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옮기던 중 윤도훈은 갑자기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숨결을 거두고 신경을 가다듬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커다란 산봉우리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안개가 희미해지면서 점점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30초 뒤, 윤도훈은 산비탈에 기대어 싸우고 있는 그곳을 내다보았다.“고향기?”싸우고 있는 무리에 고향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윤도훈은 눈썹을 들썩였다.땡땡땡-무기가 부딪치는 소리에 따라 양손에 칼을 들고 있는 고향기는 호정우와 전진의 협동 공격에 다소 힘들어 보였다.호정우와 전진의 곁에 있는 다른 세 명의 초급 경지 후기 고수들까지 때때로 습격을 하자 고향기는 점점 낭패해지기 시작했다.홀로 다섯명을 상대한다는 건 아무리 천재 소녀라고 하더라도 버거운 일이었다.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오른 고향기는 걸음마저도 점점 흔들리고 있었다.심지어 등 뒤에는 새로 생긴 칼 상처도 있었다.땡-바로 이때 호정우는 다른 사람이 고향기의 주의력을 앗아가는 틈을 타서 손에 들어 있는 장총으로 고향기의 목을 향해 찔러 갔다.만약 공격이 제대로 먹힌다면 고향기는 아마 목에 구멍이 난 채로 숨을 거두게 될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고향기는 바로 반응하며 몸을 피해 갔으나 허벅지 쪽에 칼을 맞고 말았다.쏴-날카로운 총 끝이 고향기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총 끝은 그녀가 묶고 있던 고무줄을 끊어버렸고 까만 긴 생머리가 찰랑찰랑 거리기 시작했다.낭패하기 그지없는 고향기의 모습에 머리카락까지 휘날리게 되니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그려냈다.탕탕탕-고향기는 연신 뒤로 물러서면서 호정우 그리고 전진과 잠시 거리를 두었고 놀라움과 비분이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어라?”풀어헤쳐진 고향기의 머리카락을 보고서 호정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꾸 시선이 가게 되는 고향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 깨달은 듯했다.“여자였어?”이때 태원문의 전진 역시 의외라는 얼굴과 함께 공격을 멈추었다.어깨쯤 머리가 내려앉은
고향기 배후에 있는 고씨 가문 따위는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호정우는 사악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형 또한 정이 많은 사람이었군요. 하하하. 좋아요. 죽이기 전에 일단 마음껏 맛부터 보죠. 이번 시련에 이런 좋을 일도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먼저 하시죠. 다 하시고 제가 할게요.”“너희들도 섭섭해하지 마. 우리 끝나면 너희들이 해.”전진은 고향기를 물품처럼 나누기 시작했다.다른 초급 경지 후기 고수 세 명은 자기에게도 몫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흥분해 마지못했다.고향기같은 미인이라면 설령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쳤다고 한들 전혀 싫지 않으니 말이다.그들의 주고받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고향기는 마침내 노여움을 참지 못했다.“빌어먹을 놈들!”“차라리 그냥 죽여! 죽여!”아름다운 고향기의 두 눈에는 절망이 피어올랐고 내심 기대고 싶으나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여자임이 드러나고 난 뒤 전보다 더더욱 위험한 상황이 닥쳐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차라리 반항하지 말고 호정우와 전지의 손에 그냥 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까지 하기 시작했다.“그냥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이렇게 너랑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는데 어떻게 그냥 죽여.”전진은 차갑게 웃으며 호정우를 향해 사인을 보냈다.“그럼 시작하시죠. 목숨이 붙어있을 정도로 하시고요. 너무 격하게 하지 마시고요.”“하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힘 조절할게요.”호정우는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향기는 이를 악물고 손에 들고 있던 무기에 힘을 더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격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마지막에 이르러서 그러한 상황이 오게 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준비까지 마쳤다.절대 그러한 굴욕을 당해서는 안 된다며.그러던 그때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손을 쓰려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렸다.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았으나 그전까지 전혀
호정우는 말하면서 바로 윤도훈을 향해 공격을 하려고 했고 그와 동시에 전진에게 사인을 보냈다.‘고수’를 지키고 있으라며 ‘고도훈’을 죽이는 틈을 타서 여자를 놓치지 말라는 사인이었다.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호정우는 차갑게 웃으며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너 맷집이 좋은 거 알아. 방어력이 대단한 것도 알아. 단결 초기 강자 공격을 당해낼 수 있다고 한들 내가 열 번 백번 천번을 공격해도 당해낼 수 있을까? 영웅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주인공 행세 한 번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주인공도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란다.”“죽어!”말하면서 그는 장총을 흔들며 윤도훈을 향해 찔러오려고 했다.윤도훈은 콧바우기를 뀌며 살기가 가득한 호정우를 맞이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주인공은 안 죽어.”그러나 바로 이때 청아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그만하세요!”쏴-이윽고 윤도훈은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으며 눈앞이 아른거리자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가 눈앞에 나타났다.“백아름?”호정우는 자기와 윤도훈 사이에 나타난 그녀를 보고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백 소주님?”전진 역시 당황한 모습이었다.고향기도 두말할 것 없었는데 실력이 막강한 하란파의 소주가 확실했다.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멈춰 섰다.백아름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는 눈치였고 자세를 보아하니 자기를 지켜주려는 듯 하기도 했다.비록 백아름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만약 정말로 그러한 마음에나타난 것이라며 윤도훈은 그녀에 대해 생각이 바뀌게 될 수도 있다.“그만하세요! 그만하시라고요!”백아름이 덤덤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호정우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아름아,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왜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야? 너한테도 몹쓸 짓을 했었던 놈이야! 너 대신 복수해 주려고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잖아.”백아름은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호정우를 바라보는 두 눈에는 혐오가 가득했다.실은 이곳에 온
역시나 백아름의 덤덤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사람은 지금 당신들 손에 죽을 수 없다는 거예요.”말하면서 말투가 확 바뀌더니 윤도훈을 향해 말했다.“지금부터 그쪽도 함께 온 저분도 저를 따르시죠.”“네? 왜 그래야 하는 거죠?”“만약 싫다면요?”윤도훈은 포악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싫다고요?”백아름은 멈칫거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싫으면 지금 바로 죽이고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동공이 움측 거리더니 백아름을 한참 동안 바라본 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래요. 그렇게 하죠.”“미인과 함께한다는 게 마다할 이유가 없죠.”백아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지만, 두 눈에는 조롱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 웃음은 마치 헌터가 자기 사냥물을 보고 있는 듯했다.이윽고 전진과 호정우 두 사람은 달갑지 않은 마음을 안은 채 자리를 떠났다.호정우도 백아름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사리 분별은 되는 사람이었다.이번 시련에 참가한 목적은 좋은 성과를 따내는 것이지 백아름의 곁에 개처럼 붙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백아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향기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나서 백아름은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커다란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갔다.가는 내내 백아름은 맨 앞을 지키고 윤도훈 그리고 고향기와 교류할 마음도 없어 보였다.무척이나 도도해 보이고 차가운 모습만 보였을 뿐이다.“저기요. 대체 같이 가자고 한 이유가 뭐예요?”고향기와 고도훈은 뒤쪽에서 걸어가며 일부러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윤도훈 역시 의문이 가득하나 좋은 일 같지는 않았다.“나도 모르겠는데, 아마 내가 하도 잘 생겨서 그런 게 아닐까요? 나한테 반했나?”그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입을 삐죽거리며 멸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반했다고요? 그건 좀 아니라고 봐요.”윤도훈도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아니면요? 호정우와 싸우겠다는
결단 경지 청년 고수인 임수학과 하장풍은 지금 신경을 곤두세운 채 피 끓는 살기를 드러내고 있다.오늘 이 자리에서 딱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세로 말이다.그러나 바로 이때 검은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더니 두 사람 사이에 서게 되었다.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흑월교의 성자 임시원이었다.“무슨 원한이 그리도 깊으신지 궁금하네요. 굳이 죽기 살기로 그러실 필요가 있을까요?”임시원은 두 사람을 흘겨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넌 뭐야? 어디서 굴러온 쓰레기가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데 함부로 끼어드는 거야!”임수학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하장풍은 잔인하게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굴러온 시련 점수인가? 야, 누가 먼저 죽이는지 한번 내기할래? 죽인 사람이 쟤 주머니 차지하고.”말을 마치자마자 하장풍은 바로 임시원을 향해 달려들었다.겉으로 보기엔 몸집이 야소하고 말라 보이지만 강력한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임시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양손에 진기를 불어넣어 하장풍의 공격을 받아들였다.펑-둔탁한 소리가 울리면서 하장풍과 임시원은 거의 동시에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하장풍은 놀란 기색을 드러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라? 너도 결단 강자야?”“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감히 두 분의 싸움에 끼어들 수 있겠어요.”“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흑월교의 임시원이라고 해요.”임시원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임수학은 콧방귀를 뀌며 계속 비아냥거리는데.“그전에 참가한 테스트에서 실력을 꽤 감춘 모양이네요.”임시원은 허허 웃으며 부정하지 않았다.그러나 하장풍은 눈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허씨 가문과 금도문은 늘 이처럼 적대시해왔어요.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상관하지 말라는 말이에요. 그 쪽한테 좋을 리 없으니.”그러한 말을 듣고서도 임시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 시련에 참가한 건 단순히 이러한 화풀이나 하기 위함이 아니잖아요. 실질적인 눈에 보이는 이득을 확보하고자 참
임수학과 하장풍은 의문을 금치 못한 채 물었다.“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하란파의 백아름도 이곳에 들어올 줄은 몰랐거든요. 하란파에서 일부러 백아름을 들여보낸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이유는 뭐다? 하란파에서도 그 신약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거죠. 저 하나만으로는 백아름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으니 두 분께 이렇게 제안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같이 손잡고 일단 백아름부터 없애고 각자 실력대로 신약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건 어때요?”임시원의 말에 하장풍과 임수학은 안색이 한동안 변화무쌍했다.망설이는 듯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손잡고 백아름을 없애자고요? 그럼, 하란파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임수학은 다소 꺼리는 듯한 모습이었다.“개인 시련이고 그 어떠한 싸움도 살육도 허락한다고 분명히 말했었잖아요. 백아름을 상대로 그 어떠한 공격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도 없잖아요. 참가한 그 순간부터 백아름 또한 위험을 직면할 준비를 했어야 했고 하란파 사람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예요. 백아름을 죽이지만 않는다면 하란파에서도 뭐라고 할 수 없을 거예요. 이번 청황 대회를 주최한 사람이 하란파가 맞긴 하지만 하란파에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 은둔 세력이 뒤에서 지키고 있는데 막무가내로 할 수 있겠어요? 이러한 좋은 기회가 있는 만큼 그 누구든 쟁취하려고 접어들 거예요. 마지막 승자가 누가 될지는 각자 역량에 따르는 거죠.”다소 진지한 임시원의 말에 임수학과 하장풍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 모두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기대도 한껏 한 모습이다.그렇다. 백아름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었다.금도문과 하씨 가문 역시 5대 은둔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백아름을 죽이지만 않는다면 하란파에서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할 것이다.“좋아요.”“지금 이 시간부로 우리 세 사람 한배를 탄 거예요.”“백아름부터 없애고 각자 실력대로 신약을 쟁취하는 거예요.”...도운시
“전화 받아. 무슨 말 하려는 지 들어봐야 할 것 아니야. 그 사람들 손에 아빠가 있는데...”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원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전화를 받았다.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는데.“여보세요?”“어떻게 생각은 다 하셨나요? 레드 용 회장님께서 이 정도 기다려주시면 꽤 기다려 주신 건데...”외눈박이가 어두운 목소리로 협박을 가했다.“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걱정한 마음이 더욱 큰지라 꾹꾹 억누르며 물었다.“어르신, 아드님께서 긴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시네요. 그만 저항하고 얼른 우리 회장님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 오라고 하세요. 아니면 너도 죽어!”전화기 너머 외눈박이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이원은 이천수의 소리를 듣게 되는데.“원아, 아빠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펑-이천수는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외눈박이의 발길질에 멀리 날아가 버렸다.외눈박이는 삼엄한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르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 어디 한번 지옥이 뭔지 보여드릴까요? 미친놈의 X끼가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어디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전화기 너무 욕설이 들려오자, 이원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만 해!” “어머, 놀라셨어요? 아버님은 아직 숨이 붙어 있어요. 주제 파악 못 하고 들이대는 걸 보니 아직 생생하고요. 근데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려고 해요. 그러니 이쯤에서 도운시 지하 회의를 주최하는 게 좋을 거예요. NC 조직에 부하들 데리고 들어오겠다고... 아니면 아버님의 생사는 더 이상 지켜드릴 수 없을 거예요.”외눈박이가 비아냥거린 목소리로 험상궂게 말했다.“알았어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답변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우리 아버지한테 손대지 말아주세요. 부하들에게 열심히 설득하고 있으니 시간이 좀 필요해요. 아니면 그쪽으로 넘어가서도 레드 용 회장님 말씀에 따르지 않을 거예요. 제 부하들이 들고 일어서는 걸 원하시는 건 아
“알고 있어요.”...하란파 신약곡 산골짜기 안에서.윤도훈과 고향기는 백아름 뒤를 ‘지키며’ 함께 커다란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산과 가까워질수록 영약의 종류도 점점 많아졌다.세 사람은 가끔 걸음을 멈추고 신약을 채집하기도 했는데, 주머니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가끔 다른 시련 참가 선수들까지 맞이하게 되었는데, 윤도훈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도도해 보이고 청아해 보이는 백아름이 선뜻 나서서 다른 참가선수의 수확품을 앗아간 것을 보고 말이다.자기 물건을 챙기기라도 하듯이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아니었다.이번 시련에서 백아름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틀에 박힌 일이라 그녀 역시 절대적인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점심시간이 다가올 때쯤, 윤도훈은 그 커다란 산봉우리가 똑똑하게 보이기 시작했다.해발이 무려 2천 미터 정도나 되는 망치 모양의 화산으로 가까워질수록 그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와 동시에 신약산 산골짜기에 들어선 순간 보게 되었던 짙은 안개도 점점 옅어지는 느낌이었다.산과 가까워지면서 그 안개마저도 사라진 것만 같았다.무엇인가에 흡수된 듯이 말이다.바로 이때 기이한 광경이 세 사람의 눈앞에 펼쳐졌다.커다란 화산 꼭대기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퍼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붉은색 광막이 하늘을 뚫고 치솟는 것만 같았다.무려 30초 정도 지속되고서야 서서히 사라졌다.윤도훈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천재지보가 나타나기 전에 일어나는 이상한 광경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얼른 가요. 얼른!”백아름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바로 윤도훈과 고향기를 향해 소리치며 다그쳤다.이윽고 속도를 높여 먼저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위협하는 말투로 말이다.윤도훈은 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아니면 이 틈을 타서 백아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녀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