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을 보자마자 남미숙은 얼굴이 굳어지고 음험하고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뭐 하러 왔어?”남미숙이 물었다.서지현은 남미숙을 바라보았는데 얼굴에 ‘다정’한 웃음을 떠올리며 관심하는 모습이었다.“어머님, 가시죠. 준비는 다 마쳤어요. 정신재활센 VIP 병실에서 앞으로 지내시게 될 거예요.”말하면서 서지현은 차갑게 웃더니 종이 한 장을 남미숙의 앞에 내려놓았다.순간 남미숙의 안색이 완전히 달라졌다.‘고도 망상 장애’라는 감정서가 버젓이 놓여 있었다.“서지현, 너... 무슨 뜻이야? 나 정신병 아니야!”“너... 날 해치려는 거야?”남미숙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어머님, 정신병이 아니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어떠하셨는지 다들 똑똑히 봤는데요. 정신 쪽으로 문제가 생겨서 그러한 걸 거예요. 며느리로서 챙겨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병원 관계자들까지 모시고 온 거예요. 그곳으로 가면 의사들이 챙겨줄 줄 것이니 이곳보다 좋지 않겠어요?”서지현은 웃으며 말했다.“꺼져! 다 꺼져!”“나 정신병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독할 수 있어? 어떻게 감히 날 정신 병원으로 보낼 수 있어? 어디도 가지 않을 테니 그런 줄 알고 꺼져! 여봐라, 얼른 쫓아내거라 얼른!”남미숙은 짙은 공포와 분노의 기색을 드러내고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의사 선생님, 보세요. 우리 어머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는 거죠?”서지현은 옆에 있는 정신과 의사를 향해 물었다.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심상치 않으신 거 같은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잘 모시고 있을게요.”“네, 잘 부탁드릴게요.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하세요. 자주 찾아뵙고 그래야 하는데, 도망이라도 가신다면 책임 물을 거예요.”서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사모님.”정신과 의사는 장담하고서 건장한 두 남자에게 향해 손을 흔들었다.“얼른 모시고 가거라.”“아니! 싫어!”“서지현, 이 미친년아!”“꺼져! 내 아들은? 큰아들을 만나야겠어! 서지현, 큰아들을 불러와!”“천수야! 천수
토요일인 오늘, 유치원에서 아이들 부모까지 유치원으로 초대했다.다 같이 친자 활동을 펼치려고 말이다.율이는 사실 윤도훈과 이진희 모두 왔으면 했으나, 이진희는 회사에서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 바람에 올 수 없었다.율이도 어쩔 수 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실망한 채 윤도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윤도훈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미묘한 질투까지 들었다.그러나 이진희는 회사에 가고 나서 곧바로 제황원으로 돌아왔다. 윤도훈의 방 밖에 서 있는 이진희, 절세미인다운 얼굴은 약간 붉어져 올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안타깝게도 지금은 아무도 감상할 수 없었다.몰래몰래 온 것이 다소 도둑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이렇게 하는 건 좀...”“이진희 이렇게 할 거야?”이진희는 문밖에 서서 약간 고민하는 듯 한참 동안 혼잣말을 했다.“몰라! 답답해 죽겠어!”“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내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결국 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윤도훈의 방 문을 열었다.방 문은 잠기지 않았다.이 별장은 지금 그들 ‘일가족’ 외에 아무도 없어 윤도훈은 이진희와 율이를 방어할 리도 없다.아마도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줄곧 청고하고 도도했던 이진희가 몰래 그의 침실로 들어올 것이라는 걸.들어온 후 이진희는 가슴이 콩닥콩닥거려 자기도 모르게 뒤를 살피며 찌린 듯한 웃음을 드러냈다.이 방에 처음 들어온 것이 아니다.그날 밤 윤도훈과 사이에 율이를 사이에 두고 반듯하게 누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 외에.제황원의 큰 별장으로서 이 안방의 면적은 매우 크며 단독 욕실, 서재, 활동실 등이 있다.이곳의 배치에 대해 이진희도 잘 아는 편이다.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상 안으로 곧장 달려갔는데, 서랍 하나를 끄집어내고 뒤지기 시작했다.아무것도 얻지 못한 후에 또 다른 서랍을 열었다.잠시 후.이진희는 서재에 앉아 표정이 한동안 오락가락했다.그녀의 손에 어느새 누렇게 변한 공책이 들려져 있었는데, 윤도훈 어머니 하여옥이 남긴 일기장이다.“이
지금 이 순간, 시어머니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일기를 손에 들고 있는 이진희.이진희는 지금 심장이 뛰어나올 지경이다.‘혹시 이 일기에서 그 남자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까?’‘혹시 이 위에 자신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이 있을까?’이렇게 생각하면서 이진희는 마음속의 죄책감을 누르고 시어머니의 일기를 뒤지기 시작했다.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보면서 이진희는 얼굴은 계속 변해갔다.그 표정 변화는 엄청이나 기복이 심했다.충격, 안쓰러움, 분노...얼마나 지났는지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자 익살스러운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마지막 페이지에 네 개의 핏빛 큰 글자가 쓰여 있었으니 말이다.[상고 윤씨 가문.]눈에 부실 정도로 빨간 것이 사람을 당화하게 했다.마치 끝없는 원한과 살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이진희의 눈에 자기도 모르게 습기가 떠올랐다.“윤도훈, 이 나쁜 놈아!”“도대체... 날 뭘로 생각한 거야? 이 모든 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거야?”“너랑 율이와 함께 그 모든 걸 직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내가 네 아내라고! 근데 날 진정 아내로 생각하긴 한 거야?”“그래서 차라리 바람둥이라고 착각하게 놔둔 거야? 그래서 사진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거야?”이진희의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이 일기를 다 본 후에 똑똑한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알아냈다.비록 줄곧 특히 그때 야시장에서 남정은의 아내를 만나 사진 진실 여부에 대해 생각은 했었지만, 윤도훈에게 설명을 듣지 못해 줄 돈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이때 마음속으로 윤도훈에 대한 원망을 제외하고 사진으로 인한 심리적저촉과 미움은 사라졌다.일기에 근거하여 뭔가를 추측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윤도훈의 방에서 그녀는 거의 다 찾았지만 다른 여자와 관련된 것은 조금도 찾지 못했다.애초에 남정은이 이진희에게 준 그 사진들에서 윤도훈은 또 다른 여자와 손을 잡고 껴안았는데 마치 엄청 ‘더티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만약
어른들과 달리 율이와 현이는 우연한 만남이 반가웠다.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예의 바르게 어른들께도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윤도훈과 달리 송은설과 은표는 그를 보고서 덤덤하게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었다.지난번 율이가 갑자기 아프면서 벌컥 화를 냈던 윤도훈의 모습으로 그들 사이에 흠이 생기게 된 것이다.송은설의 부탁으로 윤도훈은 그녀의 방패가 되어주기는 했었지만 그로써 응어리를 풀기에는 부족했다.바로 이때 가볍게 인사만 하고서 자리를 떠나려던 윤도훈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현이 머리 위에 검은 안개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는 큰 재난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물론 일반인이 발견할 수 있는 검은 안개가 아니다.‘용안관천술’의 전승을 이어받은 윤도훈은 음양풍수를 완벽하게 꿰둟었기에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현이뿐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송은설과 은표의 이마에도 검은 안개가 어슴푸레 감돌고 있는 것 같았다.두 사람 역시 현이와 마찬가지로 곧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윤도훈은 송씨 가문에게 그중에서도 엉뚱 발랄한 현이에게 내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한 시점에서 그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못 본 척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현이야, 고모랑 같이 온 거야? 재밌게 놀았어?”율이의 손을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간 윤도훈은 현이에게 말을 걸면서 운을 떼려고 했다.“네, 재미있게 놀았어요. 돼지 아저씨.”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윤도훈을 향해 메롱하며 웃었다.‘돼지 아저씨?’오랜만에 듣는 별명에 윤도훈은 땀이 흥건해졌다.보아하니 현이한테 돼지 아저씨의 이미지로 남게 될 것 같다면서.이윽고 그는 송은설과 은표를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었다.“여기서 다 보네요?”송은설은 눈썹을 들썩이며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일 초 전까지만 해도 율이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떠나려던 윤도훈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하지만 갑자기 시선
말을 마치고 송은설은 윤도훈을 째려보더니 바로 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뒤돌아서는 그 순간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달아올랐다.지난번 놀이동산에서 같이 밥을 먹었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자기 손을 꼭 잡고 있던 윤도훈은 송은설이 먹었던 찌개를 먹었었다.비록 송은설의 찌개에 독이 들어간 이유로 해독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그래도 부끄러웠다.그 뒤로 윤도훈을 다시 만나게 되니 수치스럽고 어색했다.은표 역시 윤도훈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더니 덤덤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자기 뜻을 몰라주는 두 사람이 모습과 태도에 윤도훈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윽고 눈빛이 반짝이더니 부드러운 진기를 현이의 몸속으로 넣었다.현이 몸에 표시를 한 셈으로 간주하면 된다.“아빠, 혹시 은설 이모 좋아해요?”이때 율이가 고개를 바짝 들고 양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물었다.작은 얼굴에는 노한 기운이 가득했다.“아빠, 저 분명히 말씀드리는데요, 저는 진희 엄마만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니 진희 엄마 속상하게 하지 마세요.”그 말을 듣고서 이마에 땀이 흥건해진 윤도훈이다.‘벌써 아빠는 잊은 거야? 진희 엄마 편만 드는 거야?’‘화내지 말자! 내가 낳은 딸이잖아!’“율이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빠가 은설 이모를 좋아하다니 그게 말이 돼?”윤도훈은 율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근데 왜 같이 점심 먹자고 했어요? 흥!”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그건... 은설 이모랑 현이한테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서 아빠가 좀 풀어주려고 그런 거야. 근데 사실 그대로 말하면 그들이 두려워할까 봐 그러지 못한 거야.”윤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설명하기로 했다.그 말을 듣고서 율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놀라워 마지 못하며 긴장하는 기색을 드러냈다.“아빠, 그게 정말이에요? 그럼, 얼른 가서 좀 도와주세요. 현이한테 위험한 일 생기면 안 돼요.”“알았어. 아빠 일단 율이 너를
30분 뒤.송씨 가문 장원 밖에 SUV 한 대가 멈춰 섰는데 차 안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바로 이때 송장헌을 우두로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차를 둘러서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야?”“집에 다 온 애들이 갑자기 어디로 간 거야? 어디로 간 거냐고?”안색이 한껏 어둡진 채 송장헌이 물었다.“죄송합니다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달려왔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송씨 가문의 경호원 한 명이 안절부절못해 설명했다.송장헌은 송은설과 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이가 없어 당황하기 그지없었다.이윽고 바로 손자 송영태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라고 했다.기이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차가 바로 송씨 가문 장원 대문 밖에 멈춰 섰는데,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에 대해.이는 분명 어떠한 사달이 난 것이 분명했다.바로 이때 송장헌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윤도훈이었다.“윤도훈 씨?”송장헌은 곧바로 받았으나 목소리에는 의혹이 가득했다.‘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지난번 율이가 송씨 가문에서 아프고 난 뒤로 윤도훈과 송씨 가문 사이가 좀 어색해졌으니 말이다.윤도훈과 이진희의 결혼식에 참석한 외에 그는 윤도훈은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혹시 은설 씨랑 현이 잘 들어갔나요?”윤도훈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송장헌은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왜 그렇게 묻는 거죠? 혹시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요?”상대의 말투가 이상함을 느끼고 윤도훈은 또다시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사라졌어요... 다들...”송장헌은 잠시 망설이다가 상황을 윤도훈에게 설명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어요? 우리 은설이랑 현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거예요? 혹시 윤도훈 씨와 연관되어 있는 거예요?”말을 마치고 송장헌은 의문 그리고 추측하는 말투로 윤도훈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윤도훈과 관련되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윤도훈은 따로 더 깊이 설명할 수 없어 목소
“윤도훈? 너였어?”“헤헤헤...”벽 쪽으로 몸을 피한 파린 노인은 윤도훈을 보고서 음흉하게 웃었다.차갑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윤도훈은 살기 등등한 모습을 그를 째려보며 물었다.“정체가 뭐야?”상대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자기를 아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하면서.“나?”“궁금해? 난 귀패문의 대상 장로 귀이태라고 한다.”말하면서 파린 노인의 얼굴에는 험상궂은 빛이 떠올랐다.“나의 제자 귀대성, 나의 제자의 제자 귀익혼까지 모두 네놈이 죽였다. 그들의 복수를 내가 대신할 것이다.”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의 얼굴은 더욱더 차가워졌으며 이까지 악물었다.“귀패문 잡놈이었어? 네까짓 게 날 죽이겠다고? 걔들이랑 다시 만나게 해줄게 내가.”윤도훈은 말하면서 콧방귀를 뀌더니 날카로운 눈매로 들고 있던 빙하용최검을 휘두르며 미치고 날뛰는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귀패문!사악하기 그지없는 그 문파가 또다시 나쁜 짓을 하고 있다.노차빈이 구했던 그 아이들도 육씨 가문에서 귀패문에게 ‘선물’로 보내려던 아이들이었다.이곳으로 달려왔을 때 윤도훈은 귀이태가 현이에게 할 일을 알게 되었고 순간 화가 벌컥 났었다.만약 노차빈이 그 아이들을 귀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귀패문의 손에 빠져 꽃을 저버릴지 말이다.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윤도훈은 무릇 귀패문 소속이라면 보는 족족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그뿐만 아니라 혼비백산하게끔 다시는 환생할 수 없게끔 만들겠다면서.어느 날 실력이 갖춰지게 된다면 사악한 이 문파를 모조리 뿌리 뽑아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눈앞에 있는 이 ‘사탄’부터 없애야 한다.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귀이태의 파린 얼굴에는 개의치 않아 하는 웃음이 떠올랐다.대놓고 웃기까지 했는데.“그놈 참 겁이 없구나. 내가 누군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 같은데, 네 실력이 얼마나 하찮은지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귀이태는 음흉하게 웃었다.이윽고 온몸에서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빙하용최검, 교묘하기 그지없는 검법으로 바로 귀이태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열공비홍’, 빙하용최검 검법의 제1식이다.윤도훈은 처음으로 실전 중에 무술과 더불어 이 신병을 사용하는 것이었다.검을 휘두르는 순간 윤도훈은 경맥 속의 둔탁한 진기가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빙하용최검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온몸의 진기를 5% 정도 소모한 셈이었다.수치로는 결코 많아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윤도훈의 실력과 치밀어 오른 진기 총량으로 본다면 귀이태는 감히 무시할 수 없었다.동공이 심하게 요동치며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소매 사이로 금속으로 된 예리한 발톱을 바로 내밀어 머리를 막으며 그의 공격을 이겨내려 했다.땡-귀를 때리는 듯한 소리와 더불어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는데 그 위력은 대단했다.귀이태는 연속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고 진동에 양팔이 저렸다.굳었던 안색도 인제 놀라움으로 변해버렸다.“어떻게 네가...”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상대는 그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윤도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기세를 몰아 ‘열공비홍’의 제2식을 선보였다.‘열공비홍’ 칼법은 총 9식까지 있으며 위력은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로 되어있다.만약 제1식부터 제9식까지 연이어 사용하게 된다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제2식을 선보일 때 윤도훈 체내의 진기는 이미 절반 정도 소모되었고 위력은 2배로 되었다.이윽고 그 위력은 난폭할 정도로 부풀어 갔다.윤도훈은 바로 귀이태의 배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귀이태는 부랴부랴 오른손의 금속 발톱으로 이를 막았다.그러나 결단 후기인 그는 한 손으로 윤도훈의 공격을 막고 나서 대경실색하고 말았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오른손이 빙하용최검에 의해 날아갔기 때문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귀이태는 연신 몸을 안으로 감은 채 가슴을 활짝 열었다.피식-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빙하용최검은 그의 가슴을 지나 섬뜩한 상처를 남겼다.귀이태는 안색이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빙하용최검이 몸을 지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