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 일행은 백장미 장로 방에서 나온 뒤, 임시로 지정된 숙소로 돌아왔다.문파 영역 안에서 외부인들은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으므로 밥을 먹고 난 뒤 윤도훈은 방에만 있었다.다리를 접고 침대에 앉아 결단 경지로 돌파한 뒤의 변화를 천천히 느꼈다.일반 결단 강자와 달리 윤도훈의 단전에는 농도가 더없이 짙은 진기가 느껴졌고 금철처럼 단단했다.이러한 형태의 단전은 일반 결단 강자가 결단 후기 절정에 이르러야만 가능하다.‘지금 실력으로 금단 경지 강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윤도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조금 전 백장미 장로가 있는 방에서 윤도훈은 상대에게 떠 본 적이 있다.은둔 오씨 가문의 청송 장로의 실력은 어떠한지.백장미 장로는 숨기지 않고 그가 금단 초기 경지라고 알려주었다.‘어찌 됐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만약 청송 장로가 날 죽이려고 한다면 기필코 끝까지 싸우고 말 것이다.’윤도훈의 눈빛은 더없이 견고했다.이윽고 그의 손에는 빙하용최검이 갑자기 나타났고 천 년 동안 철로 단단히 만들어진 칼집을 꺼내 들었다.전에 상품을 교환할 때 백장미 장로는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윤도훈에게 주머니 하나를 주었다.그리 크지 않은 주머니는 하란파에서 귀한 물건에 속하지 않는다.윤도훈이 먼저 선뜻 나서서 상품을 교환하자고 했지만, 백장미 장로는 자기 측이 이득을 봤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 상품에 덧붙여 더 줄 수밖에 없었다.빙하용최검의 칼집을 만지자 윤도훈은 순간 뼈를 파고 들어가는 듯한 차가운 느낌을 받게 되었고 그 느낌은 손을 타 온몸 곳곳으로 퍼졌다.온몸에 닭살이 으스스 돌면서 살짝만 만져도 그 칼의 예리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칼의 길이는 1미터 반 정도 되고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디자인이라 묘도처럼 보였지만, 묘도보다 한껏 더 날카로워 보였다.‘빙혼신검과 같은 재료와 공예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검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내가 지니고 있는 검혼까지 함유할 수 있지 않을까?’귀익혼을 상대했을 때도 상대가 원혼으
빙하용최검이 병기가 아니라 자기의 눈이 되어 반짝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예리함은 오로지 타인에게만 향하고 주인인 윤도훈에게는 절대 향하지 않을 듯이.‘역시나 내 영혼과 어울릴 줄 알았어.’‘검영을 지닌 병기가 된 것일까?’윤도훈은 칼을 손에 꼭 쥔 채 천천히 느끼며 몹시나 아꼈다.똑똑-바로 이때 누군가가 윤도훈의 방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윤도훈은 덤덤하게 말하고서 눈빛은 빙하용최검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이윽고 고향기가 방문을 밀고 들어왔다.칼을 손에 꼭 쥔 채 자기한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윤도훈을 보고서 순간 예쁜 얼굴이일그러지고 말았다.“야, 그 칼이 그렇게 예뻐?”고향기가 시비를 거는 듯이 말했다.윤도훈은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칼에서 시선을 돌려 고향기를 바라보았다.“당연하지.”그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또다시 복잡해졌다.입술까지 살포시 깨묻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바로 윤도훈 옆에 앉았다.“나보다 예뻐?”고개를 돌려 묻는 순간 예쁜 얼굴이 거의 윤도훈 얼굴에 닿을 지경이었다.남장할 필요가 없어진 고향기는 원래 모습대로 돌아와 옅게 화장까지 했다.살짝 당황한 윤도훈은 이상한 눈빛으로 고향기를 흘겨보았다.“서로 다른 아름다움이라 비교할 가치조차 없어.”고향기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살짝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던데? 내가 또 약속은 지키는 편이라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일은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해.”‘뭐?’윤도훈은 살짝 당황하며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그게 뭔데?”그러자 고향기는 수줍어하며 윤도훈을 째려보았다.“나보다 한 수 위잖아. 네 실력이 그래서 시집가겠다고.”“알았어?”고향기는 그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만 같았다.그때는 윤도훈의 대한 마음이 온통 불만이라 홧김에 했던 소리였다.하지만 이토록 강대한 실력을 지닌 자고 초급 경지 후기 절정으로 결단 중기까지 이긴 걸 보아서 그 앞날이 더욱 궁금해
고향기의 말에 윤도훈은 숨이 탁 막히는 것만 같았다.‘뭐?’‘첩?’‘대박이다! 별의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도도하기 그지없던 고향기가 자기 첩으로 들어오겠다는 소리에 이만저만 놀란 게 아니다.그러나 표정을 보아하니 장난으로 하는 소리같지는 않았다.“지금이 어떤 사회인데, 일부다처제가 말이 돼? 불법인 거 몰라? 그만해.”윤도훈은 이마에 땀이 흥건해졌다.또다시 자기를 거절하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눈빛이 한껏 어두워졌다.아랫입술을 깨물고 이대로 물러서려 하지 않았는데.“내 태도에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거야? 그렇다면 진지하게 사과할게. 내가 널 얕봐서... 내가 널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내가 널 하찮게 봐서...”윤도훈은 얼른 손을 흔들며 말을 끊어버렸다.“아니! 아니! 서로 생각이 다른 것뿐이야. 난 첩인지 뭔지 그딴 거 받을 생각조차 없어. 지금 내 아내 엄청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말을 하다가 멈칫거리더니 윤도훈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그전까지 자기한테 시시콜콜 시비를 걸었던 고향기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던 건 사실이나 너무 딱딱하고 차갑게 거절할 수 없어 가능한 한 목소리를 낮추어 도리를 알려 주었다.예쁜 얼굴 자체가 우세라는 걸 또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절대 고향기를 첩으로 들이고 싶은 심정은 전혀 없었다.백아름을 비롯한 그들이 윤도훈을 화산구로 협박했을 때 고향기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윤도훈의 편을 들었다.단지 그 행동 하나만으로 윤도훈은 이미 고향기에 대한 모든 미움이 사라졌다.하지만 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고향기의 두 눈에는 의혹이 가득해졌다.“생각이 다르다고?”다 같은 고대 무술 가문 출신인데 생각이 다르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저 자기를 거절하기 위한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다.실망한 빛이 스쳐 지나가며 고향기는 스스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알겠어. 네 눈에 들 정도로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러는 거지? 근데 네가 우리 가문 고대 무술 세가 자격을 지켜주고 신약곡에
주동권을 손에 넣은 듯 고향기는 순간 여유가 넘쳤다.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귀여운 모습도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선보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단지 뽀뽀만 살짝 했을 뿐인데 얼굴이 뻘게졌으니 말이다.고향기는 입을 가린 채 웃으며 일어섰다.“나를 첩으로 받아줄 수 없다면 친구 하는 건 어때? 생사를 함께 겪은 사이니 친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 여하튼 우리 고씨 가문에 대한 네 은혜는 잊지 않을게. 앞으로 내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네가 말한 그 ‘생각’을 바꿔도 돼.”말을 마치고 고향기는 윤도훈을 한번 지그시 바라보고는 방을 나섰다.“후...”고향기가 방을 나서자 윤도훈은 그제야 숨을 깊이 내쉬며 그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았는데 아직도 그녀의 온도와 향기가 남아있는 듯하여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다른 정원 안에서.“성자, 축하드립니다. 이번 개인 랭킹 시련에서 무려 4위를 하시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NC 조직의 회장 무광이 공손한 모습으로 임시원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NC 조직 강진시 회장인 다크 별 또한 허리를 한껏 숙인 채 아첨을 떨었다.임시원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들고 있는 초급단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초급단이 좋긴 하지만 나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난 이런 것 없이도 결단 경지를 돌파할 수 있다. 신약을 얻지 못하여 아쉬울 따름이구나.”그 말을듣고서 무광과 다크 별은 멋쩍게 웃기만 하고 감히 뭐라고 할 수 없었다.아쉽다는 모습을 보여도 되나 만약 임시원과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고 곡소리를 한다면 아주 큰 불행에 닥칠지도 모른다.비록 무광 회장은 흑월교의 호법이고 그 개인의 실력이 초급 경지 후기 절정이지만 성자 앞에서는 한낱 부끄러운 실력이다.게다가 흑월교는 등급제가 삼엄하여 성자의 지위는 지고무상하므로 감히 등급을 넘어 무례를 펼칠 수는 없다.“됐다. 고도훈이 찾아갔으니 달갑지 않은 것도 없다.”임시원은 고개를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고
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윤도훈 일행은 날이 밝는 대로 바로 하란파 영역을 떠났다.고향기 역시 하란파 제자가 되어도 된다고 그 자격을 받게 되었으나 일단은 가문으로 돌아가 어르신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윤도훈은 지금 이진희 쪽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물론 세 사람만 하란파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가문과 함께 밖에 있는 하란 마을로 돌아왔다.윤도훈 일행이 마을 쪽에 있는 숙박으로 돌아왔을 때, 호씨 가문 일행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호정우가 죽고 난 뒤 그 대신 앞장을 서게 된 사람이 결단 초기 실력의 중년 남자였다.이름은 호나훈으로 호정우의 삼촌이다.“고도훈, 네가 감히 오정우를 죽여!”“고씨 가문에 원수가 적어서 우리까지 건드린 거야?”자기 조카를 죽인 원수를 만나게 되니 호나훈은 순간 이를 갈며 히스테리를 부렸다.호씨 가문의 다른 제자들도 눈을 부라리고 윤도훈 일행을 째려보았다.호나훈의 말을 듣고서 고연과 고향기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고향기가 콧방귀를 뀌며 말하는데.“자기 실력으로 개인 시련에 임한 것인데, 호씨 가문에서 몹시나 불쾌한 가 봅니다? 우리 가문까지 감히 입에 오르고 말입니다.”이때 고연이 차가운 얼굴로 덧붙였다.“고향기는 이미 하란파의 제자로 되었습니다.”그 말인즉슨, 호씨 가문에서 무엇인가를 하기 전에 일단 생각부터 제대로 하라는 뜻이다.호나훈은 콧방귀를 뀌며 삼엄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보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호씨 가문이 하란파를 빽으로 삼고 있고 고향기가 하란파의 제자가 되었다는데, 감히 그 빽에게 미움을 살만큼 고씨 가문을 상대로 어떻게 할 수 없었다.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고도훈을 죽여 호정우에게 복수할 것이다.숙박 방으로 돌아온 뒤, 윤도훈은 고연과 고향기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제법 엄숙한 얼굴로 오훈에게서 들은 소식을 두 사람에게 알려주었다.“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은 서로 떨어져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이게 다 뭘까?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름답다!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당신은...”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아뇨...”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네...”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질
“헉!”조강인은 입을 떡 벌리며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간호사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이럴 수가? 왜 갑자기 살아난 것일까?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다니?“아빠... 아빠예요? 아빠, 가지 마요!”바로 그때, 율이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전에 윤도훈이 돈을 모으러 가겠다고 해서 아주 불안했던 것 같다.율이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랐다.“율이야, 정말 깨어났구나! 아빠 여깄어. 아빠 떠나지 않고 율이랑 함께 있을게!”윤도훈은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기쁜 얼굴로 말했다. 열류가 끊임없이 율이의 체내에 주입됐다.율이가 깨어났다!정말 효과가 있었다. 율이가 살아났다.윤도훈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몸이 떨렸다. 한때 지옥이었다가 다시 천국에 온 기분이라 다 큰 성인 남자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는 온 세계를 손에 쥔 듯 율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이 되어 흩어질 것만 같았다.소중한 걸 잃었다가 다시 얻은 그 기분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아빠 손이 엄청 따뜻해요. 기분 좋아요! 아빠, 왜 울어요? 울지 마세요. 율이는 아빠 우는 거 싫어요.”율이의 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아이는 다른 손을 뻗어 윤도훈의 젖은 뺨을 닦았다.“알겠어. 아빠 안 울게. 아빠 너무 행복해! 하하하, 율이 이제 괜찮아. 우리 율이 다시 살아났어!”작은 손으로 그의 뺨을 어색하게 닦아주는 율이의 손길에 윤도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웃었다.“아빠,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율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아빠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싫었다.“그래.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말하면서 율이의 몸에 달려있던 장치들을 떼어내고 아이를 안고 떠나려 했다.“잠깐만요. 병원비 미납하셨거든요. 아직 떠나시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