거 아니야?”

이 말을 들은 이진희는 놀란 토끼처럼 윤도훈과 눈을 마주치기 두려워했다.

예쁘고 보드라운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네? 누가 어머니 일기를 훔쳐봐요?”

윤도훈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안 봤다고? 난 그냥 일기책이라고 했지, 우리 엄마 일기라고 안 했는데? 안 봤는데, 어떻게 우리 엄마 건지 알아?”

이진희는 시선이 흔들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윤도훈의 팔을 꼬집었다.

“도훈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하나도 모르겠네?”

이진희는 모른 척하면서 자신의 당황스러움을 감췄다.

윤도훈은 이진희의 손을 꽉 잡고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진희는 얼굴이 빨개져 윤도훈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고 아등바등했다.

윤도훈의 큰 손은 강철처럼 단단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었다.

“도훈 씨!”

이진희는 억울하다는 듯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윤도훈은 자신을 도구로만 여긴다고 했던 이 여자를 보면서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설렘이 생겼다.

“여보, 어떤 일은 그렇게 딱 알려고 하지 마. 알아도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면 돼. 어떤 일은 당신이랑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

여기까지 말하고 윤도훈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진지하게 이진희에게 말했다.

“이젠 어떤 일들은 다 알았으니까 결정할 때가 됐지? 난 깊은 원한과 산처럼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어. 이 원한과 책임은 언젠가 나랑 율이에게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자! 넌 우리 부녀랑 이런 일에 엮일 필요 없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진희는 윤도훈의 뺨을 때렸다.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분노만 남아있었다.

“당신이랑 율이의 일? 하하. 윤도훈! 넌 날 뭐로 보는데?”

이진희는 윤도훈의 코를 짚으며 한 글자씩 뱉었다.

“우리가 결혼하려고 마음먹었던 날, 넌 내 사람이라고 내가 말했지! 나 빼고 널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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