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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화장실 문을 열자 이진희는 볼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향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고향기 씨, 저한테 볼일이라도 있으세요?”

이진희는 용모가 자신에게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고 걸핏하면 남편을 훔쳐보는 이 소녀를 보고 담담하게 물었다.

알 수 없는 위기감이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고향기는 멍하니 있다가 얼굴에 웃음기를 떠올리며 화장실 문을 닫았다.

이윽고 고향기는 이진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웃었다.

“다른 건 아니고 저 사람이 하도 자기 아내 예쁘다고 우수하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본 거예요.”

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눈썹을 들썩였고 두 눈에는 설렘이 스쳐 지나갔다.

‘뭐? 그 일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조차 하지 않더니...’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그렇게 칭찬하고 다녔던 거야?’

순간 이진희는 화를 내야 하는지 좋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진희는 웃으며 고향기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래요? 그럼, 이제 이렇게 저를 보게 되었으니 어떤가요?”

말이 떨어지자 고향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 정도는 아니 건 같아서 계속 보고 있었던 거예요. 얼굴도 저보다 월등히 예뻐 보이지도 않고 다른 쪽으로도 우세가 없어 보이는데...”

말하면서 고향기는 이진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연기없는 전쟁이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일어나게 되었다.

“그래요? 저한테 다른 쪽으로 우세가 없어 보인다고 했던 그 말은 누구랑 비교해서 얻은 결론이죠? 그쪽인가요?”

이진희는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고향기는 약간 우월해하는 뉘앙스로 말했다.

“맞아요. 다른 건 몰라도 두 사람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에요. 도훈이는 수련자일뿐만 아니라 그 실력이 엄청나거든요. 하지만 이진희 씨는 평범한 여자로 도훈이한테는 너무 약한 존재잖아요. 즉, 두 사람 어울리지 않다는 말이에요.”

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웃으며 아주 예리하게 맞받아쳤다.

“아니요. 고향기 씨가 말한 그 모든 게 오히려 제 우세라고 생각하는데요. 도훈 씨한테 필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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