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26화

윤세영은 창문으로 바로 떠났고 윤도훈은 방에서 나와 거실로 왔다.

이진희와 율이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윤도훈이 오는 것을 보고 이진희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윤도훈을 힐끗 보았다.

“얘기 끝났어요?”

윤도훈은 멋쩍게 웃었고 조금 전까지 윤세영 앞에서 보였던 카리스마를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얘기 끝났어. 허허.”

이진희는 차가운 얼굴로 주방을 가리켰다.

“설거지 좀 해요.”

비록 어떤 일에 대해 이진희는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윤도훈을 쉽게 용서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난 모습을 그대로 보여야 한다.

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얼른 허리를 굽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참, 오늘 도훈 씨 혼자 자요. 율이는 내가 데리고 잘 거예요.”

이진희는 또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 덧붙였다.

율이도 이때 윤도훈을 향해 콧방귀를 뀌며 아주 그럴듯하게 말했다.

“아빠, 앞으로 다른 예쁜 아줌마랑 나쁜 일 하면 율이도 아빠랑 같이 자지 않을 거예요. 흥!”

이에 윤도훈은 이마에 땀이 흥건해지고 말았다.

‘내 딸 맞아?’

‘나쁜 일이라는 건 또 뭔데?’

‘이게 다 널 위해서인데... 아빠 마음은 모르주고...’

윤도훈은 고분고분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하고 나와 두 사람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을 보고서 동네로 30분간 산책을 나갔다.

집으로 들어오고 나서 윤도훈은 자기 방으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이상함을 느꼈다.

살짝 의아한 얼굴로 방문을 닫고서 코까지 움직였는데 표정은 점점 이상해졌다.

방안은 그대로였지만 이진희가 남긴 기운을 윤도훈이 느끼게 된 것이었다.

“진희가 내 방에 들어왔었나?”

윤도훈은 중얼거리다가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들어갔다.

잠시 후, 윤도훈은 서재 앞에 앉았는데, 앞에는 일기장과 회백색으로 변한 용모양 옥패가 놓여 있었다.

비록 모든 걸 제자리에 돌려놓았지만, 윤도훈은 이진희가 이미 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일기장 어느 한 페이지에서 눈물 자국까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