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은 창문으로 바로 떠났고 윤도훈은 방에서 나와 거실로 왔다.이진희와 율이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윤도훈이 오는 것을 보고 이진희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윤도훈을 힐끗 보았다.“얘기 끝났어요?”윤도훈은 멋쩍게 웃었고 조금 전까지 윤세영 앞에서 보였던 카리스마를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얘기 끝났어. 허허.”이진희는 차가운 얼굴로 주방을 가리켰다.“설거지 좀 해요.”비록 어떤 일에 대해 이진희는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윤도훈을 쉽게 용서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화를 내야 할 때는 화난 모습을 그대로 보여야 한다.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얼른 허리를 굽혀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참, 오늘 도훈 씨 혼자 자요. 율이는 내가 데리고 잘 거예요.”이진희는 또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 덧붙였다.율이도 이때 윤도훈을 향해 콧방귀를 뀌며 아주 그럴듯하게 말했다.“아빠, 앞으로 다른 예쁜 아줌마랑 나쁜 일 하면 율이도 아빠랑 같이 자지 않을 거예요. 흥!” 이에 윤도훈은 이마에 땀이 흥건해지고 말았다.‘내 딸 맞아?’‘나쁜 일이라는 건 또 뭔데?’‘이게 다 널 위해서인데... 아빠 마음은 모르주고...’윤도훈은 고분고분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하고 나와 두 사람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을 보고서 동네로 30분간 산책을 나갔다.집으로 들어오고 나서 윤도훈은 자기 방으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이상함을 느꼈다.살짝 의아한 얼굴로 방문을 닫고서 코까지 움직였는데 표정은 점점 이상해졌다.방안은 그대로였지만 이진희가 남긴 기운을 윤도훈이 느끼게 된 것이었다.“진희가 내 방에 들어왔었나?”윤도훈은 중얼거리다가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들어갔다.잠시 후, 윤도훈은 서재 앞에 앉았는데, 앞에는 일기장과 회백색으로 변한 용모양 옥패가 놓여 있었다.비록 모든 걸 제자리에 돌려놓았지만, 윤도훈은 이진희가 이미 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심지어 일기장 어느 한 페이지에서 눈물 자국까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은둔 오씨 가문은 여러모로 수소문을 거쳐 청황대회에 참가한 다른 가문을 통해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청송 장로 일행이 윤도훈을 가로막았을 때 흑월교 등 여러 사람이 그곳을 지나갔기 때문이다.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직접 보았다.“그게 가능합니까? 고씨 가문에 금단 강자를 죽일만한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한 장로가 믿어지지 않는 듯이 말했다.“맞습니다. 고씨 가문에 그러한 강자가 있다니 말이 안 됩니다. 금단 강자를 한 방에 죽이다니... 적어도 원영 경지 실력을 소유하고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닙니까?”다른 한 사람도 그럴듯하게 분석했다.가주 오청산은 고개를 끄덕였다.“틀린 말들이 아니다. 은둔 고씨 가문에도 그러한 존재가 없었는데, 지금 고씨 가문에 더더욱 불가능하다. 만약 그러한 인물이 있었더라면 지금껏 그렇게 쥐 죽은 듯 살지 않았겠지. 그러한 이유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오청산은 멈칫거리더니 바로 무거운 소리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첫째, 고도훈은 고씨 가문의 제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고대 무술 세가에서 이러한 천재가 나타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다른 가문의 천재로 고씨 가문의 제자인 척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원영 경지 이상의 강자가 옆에서 암암리에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고.”“두 번째 가능성은 순전한 우연이라는 것이다. 그 신비한 노인이 창송 장로를 죽인 것에 대해 말이다. 내가 알아낸 소식에 따르면 그 신비한 노인은 하란파의 신약 산골짜기에 나타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는 정신이 살짝 나간 것으로 보여 의식이 없어 보였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청송 장로에 손을 댄 것도 고도훈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일 수도 있다. 청송 장로가 재수 없었던 것이지.”그 말을 듣고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오청산이 말한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존재할 수 있다.“하지만 어찌 됐든 우리 은둔 오씨 가문에서 장로가 죽었으니 절대 가
다음 날 점심.윤도훈은 이진희와 율이 그리고 이원을 데리고 고씨 가문 장원으로 왔다.무슨 명절이라도 된 듯이 고씨 가문 장원은 축제 분위기가 가득했다.어느새 이곳의 모든 것에 대해 익숙해진 윤도훈이다.문 앞에 있던 고씨 가문 제자들 역시 그를 잘 알고 있다.윤도훈은 바로 차를 안으로 몰고 들어와 장원 내의 한 공터에 세웠다.윤도훈 일가족과 이원은 차에서 내려와서 그 누구의 안내도 받지 않고 바로 거실로 들어갔다.그러나 바로 이때 옆에 있는 몇 대의 고급 차에서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렸다.“윤도훈? 이진희?”놀란 듯한 목소리가 울려왔는데, 원한이 가득 품은 듯한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여긴 왜 왔어?”소리에 따라 고개를 들려보니 이진희의 절친이었던 허시연이었다.허시연 옆에는 허씨 가문 가주인 허홍현 그리고 허씨 가문의 다른 핵심 인물들이 있었다.윤도훈과 이진희를 바라보는 허시연의 두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허시연의 얼굴은 다소 어색해 보였는데, 얼굴에 손을 댄 것이 분명했다.이빨까지 모두 다시 심은 것으로 보였다.허홍현 역시 윤도훈 일행을 보고서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콧방귀까지 뀌었다.“허허, 여기서 다 보네요.”윤도훈은 원망으로 가득 찬 허시연의 눈빛을 마주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비아냥거리며 인사를 건넸다.이진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쪽에 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절친이었던 허시연에 대해 그 어떠한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허시연은 윤도훈의 ‘인사’에 얼굴에 조롱의 빛이 떠올리며 말했다.“그러게 왜 여기서 다 보는 거지?”말하면서 그녀는 무언가 깨달은 듯이 냉소하며 말했다.“알겠다!”“윤도훈, 너 고씨 가문한테 머리 조아린 거구나? 고씨 가문 졸개라도 된 거야?”허홍현 역시 ‘허허’ 웃으며 비아냥거렸다.“기개가 있는 놈은 아니었구나. 그때 그렇게 강경하게 대하더니 결국 무릎 꿇고 머리가지 조아린 거야?”오늘 고씨 가문에서 대대적으로 ‘파티’를 열게 된 것은 세가의 자격을 지킨 것을 경축하기 위함이다.따라서 고
“아...”“아! 흑흑...”“내 이빨! 아...”“아파 죽겠어...”“윤도훈, 죽을래! 네가 어떻게 감히... 날 때려... 흑흑...”허시연은 바닥에 앉아 밀려오는 통증이 이목구비가 일그러졌다.얼굴이 화끈거릴 뿐만 아니라 입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네가 때리라고 했잖아?”윤도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윤도훈! 너...”“죽고 싶어 환장했지!”“여기 좀 나와 보세요! 누가 감히 고씨 가문에서 우리 딸 때렸어요!”“고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도 않은 미친놈이라고요!”허홍현이 딸이 얻어맞는 것을 보고 노기 등등한 모습을 드러냈다.목청 터지게 소리쳤고 허씨 가문의 다른 이들도 모두 윤도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들 역시 윤도훈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고씨 가문 장원에서 손을 쓸 줄은 몰랐단 것이다.“무슨 일이야?”바로 이때 우렁찬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려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들 중 앞장선 사람은 바로 고씨 가문 가주 고민기였다.그의 곁에는 몇 명의 고씨 가문 장로들과 고향기, 고원명 등 고씨 가문의 직계 자제들이 함께했다.고민기가 오는 것을 보고 허홍현과 허시연 등은 모두 멍해져 의외의 기색을 드러냈다.고씨 가문의 가주까지 직접 올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보아하니 오늘은 고씨 가문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며 그 어떠한 사고도 용납할 수 없어 보였다.이렇게 사소한 일에 가주까지 움직이게 했으니 말이다.그렇게 생각하면서 허홍현과 허시연은 놀라움도 잠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윤도훈, 너 죽었어!’“가주님, 마침 잘 오셨어요.”“윤도훈이라는 이 개가 감히 고씨 가문에서 우리 딸한테 손을 댓지 뭡니까!”“우리 허씨 가문은 뭐니 뭐니 해도 고씨 가문을 위해 힘쓰고 있는데, 우리한테 이렇게 행동했다는 건 고씨 가문 역시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격입니다.”허홍현은 윤도훈을 가리키며 화가 난 표정으로 소리치기 시작했다.허시연은 얼굴을 실룩
“윤도훈, 또 보네.”고향기도 몇 걸음 앞으로 다가와 윤도훈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옆에 있는 이진희를 흘겨보고서 다소 복잡한 심정을 두 눈에 띄고 말았다.윤도훈에 대한 고민기의 태도를 보고서 허시연과 허홍현 등은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충격에 빠진 부녀는 모두 당황하고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식은땀이 아주 순식간에 온몸을 흠뻑 적셔버렸다.‘이건 무슨 상황이지?’당당한 고씨 가문의 가주가 윤도훈에게 더없이 조심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윤도훈뿐만 아니라 그의 처자식에게도 극도로 예의를 차렸다.이쪽에서 소동이 일어나 고민기와 고씨 가문의 장로가 온 것이 아니라 그들은 특별히윤도훈을 맞이하러 온 것이었다.윤도훈에게 이러한 체면이 있다니.“가... 가주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윤도훈과 어떻게...”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허홍현은 더듬거리며 물었다.허시연의 눈빛은 계속 반짝이고 온몸도 떨리고 있었다.그러자 고민기는 두 사람을 차갑게 바라보며 옆에 있는 고씨 가문 고수를 향해 분부했다.“당장 처리해. 도련님 기분 불쾌하게 해드리지 말고.”고민기의 이 명령을 듣고 허시연과 허홍현은 사색이 되어 간담이 서늘해졌다.“안 됩니다! 살려주십시오!”“그동안 고씨 가문을 위해 개처럼 움직인 것을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허홍현은 큰 소리로 애원했다.곧이어 풀썩 소리를 내며 윤도훈앞에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저희 딸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농담으로 한 소리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돈도 드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드릴게요.”허시연은 파르르 떨더니 개처럼 기어와서 용서를 빌며 눈물을 흘렸다.“살려주세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제가 입이 싸서 그런 거예요... 제가 천한 년이에요... 잘 때리셨어요...”“짝짝짝...”말하면서 허시연은 스스로 팔을 휘두르며
한쪽에서 지켜보던 이원은 윤도훈에 대한 고민기의 열정적이면서도 공손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속으로 탄식을 금치 못했다.일찍이 윤도훈과 함께 고씨 가문 경매회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고씨 가문은 감히 우러러볼 수 없는 존재였다.이원은 도운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고씨 가문으로 와서 가주는커녕 집사도 만날 수 없었다.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순서대로 그들의 규칙에 따라 순순히 경매장으로 가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조차 불가능했었다.그러나 매형인 윤도훈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으니 가주가 직접 다가와 인사를 하고 있으니 180도 달라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그 모든 건 결국 윤도훈에 대한 숭배로 남게 되었다.점심이 되자 파티는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윤도훈, 이진희, 율이 그리고 이원은 고민기와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이 자리에는 고씨 가문의 옛 가주였던 고태형과 고연을 비롯한 태상 장로 그리고 고씨 가문의 천재 소녀 고향기까지 있었다.그 외에 고씨 가문의 일반 장로는 이 테이블에 둘러앉을 자격조차 없다.“제가 건배사 하나 할게요. 이 자리를 빌려 고씨 가문을 대표하여 도련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파티가 시작되자 고민기는 일어서서 진지하게 잔을 들고 말했다.현장에 있던 여러 고씨 가문의 고위직들도 분분히 일어나 윤도훈에게 감사의 의미로 잔을 기울였다.윤도훈은 그들의 고마움을 받아들이며 단숨에 원샷을 했다.이윽고 고민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렇게까지 고마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은 이렇게 살아서 만날 수 있게 된 건 모두 그 선배 덕분입니다. 만약 고태형 옛 가주께서 저를 구해주시지 않으셨다면 전 이미 귀대성의 손에 죽게 되었을 것입니다.”증오에 대해 윤도훈은 잊지 않는 타입이고 은혜에 대해서는 더더욱 마음속에 새기는 타입이다.그때 자기를 구해준 고태형에게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소중한7일을 얻게 되었으니 생명의 은
화장실 문을 열자 이진희는 볼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향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듯한 모습이었다.“고향기 씨, 저한테 볼일이라도 있으세요?”이진희는 용모가 자신에게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고 걸핏하면 남편을 훔쳐보는 이 소녀를 보고 담담하게 물었다.알 수 없는 위기감이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고향기는 멍하니 있다가 얼굴에 웃음기를 떠올리며 화장실 문을 닫았다.이윽고 고향기는 이진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웃었다.“다른 건 아니고 저 사람이 하도 자기 아내 예쁘다고 우수하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본 거예요.”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눈썹을 들썩였고 두 눈에는 설렘이 스쳐 지나갔다.‘뭐? 그 일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조차 하지 않더니...’‘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그렇게 칭찬하고 다녔던 거야?’순간 이진희는 화를 내야 하는지 좋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진희는 웃으며 고향기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그래요? 그럼, 이제 이렇게 저를 보게 되었으니 어떤가요?”말이 떨어지자 고향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입을 삐죽거렸다.“그 정도는 아니 건 같아서 계속 보고 있었던 거예요. 얼굴도 저보다 월등히 예뻐 보이지도 않고 다른 쪽으로도 우세가 없어 보이는데...”말하면서 고향기는 이진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연기없는 전쟁이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일어나게 되었다.“그래요? 저한테 다른 쪽으로 우세가 없어 보인다고 했던 그 말은 누구랑 비교해서 얻은 결론이죠? 그쪽인가요?”이진희는 웃으며 물었다.그러자 고향기는 약간 우월해하는 뉘앙스로 말했다.“맞아요. 다른 건 몰라도 두 사람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에요. 도훈이는 수련자일뿐만 아니라 그 실력이 엄청나거든요. 하지만 이진희 씨는 평범한 여자로 도훈이한테는 너무 약한 존재잖아요. 즉, 두 사람 어울리지 않다는 말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웃으며 아주 예리하게 맞받아쳤다.“아니요. 고향기 씨가 말한 그 모든 게 오히려 제 우세라고 생각하는데요. 도훈 씨한테 필요한 사람
문을 열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두 여자를 보고서 윤도훈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화장실에서 뭐 하는 거야?”이진희와 고향기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서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저었다.고향기는 가볍게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윤도훈을 한 번 보고서 자리를 떠났다.그러자 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고개를 돌려 이진희에게 물었다.“여보, 저 사람이 뭐라고 그랬어?”이진희는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물었다.“뭐라고 했을 것 같아요? 아니면 나한테 뭐라도 말했을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예요?”돌아오는 질문에 윤도훈은 헛기침을 했다.“아... 아니... 두려울 게 뭐가 있다고.”이진희는 윤도훈을 힐끗 보았다.“없어요?”말하면서 그녀는 윤도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도훈 씨, 내가 쓸모없는 것 같아요? 도훈 씨 짐만 되는 것 같아요?”순간 당황한 멍하니 있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럴 리가.”다짜고짜 이진희의 손을 덥석 잡으며 덧붙여 물었다.“왜 그렇게 묻고 있는 거야?”이진희는 손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커다란 손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져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자신과 그는 어째서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닙니까?‘아니, 난 도훈 씨한테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이러한 안정감도 느낄 수 있어.’이때 윤도훈이 그녀를 향해 헤벌쭉하게 웃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넌 내 아내이자 우리 율이가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는 엄마야. 물론 아내로서의 의무를 좀 이행하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해.”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윤도훈을 흘겨보며 오히려 침략적인 어조로 물었다.“의무요? 그게 뭔데요? 어디한번 자세히 설명해 봐요.”윤도훈은 순간 멋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흥!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이진희는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흘겨보았다....오후 3시가 넘어서야 윤도훈 일행은 고씨 가문에서 나왔다.고씨 가문은 차 몇 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