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그림자가 그 마그마를 뚫고 나타났다.윤도훈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얼굴에는 엄숙한 기색이 역력했다.순간 화산구 아래 거대한 맹수가 살아있음이 생각났기 때문이다.도마뱀처럼 생긴 맹수의 몸통은 온통 두껍고 붉은색의 인갑으로 돼 있었다.하여 우린 이 맹수를 일단 ‘화마뱀’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붉은 두 눈으로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탐욕스러우면서도 피에 굶주린 듯한 빛을 반짝이고 있다.“제길! 그 미친 노인네 때문에!”“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뭐야!”윤도훈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화마뱀과 필사적으로 싸울 준비까지 단단히 하면서.그러나 바로 이때 화마뱀 몸에서 강대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만단의 준비를 마치고 결투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화마뱀한테서 ‘흑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러더니 화마뱀은 순순한 앞잡이처럼 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미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윤도훈은 당황해하더니 표정마저 이상야릇해졌다.“뭐지?”“흑... 흑흑...”화마뱀은 아마 자기만의 영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따라서 소리를 냈다.“나랑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눈썹을 들썩이며 도발하듯 물었다.“흑흑...”화마뱀은 또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며 비할 데 없이 굵은 꼬리를 살짝 흔들기도 했다.몸집은 여전히 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었는데, 강아지가 주인에게 아첨을 떠는 자태였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윤도훈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문뜩 또 다른 추측이 떠오르기도 했다.‘설마 용형 옥패 중의 전승을 이어받아 나한테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조용의 잔혼이 기운을 내뿜고 있는 걸까? 그래서 맹수가 이렇게 흐느끼는 걸까?’“그만하고 인제 그만 일어나거라!”“신약을 찾으러 왔는데, 어디 있는지 아느냐?”윤도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소리를 한껏 깔고 물었다.화마뱀은 바로 윤도훈의 뜻을 알아들었고 그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거대한 몸집을 돌려 윤도훈을 등진
고향기의 말을 들은 전진은 바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다른 이들의 비웃는 소리도 잇따라 고막을 자극해 왔다.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백아름은 ‘대환단’을 복용하여 체내 부상을 재빠르게 회복했다.그녀 역시 고향기를 바라보며 이를 악문 채 조롱했다.“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온 거예요? 그 미친놈이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떨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설마 그 맹수가 그 미친놈 손에 죽었겠어요? 아니면 그 맹수와 오붓하게 지내고 있을까요?”고향기는 입술을 사리물고서 모든 이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게 뭐든 가능할 수도 있죠.”윤도훈이 화산구로 떨어진 뒤로 사방이 적이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고향기이다.전진과 같은 남자들의 시선을 느끼며 고향기는 내심 쓴웃음을 금치 못했다.여자임을 들킨 후폭풍이 바로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고향기는 이미 내심 결정을 내렸다.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다면 짐승 같은 놈들에게 당할지언정 화산구로 뛰어들고 말겠다고.고향기의 말을 듣고서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가능할 수도 있다고?”“고수, 내 여자가 되겠다고 이 자리에서 선언하면 내가 널 지켜줄 수도 있어. 어떻게 첩으로 들어올래?”이때 하씨 가문의 하장풍이 고향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임수학은 콧방귀를 뀌며 옆에서 비아냥거렸는데.“그 몸으로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만족시킬 수 있겠어요? 고수, 그냥 나한테 와. 내가 진정한 남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몸소 느끼게 해줄게. 내 여자가 되면 앞으로 너희 고씨 가문도 우리 금도문이 나서서 커버해 줄 게요. 나 말고 감히 널 건드릴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야.”파렴치한 그의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떨어져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내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게 할 거야.”백아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엉큼한 생각뿐인 남자들을 바라보며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단전 속의 액체가 온정한 고체로 응결되면서 그 속에 들어있던 진기마저 순도가 한껏 높아진 것 같았다.아메리카노에서 에스프레소가 된 느낌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체내에서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진기는 윤도훈의 육신, 경맥, 오장육부, 근골을 모조리 침식해 버렸다.가만히 앉아 있는 윤도훈의 표정은 다소 일그러졌고 살짝 고통스러워 보였다.온몸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환골탈태라도 하는 변화가 지금 그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피부에 광택이 살짝 나더니 근육이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뼈에서는 콩이 터지는 듯한 소리까지 났다.그와 동시에 모공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사람은 살아가려면 각종 양식을 섭취해야만 하는데, 다년간 체내에 축적되면 많은 찌꺼기가 남게 되어 있다.윤도훈은 지금 결단 경지를 돌파하고 있는 중이고 환골탈태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20여 년간의 찌꺼기 또한 모조리 씻어내고 있다.그 모든 찌꺼기는 모공으로 흘러나와 검은 연기가 되어 여러 독소와 비린내로 함께 화산구 위로 거침없이 피어오르고 있다.코를 찌르는 듯한 비린내를 맡은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하며 의문을 드러내었다.“무슨 냄새지?”백아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만 참지 못하고 코끝까지 꽉 움켜쥐었다.비린내에 이성이라도 상실해 버린 듯한 임수학은 화까지 벌컥 냈는데.“갑자기 왜 비린내가 진동하고 난리야! 누가 방귀라도 뀌었어?”“저기 화산구 아래에서 나는 냄새 같은데...”임시원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흥분한 기색을 드러냈다.“맞아요. 저기 밑에서 나는 냄새 같아요. 설마...”하장풍 역시 화산구 쪽으로 다가가 코를 찡끗거리며 말했다.“설마... 신약에서 나는 냄새 아닐까요?”전진이 먼저 자기 추측을 내뱉었다.순간 모든 이들의 눈빛이 확 달라졌고 흥분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임시원은 이미 화산구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자기 공법을 돌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다른 이들도 정신을 차리며 따라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연신 크게 호흡하며 급히 수련에
실력 강화뿐만 아니라 대지 맥동 신통까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만 같았다.아니, 한 층이 아니라 한 10배 정도.그 말인즉슨, 윤도훈이 신통 능력을 펼칠 때, 상대에게 본래 중력의 10배 이상이나 되는 효과를 불러일으켜 10배 이상이나 되는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남에게는 듣는 것만으로도 무서울 능력일 수 있지만 윤도훈은 떨떠름했다.‘겨우 10배?’자기 실력으로 10배나 되는 체중을 감당하는 건 식은 죽 먹기와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니 무서운 능력일 수도 있겠다며 생각이 바뀌었다.수련자에게 자기 몸무게의 10배 되는 중력을 감당하라고 하는 건 별문제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만약 오장육부마저 10배가 되는 중력을 감당해야 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변하는 것이다.원영 경지에 이르기 전에 수련자의 오장육부는 피부, 근육과 같은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다시 말해서 대지 맥동이 일단 어느 한 사람 몸에서 그 역할을 펼치게 된다면 그 사람의 오장육부는 10배나 되는 중력을 감당해야 하므로 그로써 받는 상처까지 10배가 되는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일단 서로 맞서게 되면 상대의 속도는 무척 느려질 수도 있다.대결 속에서 틈을 살짝이라도 보이게 한다면 그로써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일이다.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니 윤도훈의 얼굴에는 어느새 만족하기라도 한 웃음이 피어있었다.완벽한 능력에 빈틈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대지 맥동을 펼치게 되면 온몸에 함유되어 있던 진기를 모조리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신중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능력이 아닐 수 없다.“도마뱀, 기회가 되면 또 보자.”윤도훈은 화마뱀을 향해 웃으며 헤어질 준비를 했다.이번 개인 랭킹 시련에 참여한 목적은 온전히 신약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자원 역시 차지해야 하기 때문이다....화산구 위에서.다리 접고 앉은 이들은 끊임없이 검은 연기를 들이마시며 수련에 전념하고 있었다.“뭐야? 이게 끝이야?”“벌써 없어진 거야
더 이상 토할 것도 없는 그들을 보고 윤도훈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다 토했지?”“그럼, 본론으로 들어간다.”시작을 알리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윤도훈은 포악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 “자, 다들 가지고 있던 주머니 제출하도록 한다. 내가 이번 개인 시련 순위를 전해줄 것인데, 이의있는 사람?”그 말을 듣고서 모든 이들의 안색이 어두워졌으며 두 눈에는 달갑지 않은 감정이 가득했다.하지만 윤도훈의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그 누구도 감히 노여움을 드러낼 수 없었고 설령 드러낸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흑월교의 성자 임시원은 그나마 똑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두 눈을 빤짝이더니 가장 먼저 선뜻 나선 사람이 바로 임시원이었다.그는 바로 자기 주머니를 윤도훈 앞으로 던지며 말했다.“고도훈 씨, 이건 제 주머니예요. 안에 56가지 약초가 들어있는데,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가져다 쓰세요. 이로써 우리의 인연을 이어갔으면 하는데 어때요? 고씨 가문과 흑월교 사이에 그 어떠한 원한도 존재하지 않고 우리 흑월교는 NC 조직까지 돌봐주고 있어요. NC 조직 세력은 SJ 지역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고씨 가문이 있는 도운시도 그 지역에 속하잖아요. 앞으로 어쩌면 서로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고씨 가문에서 직접 나서기 힘든 일이 있으시면 NC 조직에 맡겨도 되고요.”윤도훈은 눈썹을 들썩이며 가타부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임수학, 하장풍, 전진 세 사람도 자기 주머니를 건네주었다.고향기 역시 가지고 있던 모든 약초를 꺼내 들었다.백아름만 남은 상황인데.“백 소주, 이리 주시죠.”윤도훈은 그리 선하지 않은 눈빛으로 백아름을 바라보며 소리를 높였다.지금은 기분이 그나마 좋은 상황이라 백아름에 대한 살의가 그리 깊지 않은데, 만약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백아름은 이를 악물고 뼈를 파고드는 듯한 굴욕을 참으며 자기 주머니를 윤도훈 앞으로 던져버렸다.윤도훈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눈치는 빠
신약산 신비경의 경지가 이제 곧 닫히게 된다.그 말인즉슨, 윤도훈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곧 이곳에서 ‘쫓겨’난다는 뜻이다.한 시간 뒤.하란파 무술 시합 무대에서.이번 개인 시련 순위에 따라 백장미 장로는 그에 마땅한 상품인 자원을 분배해 주었다.하지만 하란파 장로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다른 가문네 사람들도 수군거리며 의아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결단 중기 실력인 백아름이 겨우 2등을 했기 때문이다.미처 생각지도 못한 고씨 가문의 고도훈과 고수가 다크호스처럼 1등과 3등을 차지한 것이 놀라웠다.게다가 호씨 가문의 도령 호정우는 나오지조차 못했으니 말이다.다들 속으로 여러 가지 추측을 하고 있었다.이번 시련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하여.그날 밤, 하란파 어느 방안에서.“아름아,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신약을 네가 직접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빼앗아 와도 되지 않느냐?”“빙혼신검은 너만을 위해 준비한 것인데, 어찌 고도훈 그자에게 넘어가도록 보고만 있었느냐?”“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던 백장미 장로가 죄인처럼 서 있는 백아름을 향해 연신 질문을 날렸다.백아름이 너무 자만하여 남의 약초를 거들떠보지 않아 1등을 놓친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절대 2등을 할 실력이 아니기 때문이다.“장로, 죄송합니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그거 아십니까? 고도훈 초급 경지 중기 실력이 아니라 초급 경지 후기 절정이었습니다.”백아름은 입술을 깨물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역시나 실력을 감췄구나.”“근데 초급 경지 후기 절정이면 뭐 어때? 넌 결단 중기 실력이잖아.”백장미 장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백아름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진짜 이유를 뱉어냈다.“하지만 고도훈은 완벽한 초급입니다.”그 말을 듣고서 조금 전까지 대수롭지않게 여기던 백장미 장로의 표정이 얼어붙고 만다.“뭐라고? 완벽한 초급이라고? 그 고도훈이 완벽한 초급이란 말이냐?”백아름은 고개를
윤도훈, 고향기 그리고 고연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니, 윤도훈을 보고서 백아름은 표정이 한껏 차가워졌다.백장미 장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말하면서 윤도훈이 손에 들고 있는 보검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이윽고 윤도훈이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와 빙혼신검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백장미 장로는 여전히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고도훈 씨, 지금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그러자 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이 검은 백아름 소주의 것이 아닙니까?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닙니까?”그 말을 듣고서 백장미 장로는 헛기침을 하며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개인 랭킹 시련에서 1등을 차지한 자에게 주는 상품입니다. 1등을 한 사람은 백아름 소주가 아니라 고도훈 씨이니 당연히 고도훈 씨가 갖고 있는 게 맞습니다.”“제 것이라고 하셨으니 제가 마음대로 처리해도 되는 거죠? 백아름 소주의 상품과 바꾸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빙혼신검이 아니라 빙하용최검을 원합니다.”순간 윤도훈을 바라보는 백아름 장로의 눈빛은 한껏 부드러워졌다.“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하시려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윤도훈은 고개를 돌려 고향기와 고연을 한 번 보고는 덤덤하게 대답햇다.“시련 과정에서 백 소주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경쟁은 오로지 경쟁인만큼 저도 저희 고씨 가문도 하란파와 적이 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말이 떨어지자 고연과 고향기도 고개를 끄덕였고 고연이 덧붙였다.“그렇습니다. 시련 중에 서로 경쟁하는 사이니 할 수 없었지만, 시련이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고씨 가문과 하란파 사이에는 그 어떠한 원한도 없습니다.” 고연과 고향기는 다소 걱정이 앞섰다. 필경 윤도훈이 하란파에게 미움을 쌌으니.신약산 산골짜기로 들어가기 전부터 고향기가 백아름을 죽이려는 윤도훈을 막은 이유로 바로 이것이다.백장
“모든 걸 둘째치고 백 소주는 저에게 있어서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윤도훈은 백아름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덧붙였다.“그러니 나한테 함부로 성질부리지 마.”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백아름은 화난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굴까지 화끈 달아올랐다.흥분한 바람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터지면서 피를 뿜어낼 뻔했다.“너... 미친놈! 죽여버릴 거야!”백아름은 이를 악문 채 히스테리를 부렸다.“아름아, 그만하거라.”“네 신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절대 네 신분에 어긋나는 행실을 해서는 안 된다. 그만하고 어서 빙하용최검을 꺼내오거라. 그리고 고도훈 씨와 빙혼신검으로 바꾸거라.”“어서!”백장미 장로는 엄숙한 목소리로 백아름에게 명령했다.빙혼신검은 검영이 나타난 절세 신병으로서 백아름의 체질에 최적합이라고 할 수 있다.모든 참가 선수와 가문이 보고 있는 앞에서 하란파는 공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그 상품을 고도훈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란파 고위직은 가슴이 찢기는 듯한 아픔을 감수하고 있었다.그렇게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중에 고도훈이 먼저 찾아와 선뜻 상품을 바꾸자고 하니 당연히 고개를 숙여야 했다.백장미 장로한테서 야단을 듣고 백아름은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억울하고 분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쳐올라 주먹을 움켜쥐었다.눈빛으로 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백아름은 이미 윤도훈을 골백번이나 죽였을 것이다.별다를 수가 없었던 백아름은 끝내 방을 나서서 빙하용최검을 가지러 갔다.백아름이 떠나자 백장미 장로는 윤도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고도훈 씨, 듣자 하니 완벽한 초급이라면서요?”윤도훈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습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백장미 장로의 눈빛은 더더욱 이글이글 타올랐고 떠보는 식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시련에서 3위안에 들면 하란파 제자로 들어올 자격을 준다고 앞서 말한 바가 있는데, 고도훈 씨, 하란파의 제자로 들어오실 생각 있으십니까? 하란파에서 모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