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과 율이가 집에 있었을 때 선택했었던 토마토 계란볶음과 달리 이진희는 요즘 난이도가 꽤 높은 음식에 도전하고 있었다.자기 부모님을 시식 상대로 삼은 것이 분명했다.이천수와 서진현은 당장이라도 자기 집으로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 매 순간 들었다.‘딸은 이래서 키워봤자 소용없어.’이천수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갈비 하나를 집었다.하지만 이윽고 두 눈이 번쩍 뜨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맛있어!”“그래요?”그 말을 들은 서지현 역시 갈비 하나를 들어 맛보고는 이진희를 향해 엄지를 세웠다.두 사람의 반응에 이진희는 기뻐해 마지 못했다.율이가 가장 좋아하는 갈비찜이라 이진희는 열심히 연구했던 것이다.세 사람은 그렇게 오붓하게 둘러앉아 음식을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었다.이천수가 있기 가문의 산업을 이어받고 난 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이진희와 윤도훈 사이의 감정으로 화제를 돌렸다.“진희야, 너 엄마 아빠 눈은 못 속여. 너 지금 도훈이 엄청 사랑하지?”서지현은 웃으면서 물었다.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의 얼굴은 약간 빨개지더니 도도한 모습을 유지한 채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던 네가 요즘 이렇게 바삐 도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설마 우리 먹으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이천수는 질투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말했다.‘내가 어떻게 키운 딸인데... 다 쓸모없어...’‘커서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하더니... 다 쓸모없어...’“아빠, 엄마, 율이한테 해주려고 배운 거예요. 윤도훈 그 나쁜 놈 말고요.”이진희는 여전히 자기 생각을 주장했다.그 말을 듣고서 이천수와 서지현은 눈이 마주치더니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진희야, 그때 도훈이가 너랑 아이 하나 가질 생각 없다고 하더니 그 뒤로 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그래. 너희 둘만의 아이를 원하지 않아? 하나 더 가진다고 하여 율이를 사랑하지 않을 것도 아니잖아. 아니야?”서지현이 계속 옆에서 타일렀다.이진희는 입술을 사리물고서 약간 수줍어하는 모습을 띠
그러한 의미에서 이진희는 다른 말로 설명한 것이다.율이 7살 생일 전에 윤도훈이 그 저주를 풀 수 있다면 아이 하나를 가질 수 있을 수도 있다.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이진희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미쳤어! 정말로 그놈이랑 아이를 낳겠다는 말이야?’“그래. 율이가 좀 더 커서 아이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얼렁뚱땅 지나가려고 하지 마.”서지현은 그제야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바로 이때 별장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이진희는 거실에 있는 모니터를 확인하였는데, 신선처럼 보이는 하얀 수염의 노인이 밖에 서 있었다.손에 무엇인가 들고 있는 것처럼 세상 겸손한 모습으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나쁜 마음을 안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 선물을 주려고 찾아온 사람처럼 보였다.“누구야?”이천수가 물었다.“저도 모르겠어요.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인데...”“확인하고 올게요.”이진희가 대답하고서 밖으로 나갔다....저녁 10시, 늦가을이라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용이군의 밤하늘은 더더욱 그러한 것이 달마저 먹구름에 완전히 가려졌다.윤도훈은 용이군에 있는 어느 한 모델에서 묶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추 비슷한 것을 보고 나갈 준비를 했다.바로 이때 윤도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번호가 이진희임을 확인하고 윤도훈은 재빠르게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 무슨 일이야?”“도훈 씨, 오늘 집에 누가 왔었어요.”이진희가 나지막이 말했다.“누가 왔다고? 누가?”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멈칫거리더니 왠지 모르게 긴장하기도 했다.지금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가 없을 때 누군가가 자기 사람을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은둔 오씨 가문의 태상 장로 오관운이라고 하던데... 볼 일이 있다면서 설명할 일이 있다면서 그랬어요.”이진희는 상대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윤도훈에게 알려주었다.은둔 오씨 가문이라는 말에 윤도훈은 숨이 멈추는 것만 같았었다.상대에서 또 한 명의 고수를 찾아와 복수하려는 줄 알고 말이다.그러
“그래? 그게 뭔데?”윤도훈은 이진희의 말에 바로 호기심이 발동했다.“잠시만요. 찍어서 보내줄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윤도훈은 메시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이진희가 보낸 사진 한 장이었는데, 색채가 다양한 깃털 같은 것이었다.그리고 그 밑에 양피 지도 하나가 깔려 있었다.“이 깃털이랑 지도를 들고 왔어요. 그 어르신이 이걸로 아주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은둔 오씨 가문에서 사죄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거라고 했어요.”이진희가 말했다.설명을 듣고난 윤도훈의 두 눈에는 이상한 빛이 반짝였다.“그래?”은둔 오씨 가문에서 대체 무슨 수작으로 이러는 것인지, 정말로 자기한테 놀라운 배경이 있어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 사람들한테 그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앟아 윤도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진희에게 물건을 잘 챙겨두고서 돌아가서 다시 알아보겠다고 덧붙였다.두 사람은 담소를 좀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기분 정리를 하고서 윤도훈은 모델에서 나와 낮에 갔었던 그 옥석장으로 향했다.먹구름이 달빛에 가려진 밤하늘은 유난히 어두웠고 윤도훈은 잔영으로 변해 여기저기 날아다녔다.일반인 곁으로 지난다고 한들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도훈은 노삼광 소유였던 그 옥석장으로 향했다.낮에 있었던 일로 작업이 중지된 바람에 갱부들이 한 명도 없었다.윤도훈은 갱 속으로 바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짙은 토 속성을 느끼게 되었다.안으로 들어가면 갈 수록 그 기운은 점점 더 짙어졌다.지나가는 곳에서 손이 가는대로 캔다고 해도 온전한 지귀토정이라고 볼 수 있다.윤도훈은 바로 토 속성을 흡수하지 않고 토 속성 농도를 느끼며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잠시후, 그는 캥부들이 파낸 캥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었다.윤도훈은 손을 칼로 삼아 바로 토석 속으로 파고 들면서 캥부들이 끝내지 못한 작업을 이어갔다.윤도훈의 지금 실력으로 본다면 그의 육신은 이미 강철처럼 단단하게 되어 토석은 그에게 있어서
만약 후토지심을 소유하고 있다면 자신의 몸 속 체질을 완전히 활성화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그뿐만 아니라 토 속성 자질을 한 번더 ‘업그레이드’하여 일반 토 속성 체질에서 벗어나 ‘후토’체질로 강화할 수도 있다.수련자는 체질 속성을 성공적으로 각성하고 나면 단전을 ‘본명단전’탈바꿈할 수 있다.일반적인 상황에서 수련자는 자신의 체질에 따라 금목수화토 다섯 가지 속성으로 나눈다.하지만 이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다.타고난 재질이 뛰어나고 재질이 특수한 사람이 있는 편이니 금단 경지를 돌파했을 때 일종의 특수한 속성을 각성하게 되어 있다.예를 들면, 토 속성의 업그레이드 속성은 ‘후토지체’이고 금 속성의 업그레이드 속성은 ‘예금지체’이며 수 속성의 업그레이드 속성은 ‘빙한지체’이며 화 속성의 업그레이드 속성은 ‘진화지체’이며 목 속성의 업그레이드 속성은 ‘을목지체’이다.게다가 드물고 귀한 속성도 있긴 하다.예를 들면, 광 속성, 암 속성, 성 속성...이러한 업그레이드한 속성과 특수한 속성은 일반 체질의 속성을 능가할 수 있다.그들은 더더욱 드물어 일단 각성하면 더더욱 강대해질 수 있다.그러한 특수한 속성을 각성할 수 있는 건 수련자 자체의 특수한 제질 외에 외력에 의해 자극해서 나올 수도 있다.윤도훈이 지금 얻은 토 속성 지보처럼 일반 토 속성 체질을 ‘후토지체’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물론 그 과정은 험악하고 고통스러울 수가 있다.그러나 특수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속성이라고 생각하니 윤도훈은 그 험악하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과정이 두렵지 않았다.‘아버지, 어머니, 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 보호해 주고 있으신 거죠?’‘완벽한 초급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 속성까지 확보해서 후토지체까지 각성할 수 있겠구나.’‘그래, 그럼 어디 한 번 와봐.’윤도훈의 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반짝였다.윙-이윽고 그는 용혼소울링을 돌리며 후토지심 속에 있는 짙은 토 속성 영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순간 짙은 토 속성 원소가 천군만마처럼 자기 몸속으로
후토지심 중의 토 속성은 여전히 윤도훈의 몸속으로 미친 듯이 흘러들고 있다.윤도훈은 각성한 토 속성을 만끽하면서 즐기기도 전에 정신을 가다듬고 이제 곧 닥치게 될 위기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윤도훈은 체내와 단전 속의 진기를 바닥이 날 정도로 소모하면서 몸속으로 들어오는 토 속성을 대항하고 융합시키고 있다.윤도훈은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숙하고 긴장한 모습까지 띠고 있다.온몸에서 토 속성을 배척하고 있고 토 속성 체질인 그의 몸을 바꾸고 강화하고 있는 동시에 미친 듯이 침식하고 있기도 하다.윤도훈은 자기 체질이 완전히 후토지체로 변하기 전에 그 침식을 막아내야만 한다.그러나 이때 윤도훈는 단전에 남은 마지막 한 가닥의 진기까지 거의 다 소모해 버렸다.그와 반대로 손에 들고 있는 후토지심 속의 토 원소는 절반밖에 소모되지 않았다.윤도훈은 정신을 집중하고 용 모양 옥패 속에 저장해 두었던 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쿵-둔탁한 진기가 다시 윤도훈 체내로 들어가면서 고체 금단은 또다시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시간은 그렇게 조금씩 흘러갔다.들고 있던 후토지심에서 흘러나오던 황토색의 빛도 천천히 어두워지었다.그 속에 있는 토 속성은 윤도훈이 부단히 몸속으로 흡수함에 따라 천천히 체질을 바뀌어 버렸다.그러나 진기가 또다시 미친 듯이 소모되면서 윤도훈은 마음이 조여지기 시작했다.또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금단 속의 진기가 또 바닥이 난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이대로 포기해야 할 것만 같았다.‘어떻게 하지?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무척이나 달갑지 않고 심각한 윤도훈이다.만약 이 추세대로 흘러간다면 두 번째 진기를 완전히 소모한다고 하더라도 후토지심을 완전히 흡수할 수 없을 것이며 후토지체로 탈바꿈할 수도 없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윤도훈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계속하면서 목숨을 걸고 한번 싸워보든가 아니면 이대로 포기하든가.그럼, 앞으로 윤도훈의 체질은 그냥 일반적인 토 속성 체질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어떡하지
윤도훈은 한참이나 연구해 보았지만, 돌파하지 못한 그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아직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단 경지에 머물러 있는 것뿐이라고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비록 단전은 완전히 고체화가 되었지만 앞으로 계속 수련하고 결단 중기 그리고 후기를 넘어야만 금단 경지로 돌파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까지 했다.한 방에 금단 경지에 이르러는 건 너무 허무맹랑한 사실이라면서.그 외에 그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상황이 어찌 됐든 윤도훈은 지금 기뻐해 마지 못하고 있다.일시적인 돌파 실패에 비해 후토지체를 각성하여 특수한 체질로 업그레이드했으니 앞으로 그 힘이 대단할 것이라면서.갱에서 나온 윤도훈은 그제야 다음날이 밝았음을 알게 되었다.한편, 역천시 구치소에서.구치소에서 나온 구연희는 그동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졌다.대문 앞에서 구교환 일행이 구연희를 기다리고 있었다.초췌하기 그지없는 손녀의 모습을 보고서 구교환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그와 동시에 윤도훈에 대한 한이 더욱 깊어져 갔다.다행히도 방시혁 부자와 대사문이 바닥나면서 구교환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비록 방시혁과 어느 정도 아는 사이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구교환 역시 대사문과 함께 불법 행위에 참석했다는 것에 대해 말이다.게다가 강진시 한의약 협회 회장이라는 신분으로 사회적 지위가 있어 일반인들 보다는 좀 쉬웠다.며칠 동안 구교환은 여기저기 인맥을 총동원하여 구연희를 보석해 낸 것이다.구연희 역시 대사문 구성원이 아니라 구교환이 힘 써준 덕분에 힘겹게 벗어났다.“할아버지.”구교환을 보고서 구연희는 울먹이며 바로 안겼다.억울함과 분노에 눈물이 터져 나왔고 구치소에 있는 동안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모든 억울함을 느껴보았다.“그만 울어.”“호텔로 가서 다시 얘기하자.”“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꼭 복수해 줄게.”20분 뒤, 어느 호텔 방안에서.구교환과 구연희만 있는 호텔 방안에서 구연희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기 제가가 윤도훈한테 죽었으니, 스승님께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 스승님께서 나서주신다면 윤도훈 그놈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구교환은 삼엄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만만해했다.구연희 역시 그 말을 듣고서 정신을 차린 채 복수의 불꽃을 피우기 시작했다.“좋아요.”“할아버지, 제발 스승님한테 윤도훈 그놈 갈기갈기 찢어버려 달라고 하세요.”“윤도훈! 미친놈!”“우리한테 더 대단한 빽이 있다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무하마을.윤도훈은 차를 차고 이 마을과 10리 정도 떨어져 있는 역에서 내렸다.무하마을은 외부와 그 어떠한 연결도 없다는 듯이 무언의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다.그 안으로 향하는 마을버스가 한 대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윤도훈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역에서 내려 걸어서 무하마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가는 도중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고대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건축물도 풍경도 모두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오전 9시 30분, 윤도훈은 행인들에게 물으면서 황보신혁이 준 지도에 따라 목적지에 이르게 되었다.고대 장원과 같은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곳에는 작은 건축물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장원 대문에는 용이 춤추는 듯한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익명각’이라고 쓰여 있었다.‘익명각? 이름 하나 대범하네.’‘무구지라는 그 무당 좀 봤으면 좋겠어.’‘이름대로 운명을 거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율이의 저주를 풀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윤도훈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익명각 안으로 향했다.익명각 대문을 여는 순간 어떤 소녀가 다가와 문을 열었다.상대는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각하는 누구십니까? 익명각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윤도훈은 바로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했다.“윤도훈이라고 합니다. 익명각의 무몽님을 뵙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것입니다.”“저희 각주를 찾으시는 겁니까? 어디에서 오신 겁니까? 혹시 각주와는 미리 예약을 하
마른 노인은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유 모를 차가움과 의문을 드러내고 있었다.“악연이요?”다짜고짜 상대에게 그러한 말을 듣게 된 윤도훈은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저와 처음 보는 사이라고 직접 말씀하시고서 악연이라니 그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윤도훈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두 눈에 의혹을 품고 있다.용천관철술을 지니고 있는 윤도훈은 무몽과 어떠한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어쩌면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암시일까?’‘무몽 그리고 역명각과 악연을 맺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일까?’하지만 먼 길을 마다하고 왔으니 이유 모를 느낌 따위에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어쩌면 율이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윤도훈은 웃으면서 가능한 한 상대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느낌을 안겨다 주고 싶었다.마른 노인을 바라보고 있는 윤도훈은 도통 그의 실력을 예측할 수 없었다.그 말인즉슨, 마른 노인의 정체는 적어도 금단 경지 이상의 실력을 지닌 강자라는 것이다.‘조심해야 해.’“제 느낌이 틀렸을 수도 있고요.”무몽은 가타부타 고개를 저으면서 윤도훈과의 ‘악연’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았다.굳이 신경 쓸 정도로 강한 느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하물며 무몽은 윤도훈이 자신과 역명각의 운명 따위를 좌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무몽은 말머리를 돌리면서 예리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제 스승님을 뵙고 싶다고 그러셨습니까?”“네, 역명각을 찾아온 이유는 무구지 선배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입니다. 제 딸이 이유 모를 저주에 걸려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무구지 선배님께서 나서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윤도훈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무몽은 고개를 끄덕였을 뿐 그 어떠한 표정과 정저석 파동도 보이지 않았다.“스승님께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오래되셨습니다. 그렇다고 만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