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은 한참이나 연구해 보았지만, 돌파하지 못한 그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아직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단 경지에 머물러 있는 것뿐이라고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비록 단전은 완전히 고체화가 되었지만 앞으로 계속 수련하고 결단 중기 그리고 후기를 넘어야만 금단 경지로 돌파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까지 했다.한 방에 금단 경지에 이르러는 건 너무 허무맹랑한 사실이라면서.그 외에 그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상황이 어찌 됐든 윤도훈은 지금 기뻐해 마지 못하고 있다.일시적인 돌파 실패에 비해 후토지체를 각성하여 특수한 체질로 업그레이드했으니 앞으로 그 힘이 대단할 것이라면서.갱에서 나온 윤도훈은 그제야 다음날이 밝았음을 알게 되었다.한편, 역천시 구치소에서.구치소에서 나온 구연희는 그동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졌다.대문 앞에서 구교환 일행이 구연희를 기다리고 있었다.초췌하기 그지없는 손녀의 모습을 보고서 구교환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그와 동시에 윤도훈에 대한 한이 더욱 깊어져 갔다.다행히도 방시혁 부자와 대사문이 바닥나면서 구교환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비록 방시혁과 어느 정도 아는 사이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구교환 역시 대사문과 함께 불법 행위에 참석했다는 것에 대해 말이다.게다가 강진시 한의약 협회 회장이라는 신분으로 사회적 지위가 있어 일반인들 보다는 좀 쉬웠다.며칠 동안 구교환은 여기저기 인맥을 총동원하여 구연희를 보석해 낸 것이다.구연희 역시 대사문 구성원이 아니라 구교환이 힘 써준 덕분에 힘겹게 벗어났다.“할아버지.”구교환을 보고서 구연희는 울먹이며 바로 안겼다.억울함과 분노에 눈물이 터져 나왔고 구치소에 있는 동안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모든 억울함을 느껴보았다.“그만 울어.”“호텔로 가서 다시 얘기하자.”“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꼭 복수해 줄게.”20분 뒤, 어느 호텔 방안에서.구교환과 구연희만 있는 호텔 방안에서 구연희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기 제가가 윤도훈한테 죽었으니, 스승님께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 스승님께서 나서주신다면 윤도훈 그놈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구교환은 삼엄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만만해했다.구연희 역시 그 말을 듣고서 정신을 차린 채 복수의 불꽃을 피우기 시작했다.“좋아요.”“할아버지, 제발 스승님한테 윤도훈 그놈 갈기갈기 찢어버려 달라고 하세요.”“윤도훈! 미친놈!”“우리한테 더 대단한 빽이 있다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무하마을.윤도훈은 차를 차고 이 마을과 10리 정도 떨어져 있는 역에서 내렸다.무하마을은 외부와 그 어떠한 연결도 없다는 듯이 무언의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다.그 안으로 향하는 마을버스가 한 대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윤도훈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역에서 내려 걸어서 무하마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가는 도중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고대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건축물도 풍경도 모두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오전 9시 30분, 윤도훈은 행인들에게 물으면서 황보신혁이 준 지도에 따라 목적지에 이르게 되었다.고대 장원과 같은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곳에는 작은 건축물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장원 대문에는 용이 춤추는 듯한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익명각’이라고 쓰여 있었다.‘익명각? 이름 하나 대범하네.’‘무구지라는 그 무당 좀 봤으면 좋겠어.’‘이름대로 운명을 거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율이의 저주를 풀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윤도훈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익명각 안으로 향했다.익명각 대문을 여는 순간 어떤 소녀가 다가와 문을 열었다.상대는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각하는 누구십니까? 익명각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윤도훈은 바로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했다.“윤도훈이라고 합니다. 익명각의 무몽님을 뵙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것입니다.”“저희 각주를 찾으시는 겁니까? 어디에서 오신 겁니까? 혹시 각주와는 미리 예약을 하
마른 노인은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유 모를 차가움과 의문을 드러내고 있었다.“악연이요?”다짜고짜 상대에게 그러한 말을 듣게 된 윤도훈은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저와 처음 보는 사이라고 직접 말씀하시고서 악연이라니 그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윤도훈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두 눈에 의혹을 품고 있다.용천관철술을 지니고 있는 윤도훈은 무몽과 어떠한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어쩌면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암시일까?’‘무몽 그리고 역명각과 악연을 맺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일까?’하지만 먼 길을 마다하고 왔으니 이유 모를 느낌 따위에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어쩌면 율이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윤도훈은 웃으면서 가능한 한 상대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느낌을 안겨다 주고 싶었다.마른 노인을 바라보고 있는 윤도훈은 도통 그의 실력을 예측할 수 없었다.그 말인즉슨, 마른 노인의 정체는 적어도 금단 경지 이상의 실력을 지닌 강자라는 것이다.‘조심해야 해.’“제 느낌이 틀렸을 수도 있고요.”무몽은 가타부타 고개를 저으면서 윤도훈과의 ‘악연’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았다.굳이 신경 쓸 정도로 강한 느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하물며 무몽은 윤도훈이 자신과 역명각의 운명 따위를 좌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무몽은 말머리를 돌리면서 예리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제 스승님을 뵙고 싶다고 그러셨습니까?”“네, 역명각을 찾아온 이유는 무구지 선배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입니다. 제 딸이 이유 모를 저주에 걸려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무구지 선배님께서 나서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윤도훈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무몽은 고개를 끄덕였을 뿐 그 어떠한 표정과 정저석 파동도 보이지 않았다.“스승님께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오래되셨습니다. 그렇다고 만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다
무몽은 그 말을 듣고서 어리둥절함과 동시에 의외라는 모습을 드러냈다.윤도훈은 책상 위의 붓을 들어 그 종이에 화룡점점이라고 하는 그 약재를 쓰기 시작했다.지금 겉으로는 그 어떠한 내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실은 마음속으로 웃고 있는 윤도훈이다.‘엄청난 줄 알았는데, 별거 없잖아.’‘단약 제조 재료 적는 게 다였어?’윤도훈의 머릿속에 있는 용황경에는 ‘단약 제조’에 관한 내용이 따로 적혀 있다.비록 현재 실력으로는 적혀 있는 내용대로 단약을 제조해 낼 수는 없지만, 말로 표현할 수는 있다.그 말인즉슨, 윤도훈에게 있어서 이는 테스트가 아니라는 말이다.“화룡정점이라고 하는 그 약재는 전갈의 독입니다.”“전갈의 독 두 냥만 정제하면 연명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무몽은 윤도훈이 적고 있는 글을 보더니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일단 스승님께 보여드리기는 하겠습니다. 만약 이게 정답이라면 스승님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함부로 적은 답이라면 스승님이 그쪽을 죽일 수도 있을 겁니다.”말하면서 무몽은 콧방귀를 뀌며 바로 질의했다.“연명단은 사람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단약입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약재들은 모두 원기를 보충하는 귀중한 것들인데, 화룡점점이라고 하는 약재에 독극물을 썼네요?”그러자 윤도훈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세상 만물은 모두 차면 넘치는 법입니다. 이 연명단에 적혀 있는 약재들을 보아하면 모두 원기에 좋은 것들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전갈의 독을 더해 조화를 이룬다면 그것이 화룡점점이 될 것입니다.”말하면서 윤도훈은 제조 방법까지 적어 내려갔다.200도의 불로 시작하여 뿌리에 물이 없어질 정도로 정제해야 한다...무몽은 윤도훈이 아주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 잠시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였다.실은 마지막 약재가 무엇인지에 대해 무몽 역시 잘 모른다.곧이어 무몽은 윤도훈이 모든 제조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가는 것을 보고 순간 놀라워 마지 못했다.‘그
꽤 넓은 지하 밀실로 인공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온 곳처럼 보였다.밀실 한가운데 커다란 화로가 놓여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푸른색 불꽃이 끊임없이 일렁이고 있었다.밀실이라기보다는 연단실로 형언하는 것이 더욱 적합할지도 모른다.윤도훈은 주술사를 보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무몽의 실력을 간파할 수 없다고 표현한다면 무구지의 실력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감히 마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자신보다 훨씬 위에 있는 존재에 대한 전율이라고 할까.윤도훈은 심지어 무구지의 실력이 그 미친 노인보다 더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지금까지 지켜봐 온 사람들 가운데 가장 깊고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다만 상대의 이미지가 다소 예상 밖이었다.윤도훈의 생각대로라면 주술사는 몸이 바싹 마르고 초췌한 노인이어야 한다.아니면 선풍도골처럼 기품이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여야 한다.하지만 그 모든 상상을 깨부수고 상대는 다소 거친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었다.185 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장포를 몸에 비스듬히 걸친 채 튼튼한 근육을 내놓고 있는 노인이었으니 말이다.그뿐만 아니라 붉은색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무협 소설에 나올법한 인물처럼 보였다.“아가야, 어서 이리로 오너라.”바로 그때 주술사는 제자 무몽이 떠나자마자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손짓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흥미가 가득했다.‘아가야?’어른인 자기한테 아가라고 부르는 주술자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그의 제자 무몽은 60, 70대로 보였고, 단지 그렇게 보였을 뿐 어쩌면 실제 나이는 더 나갈지도 모른다.수련자는 실력이 늘수록 그 자체로 노화가 지연된다.금단 이상의 강자는 200살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라워할 일이 아니다.원영 강자는 500년까지 살 수 있으며 전설 속의 대승 경지까지 수련하면 1000년까지살 수 있다.지금 눈
“그건 아닙니다.”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무구지는 눈빛이 확 달라지고 말았다.이글거리던 눈빛은 단번에 차가워졌고 불쾌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연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냐? 아가야, 어린 나이에 허풍을 치면 안 된단다.”무구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딱딱하게 말했다.그가 보기에 윤도훈은 20대 초반의 애송이로 이러한 단약을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윤도훈의 말에 허풍이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또 혹은 일부러 잘난 척을 하려는 것만 같았다.“단약에 대해 자기만의 연구가 좀 있는 것이 허풍처럼 들렸습니까?”윤도훈은 멍하니 있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무구지는 콧방귀를 뀌며 윤도훈을 흘겨보았다.“자, 내가 말 한대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면 한 번 검증해 보아도 되겠느냐?”“뭐... 그러시죠.”윤도훈은 머뭇머뭇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약속한 이유도 율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기 위함이고 무구지와 검증 또는 논의 따위를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윤도훈이 지금 가장 궁금한 건 무구지가 자기의 뜻을 이뤄줄지 아닐지이다.율이의 저주를 막아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이다.하지만 남에게 부탁해야할 입장이니 일단은 상대의 뜻에 따라 순순히 따라갈 수밖에없었다....역명각 안에서.윤도훈을 맞이했던 그 소녀는 지금 또 다른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구사숙, 마침 잘 오셨습니다. 각주께서 오늘 마침 이곳에 계십니다.”방금 윤도훈을 맞아들였던 그 소녀, 소녀는 윤도훈에 대한 담담함과 달리 다소 열정적인 모습으로 구교환을 맞이했다.비록 구교환은 각주의 기명 제자일 뿐이지만 명목상으로는 이 소녀의 사숙이기 때문에 예의범절을 흐트러뜨릴 수 없었다.“그래. 계시면 됐어.”“스승님 건강은 괜찮으시고?”구교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각주님의 실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훌륭하십니다. 그 말인즉슨, 건강하시다는 뜻입니다.”소녀가 웃으며 말
“스승님, 제자 구교환, 손녀 구연희와 함께 인사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건물 1층 한가운데서 무몽을 본 구교환이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얼굴에는 스승에 대한 제자의 정이 서려 있다.무몽은 겉으로 보기에 그보다 훨씬 어려 보이기도 했다.구연희 역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인사를 올렸다.“처음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구연희라고 합니다.”무몽은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고 말투에 약간의 친밀감을 띠며 말했다.“교환이냐? 어서 일어나거라.”“넌 교환이 손녀냐? 참으로 예쁘게 생겼구나. 하하...”“다들 어서 앉거라.”비록 구교환는 그의 기명 제자일 뿐이지만 사제간의 정이 여전히 둘 사이에 서려 있다.몇 년 동안 제자를 보지 못한 무몽은 구교환이 직접 찾아오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구교환과 구연희는 공손히 인사를 마치고서 선물로 가지고 온 귀중한 물건들을 가지런히 내려놓았다.이윽고 얌전히 무몽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사제였던 두 사람은 옛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구연희는 옆에서 가끔가다가 고개만 끄덕였다.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연희는 발로 구교환의 발을 툭 차면서 눈짓을 보냈다.어느 정도 인사치레가 끝나자, 구교환은 다시 풀썩 무릎을 꿇으며 비분해 마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무몽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교환아, 이게 무슨 짓이냐?”구교환은 무몽을 향해 머리를 세 번이나 조아리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스승님, 실은 또 다른 비보를 전해주고자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들으시고 부디 슬픔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무몽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비보?”구교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스승님, 실은 스승님의 방시혁 제자가 불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순간 무몽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니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시혁이가 죽었다고? 진작에 그에게 그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은 했었다.”방시혁이
뜨거운 지하 밀실에서 무구지와 윤도훈은 한창 열띤 토론으로 들끓고 있다.윤도훈을 ‘아가’라고 부르던 무구지는 어느새 서서히 호칭을 바꾸어 부르고 있었다.토론이 깊어짐에 따라 ‘아가’에서 ‘젊은이’그리고‘각하’로 변하더니 마지막에‘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호칭의 변화는 윤도훈에 대한 무구지의 태도 변화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그들에게 있어서‘친구’라는 표현은 친근감을 느끼고 평등하게 사귀는 태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이보게 친구, 나를 속인 이유가 무엇인가?”한 시간 내내 무구지는 흥분해 마지 못하는 모습으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그러던 그가 갑자기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뜬금없는 듯한 물음을 던졌다.“네?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뭘 속였습니까?”윤도훈은 흠칫거리다가 멍하니 물었다.내내 분위기가 좋았으나 바로 안색이 바뀌었으니 말이다.황보신혁의 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무구지의 성격이 괴팍하고 변덕스럽다고 했던 그 말이.“흥, 아직도 나를 속이지 않다고 우기고 싶은 것이냐? 단약에 대해 연구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통하고 있잖아.”“그래도 날 속이고 있는 게 아니냐?”그러더니 무구지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땀이 흥건해진 윤도훈은 웃으면서 말했다.“연단 기술은 폭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감히 정통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배님, 과찬이십니다.”무구지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끊어버렸다.“그만하거라. 지나친 겸손도 오만이다. 흥!”“그리고 선배라고 그만 좀 부르거라. 너랑 난 뜻이 같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분야도같다. 연단술에도 한의약에도 너만의 견해가 깊어 보이고 내가 내내 궁금해하는 부분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네가 지니고 있다.”“그러한 의미에서 난 너와 앞으로 성이 다른 형제로 지내고 싶단다. 어떠하냐?”“네? 의형제라는 말씀이십니까?”윤도훈은 무구지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역시나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도통 흐름을 잡을 수 없어...’“왜?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