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 배후에 있는 고씨 가문 따위는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호정우는 사악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형 또한 정이 많은 사람이었군요. 하하하. 좋아요. 죽이기 전에 일단 마음껏 맛부터 보죠. 이번 시련에 이런 좋을 일도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먼저 하시죠. 다 하시고 제가 할게요.”“너희들도 섭섭해하지 마. 우리 끝나면 너희들이 해.”전진은 고향기를 물품처럼 나누기 시작했다.다른 초급 경지 후기 고수 세 명은 자기에게도 몫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흥분해 마지못했다.고향기같은 미인이라면 설령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쳤다고 한들 전혀 싫지 않으니 말이다.그들의 주고받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고향기는 마침내 노여움을 참지 못했다.“빌어먹을 놈들!”“차라리 그냥 죽여! 죽여!”아름다운 고향기의 두 눈에는 절망이 피어올랐고 내심 기대고 싶으나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여자임이 드러나고 난 뒤 전보다 더더욱 위험한 상황이 닥쳐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차라리 반항하지 말고 호정우와 전지의 손에 그냥 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까지 하기 시작했다.“그냥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이렇게 너랑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는데 어떻게 그냥 죽여.”전진은 차갑게 웃으며 호정우를 향해 사인을 보냈다.“그럼 시작하시죠. 목숨이 붙어있을 정도로 하시고요. 너무 격하게 하지 마시고요.”“하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힘 조절할게요.”호정우는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향기는 이를 악물고 손에 들고 있던 무기에 힘을 더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격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마지막에 이르러서 그러한 상황이 오게 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준비까지 마쳤다.절대 그러한 굴욕을 당해서는 안 된다며.그러던 그때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손을 쓰려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렸다.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았으나 그전까지 전혀
호정우는 말하면서 바로 윤도훈을 향해 공격을 하려고 했고 그와 동시에 전진에게 사인을 보냈다.‘고수’를 지키고 있으라며 ‘고도훈’을 죽이는 틈을 타서 여자를 놓치지 말라는 사인이었다.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호정우는 차갑게 웃으며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너 맷집이 좋은 거 알아. 방어력이 대단한 것도 알아. 단결 초기 강자 공격을 당해낼 수 있다고 한들 내가 열 번 백번 천번을 공격해도 당해낼 수 있을까? 영웅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주인공 행세 한 번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주인공도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란다.”“죽어!”말하면서 그는 장총을 흔들며 윤도훈을 향해 찔러오려고 했다.윤도훈은 콧바우기를 뀌며 살기가 가득한 호정우를 맞이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주인공은 안 죽어.”그러나 바로 이때 청아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그만하세요!”쏴-이윽고 윤도훈은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으며 눈앞이 아른거리자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가 눈앞에 나타났다.“백아름?”호정우는 자기와 윤도훈 사이에 나타난 그녀를 보고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백 소주님?”전진 역시 당황한 모습이었다.고향기도 두말할 것 없었는데 실력이 막강한 하란파의 소주가 확실했다.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멈춰 섰다.백아름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는 눈치였고 자세를 보아하니 자기를 지켜주려는 듯 하기도 했다.비록 백아름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만약 정말로 그러한 마음에나타난 것이라며 윤도훈은 그녀에 대해 생각이 바뀌게 될 수도 있다.“그만하세요! 그만하시라고요!”백아름이 덤덤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호정우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아름아,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왜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야? 너한테도 몹쓸 짓을 했었던 놈이야! 너 대신 복수해 주려고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잖아.”백아름은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호정우를 바라보는 두 눈에는 혐오가 가득했다.실은 이곳에 온
역시나 백아름의 덤덤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사람은 지금 당신들 손에 죽을 수 없다는 거예요.”말하면서 말투가 확 바뀌더니 윤도훈을 향해 말했다.“지금부터 그쪽도 함께 온 저분도 저를 따르시죠.”“네? 왜 그래야 하는 거죠?”“만약 싫다면요?”윤도훈은 포악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싫다고요?”백아름은 멈칫거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싫으면 지금 바로 죽이고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동공이 움측 거리더니 백아름을 한참 동안 바라본 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래요. 그렇게 하죠.”“미인과 함께한다는 게 마다할 이유가 없죠.”백아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지만, 두 눈에는 조롱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 웃음은 마치 헌터가 자기 사냥물을 보고 있는 듯했다.이윽고 전진과 호정우 두 사람은 달갑지 않은 마음을 안은 채 자리를 떠났다.호정우도 백아름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사리 분별은 되는 사람이었다.이번 시련에 참가한 목적은 좋은 성과를 따내는 것이지 백아름의 곁에 개처럼 붙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백아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향기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나서 백아름은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커다란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갔다.가는 내내 백아름은 맨 앞을 지키고 윤도훈 그리고 고향기와 교류할 마음도 없어 보였다.무척이나 도도해 보이고 차가운 모습만 보였을 뿐이다.“저기요. 대체 같이 가자고 한 이유가 뭐예요?”고향기와 고도훈은 뒤쪽에서 걸어가며 일부러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윤도훈 역시 의문이 가득하나 좋은 일 같지는 않았다.“나도 모르겠는데, 아마 내가 하도 잘 생겨서 그런 게 아닐까요? 나한테 반했나?”그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입을 삐죽거리며 멸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반했다고요? 그건 좀 아니라고 봐요.”윤도훈도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아니면요? 호정우와 싸우겠다는
결단 경지 청년 고수인 임수학과 하장풍은 지금 신경을 곤두세운 채 피 끓는 살기를 드러내고 있다.오늘 이 자리에서 딱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세로 말이다.그러나 바로 이때 검은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더니 두 사람 사이에 서게 되었다.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흑월교의 성자 임시원이었다.“무슨 원한이 그리도 깊으신지 궁금하네요. 굳이 죽기 살기로 그러실 필요가 있을까요?”임시원은 두 사람을 흘겨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넌 뭐야? 어디서 굴러온 쓰레기가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데 함부로 끼어드는 거야!”임수학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하장풍은 잔인하게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굴러온 시련 점수인가? 야, 누가 먼저 죽이는지 한번 내기할래? 죽인 사람이 쟤 주머니 차지하고.”말을 마치자마자 하장풍은 바로 임시원을 향해 달려들었다.겉으로 보기엔 몸집이 야소하고 말라 보이지만 강력한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임시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양손에 진기를 불어넣어 하장풍의 공격을 받아들였다.펑-둔탁한 소리가 울리면서 하장풍과 임시원은 거의 동시에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하장풍은 놀란 기색을 드러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라? 너도 결단 강자야?”“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감히 두 분의 싸움에 끼어들 수 있겠어요.”“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흑월교의 임시원이라고 해요.”임시원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임수학은 콧방귀를 뀌며 계속 비아냥거리는데.“그전에 참가한 테스트에서 실력을 꽤 감춘 모양이네요.”임시원은 허허 웃으며 부정하지 않았다.그러나 하장풍은 눈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허씨 가문과 금도문은 늘 이처럼 적대시해왔어요.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상관하지 말라는 말이에요. 그 쪽한테 좋을 리 없으니.”그러한 말을 듣고서도 임시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 시련에 참가한 건 단순히 이러한 화풀이나 하기 위함이 아니잖아요. 실질적인 눈에 보이는 이득을 확보하고자 참
임수학과 하장풍은 의문을 금치 못한 채 물었다.“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하란파의 백아름도 이곳에 들어올 줄은 몰랐거든요. 하란파에서 일부러 백아름을 들여보낸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이유는 뭐다? 하란파에서도 그 신약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거죠. 저 하나만으로는 백아름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으니 두 분께 이렇게 제안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같이 손잡고 일단 백아름부터 없애고 각자 실력대로 신약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건 어때요?”임시원의 말에 하장풍과 임수학은 안색이 한동안 변화무쌍했다.망설이는 듯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손잡고 백아름을 없애자고요? 그럼, 하란파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임수학은 다소 꺼리는 듯한 모습이었다.“개인 시련이고 그 어떠한 싸움도 살육도 허락한다고 분명히 말했었잖아요. 백아름을 상대로 그 어떠한 공격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도 없잖아요. 참가한 그 순간부터 백아름 또한 위험을 직면할 준비를 했어야 했고 하란파 사람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예요. 백아름을 죽이지만 않는다면 하란파에서도 뭐라고 할 수 없을 거예요. 이번 청황 대회를 주최한 사람이 하란파가 맞긴 하지만 하란파에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 은둔 세력이 뒤에서 지키고 있는데 막무가내로 할 수 있겠어요? 이러한 좋은 기회가 있는 만큼 그 누구든 쟁취하려고 접어들 거예요. 마지막 승자가 누가 될지는 각자 역량에 따르는 거죠.”다소 진지한 임시원의 말에 임수학과 하장풍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 모두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기대도 한껏 한 모습이다.그렇다. 백아름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었다.금도문과 하씨 가문 역시 5대 은둔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백아름을 죽이지만 않는다면 하란파에서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할 것이다.“좋아요.”“지금 이 시간부로 우리 세 사람 한배를 탄 거예요.”“백아름부터 없애고 각자 실력대로 신약을 쟁취하는 거예요.”...도운시
“전화 받아. 무슨 말 하려는 지 들어봐야 할 것 아니야. 그 사람들 손에 아빠가 있는데...”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원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전화를 받았다.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는데.“여보세요?”“어떻게 생각은 다 하셨나요? 레드 용 회장님께서 이 정도 기다려주시면 꽤 기다려 주신 건데...”외눈박이가 어두운 목소리로 협박을 가했다.“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걱정한 마음이 더욱 큰지라 꾹꾹 억누르며 물었다.“어르신, 아드님께서 긴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시네요. 그만 저항하고 얼른 우리 회장님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 오라고 하세요. 아니면 너도 죽어!”전화기 너머 외눈박이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이원은 이천수의 소리를 듣게 되는데.“원아, 아빠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펑-이천수는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외눈박이의 발길질에 멀리 날아가 버렸다.외눈박이는 삼엄한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르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 어디 한번 지옥이 뭔지 보여드릴까요? 미친놈의 X끼가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어디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전화기 너무 욕설이 들려오자, 이원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만 해!” “어머, 놀라셨어요? 아버님은 아직 숨이 붙어 있어요. 주제 파악 못 하고 들이대는 걸 보니 아직 생생하고요. 근데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려고 해요. 그러니 이쯤에서 도운시 지하 회의를 주최하는 게 좋을 거예요. NC 조직에 부하들 데리고 들어오겠다고... 아니면 아버님의 생사는 더 이상 지켜드릴 수 없을 거예요.”외눈박이가 비아냥거린 목소리로 험상궂게 말했다.“알았어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답변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우리 아버지한테 손대지 말아주세요. 부하들에게 열심히 설득하고 있으니 시간이 좀 필요해요. 아니면 그쪽으로 넘어가서도 레드 용 회장님 말씀에 따르지 않을 거예요. 제 부하들이 들고 일어서는 걸 원하시는 건 아
“알고 있어요.”...하란파 신약곡 산골짜기 안에서.윤도훈과 고향기는 백아름 뒤를 ‘지키며’ 함께 커다란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산과 가까워질수록 영약의 종류도 점점 많아졌다.세 사람은 가끔 걸음을 멈추고 신약을 채집하기도 했는데, 주머니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가끔 다른 시련 참가 선수들까지 맞이하게 되었는데, 윤도훈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도도해 보이고 청아해 보이는 백아름이 선뜻 나서서 다른 참가선수의 수확품을 앗아간 것을 보고 말이다.자기 물건을 챙기기라도 하듯이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아니었다.이번 시련에서 백아름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틀에 박힌 일이라 그녀 역시 절대적인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점심시간이 다가올 때쯤, 윤도훈은 그 커다란 산봉우리가 똑똑하게 보이기 시작했다.해발이 무려 2천 미터 정도나 되는 망치 모양의 화산으로 가까워질수록 그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와 동시에 신약산 산골짜기에 들어선 순간 보게 되었던 짙은 안개도 점점 옅어지는 느낌이었다.산과 가까워지면서 그 안개마저도 사라진 것만 같았다.무엇인가에 흡수된 듯이 말이다.바로 이때 기이한 광경이 세 사람의 눈앞에 펼쳐졌다.커다란 화산 꼭대기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퍼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붉은색 광막이 하늘을 뚫고 치솟는 것만 같았다.무려 30초 정도 지속되고서야 서서히 사라졌다.윤도훈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천재지보가 나타나기 전에 일어나는 이상한 광경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얼른 가요. 얼른!”백아름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바로 윤도훈과 고향기를 향해 소리치며 다그쳤다.이윽고 속도를 높여 먼저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위협하는 말투로 말이다.윤도훈은 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아니면 이 틈을 타서 백아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녀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기이한 광경이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이름 모를 보물이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달려든 것이다.다만 산꼭대기에 오르자마자 백아름과 임수학 일행이 이미 와 있음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호정우와 전진은 속으로 수군거렸다.초급 후기 절정 실력은 결코 약하는 건 아니지만 결단 고수와 맞서기에는 아직 갓난아이와 다름이 없다.이러한 상황에서 호정우는 바로 지체없이 백아름의 등 뒤로 숨으며 그녀를 믿기로 한 것이다.전진도 똑같이 정신을 차려 호정우와 함께 백아름 쪽으로 전형을 기울인 것이고.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산꼭대기에는 두 무리의 사람이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백아름을 선두로 한 무리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백아름을 제외하고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해 보였다.그리고 다른 한 무리는 금도문의 임수학, 하씨 가문의 하장풍, 흑월교의 임시원으로 구성된 3대 결단 초기 강자들이다.“백소주께서도 이제 곧 세간에 나타날 신약을 위해서 왔나 봐요?”백아름 일행을 향해 다가오며 임수학이 웃으며 말했다.흑월교의 임시원은 일부러 단결 초기 강자의 기운을 내뿜으며 자신의 시력을 뽐냈다.백아름은 눈살을 찌푸린 채 세 사람을 보고서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단결 초기 강자가 똘똘 뭉치게 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눈치였다.임수학과 하장풍이 손을 잡은 건 더더욱 놀라 놀 자였다.아무리 결단 중기 강자라고 하더라도 세 명의 결단 초기를 맞서는 건 좀 버거운 일이다.하물며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별다른 쓸모가 없어 보였다.“빼앗으려고 그러는 거예요?”백아름은 차가운 얼굴과 더불어 억센 말투로 물었다.강력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흘러 나갔고 뜨거운 환겨이 순간 차가워지기는 것만 같았다.“먼저 가진 사람이 임지인게 아니겠어요? 물론 빼앗아 온 사람이 임자일 수도 있고요.”“설마 이곳이 하란파 영역이라며 이제 곧 나타날 신약도 하란파 소유물이라고 우기는 건 아니겠죠?”임시원은 입고 있는 검은 옷을 떨치며 차갑게 웃었다.백아름은 콧방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