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 앉아 있는 송장헌은 표정이 좀 이상해 보였다.그러나 말리지 않고 덤덤하게 부탁만 했다.“살살해.”“걱정하지 마세요. 살살 할게요.”송영신은 결코 선하지 않은 얼굴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송장헌은 고개를 저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너 말고 도훈이한테 하는 말이었어.”“네?”송영신은 하마터면 숨이 막힐 뻔했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이윽고 노호하며 발밑을 툭툭거리더니 윤도훈을 향해 돌진해 갔다.그는 단지 송장헌이 일부러 자기를 폄하하고 모욕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지금 절대적인 실력으로 그 체면을 되찾으려고 한다.깔아뭉개는 자세로 윤도훈을 발밑에 밟기만 하면 그런 대놓고 겪었던 모욕과 윤도훈이 했던 허풍들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진은우의 작은 눈에도 기대와 잔인한 빛이 드러났다.“적을 경시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 싸워!”윤도훈에 대한 질투가 극으로 달한 진은우이다.특히 지난번에 윤도훈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기회를 보아 그를 호되게혼내주고 싶었다.그리고 마침내 이 기회를 빌려 송영신이 대신 화풀이를 해줬으면 했다.폐인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죽여주면 더 좋고.지금 이 순간 송영신이든 진은우든 모두 이 나이에 화경 강자가 되었다는 자신을 불가사의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윤도훈은 절대 송영신을 이길 수 없다며 반항할 힘조차 없다면서.그러나 송영신이 윤도훈에서 3미터 떨어진 곳으로 돌진했을 때 충격적인 장면이 나타났다.윤도훈은 가만히 서서 기세등등한 송영신을 마주했지만 손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다만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면서 입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꺼져!”‘꺼져’라는 소리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기운이 윤도훈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그러자 송영신은 그대로 거꾸로 날아가 버렸다.시각적 충격이 엄청난 장면이 아닐 수가 없었다.펑-바닥에 떨어진 송영신은 목구멍에서 달콤한 맛이 나는 것을 느꼈다.푸-그대로 피를 뿜어내고 말았는데 얼굴 전체가 건강해 보이지 않는 붉은
윤도훈은 그 말을 듣고서 피식 웃었다.“내 계좌를 보겠다고? 심심해? 내 계좌를 보고나서 그때 또 딴소리 하려고 그러는 거야? 공평하지 않다면서 개인 자산은 가문 세력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그러려고? 그러고 나서는 염하용패까지 볼 셈이야?”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한껏 차가워진 어투로 패기를 띠고 말했다.“명심해. 이 세상에는 공평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 약자만이 공평을 추구하고 강자는 다른 사람이 ‘아 세상은 참 공평하지 않구나’하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존재거든.”그 말이 떨어지자 송영신은 화가 나서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지만 대답할 말이 없었다.진은우는 이때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 송은설의 눈빛을 보게 되었다.이채를 띠고 있는 그 눈빛에 진은우는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송영신! 그만 해!”“두 사람이 어울리든 아니든 너희들이 나서서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안 돼.”“우리 은설이 진은우한테 시집보내려고 하는 그 생각도 인제 그만접어. 난 절대 내 손녀를 그딴 도구로 쓰게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다른 볼일 또 있어? 없으면 인제 그만 가봐.”송장헌은 어두운 얼굴로 송연신을 향해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쫒아내려고 했다.송영신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한동안 흐리멍덩했다.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복잡한 마음과 기운을 고르고서 무거운 소리로 대답했다.“할아버지 대신 전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뭔데?”송영신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그 키가 둘째 할아버지 손에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열쇠를 들고 있는한 불행이 닥쳐올 거라고 그 어떠한 쓸모도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그래서 그 열쇠를 우리한테 돌려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듣고서 송장헌은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노여움을 금치 못했다.“돌려줘? 그 키는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우리 몫인데 왜 너희들한테돌려줘야 한다는 건데!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열쇠 도로 가져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똑똑히 전혀! 흥!”“은표야
송은설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근데 조금전에 어떻게 했는지 너도 똑똑히 봤잖아. 천운시 송씨 가문에서 우리를 상대로 무슨 짓이라도 하게 된다면 우리를 도와줄수 있는 사람이 어쩜 윤도훈뿐일지도 몰라.”“참 줄곧 신기한 느낌을 주는 청년인데, 무엇이든 가능한 청년인 것 같아.”송은설은 입을 삐죽거렸다.“할아버지, 평가가 너무 높은 거 아니에요?”송장헌은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럴 수도 있고... 그때가 되어서 다시 얘기하자. 만약 정말로 선택을 해야한다면 난그 일말의 가능성을 윤도훈한테 걸어보려고 해. 절대 네 큰 할아버지 뜻대로 되게 두지 않을 거야.”...같은 시각 한편.송영신과 진은우는 송씨 가문 장원을 떠나 력셔리한 아우디 A8L에 올랐다.두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괜찮아?”진은우는 그럴듯하게 걱정했다.사실 마음속으로는 송영신에게 코웃음을 쳤는데, 평소에 허풍만 떨었지 실력이 그저그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고함소리 한 번에 바로 피를 토했으니 말이다.“괜찮아요.”송영신의 얼굴에 남아 있던 붉은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히려 엄청 창백해 보였다.이윽고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대체 정체가 뭐죠? 적어도 종사급은 되는 실력이란 말이에요. 저렇게 젊은 종사가 있단 말이에요? 들어본 적이없는데... 돌아가서 잘 조사해봐야겠어요.”진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측에서도 잘 알아 볼게. 너무 잘난척해서 재수없어 그래.”이전의 치욕을 씻고 ‘라이벌’인 윤도훈을 호되게 밟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상대방에게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윤도훈은 송씨 가문 장원을 떠난후 오후에 이원 집에서 율이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율이는 인제 겨우 5살이지만 윤도훈의 ‘개조’를 거친 뒤 횡력 후기 절정 무자에 비견되는 실력이 되었다.그동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키가 훅쩍 컸다는 것이다.율이는 타고난 자질이 대단하며 가장 기초적인 호흡에 관한 훈련을 거치고나서 천지영기를 흡수하는 비
전화에서 황보신혁의 말투에는 불쾌함과 분노가 가득했다.윤도훈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는데.“왜 그러시는 거죠?”황보신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가만히 있으니 만만해 보여? 네가 내 병을 치료해 줄 수 있어 내가 감히 너한테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야. 네가 위험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사람 보내서 널 지켜해줄 수도 있고. 근데 다른 사람을 내가 보호할 의무는 없잖아!”황보신혁은 씩씩거리며 불쾌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윤도훈은 마침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였다. 금단 이상의 고수를 하란촌으로 보내달라고 한 것도 윤도훈이다.다만 이천수한테 사고가 났다는 것을 듣게 되고 서둘러 돌아온 것뿐이다.황보신혁 고수가 왔을 때 그는 이미 하란촌에 없었고 상대는 그저 고향기와 고연만 호송했을뿐이다.“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그렇게 된 거예요. 실은...”윤도훈은 자초지종을 상대방에게 한 번 설명했다.듣고난 황보신혁은 콧방귀를 뀌며 말투가 약간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불쾌해했다.“가더라도 말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집안의 금단 고수를 그렇게 누구나 함부러 써도 되는 존재인줄 알아? 일개 고대 무술 세가 사람을 감히 우리 측에서 호송하게 하다니!”말하는 사이에 황보신혁은 고씨 가문에 대해 매우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두 가문은 같은 차원에 있는 게 아닌 것이 분명했다. “네! 이번에는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윤도훈은 겸연쩍게 웃으며 황보신혁에게 웃음을 팔았다.자기가 잘못한 일이니 하는 수 없었다.“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야?”황보신혁은 퉁명스럽게 묻더니 말투를 돌렸다.“쓸데없는 소리 작작 하고 언제 또 치료해줄러 올 건데.”잠시 침묵하다가 윤도훈은 입을 열었다.“일주일 뒤에 도운시로 와주세요.”“이번에 완치할 수 있어?”황보신혁이 물었다.“가능한 한 그렇게 해드릴게요.”사실 언제든지 치료해도 괜찮고 언제든지 완쾌하게 해 줄수 있다.윤도훈 마음에 달린 일일 뿐이다.“좋아, 그럼 7일 후에 찾으러 갈게.”
혼칙영부.한바탕 연구한 뒤 윤도훈은 이 물건의 작용을 알게 되었고 얼굴색이 몇 번 바뀌었다.이 혼칙영부는 다른 사람의 영혼을 통제할 수 있을 뿐더러 살아 있는 사람의 영혼을통제할 수 있다.혼칙영부를 사용한 사람은 목표보다 정신력이 강하면 효력을 발생할 수있다.상대방의 영혼을 통제하면 상대방은 사용자의 노예가 되는 것과 같다.사용자는 한 가지 생각만으로도 상대방의 영혼을 깨뜨릴 수 있다.이 물건의 효과에 윤도훈은 혀를 차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혼칙영부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포악하고 악독한 물건이다.한 사람이 영혼을 통제당하면 얼마나 절망적일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나의 정신력은 일반적인 금단 고수보다 더 강한데... 그렇다면 내가 만약 금단 강자에게 이 물건을 사용한다면 금단 고수 한 명을 받아들여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게 할 수 있단 말이 아니야?’윤도훈은 화들짝 놀라고 난뒤 마음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이 생각을 떠올렸다.그러나 곧이어 그는 또 고개를 저었다.‘안 돼! 금단 경지는 나도 언젠가 이를 수 있어. 이렇게 쓰는 건 좀 낭비야.’이렇게 생각하자 윤도훈은 갑자기 눈이 밝아지고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떠올랐다.‘어쩌면, 다른 사람이 더 어울릴 지도 몰라.’...오늘 5시가 넘자마자 이진희는 회사에서 돌아왔다.“여보,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윤도훈은 정원에서 율이가 공법을 운행하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이진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맞이했다.“저녁준비할게.”이때 율이는 방금 주천순환을 운행했는데, 눈을 뜨고 일어나 이진희를 향해 달려갔다.“진희 엄마, 오셨네요? 오늘 아빠랑 친자 활동에 참가해서 게임도 엄청 많이 했었는데, 엄청 재미있었어요.”여기까지 말하더니 율이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근데 진희 엄마가 없었어요...”율이를 안고 있는 이진희의 두 눈에 짙은 애정의 빛이 떠올랐다.이전보다 더 진한 듯이.그녀는 율이의 작은 얼굴을 주무르며 말했다.“엄마가 잘못했어.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
“여보, 이건 대체...”윤도훈은 이상한 표정으로 식탁을 바라보며 이진희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에 얼굴이 약간 붉어진 이진희는 무척이나 어색해 보였다.어색함을 숨긴 채 이진희는 차가운 얼굴로 윤도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잔말 말고 얼른 먹어요.”엄청난 양의 음식은 바로 토마토 계란 볶음이었고 오늘 세 사람이 먹게 될 저녁이다.그 외에도 밥솥으로 밥까지 맛나게 지었는데, 밥이라고 하기보다는 죽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죽’에 비하면 토마토 계란 볶음은 그나마 괜찮아 보였다.윤도훈은 멋쩍게 웃으며 율이에게 눈짓을 했다.“율이야, 얼른 먹자. 진희 엄마 솜씨 기대되지 않아?”말하면서 윤도훈은 형장으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으로 젓가락으로 엄청난 양의 토마토계란볶음을 집었다.“어?”그러나 이윽고 놀란 듯한 윤도훈의 소리가 들려왔다.맛이 약간 부족한 건 사실이었으나 먹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살짝 커진 두 눈으로 이진희를 바라보며 윤도훈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눈빛이었다.‘먹을 만한데?’“어때요?”이진희는 눈을 깜박이며 잔뜩 기대한 모습을 보였다.예쁜 얼굴에는 긴장한 듯한 기색이 역력하기도 했다.“맛있어!”윤도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엄청!”말하면서 그는 젓가락 대신 숟가락을 들고서 끊임없이 떠먹었다.그러나 율이는 한 입 맛 보고서 아주 솔직하게 평가를 했다.“좀 싱거워요...”그 말에 이진희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는데 율이의 평가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재빠르게 눈치를 챈 윤도훈은 율이를 노려보았고 율이는 바로 이를 캐치하고 바로 말을 바꾸었다.“엄청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정말 처음이에요. 진희 엄마 짱!”말하면서 율이 역시 윤도훈처럼 숟가락으로 음식을 가득 떠서 앞접시에 담았다.두 사람의 모습에 이진희는 다소 의기소침해졌다.“요리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토마토 계란 볶음은 가장 간단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진희는
“여보, 갑자기 왜...”이진희는 또다시 윤도훈을 흘겨보며 웃었다.“갑자기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냥 율이한테 맛있는 음식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도훈 씨가 아니라 율이한테 해주고 싶은 거라고요. 왜 그러는 거죠? 이의라도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표정은 무슨 뜻이죠?”윤도훈은 멋쩍게 웃기만 했다.‘뭔가 이상한데...’율이를 바라보는 이진희의 두 눈에 애틋함이 가득해 보였으니 말이다.율이 뿐만 아니라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사랑이 전보다 많아 보였다.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 식사는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이진희가 준비한 모든 음식을 윤도훈과 율이는 깨끗하게 먹었다.부족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고 맛있게 먹은 두 사람의 모습에 이진희는 흐뭇하기만 했다.윤도훈이 식탁을 치우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멈칫거렸는데, 눈살까지 찌푸리게 되었다.이진희를 힐끗 보더니 윤도훈은 눈빛이 살짝 요동치고 말았다.‘큰일 났어...’오늘 이진희와 겨우 사이가 부드러워졌는데, 또 다른 여자가 집까지 찾아왔으니 말이다.‘또 오해하겠네...’이윽고 이기적인 몸매와 외모를 지닌 여자가 문 쪽에 나타난 것이 보였다.“어머, 저녁 먹고 있었어? 훈훈하니 보기 좋네.”빙그레 웃으며 윤세영이 거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비아냥거렸다.윤세영은 자기도 모르게 이진희를 바라보게 되었다.“내가 눈치 없이 찾아온 것 같은데...”윤세영을 보고서 이진희는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곧바로 안면근육을 풀었다.이번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아니다.어느 한 식사 자리에 소지환, 동기현 그리고 조현인, 허시연을 비롯한 도운시 재벌 2세들이 모여 있었을 때, 윤세영의 정구에 소지환이 걸려든 적이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윤세영은 모든 사람의 컵에 손을 대었었다.그때 윤도훈이 그 자리에서 사실을 밝혀냈고 소지환이 걸려든 정구를 풀어주면서 윤세영을 아주 처량하게 도망치게 만들었었다.윤세영이 뭇사람들에게 윤도훈 몸에 있는 용모양 옥패에 대해 알아본 것까지
윤세영을 별장 안의 어느 한 방으로 데리고 들어온 뒤 윤도훈은 바로 문을 닫았다.차갑기 그지없는 얼굴로 윤세영을 바라보며 윤도훈이 입을 열었다.“재밌어? 이혼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겠어?”덤덤한 이진희의 마지막 그 반응을 보고서 윤도훈은 두 사람의 사이가 또 원점으로 돌아갔음을 직감했다.그러한 이유로 지금 윤세영을 마주함에 있어서 언짢고 화까지 나는 것이었다.윤세영은 깔깔거리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었다.“내가 잘못한 거야? 널 위해서 그렇게 말한 거잖아. 내가 네 마누라랑 네 딸 앞에서그 일을 논하길 바라는 거야? 네 딸이 저주에 걸렸다는 것을?”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흔들었으나 다소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전화에서 했던 말은 사실이야? 우리 율이 저주 막을 수 있는 거야?”윤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한테 방법이 있긴 한데,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냥 발작했을 때조금 덜 아프게 해줄 수 있는 것뿐이야.”“알아, 그게 뭔데? 어서 말해봐.”순간 두 눈이 환해진 윤도훈은 지체할 수가 없었다.완전히 치료할 수 없더라도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윤세영은 매혹적인 두 눈으로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흥미진진하게 물었다.“근데 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 내가 얻는 건 또 뭐지?”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거운 소리로 대답했다.“옥패 행방에 대해서 묻고 싶은 거 아니야?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그 옥패는 우리 아버지 몸에 있어. 내 딸만 도와줄 수 있다면 우리 부모님이 어디에 계신지 내가 알려줄게. 어때?”“그래?”윤세영은 그 말을 듣고서 눈썹을 들썩였다.“그래? 그럼, 어디에 계신지부터 말해 봐.”윤도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한참 지나서 윤도훈은 결국 율이를 위해 달갑지 않은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운해산노에 계셔. 부모님께서 Z시가셨는데, 운해산노라고 하는 곳을 목적지로 정하시고 가셨다고 그랬어. 그곳에 상고 윤씨 가문의 저주를 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