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오늘, 유치원에서 아이들 부모까지 유치원으로 초대했다.다 같이 친자 활동을 펼치려고 말이다.율이는 사실 윤도훈과 이진희 모두 왔으면 했으나, 이진희는 회사에서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 바람에 올 수 없었다.율이도 어쩔 수 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실망한 채 윤도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윤도훈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미묘한 질투까지 들었다.그러나 이진희는 회사에 가고 나서 곧바로 제황원으로 돌아왔다. 윤도훈의 방 밖에 서 있는 이진희, 절세미인다운 얼굴은 약간 붉어져 올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안타깝게도 지금은 아무도 감상할 수 없었다.몰래몰래 온 것이 다소 도둑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이렇게 하는 건 좀...”“이진희 이렇게 할 거야?”이진희는 문밖에 서서 약간 고민하는 듯 한참 동안 혼잣말을 했다.“몰라! 답답해 죽겠어!”“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내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결국 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윤도훈의 방 문을 열었다.방 문은 잠기지 않았다.이 별장은 지금 그들 ‘일가족’ 외에 아무도 없어 윤도훈은 이진희와 율이를 방어할 리도 없다.아마도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줄곧 청고하고 도도했던 이진희가 몰래 그의 침실로 들어올 것이라는 걸.들어온 후 이진희는 가슴이 콩닥콩닥거려 자기도 모르게 뒤를 살피며 찌린 듯한 웃음을 드러냈다.이 방에 처음 들어온 것이 아니다.그날 밤 윤도훈과 사이에 율이를 사이에 두고 반듯하게 누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 외에.제황원의 큰 별장으로서 이 안방의 면적은 매우 크며 단독 욕실, 서재, 활동실 등이 있다.이곳의 배치에 대해 이진희도 잘 아는 편이다.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상 안으로 곧장 달려갔는데, 서랍 하나를 끄집어내고 뒤지기 시작했다.아무것도 얻지 못한 후에 또 다른 서랍을 열었다.잠시 후.이진희는 서재에 앉아 표정이 한동안 오락가락했다.그녀의 손에 어느새 누렇게 변한 공책이 들려져 있었는데, 윤도훈 어머니 하여옥이 남긴 일기장이다.“이
지금 이 순간, 시어머니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일기를 손에 들고 있는 이진희.이진희는 지금 심장이 뛰어나올 지경이다.‘혹시 이 일기에서 그 남자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까?’‘혹시 이 위에 자신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이 있을까?’이렇게 생각하면서 이진희는 마음속의 죄책감을 누르고 시어머니의 일기를 뒤지기 시작했다.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보면서 이진희는 얼굴은 계속 변해갔다.그 표정 변화는 엄청이나 기복이 심했다.충격, 안쓰러움, 분노...얼마나 지났는지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자 익살스러운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마지막 페이지에 네 개의 핏빛 큰 글자가 쓰여 있었으니 말이다.[상고 윤씨 가문.]눈에 부실 정도로 빨간 것이 사람을 당화하게 했다.마치 끝없는 원한과 살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이진희의 눈에 자기도 모르게 습기가 떠올랐다.“윤도훈, 이 나쁜 놈아!”“도대체... 날 뭘로 생각한 거야? 이 모든 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거야?”“너랑 율이와 함께 그 모든 걸 직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내가 네 아내라고! 근데 날 진정 아내로 생각하긴 한 거야?”“그래서 차라리 바람둥이라고 착각하게 놔둔 거야? 그래서 사진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거야?”이진희의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이 일기를 다 본 후에 똑똑한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알아냈다.비록 줄곧 특히 그때 야시장에서 남정은의 아내를 만나 사진 진실 여부에 대해 생각은 했었지만, 윤도훈에게 설명을 듣지 못해 줄 돈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이때 마음속으로 윤도훈에 대한 원망을 제외하고 사진으로 인한 심리적저촉과 미움은 사라졌다.일기에 근거하여 뭔가를 추측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윤도훈의 방에서 그녀는 거의 다 찾았지만 다른 여자와 관련된 것은 조금도 찾지 못했다.애초에 남정은이 이진희에게 준 그 사진들에서 윤도훈은 또 다른 여자와 손을 잡고 껴안았는데 마치 엄청 ‘더티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만약
어른들과 달리 율이와 현이는 우연한 만남이 반가웠다.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예의 바르게 어른들께도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윤도훈과 달리 송은설과 은표는 그를 보고서 덤덤하게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었다.지난번 율이가 갑자기 아프면서 벌컥 화를 냈던 윤도훈의 모습으로 그들 사이에 흠이 생기게 된 것이다.송은설의 부탁으로 윤도훈은 그녀의 방패가 되어주기는 했었지만 그로써 응어리를 풀기에는 부족했다.바로 이때 가볍게 인사만 하고서 자리를 떠나려던 윤도훈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현이 머리 위에 검은 안개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는 큰 재난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물론 일반인이 발견할 수 있는 검은 안개가 아니다.‘용안관천술’의 전승을 이어받은 윤도훈은 음양풍수를 완벽하게 꿰둟었기에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현이뿐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송은설과 은표의 이마에도 검은 안개가 어슴푸레 감돌고 있는 것 같았다.두 사람 역시 현이와 마찬가지로 곧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윤도훈은 송씨 가문에게 그중에서도 엉뚱 발랄한 현이에게 내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한 시점에서 그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못 본 척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현이야, 고모랑 같이 온 거야? 재밌게 놀았어?”율이의 손을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간 윤도훈은 현이에게 말을 걸면서 운을 떼려고 했다.“네, 재미있게 놀았어요. 돼지 아저씨.”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윤도훈을 향해 메롱하며 웃었다.‘돼지 아저씨?’오랜만에 듣는 별명에 윤도훈은 땀이 흥건해졌다.보아하니 현이한테 돼지 아저씨의 이미지로 남게 될 것 같다면서.이윽고 그는 송은설과 은표를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었다.“여기서 다 보네요?”송은설은 눈썹을 들썩이며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일 초 전까지만 해도 율이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떠나려던 윤도훈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하지만 갑자기 시선
말을 마치고 송은설은 윤도훈을 째려보더니 바로 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뒤돌아서는 그 순간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달아올랐다.지난번 놀이동산에서 같이 밥을 먹었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자기 손을 꼭 잡고 있던 윤도훈은 송은설이 먹었던 찌개를 먹었었다.비록 송은설의 찌개에 독이 들어간 이유로 해독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그래도 부끄러웠다.그 뒤로 윤도훈을 다시 만나게 되니 수치스럽고 어색했다.은표 역시 윤도훈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더니 덤덤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자기 뜻을 몰라주는 두 사람이 모습과 태도에 윤도훈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윽고 눈빛이 반짝이더니 부드러운 진기를 현이의 몸속으로 넣었다.현이 몸에 표시를 한 셈으로 간주하면 된다.“아빠, 혹시 은설 이모 좋아해요?”이때 율이가 고개를 바짝 들고 양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물었다.작은 얼굴에는 노한 기운이 가득했다.“아빠, 저 분명히 말씀드리는데요, 저는 진희 엄마만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니 진희 엄마 속상하게 하지 마세요.”그 말을 듣고서 이마에 땀이 흥건해진 윤도훈이다.‘벌써 아빠는 잊은 거야? 진희 엄마 편만 드는 거야?’‘화내지 말자! 내가 낳은 딸이잖아!’“율이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빠가 은설 이모를 좋아하다니 그게 말이 돼?”윤도훈은 율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근데 왜 같이 점심 먹자고 했어요? 흥!”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그건... 은설 이모랑 현이한테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서 아빠가 좀 풀어주려고 그런 거야. 근데 사실 그대로 말하면 그들이 두려워할까 봐 그러지 못한 거야.”윤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설명하기로 했다.그 말을 듣고서 율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놀라워 마지 못하며 긴장하는 기색을 드러냈다.“아빠, 그게 정말이에요? 그럼, 얼른 가서 좀 도와주세요. 현이한테 위험한 일 생기면 안 돼요.”“알았어. 아빠 일단 율이 너를
30분 뒤.송씨 가문 장원 밖에 SUV 한 대가 멈춰 섰는데 차 안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바로 이때 송장헌을 우두로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차를 둘러서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야?”“집에 다 온 애들이 갑자기 어디로 간 거야? 어디로 간 거냐고?”안색이 한껏 어둡진 채 송장헌이 물었다.“죄송합니다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달려왔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송씨 가문의 경호원 한 명이 안절부절못해 설명했다.송장헌은 송은설과 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이가 없어 당황하기 그지없었다.이윽고 바로 손자 송영태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라고 했다.기이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차가 바로 송씨 가문 장원 대문 밖에 멈춰 섰는데,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에 대해.이는 분명 어떠한 사달이 난 것이 분명했다.바로 이때 송장헌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윤도훈이었다.“윤도훈 씨?”송장헌은 곧바로 받았으나 목소리에는 의혹이 가득했다.‘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지난번 율이가 송씨 가문에서 아프고 난 뒤로 윤도훈과 송씨 가문 사이가 좀 어색해졌으니 말이다.윤도훈과 이진희의 결혼식에 참석한 외에 그는 윤도훈은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혹시 은설 씨랑 현이 잘 들어갔나요?”윤도훈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송장헌은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왜 그렇게 묻는 거죠? 혹시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요?”상대의 말투가 이상함을 느끼고 윤도훈은 또다시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사라졌어요... 다들...”송장헌은 잠시 망설이다가 상황을 윤도훈에게 설명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어요? 우리 은설이랑 현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거예요? 혹시 윤도훈 씨와 연관되어 있는 거예요?”말을 마치고 송장헌은 의문 그리고 추측하는 말투로 윤도훈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윤도훈과 관련되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윤도훈은 따로 더 깊이 설명할 수 없어 목소
“윤도훈? 너였어?”“헤헤헤...”벽 쪽으로 몸을 피한 파린 노인은 윤도훈을 보고서 음흉하게 웃었다.차갑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윤도훈은 살기 등등한 모습을 그를 째려보며 물었다.“정체가 뭐야?”상대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자기를 아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하면서.“나?”“궁금해? 난 귀패문의 대상 장로 귀이태라고 한다.”말하면서 파린 노인의 얼굴에는 험상궂은 빛이 떠올랐다.“나의 제자 귀대성, 나의 제자의 제자 귀익혼까지 모두 네놈이 죽였다. 그들의 복수를 내가 대신할 것이다.”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의 얼굴은 더욱더 차가워졌으며 이까지 악물었다.“귀패문 잡놈이었어? 네까짓 게 날 죽이겠다고? 걔들이랑 다시 만나게 해줄게 내가.”윤도훈은 말하면서 콧방귀를 뀌더니 날카로운 눈매로 들고 있던 빙하용최검을 휘두르며 미치고 날뛰는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귀패문!사악하기 그지없는 그 문파가 또다시 나쁜 짓을 하고 있다.노차빈이 구했던 그 아이들도 육씨 가문에서 귀패문에게 ‘선물’로 보내려던 아이들이었다.이곳으로 달려왔을 때 윤도훈은 귀이태가 현이에게 할 일을 알게 되었고 순간 화가 벌컥 났었다.만약 노차빈이 그 아이들을 귀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귀패문의 손에 빠져 꽃을 저버릴지 말이다.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윤도훈은 무릇 귀패문 소속이라면 보는 족족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그뿐만 아니라 혼비백산하게끔 다시는 환생할 수 없게끔 만들겠다면서.어느 날 실력이 갖춰지게 된다면 사악한 이 문파를 모조리 뿌리 뽑아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눈앞에 있는 이 ‘사탄’부터 없애야 한다.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귀이태의 파린 얼굴에는 개의치 않아 하는 웃음이 떠올랐다.대놓고 웃기까지 했는데.“그놈 참 겁이 없구나. 내가 누군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 같은데, 네 실력이 얼마나 하찮은지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귀이태는 음흉하게 웃었다.이윽고 온몸에서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빙하용최검, 교묘하기 그지없는 검법으로 바로 귀이태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열공비홍’, 빙하용최검 검법의 제1식이다.윤도훈은 처음으로 실전 중에 무술과 더불어 이 신병을 사용하는 것이었다.검을 휘두르는 순간 윤도훈은 경맥 속의 둔탁한 진기가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빙하용최검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온몸의 진기를 5% 정도 소모한 셈이었다.수치로는 결코 많아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윤도훈의 실력과 치밀어 오른 진기 총량으로 본다면 귀이태는 감히 무시할 수 없었다.동공이 심하게 요동치며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소매 사이로 금속으로 된 예리한 발톱을 바로 내밀어 머리를 막으며 그의 공격을 이겨내려 했다.땡-귀를 때리는 듯한 소리와 더불어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는데 그 위력은 대단했다.귀이태는 연속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고 진동에 양팔이 저렸다.굳었던 안색도 인제 놀라움으로 변해버렸다.“어떻게 네가...”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상대는 그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윤도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기세를 몰아 ‘열공비홍’의 제2식을 선보였다.‘열공비홍’ 칼법은 총 9식까지 있으며 위력은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로 되어있다.만약 제1식부터 제9식까지 연이어 사용하게 된다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제2식을 선보일 때 윤도훈 체내의 진기는 이미 절반 정도 소모되었고 위력은 2배로 되었다.이윽고 그 위력은 난폭할 정도로 부풀어 갔다.윤도훈은 바로 귀이태의 배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귀이태는 부랴부랴 오른손의 금속 발톱으로 이를 막았다.그러나 결단 후기인 그는 한 손으로 윤도훈의 공격을 막고 나서 대경실색하고 말았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오른손이 빙하용최검에 의해 날아갔기 때문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귀이태는 연신 몸을 안으로 감은 채 가슴을 활짝 열었다.피식-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빙하용최검은 그의 가슴을 지나 섬뜩한 상처를 남겼다.귀이태는 안색이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빙하용최검이 몸을 지
공격 한 번에 윤도훈 단전에 있던 진기는 거의 3할 정도 소모되고 말았다.전에도 말했듯이 윤도훈의 현재 실력으로 만약 ‘열공비홍’을 연달아 사용한다면 진기는 완전히 소모되고 말 것이다.“아!”윤도훈의 공격에 귀이태는 안색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영혼마저 떨리고 있는 듯했다.꽤 민첩하게 움직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양팔을 들어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으나 마음뿐이었다.결단 후기 실력으로 온몸의 힘을 펼쳤을 때 모든 진기를 양팔과 금속 발톱에 쏟아부었다.땡-이윽고 그의 무기인 발톱이 빙하용최검에 의해 깎이는 것이 보였다.하지만 윤도훈은 이에 끊이지 않고 또다시 검을 휘둘렀는데.쏴-피식-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가며 칼날이 살로 파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몸이 두 동강이 나면서 피가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었다.결단 후기인 귀이태는 윤도훈이 공격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피동적으로 방어 지위에 처해 있었다.연달아 칼을 세 번 휘두른 윤도훈의 공격은 위력이 점점 더 강해졌고 그는 결국 윤도훈의 칼에 온전한 시체도 남기지 못한 채 죽어 버렸다.귀패문 태상장로의 죽음을 좀 답답하다고 할 수 있으나 결코 억울하지는 않다. 결단 경지를 돌파한 뒤로 윤도훈의 실력은 결단 후기 강자와 얼마든지 맞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빙하용최검까지 들고 있었으니 ‘열공비홍’ 검법까지 더해 이러한 전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다.펑-귀이태의 몸은 위아래로 따로 떨어져 바닥을 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하지만 결단 후기 강자로서 단번에 죽지는 않았다.이때 윤도훈은 칼을 들고서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삼엄한 두 눈을 반짝였다.“실력에 대해 일절 모르는 건 너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실력을 논논하는 거야?”귀이태가 말했었던 말들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는 윤도훈이다.놀라움과 달갑지 않은 얼굴로 온몸에 생기가 흘러나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귀이태는 겨우 입을 열었다.“어... 어떻게... 어떻게... 실력이 이렇게... 막강할 수 있어... 보름 전까지만 해도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