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둘째치고 백 소주는 저에게 있어서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윤도훈은 백아름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덧붙였다.“그러니 나한테 함부로 성질부리지 마.”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백아름은 화난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굴까지 화끈 달아올랐다.흥분한 바람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터지면서 피를 뿜어낼 뻔했다.“너... 미친놈! 죽여버릴 거야!”백아름은 이를 악문 채 히스테리를 부렸다.“아름아, 그만하거라.”“네 신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절대 네 신분에 어긋나는 행실을 해서는 안 된다. 그만하고 어서 빙하용최검을 꺼내오거라. 그리고 고도훈 씨와 빙혼신검으로 바꾸거라.”“어서!”백장미 장로는 엄숙한 목소리로 백아름에게 명령했다.빙혼신검은 검영이 나타난 절세 신병으로서 백아름의 체질에 최적합이라고 할 수 있다.모든 참가 선수와 가문이 보고 있는 앞에서 하란파는 공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그 상품을 고도훈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란파 고위직은 가슴이 찢기는 듯한 아픔을 감수하고 있었다.그렇게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중에 고도훈이 먼저 찾아와 선뜻 상품을 바꾸자고 하니 당연히 고개를 숙여야 했다.백장미 장로한테서 야단을 듣고 백아름은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억울하고 분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쳐올라 주먹을 움켜쥐었다.눈빛으로 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백아름은 이미 윤도훈을 골백번이나 죽였을 것이다.별다를 수가 없었던 백아름은 끝내 방을 나서서 빙하용최검을 가지러 갔다.백아름이 떠나자 백장미 장로는 윤도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고도훈 씨, 듣자 하니 완벽한 초급이라면서요?”윤도훈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습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백장미 장로의 눈빛은 더더욱 이글이글 타올랐고 떠보는 식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시련에서 3위안에 들면 하란파 제자로 들어올 자격을 준다고 앞서 말한 바가 있는데, 고도훈 씨, 하란파의 제자로 들어오실 생각 있으십니까? 하란파에서 모
윤도훈 일행은 백장미 장로 방에서 나온 뒤, 임시로 지정된 숙소로 돌아왔다.문파 영역 안에서 외부인들은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으므로 밥을 먹고 난 뒤 윤도훈은 방에만 있었다.다리를 접고 침대에 앉아 결단 경지로 돌파한 뒤의 변화를 천천히 느꼈다.일반 결단 강자와 달리 윤도훈의 단전에는 농도가 더없이 짙은 진기가 느껴졌고 금철처럼 단단했다.이러한 형태의 단전은 일반 결단 강자가 결단 후기 절정에 이르러야만 가능하다.‘지금 실력으로 금단 경지 강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윤도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조금 전 백장미 장로가 있는 방에서 윤도훈은 상대에게 떠 본 적이 있다.은둔 오씨 가문의 청송 장로의 실력은 어떠한지.백장미 장로는 숨기지 않고 그가 금단 초기 경지라고 알려주었다.‘어찌 됐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만약 청송 장로가 날 죽이려고 한다면 기필코 끝까지 싸우고 말 것이다.’윤도훈의 눈빛은 더없이 견고했다.이윽고 그의 손에는 빙하용최검이 갑자기 나타났고 천 년 동안 철로 단단히 만들어진 칼집을 꺼내 들었다.전에 상품을 교환할 때 백장미 장로는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윤도훈에게 주머니 하나를 주었다.그리 크지 않은 주머니는 하란파에서 귀한 물건에 속하지 않는다.윤도훈이 먼저 선뜻 나서서 상품을 교환하자고 했지만, 백장미 장로는 자기 측이 이득을 봤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 상품에 덧붙여 더 줄 수밖에 없었다.빙하용최검의 칼집을 만지자 윤도훈은 순간 뼈를 파고 들어가는 듯한 차가운 느낌을 받게 되었고 그 느낌은 손을 타 온몸 곳곳으로 퍼졌다.온몸에 닭살이 으스스 돌면서 살짝만 만져도 그 칼의 예리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칼의 길이는 1미터 반 정도 되고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디자인이라 묘도처럼 보였지만, 묘도보다 한껏 더 날카로워 보였다.‘빙혼신검과 같은 재료와 공예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검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내가 지니고 있는 검혼까지 함유할 수 있지 않을까?’귀익혼을 상대했을 때도 상대가 원혼으
빙하용최검이 병기가 아니라 자기의 눈이 되어 반짝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예리함은 오로지 타인에게만 향하고 주인인 윤도훈에게는 절대 향하지 않을 듯이.‘역시나 내 영혼과 어울릴 줄 알았어.’‘검영을 지닌 병기가 된 것일까?’윤도훈은 칼을 손에 꼭 쥔 채 천천히 느끼며 몹시나 아꼈다.똑똑-바로 이때 누군가가 윤도훈의 방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윤도훈은 덤덤하게 말하고서 눈빛은 빙하용최검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이윽고 고향기가 방문을 밀고 들어왔다.칼을 손에 꼭 쥔 채 자기한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윤도훈을 보고서 순간 예쁜 얼굴이일그러지고 말았다.“야, 그 칼이 그렇게 예뻐?”고향기가 시비를 거는 듯이 말했다.윤도훈은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칼에서 시선을 돌려 고향기를 바라보았다.“당연하지.”그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또다시 복잡해졌다.입술까지 살포시 깨묻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바로 윤도훈 옆에 앉았다.“나보다 예뻐?”고개를 돌려 묻는 순간 예쁜 얼굴이 거의 윤도훈 얼굴에 닿을 지경이었다.남장할 필요가 없어진 고향기는 원래 모습대로 돌아와 옅게 화장까지 했다.살짝 당황한 윤도훈은 이상한 눈빛으로 고향기를 흘겨보았다.“서로 다른 아름다움이라 비교할 가치조차 없어.”고향기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살짝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던데? 내가 또 약속은 지키는 편이라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일은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해.”‘뭐?’윤도훈은 살짝 당황하며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그게 뭔데?”그러자 고향기는 수줍어하며 윤도훈을 째려보았다.“나보다 한 수 위잖아. 네 실력이 그래서 시집가겠다고.”“알았어?”고향기는 그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만 같았다.그때는 윤도훈의 대한 마음이 온통 불만이라 홧김에 했던 소리였다.하지만 이토록 강대한 실력을 지닌 자고 초급 경지 후기 절정으로 결단 중기까지 이긴 걸 보아서 그 앞날이 더욱 궁금해
고향기의 말에 윤도훈은 숨이 탁 막히는 것만 같았다.‘뭐?’‘첩?’‘대박이다! 별의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도도하기 그지없던 고향기가 자기 첩으로 들어오겠다는 소리에 이만저만 놀란 게 아니다.그러나 표정을 보아하니 장난으로 하는 소리같지는 않았다.“지금이 어떤 사회인데, 일부다처제가 말이 돼? 불법인 거 몰라? 그만해.”윤도훈은 이마에 땀이 흥건해졌다.또다시 자기를 거절하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눈빛이 한껏 어두워졌다.아랫입술을 깨물고 이대로 물러서려 하지 않았는데.“내 태도에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거야? 그렇다면 진지하게 사과할게. 내가 널 얕봐서... 내가 널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내가 널 하찮게 봐서...”윤도훈은 얼른 손을 흔들며 말을 끊어버렸다.“아니! 아니! 서로 생각이 다른 것뿐이야. 난 첩인지 뭔지 그딴 거 받을 생각조차 없어. 지금 내 아내 엄청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말을 하다가 멈칫거리더니 윤도훈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그전까지 자기한테 시시콜콜 시비를 걸었던 고향기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던 건 사실이나 너무 딱딱하고 차갑게 거절할 수 없어 가능한 한 목소리를 낮추어 도리를 알려 주었다.예쁜 얼굴 자체가 우세라는 걸 또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절대 고향기를 첩으로 들이고 싶은 심정은 전혀 없었다.백아름을 비롯한 그들이 윤도훈을 화산구로 협박했을 때 고향기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윤도훈의 편을 들었다.단지 그 행동 하나만으로 윤도훈은 이미 고향기에 대한 모든 미움이 사라졌다.하지만 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고향기의 두 눈에는 의혹이 가득해졌다.“생각이 다르다고?”다 같은 고대 무술 가문 출신인데 생각이 다르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저 자기를 거절하기 위한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다.실망한 빛이 스쳐 지나가며 고향기는 스스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알겠어. 네 눈에 들 정도로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러는 거지? 근데 네가 우리 가문 고대 무술 세가 자격을 지켜주고 신약곡에
주동권을 손에 넣은 듯 고향기는 순간 여유가 넘쳤다.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귀여운 모습도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선보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단지 뽀뽀만 살짝 했을 뿐인데 얼굴이 뻘게졌으니 말이다.고향기는 입을 가린 채 웃으며 일어섰다.“나를 첩으로 받아줄 수 없다면 친구 하는 건 어때? 생사를 함께 겪은 사이니 친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 여하튼 우리 고씨 가문에 대한 네 은혜는 잊지 않을게. 앞으로 내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네가 말한 그 ‘생각’을 바꿔도 돼.”말을 마치고 고향기는 윤도훈을 한번 지그시 바라보고는 방을 나섰다.“후...”고향기가 방을 나서자 윤도훈은 그제야 숨을 깊이 내쉬며 그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았는데 아직도 그녀의 온도와 향기가 남아있는 듯하여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다른 정원 안에서.“성자, 축하드립니다. 이번 개인 랭킹 시련에서 무려 4위를 하시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NC 조직의 회장 무광이 공손한 모습으로 임시원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NC 조직 강진시 회장인 다크 별 또한 허리를 한껏 숙인 채 아첨을 떨었다.임시원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들고 있는 초급단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초급단이 좋긴 하지만 나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난 이런 것 없이도 결단 경지를 돌파할 수 있다. 신약을 얻지 못하여 아쉬울 따름이구나.”그 말을듣고서 무광과 다크 별은 멋쩍게 웃기만 하고 감히 뭐라고 할 수 없었다.아쉽다는 모습을 보여도 되나 만약 임시원과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고 곡소리를 한다면 아주 큰 불행에 닥칠지도 모른다.비록 무광 회장은 흑월교의 호법이고 그 개인의 실력이 초급 경지 후기 절정이지만 성자 앞에서는 한낱 부끄러운 실력이다.게다가 흑월교는 등급제가 삼엄하여 성자의 지위는 지고무상하므로 감히 등급을 넘어 무례를 펼칠 수는 없다.“됐다. 고도훈이 찾아갔으니 달갑지 않은 것도 없다.”임시원은 고개를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고
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윤도훈 일행은 날이 밝는 대로 바로 하란파 영역을 떠났다.고향기 역시 하란파 제자가 되어도 된다고 그 자격을 받게 되었으나 일단은 가문으로 돌아가 어르신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윤도훈은 지금 이진희 쪽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물론 세 사람만 하란파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가문과 함께 밖에 있는 하란 마을로 돌아왔다.윤도훈 일행이 마을 쪽에 있는 숙박으로 돌아왔을 때, 호씨 가문 일행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호정우가 죽고 난 뒤 그 대신 앞장을 서게 된 사람이 결단 초기 실력의 중년 남자였다.이름은 호나훈으로 호정우의 삼촌이다.“고도훈, 네가 감히 오정우를 죽여!”“고씨 가문에 원수가 적어서 우리까지 건드린 거야?”자기 조카를 죽인 원수를 만나게 되니 호나훈은 순간 이를 갈며 히스테리를 부렸다.호씨 가문의 다른 제자들도 눈을 부라리고 윤도훈 일행을 째려보았다.호나훈의 말을 듣고서 고연과 고향기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고향기가 콧방귀를 뀌며 말하는데.“자기 실력으로 개인 시련에 임한 것인데, 호씨 가문에서 몹시나 불쾌한 가 봅니다? 우리 가문까지 감히 입에 오르고 말입니다.”이때 고연이 차가운 얼굴로 덧붙였다.“고향기는 이미 하란파의 제자로 되었습니다.”그 말인즉슨, 호씨 가문에서 무엇인가를 하기 전에 일단 생각부터 제대로 하라는 뜻이다.호나훈은 콧방귀를 뀌며 삼엄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보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호씨 가문이 하란파를 빽으로 삼고 있고 고향기가 하란파의 제자가 되었다는데, 감히 그 빽에게 미움을 살만큼 고씨 가문을 상대로 어떻게 할 수 없었다.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고도훈을 죽여 호정우에게 복수할 것이다.숙박 방으로 돌아온 뒤, 윤도훈은 고연과 고향기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제법 엄숙한 얼굴로 오훈에게서 들은 소식을 두 사람에게 알려주었다.“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은 서로 떨어져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
온몸에 ‘나무껍질’이 자란 황보신혁의 배경이 대단해 보였었다.황보신혁 옆에 따르던 부하 또한 그 실력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었다.윤도훈을 믿고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황보신혁인데, 만약 윤도훈이 죽게 된다면 황보신혁이 가장 먼저 나서서 말리게 될 것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지금 자기를 도와줄 최고의 ‘도우미’가 바로 황보신혁인 셈이다.그에게 부탁하여 이쪽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해도 되나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니 고향기와 하란 마을에 며칠만 더 있어도 상관없다.돈만 좀 들일 뿐.하란 마을은 여하튼 하란파 세력 범위 안에 있으므로 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는 아무리 미치고 날뛰어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핸드폰을 꺼내 황보신혁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던 그때 전화가 걸려들어왔다.수신자 번호를 보고서 바로 수신 버튼을 눌렀는데.“여보?”이진희를 부르면서 속으로 자책하고 있는 윤도훈이다.신약산에서 나오자마자 율이와 이진희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면서.‘여보’라는 소리를 듣고서 옆에 있던 고향기는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여보라면...’“도훈 씨, 왜 인제야 전화 받는 거예요! 큰일 났는데, 언제 돌아올 거예요?”전화기 너머 이진희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윤도훈은 핸드폰을 꼭 움켜쥐고서 이진희의 말을 들으면서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알았어.”“지금 당장 돌아갈게.”“걱정하지 마. 기한이 오늘 밤까지라고 했지? 오늘 안으로 꼭 돌아갈게.”윤도훈이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야?”전화를 끊고 난 윤도훈의 얼굴이 어두워 보여 고향기가 걱정하며 물었다.고연 역시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괜찮습니다. 두 분은 여기에 남고 저는 먼저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고수를 보낼 테니 그때 함께 떠나시면 됩니다.”윤도훈은 침착한 모습으로 말했다.이윽고 바로 황보신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적어도 금단 경지는 되는 고수를 이곳으로 보내 ‘자기’를 지켜달라고 말이다.상대는 두말하지
액셀을 끝까지 밟으며 윤도훈은 지금 산 사이를 누비고 있다.만약 윤도훈이 제시간에 돌아올 수 없다면 이원이 세력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지금 윤도훈이 하란 마을 떠난다는 건 실은 그 자신에게도 위험한 일이다.행여나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이원이 지하 세력 대회를 열어 NC 조직에 가입한다고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자기 목적에 달성한 후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걱정도 되었다.그 어느 한쪽이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차라리 자기가 위험했으면 하는 윤도훈이다.이성이 감성을 지배하는 윤도훈이지만 딸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고 일말의 희망을 잡았을 때도 감성이 이성을 이겼었다.액셀을 끝까지 밟으면 달린 이유일까 그는 곧 하란 산백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인적이 드물지만, 청황 대회에 참석했었던 가문의 차들이 보였었다.그들 역시 하란 마을을 떠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나 바로 이때 윤도훈의 눈동자는 크게 일렁이었고 안색도 변해버렸다.청포를 입고 있는 한 노인이 갑자기 도로 중간에 나타나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강대한 기운이 지금 윤도훈의 차를 가로막고 있다.‘올 것이 왔구나.’오훈이 말했던 그 정보는 과연 정말이었다.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차 속도를 늦추며 길거리에 차를 세웠다.금단 강자의 실력으로 상대가 차를 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차로 들이박는다고 하더라도 절대 주일 수 없다.차에서 내린 윤도훈은 2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를 바라보았다.“저 때문에 오신 겁니까?”윤도훈은 경계하며 무거운 소리로 물었다.청송장로역시 윤도훈을 바라보며 이상한 빛이 두 눈에서 스쳐 지나갔다.윤도훈이 차에서 주동적으로 내릴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자기를 마주하면서도 이리 침착할 줄도 더더욱 몰랐다.그러나 오히려 윤도훈을 죽이려는 마음이 단단해졌다.윤도훈이 완벽한 초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청화 대회 내내 실력을 감추고 있던 윤도훈에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