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광경이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이름 모를 보물이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달려든 것이다.다만 산꼭대기에 오르자마자 백아름과 임수학 일행이 이미 와 있음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호정우와 전진은 속으로 수군거렸다.초급 후기 절정 실력은 결코 약하는 건 아니지만 결단 고수와 맞서기에는 아직 갓난아이와 다름이 없다.이러한 상황에서 호정우는 바로 지체없이 백아름의 등 뒤로 숨으며 그녀를 믿기로 한 것이다.전진도 똑같이 정신을 차려 호정우와 함께 백아름 쪽으로 전형을 기울인 것이고.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산꼭대기에는 두 무리의 사람이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백아름을 선두로 한 무리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백아름을 제외하고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해 보였다.그리고 다른 한 무리는 금도문의 임수학, 하씨 가문의 하장풍, 흑월교의 임시원으로 구성된 3대 결단 초기 강자들이다.“백소주께서도 이제 곧 세간에 나타날 신약을 위해서 왔나 봐요?”백아름 일행을 향해 다가오며 임수학이 웃으며 말했다.흑월교의 임시원은 일부러 단결 초기 강자의 기운을 내뿜으며 자신의 시력을 뽐냈다.백아름은 눈살을 찌푸린 채 세 사람을 보고서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단결 초기 강자가 똘똘 뭉치게 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눈치였다.임수학과 하장풍이 손을 잡은 건 더더욱 놀라 놀 자였다.아무리 결단 중기 강자라고 하더라도 세 명의 결단 초기를 맞서는 건 좀 버거운 일이다.하물며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별다른 쓸모가 없어 보였다.“빼앗으려고 그러는 거예요?”백아름은 차가운 얼굴과 더불어 억센 말투로 물었다.강력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흘러 나갔고 뜨거운 환겨이 순간 차가워지기는 것만 같았다.“먼저 가진 사람이 임지인게 아니겠어요? 물론 빼앗아 온 사람이 임자일 수도 있고요.”“설마 이곳이 하란파 영역이라며 이제 곧 나타날 신약도 하란파 소유물이라고 우기는 건 아니겠죠?”임시원은 입고 있는 검은 옷을 떨치며 차갑게 웃었다.백아름은 콧방귀
이러한 상황 앞에서 호정우는 백아름에게 잘 보이려고 기회를 잡으려고 한 것이다.“호정우 씨, 그만하시죠. 당신 실력으로는 쨉도 안 돼요.”임수학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백아름 역시 몰래 입을 삐죽거렸으나 대놓고 얘기하지 않았다.“호!”바로 이때 난폭한 고함이 화산 아래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무서운 기운이 스멀스멀 위로 퍼져 오르고 있다.그 강력한 기운에 현장 사람들은 안색이 확 달라지고 말았다.“강력한 기운이 있는 걸 보아하니 저 화산 밑에 무서운 짐승이 이제 곧 나타날 신약을 지키고 있는 것 같네요.”임시원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한 소리를 뭐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는 거죠?”백아름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기운으로 봐서는 적어도 결단 후기 절정 시력으로 느껴지는데요?”허씨 가문의 하장풍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바로 이때 흑월교의 성자 임시원이 제의를 건넸다.“백소주, 손 잡는 건 어때요?”그 말을 듣고서 백아름은 피식 웃었다.“그럴 마음 없는데요. 아니면 세 사람이 손잡고 내려가서 죽이고 오는 건 어때요? 그럼, 신약은 당신들 몫으로 인정해 드릴게요.”말을 마치고 백아름은 아주 덤덤하게 다리를 접고 앉았다.‘손을 잡아?’결단 초기 강자 세 명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결단 후기 절정의 맹수를 저항할 수 없다.같은 차원일 경우에도 천지가 육성한 맹수는 전투력이 일반 수련자보다 더욱 강대한 편이다.하물며 경지마저 그들보다 훨씬 더 높으니 말이다.유일한 방법은 지금 그들의 손을 빌려 맹수를 따돌리고 기회를 틈타 신약을 얻어야 한다.“당신...”임수학은 백아름의 말에 노여움을 드러냈다.그러나 바로 이때 임시원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허허, 조급해하실 필요 없어요.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할 수도 있고요.”그렇게 말하면서 임시원 역시 다리를 접고 앉았다.지금으로서는 상황이 너무 뚜렷하다.어느 한쪽이든 먼저 내려가는 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백아름은 그 모습을 보고 겉으로는 덤덤했지만 노여움과 초조함이 눈 밑 깊
백아름의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순간 멍해졌고 다들 기이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당황한 그들과 반대로 윤도훈은 덤덤한 얼굴에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뭐라고요?”백아름을 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뛰어 내려가서 저 맹수 좀 유인하라고요. 신약만 얻어주시면 그에 마땅한 보상은 얼마든지 드릴게요.”말하면서 백아름은 주위를 살펴보더니 삼엄하고 난폭한 소리로 덧붙였다.“개인 시련에서 적어도 5등은 할 수 있게 해 줄게요.”말이 떨어지자 윤도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고소한 듯한 모습이 가득했다.임수학, 하장풍 그리고 임시원 세 사람은 백아름의 생각을 듣고서 눈앞이 다 환해졌다.그렇다. 다른 사람이 맹수를 유인하기만 하면 틈을 타서 신약을 빼앗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며 백아름을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잡아당겼다.이쯤이 되어서야 백아름이 앞서 말했던 ‘도구’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고향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달갑지 않은 기색을 드러냈다.“백소주, 고도훈에게 저 맹수를 따돌리라고 하는 건 죽으러 들어가라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닌가요?”“그리고 사람들도 많은데 왜 하필 저 사람보고 들어가라고 하는 거죠?”수많은 사람들 가운에 고향기만이 윤도훈을 위해 불평을 토로해냈다.“아니면 제가 왜 호정우 손에서 두 사람을 구했을까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굳이 고도훈 씨를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요? 가장 적합하니 그런 거죠.”말하면서 백아름은 윤도훈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린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방어 능력이 강하다면서요? 초급 중기 실력으로 결단 경지 공격을 당해낸 거라면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맹수 앞에서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에요.”실은 또 다른 부분도 있었으나 말하지 않았다.그건 바로 윤도훈 자체가 재수 없다는 것이다.미녀 소주 백아름은 도도하고 차가운 것이 마음이 너그러운 것 같으나 실은 사소한 것도 오래 기억하는 그런 소심한 인간이다.그 말을 듣고
그러한 이유로 백아름은 고향기를 앞장세워 윤도훈을 협박했다.‘뛰어내리시죠.”“뛰어내려! 아니면 백소주가 널 죽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널 죽이고 말 거야.”“뛰어내려! 어쩌면 목숨이 간당간당하게 붙어있을 수도 있고 네 동문도 지킬 수 있잖아.”“하하, 고수가 여자였어? 뛰어내리지 않으면 너부터 죽여버리고 저 여자 우리가 어떻게 할 거 같아?”임수학과 호정우 등이 윤도훈을 향해 압박을 더하기 시작했다.윤도훈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두 눈이 점점 반짝거렸는데, 점점 이성을 잃는 모습이었다.차가운 웃음도 분노도 점점 커지는 것만 같았다.쏴-바로 이때 고향기가 윤도훈의 곁으로 다가왔다.“뛰지 마. 뛰어내리면 넌 반드시 죽게 되어 있어.”“아니면 그냥 목숨 걸고 싸우면 그만이야.”“한 명 죽여도 좋고 두 명 죽여도 좋으니 절대 뛰어내리지 마.”고씨 가문의 천재 소녀는 양손에 칼을 쥔 채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하려고 했다.어여쁜 얼굴에 결의와 단호한 빛이 가득했고 당당하게 윤도훈의 곁에 섰다.윤도훈은 멍하니 있다가 고향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지금껏 자기를 적대시하고 달갑지 않아 했던 고향기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럴 필요 없어.”윤도훈은 고향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날 위해 목숨 건 너였잖아. 그래서 죽는 한이 있어도 빚지고 싶지 않아.”“지금 이 상황에서까지 그렇게 센 척이 하고 싶어?”고향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호정우와 전진 등의 협동 공격에 고향기가 절망에 빠진 그 순간에 윤도훈이 불쑥 나타난 건 다소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이긴 했지만, 실은 내심 엄청 감동을 받았었다.바보 같은 녀석이 자기를 위해 목숨까지 마다할 줄은 몰랐다면서.따라서 지금 모두가 윤도훈을 압박하고 있을 때 고향기 역시 전의 그와 마찬가지로 윤도훈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원했던 것이다.죽으며 그만이지 하는 마음으로.아니면 홀로 남겨진 고향기 역시 좋은 결과는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윤도훈이 뛰어 내려가면 고향기 역시 백아름에게 있어
“고도훈, 너...”윤도훈 뒤에 서 있는 고향기 역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멀리 떨어져 있어. 조심하고.”윤도훈의 얼굴에 포악하고 사악한 웃음이 떠올랐다.이윽고 발밑을 툭툭거리더니 총알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무서운 기운이 가장 앞에 있는 호정우를 포위해 버렸다.기고만장하고 곳곳마다 자기를 겨냥하는 호씨 가문의 도련님에 대해 윤도훈은 이미 살기가 가득했었다.“고도훈, 너 제길...”호정우는 윤도훈 몸에서 퍼져 나오고 있는 놀라운 기세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겨우 정신을 차리고 총을 겨냥하며 초급 후기 절정의 실력을 전면적으로 폭발시켜 버렸다.윤도훈을 콧방귀를 뀌며 호정우의 총을 마주하면서도 달갑지 않아 했다.땡-순간 그는 칼을 빼앗아 오면서 웅장한 진기를 들이부었다.철이 맞붙는 순간 호정우는 괴상하게 소리를 지르며 장총을 들고 있던 양손 아귀가 터지더니 피가 사방으로 튕겨버렸다.장총은 더더욱 손을 이탈한 채 바로 날아가 버렸다.호정우는 안색이 확 달라지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너... 공격이... 어떻게... 말도 안돼...”지금 이 순간 윤도훈이 보여주고 있는 기운은 초급 후기 절정 호정우와 같은 경지의 기운이다.하지만 같은 레벨이라도 부딪치는 순간 호정우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같은 초급 경지 후기 절정이지만 완전히 짓눌러지는 기분이 들었다.심지어 무기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을 만큼.다른 사람들도 안색이 달라지면서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뭐야? 그동안 실력 숨긴 거야?’‘초급 후기 절정이었어?’‘같은 경지인데 왜 저렇게 강한 거지?’고향기도 눈을 크게 뜨고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의외라는 기분이 가득했다.‘초급 후기 절정이야?’타고난 자질 하나 없이 미련해 보이던 놈이 자기와 같은 경지라는 게 마냥 놀라웠다.그뿐만 아니라 마치 일
같은 초기 후기 절정 고수인 호정우가 윤도훈의 발길질 하나에 죽었다고?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터벅터벅-호정우의 곁을 따르던 그 긴 머리의 남자는 연신 물러서며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이윽고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갈 기세였다.그러나 한 줄기 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서 호정우의 곁에서 윤도훈을 비아냥거렸던 그 남자는 몸이 두 동강이 나버렸다.초급 후기 강자가 단칼에 참살을 당하게 된 것이다.우르르-사람들은 그 상황을 보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윤도훈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맹수를 유인하라며 윤도훈에게 뛰어내리라고 한 백아름, 그리고 모두 맞장구를 쳤던주위 사람들.그들은 다 같은 마음으로 윤도훈을 윽박지르며 뛰어내리도록 핍박하려는 기세를 드러냈다.그러나 상황이 달라지면서 놀란 새 떼처럼 뒤로 우르르 물러서게 되었으니 말이다.“호정우를 죽인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아마 백아름만이 살짝 물러섰을 것이다.놀라움과 차가움이 가득한 가운데 윤도훈을 향해 질의했다.“너나 잘 챙겨.”“이제 네 차례야!”윤도훈은 예쁜 얼굴과 달리 마음이 독한 백아름을 바라보며 얼굴에 삼엄한 빛이 떠올랐다.백아름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윤도훈과 한 번 맞서고 나니 더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임수학 씨, 일단 같이 저놈부터 죽이고 그 외 다른 건 다시 얘기하시죠.”“조금 전에 저와 마찬가지로 고도훈 저놈을 윽박질렀으니 제가 죽는다고 해도 당신들은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하란파의 미녀 소주는 눈빛이 몇 번 반짝이며 급한 소리로 임수학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임수학, 하릉풍과 임시원 등 3명의 결단 강자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이윽고 무의식적으로 윤도훈을 향해 다가갔고 백아름과 손을 잡아 그를 죽이려는 모습이었다.윤도훈이 호정우와 그의 부하를 단번에 죽인 것으로 보아 이미 기선제압은 한 셈이다.모든 이들이 그의 실력에 놀라는 동시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과감하고 단호한 윤도훈의 모습을 보고서 임수학 세 사람은 과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백아름은 젊은 나이에 결단 경지에 이르렀다.만약 이러한 실력이 세간에 알려진다면 ‘백아름’ 이름 석 자만으로 모든 이들을 부들부들 떨게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실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고 누군가와 진정한 살육을 펼친 적도 없다.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진 사람과는 얼마든지 싸울 수 있으나 지금 눈 앞에 있는 윤도훈은 실력마다 한 수 위다.그 말인즉슨, 실력으로든 실전으로든 얼마든지 백아름을 능가할 수 있는 존재란 말이다.여러 차례의 살육을 거쳐온 윤도훈은 일단 진지하게 싸움에 임한다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엄청날 것이다.온실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백아름이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천운시에 다녀온 뒤로, 부모님에 관한 일을 듣고 난 뒤로, 윤도훈의 마음속에 악마 또는 맹수가 침복하게 되었다.일단 누군가가 그 신경을 건드리게 된다면 윤도훈은 죽음의 신으로 변하여 그들을 죽음의 길로 안내한다.윤도훈이 내던진 칼을 보고서 백아름은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방어에 나섰다.땡-두 칼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백아름은 손에 진동이 오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이윽고 온몸이 피투성이인 그림자가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살육의 기운을 느끼고서 백아름의 두 눈동자는 크게 요동쳤다.“꺼져!”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백아름은 바로 왼손으로 윤도훈을 세차게 내리쳤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며 주먹에 세찬 기세를 불어넣어 백아름의 섬섬옥수를 맞이했다.밀려오는 아픔에 백아름은 그만 눈살을 찌푸렸고 고속으로 달려오는 기차에 손바닥을맞은 것만 같았다.간신히 아픔을 견뎌내며 백아름은 이를 악물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칼로 윤도훈의 목을 미친 듯이 내리치려고 했다.바로 이때 윤도훈은 두 눈이 반짝거리더니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백아름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용조의 혼이 영혼을 덮어버린 뒤로 윤도훈의 정신력은 동급 수련자들보다 훨씬 강력해졌다.이러한 정신력으로 하여 윤도훈의 반응력은 다른
“고도훈!”바로 이때 정신을 차린 고향기가 윤도훈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당장이라도 백아름을 죽일 것만 같은 그를 막는 듯한 뉘앙스로.백아름 앞으로 다가온 윤도훈은 고향기의 소리를 듣고서 눈동자가 작게 일렁이더니 살기를 조금 거두었다.이윽고 그는 차갑게 웃으며 백아름을 향해 말했다.“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은혜든 원수든 받은 대로 꼭 갚아주는 성격이거든. 호정우가 발로 날 찼으니 나도 그대로 돌려준 거야. 그렇다면, 넌 어떻게 될까?”말하면서 윤도훈은 고개를 돌려 화산구 방향 쪽으로 다가가 화산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너한테는 특별히 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첫째, 지금 당장 뛰어내려서 저 맹수인지 뭔지 유인한다.”“둘째, 나한테 죽는다.”그 말을 듣고서 백아름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듯한 웃음이 떠올랐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뜻인가? 내가 널 도구로 사용해서 너 또한 날 도구로 사용하려는 거야?’“죽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죽여 봐!”윤도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백아름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좌절감으로 인해 이미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백아름이었다.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남자가 지금 자기 목숨을 손에 쥐고서 좌우지하는 것이 죽고 싶을 정도로 싫고 역겨웠다.지금껏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는 백아름인데, 절대 이러한 ‘협박’으로 순순히 고개를 숙 일리가 없다.“좋아. 어쩌면 네 시체로 저 맹수인지 뭔지 유인할 수도 있을지도 몰라.”그러한 대답을 할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한 윤도훈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호!”바로 이때 화산구 아래쪽에서 또다시 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고서 바로 백아름을 향해 손을 쓰려고 했다.한숨 돌린 백아름은 겨우 힘겹게 일어서서 윤도훈과 사생결단을 펼치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헤헤헤.”“하하하.”“시끌벅적하네. 사람들이 엄청 많아.”“재밌어. 아무 재밌어.”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산꼭대기 위에 서 있던 한 그림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