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훈, 너...”윤도훈 뒤에 서 있는 고향기 역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멀리 떨어져 있어. 조심하고.”윤도훈의 얼굴에 포악하고 사악한 웃음이 떠올랐다.이윽고 발밑을 툭툭거리더니 총알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무서운 기운이 가장 앞에 있는 호정우를 포위해 버렸다.기고만장하고 곳곳마다 자기를 겨냥하는 호씨 가문의 도련님에 대해 윤도훈은 이미 살기가 가득했었다.“고도훈, 너 제길...”호정우는 윤도훈 몸에서 퍼져 나오고 있는 놀라운 기세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겨우 정신을 차리고 총을 겨냥하며 초급 후기 절정의 실력을 전면적으로 폭발시켜 버렸다.윤도훈을 콧방귀를 뀌며 호정우의 총을 마주하면서도 달갑지 않아 했다.땡-순간 그는 칼을 빼앗아 오면서 웅장한 진기를 들이부었다.철이 맞붙는 순간 호정우는 괴상하게 소리를 지르며 장총을 들고 있던 양손 아귀가 터지더니 피가 사방으로 튕겨버렸다.장총은 더더욱 손을 이탈한 채 바로 날아가 버렸다.호정우는 안색이 확 달라지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너... 공격이... 어떻게... 말도 안돼...”지금 이 순간 윤도훈이 보여주고 있는 기운은 초급 후기 절정 호정우와 같은 경지의 기운이다.하지만 같은 레벨이라도 부딪치는 순간 호정우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같은 초급 경지 후기 절정이지만 완전히 짓눌러지는 기분이 들었다.심지어 무기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을 만큼.다른 사람들도 안색이 달라지면서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뭐야? 그동안 실력 숨긴 거야?’‘초급 후기 절정이었어?’‘같은 경지인데 왜 저렇게 강한 거지?’고향기도 눈을 크게 뜨고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의외라는 기분이 가득했다.‘초급 후기 절정이야?’타고난 자질 하나 없이 미련해 보이던 놈이 자기와 같은 경지라는 게 마냥 놀라웠다.그뿐만 아니라 마치 일
같은 초기 후기 절정 고수인 호정우가 윤도훈의 발길질 하나에 죽었다고?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터벅터벅-호정우의 곁을 따르던 그 긴 머리의 남자는 연신 물러서며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이윽고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갈 기세였다.그러나 한 줄기 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서 호정우의 곁에서 윤도훈을 비아냥거렸던 그 남자는 몸이 두 동강이 나버렸다.초급 후기 강자가 단칼에 참살을 당하게 된 것이다.우르르-사람들은 그 상황을 보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윤도훈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맹수를 유인하라며 윤도훈에게 뛰어내리라고 한 백아름, 그리고 모두 맞장구를 쳤던주위 사람들.그들은 다 같은 마음으로 윤도훈을 윽박지르며 뛰어내리도록 핍박하려는 기세를 드러냈다.그러나 상황이 달라지면서 놀란 새 떼처럼 뒤로 우르르 물러서게 되었으니 말이다.“호정우를 죽인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아마 백아름만이 살짝 물러섰을 것이다.놀라움과 차가움이 가득한 가운데 윤도훈을 향해 질의했다.“너나 잘 챙겨.”“이제 네 차례야!”윤도훈은 예쁜 얼굴과 달리 마음이 독한 백아름을 바라보며 얼굴에 삼엄한 빛이 떠올랐다.백아름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윤도훈과 한 번 맞서고 나니 더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임수학 씨, 일단 같이 저놈부터 죽이고 그 외 다른 건 다시 얘기하시죠.”“조금 전에 저와 마찬가지로 고도훈 저놈을 윽박질렀으니 제가 죽는다고 해도 당신들은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하란파의 미녀 소주는 눈빛이 몇 번 반짝이며 급한 소리로 임수학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임수학, 하릉풍과 임시원 등 3명의 결단 강자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이윽고 무의식적으로 윤도훈을 향해 다가갔고 백아름과 손을 잡아 그를 죽이려는 모습이었다.윤도훈이 호정우와 그의 부하를 단번에 죽인 것으로 보아 이미 기선제압은 한 셈이다.모든 이들이 그의 실력에 놀라는 동시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과감하고 단호한 윤도훈의 모습을 보고서 임수학 세 사람은 과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백아름은 젊은 나이에 결단 경지에 이르렀다.만약 이러한 실력이 세간에 알려진다면 ‘백아름’ 이름 석 자만으로 모든 이들을 부들부들 떨게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실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고 누군가와 진정한 살육을 펼친 적도 없다.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진 사람과는 얼마든지 싸울 수 있으나 지금 눈 앞에 있는 윤도훈은 실력마다 한 수 위다.그 말인즉슨, 실력으로든 실전으로든 얼마든지 백아름을 능가할 수 있는 존재란 말이다.여러 차례의 살육을 거쳐온 윤도훈은 일단 진지하게 싸움에 임한다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엄청날 것이다.온실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백아름이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천운시에 다녀온 뒤로, 부모님에 관한 일을 듣고 난 뒤로, 윤도훈의 마음속에 악마 또는 맹수가 침복하게 되었다.일단 누군가가 그 신경을 건드리게 된다면 윤도훈은 죽음의 신으로 변하여 그들을 죽음의 길로 안내한다.윤도훈이 내던진 칼을 보고서 백아름은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방어에 나섰다.땡-두 칼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백아름은 손에 진동이 오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이윽고 온몸이 피투성이인 그림자가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살육의 기운을 느끼고서 백아름의 두 눈동자는 크게 요동쳤다.“꺼져!”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백아름은 바로 왼손으로 윤도훈을 세차게 내리쳤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며 주먹에 세찬 기세를 불어넣어 백아름의 섬섬옥수를 맞이했다.밀려오는 아픔에 백아름은 그만 눈살을 찌푸렸고 고속으로 달려오는 기차에 손바닥을맞은 것만 같았다.간신히 아픔을 견뎌내며 백아름은 이를 악물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칼로 윤도훈의 목을 미친 듯이 내리치려고 했다.바로 이때 윤도훈은 두 눈이 반짝거리더니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백아름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용조의 혼이 영혼을 덮어버린 뒤로 윤도훈의 정신력은 동급 수련자들보다 훨씬 강력해졌다.이러한 정신력으로 하여 윤도훈의 반응력은 다른
“고도훈!”바로 이때 정신을 차린 고향기가 윤도훈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당장이라도 백아름을 죽일 것만 같은 그를 막는 듯한 뉘앙스로.백아름 앞으로 다가온 윤도훈은 고향기의 소리를 듣고서 눈동자가 작게 일렁이더니 살기를 조금 거두었다.이윽고 그는 차갑게 웃으며 백아름을 향해 말했다.“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은혜든 원수든 받은 대로 꼭 갚아주는 성격이거든. 호정우가 발로 날 찼으니 나도 그대로 돌려준 거야. 그렇다면, 넌 어떻게 될까?”말하면서 윤도훈은 고개를 돌려 화산구 방향 쪽으로 다가가 화산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너한테는 특별히 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첫째, 지금 당장 뛰어내려서 저 맹수인지 뭔지 유인한다.”“둘째, 나한테 죽는다.”그 말을 듣고서 백아름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듯한 웃음이 떠올랐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뜻인가? 내가 널 도구로 사용해서 너 또한 날 도구로 사용하려는 거야?’“죽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죽여 봐!”윤도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백아름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좌절감으로 인해 이미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백아름이었다.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남자가 지금 자기 목숨을 손에 쥐고서 좌우지하는 것이 죽고 싶을 정도로 싫고 역겨웠다.지금껏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는 백아름인데, 절대 이러한 ‘협박’으로 순순히 고개를 숙 일리가 없다.“좋아. 어쩌면 네 시체로 저 맹수인지 뭔지 유인할 수도 있을지도 몰라.”그러한 대답을 할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한 윤도훈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호!”바로 이때 화산구 아래쪽에서 또다시 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고서 바로 백아름을 향해 손을 쓰려고 했다.한숨 돌린 백아름은 겨우 힘겹게 일어서서 윤도훈과 사생결단을 펼치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헤헤헤.”“하하하.”“시끌벅적하네. 사람들이 엄청 많아.”“재밌어. 아무 재밌어.”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산꼭대기 위에 서 있던 한 그림자가
제정신이 아닌 듯한 노인의 반응속도는 엄청났다.윤도훈 앞으로 달려왔을 때 잔영으로 변해 바로 윤도훈의 공격을 피해 갔다.펑-순간 모양새가 더우런 노인은 윤도훈의 몸으로 부딪치고 말았다.둔탁한 소리를 내며 윤도훈은 행성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피까지 토해낼 지경이었다.평형을 잃은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꾸로 날아갔다.지금 윤도훈의 바로 뒤에는 연기가 자욱하고 열기가 진동하는 화산구이다.무적처럼 보였던 윤도훈이 노인의 공격 하나에 바로 화산구 앞으로 밀려갔으니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윤도훈이 화산구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하하하, 재밌어.”“흥미롭군.”“떨어졌네? 하하하.”윤도훈이 떨어진 것을 보고 노인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해 마지못했다.우르르-순간 모든 이들이 파르르 떨며 놀란 얼굴로 뒤로 연신 물러섰다.혹시나 그다음 차례가 자기가 될 건 아닌지 하는 우려 때문에.노인은 윤도훈을 화산구로 밀어버리고 나서 다른 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두말하지 않고 바로 미친 듯이 웃으며 떠났으니.후-노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고 나서야 모든 이들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백아름의 표정 역시 다소 이상해 보였다.다행이라고 할지 아니면 뭐라고 할지 선뜻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없어 보였다.죽을 각오를 다 하고 윤도훈과 싸우려고 했건만 갑자기 나타난 노인 때문에 윤도훈이 화산구로 떨어졌으니 말이다.하느님이 자기를 지켜주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게다가 하란파 신약곡 골짜기에 어찌 이런 무서운 실력을 지닌 미친 노인이 있는지 도통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단 한 번도 문파 선배들에게 들은 바도 없다.지금 안색이 가장 어두운 사람은 바로 고향기이다.백아름을 능가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윤도훈이 갑자기 나타난 노인으로 단번에 입장이 달라졌으니 말이다.이윽고 모든 이들은 순간 무엇인가 깨달은 듯 화산구로 우르르 몰려 들어 귀를 기울이고 화산구 쪽을 살펴보았다.‘윤도훈 떨어졌어?
거대한 그림자가 그 마그마를 뚫고 나타났다.윤도훈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얼굴에는 엄숙한 기색이 역력했다.순간 화산구 아래 거대한 맹수가 살아있음이 생각났기 때문이다.도마뱀처럼 생긴 맹수의 몸통은 온통 두껍고 붉은색의 인갑으로 돼 있었다.하여 우린 이 맹수를 일단 ‘화마뱀’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붉은 두 눈으로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탐욕스러우면서도 피에 굶주린 듯한 빛을 반짝이고 있다.“제길! 그 미친 노인네 때문에!”“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뭐야!”윤도훈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화마뱀과 필사적으로 싸울 준비까지 단단히 하면서.그러나 바로 이때 화마뱀 몸에서 강대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만단의 준비를 마치고 결투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화마뱀한테서 ‘흑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러더니 화마뱀은 순순한 앞잡이처럼 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미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윤도훈은 당황해하더니 표정마저 이상야릇해졌다.“뭐지?”“흑... 흑흑...”화마뱀은 아마 자기만의 영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따라서 소리를 냈다.“나랑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눈썹을 들썩이며 도발하듯 물었다.“흑흑...”화마뱀은 또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며 비할 데 없이 굵은 꼬리를 살짝 흔들기도 했다.몸집은 여전히 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었는데, 강아지가 주인에게 아첨을 떠는 자태였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윤도훈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문뜩 또 다른 추측이 떠오르기도 했다.‘설마 용형 옥패 중의 전승을 이어받아 나한테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조용의 잔혼이 기운을 내뿜고 있는 걸까? 그래서 맹수가 이렇게 흐느끼는 걸까?’“그만하고 인제 그만 일어나거라!”“신약을 찾으러 왔는데, 어디 있는지 아느냐?”윤도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소리를 한껏 깔고 물었다.화마뱀은 바로 윤도훈의 뜻을 알아들었고 그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거대한 몸집을 돌려 윤도훈을 등진
고향기의 말을 들은 전진은 바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다른 이들의 비웃는 소리도 잇따라 고막을 자극해 왔다.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백아름은 ‘대환단’을 복용하여 체내 부상을 재빠르게 회복했다.그녀 역시 고향기를 바라보며 이를 악문 채 조롱했다.“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온 거예요? 그 미친놈이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떨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설마 그 맹수가 그 미친놈 손에 죽었겠어요? 아니면 그 맹수와 오붓하게 지내고 있을까요?”고향기는 입술을 사리물고서 모든 이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게 뭐든 가능할 수도 있죠.”윤도훈이 화산구로 떨어진 뒤로 사방이 적이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고향기이다.전진과 같은 남자들의 시선을 느끼며 고향기는 내심 쓴웃음을 금치 못했다.여자임을 들킨 후폭풍이 바로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고향기는 이미 내심 결정을 내렸다.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다면 짐승 같은 놈들에게 당할지언정 화산구로 뛰어들고 말겠다고.고향기의 말을 듣고서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가능할 수도 있다고?”“고수, 내 여자가 되겠다고 이 자리에서 선언하면 내가 널 지켜줄 수도 있어. 어떻게 첩으로 들어올래?”이때 하씨 가문의 하장풍이 고향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임수학은 콧방귀를 뀌며 옆에서 비아냥거렸는데.“그 몸으로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만족시킬 수 있겠어요? 고수, 그냥 나한테 와. 내가 진정한 남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몸소 느끼게 해줄게. 내 여자가 되면 앞으로 너희 고씨 가문도 우리 금도문이 나서서 커버해 줄 게요. 나 말고 감히 널 건드릴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야.”파렴치한 그의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떨어져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내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게 할 거야.”백아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엉큼한 생각뿐인 남자들을 바라보며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단전 속의 액체가 온정한 고체로 응결되면서 그 속에 들어있던 진기마저 순도가 한껏 높아진 것 같았다.아메리카노에서 에스프레소가 된 느낌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체내에서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진기는 윤도훈의 육신, 경맥, 오장육부, 근골을 모조리 침식해 버렸다.가만히 앉아 있는 윤도훈의 표정은 다소 일그러졌고 살짝 고통스러워 보였다.온몸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환골탈태라도 하는 변화가 지금 그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피부에 광택이 살짝 나더니 근육이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뼈에서는 콩이 터지는 듯한 소리까지 났다.그와 동시에 모공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사람은 살아가려면 각종 양식을 섭취해야만 하는데, 다년간 체내에 축적되면 많은 찌꺼기가 남게 되어 있다.윤도훈은 지금 결단 경지를 돌파하고 있는 중이고 환골탈태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20여 년간의 찌꺼기 또한 모조리 씻어내고 있다.그 모든 찌꺼기는 모공으로 흘러나와 검은 연기가 되어 여러 독소와 비린내로 함께 화산구 위로 거침없이 피어오르고 있다.코를 찌르는 듯한 비린내를 맡은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하며 의문을 드러내었다.“무슨 냄새지?”백아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만 참지 못하고 코끝까지 꽉 움켜쥐었다.비린내에 이성이라도 상실해 버린 듯한 임수학은 화까지 벌컥 냈는데.“갑자기 왜 비린내가 진동하고 난리야! 누가 방귀라도 뀌었어?”“저기 화산구 아래에서 나는 냄새 같은데...”임시원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흥분한 기색을 드러냈다.“맞아요. 저기 밑에서 나는 냄새 같아요. 설마...”하장풍 역시 화산구 쪽으로 다가가 코를 찡끗거리며 말했다.“설마... 신약에서 나는 냄새 아닐까요?”전진이 먼저 자기 추측을 내뱉었다.순간 모든 이들의 눈빛이 확 달라졌고 흥분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임시원은 이미 화산구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자기 공법을 돌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다른 이들도 정신을 차리며 따라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연신 크게 호흡하며 급히 수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