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홀로 서 있는 율이를 보고 있으면 절로 가슴이 미어지는 정도다.맑고 빛이 나야 하는 커다란 두 눈에는 어느새 빛이 사라진 채 어둠이 내려앉았다.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온몸에 통증이 밀려왔을 때도 율이는 울지 않았다.주선미의 참모습을 알게 되고 그녀가 뒤돌아서는 순간 율이는 그만 눈물을 뚝뚝 떨구고 말았다.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텼던 율이는 그렇게 와르르 무너졌다.엄마라는 사람이 자기를 매몰차게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나가는 것을 직접 보고 율이는 그제야 슬픔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아빠도 엄마도 율이 버렸어.’‘율이는 버려진 아이인 거야?’기댈 곳 하나 없이 초점을 잃은 율이의 모습을 보고 이진희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율이가 애틋하고 안타깝고 애잔한 그런 심정.“꼬마야, 우는 거야? 어머 불쌍해서 어떡하지.”“우리 꼬마 슬프지 않게 아저씨가 좀 도와줄까? 아저씨 믿고 따라오렴.”윤병우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율이를 바라보며 잔인함을 드러냈다. “죽여.”이윽고 그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장 죽이라고.지시를 받은 이들은 총을 꺼내 들어 어린 율이을 무자비하게 겨냥했다.윤병우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진희는 율이 옆으로 바로 달려가 아이 앞을 막아섰다.“잠깐! 이진희 씨는 절대 다치면 안 돼!”“당장 가서 이진희 씨부터 끌어내. 그리고 저 계집애 죽여.”갑자기 율이한테 달려간 이진희의 모습을 보고 윤병우는 당황해 마지 못했다.이진희한테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생포’해서 허승재에게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꼭두각시나 다름없는 부하들은 곧바로 총을 도로 거두고 이진희와 율이를 향해 서서히 포위해 갔다.이때 이진희는 콧방귀를 뀌었는데 순간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퍼져 나오면서 그들과 맞서기 시작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연약한 여인이지만 이진희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연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하물며 지금 그녀는 무자에 발을 살포시 들여놓은 상황이다.이진희는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죽을힘을 다
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자는 늑대의 몸에 떨어졌다.화경 강자는 어찌 할 틈도 없이 거꾸로 날아가 버렸다.쿵-심지어 벽을 뚫고 지나가 바닥에 뚝 떨어졌다.푸-윤병우가 자그마치 400억을 들여 고용한 고수는 내장 조각이 섞여 있는 피를 왈칵 토해냈다.말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한순간에 송장이 되어버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이 모든 것에 윤병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부하들도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해지고 다리까지 후들후들 떨었다.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서면서 이진희 그리고 율이와 안전거리를 두었다.‘X발! 어떻게 된 거야?’‘화경 강자가 어떻게 저렇게 쉽게 죽을 수 있어.’“우리 진희 이모 건드리지 마!”바로 이때 율이가 작은 몸을 끌고 이진희 앞으로 걸어와 양팔 벌려 이진희를 몸 뒤로 숨겼다.작은 얼굴에는 아직도 엉엉 울었던 흔적이 가득하다.하지만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풍기고 있다.율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윤병우 일행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윤도훈이 율이에게 줬던 종이 한 장은 이미 두 동강이 나 있었다.그렇다. 이건 바로 율이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진살부’이다.이진희가 곧 무너질 것 같아 율이는 주저 없이 단 하나뿐인 ‘진살부’를 찢어 버린 것이다.‘진살부’를 만들 때 윤도훈의 실력은 초급 경지 초기였고 이 중에는 윤도훈의 ‘최고의 한 방’이 들어 있다.하여 화경 중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늑대를 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너.”“말도 안 돼.”윤병우는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지금 율이를 보고 있다.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화경 강자가 5살 밖에 안 되는 꼬마의 손에 죽다니, 그것도 단 한 방에 죽다니.앳된 율이가 화내고 있는 모습이 귀엽지 않을뿐더러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윤병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에이 설마?’‘윤도훈 그놈의 자식까지 이렇게 대단하다는 거야?’‘역시
“엄마... 엄마...”“율이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야.”“율이한테도 엄마가 있어.”“엄마! 진희 엄마!”내내 ‘엄마’라고 외치며 율이는 기뻐해 마지 못했다.그런 율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이진희.율이의 부름에 웃으며 대답은 하고 있으나 마음은 더없이 복잡했다.‘율이 아빠도 율이처럼 단순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이때 율이도 두말없이 사라진 윤도훈을 찾기 시작했다.커다란 눈동자에 깊은 불안감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진희 엄마, 아빠가 정말로 율이 버린 건 아니겠죠?”그러자 이진희는 율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천천히 타일렀다.“아빠가 왜 율이 버리겠어. 절대 그럴 리 없어. 나쁜 아저씨들이 우리 율이 겁주려고 거짓말한 것뿐이야. 아빠 이제 곧 오실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우리 율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하셨는데, 율이 버리고 가다니 그건 말도 안 돼.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율이야, 엄마 손 잡고 가자.”이진희는 율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서둘러 이곳을 떠나려고.좋은 곳도 아니고 더 이상 머물 이유도 없었다.그리고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율이의 ‘진살부’.보잘것없는 종이 한 장의 위력은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이에 이진희는 후회하기 시작했다.눈에 가시와 같은 사진들을 보고 나서 홧김에 ‘진살부’를 떼어버린 것에 대해.그때 주저 없이 확 떼어서 침실 서랍에 바로 던져 버렸다.하여 지금은 두 사람을 지켜 줄 그 무엇도 없는 상황이다.이러한 이유로 이진희는 서둘러 돌아가려고 한 것이다.당장 집으로 달려가서 ‘진살부’를 몸에 붙이려고.윤도훈은 세상 나쁜 바람둥이가 맞다. 적어도 이진희에게 있어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율이와 자기에 대한 사랑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진살부’의 위력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맞아요. 나쁜 아저씨들이 율이 속이고 있는 거예요. 율이를 버릴 리가 없어요. 우리 아빠 절대 그런 사람 아니에요.”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랑말랑한 목소리였지만
마지막 한 방울의 영천이 영기가 되면서 수련의 끝을 알린다.윤도훈은 마침내 두 눈을 뜨고 용혼소울링도 멈추었다.그는 지금 느끼고 있다.아랫배에 거의 고체 형태로 응집된 단전이 생겨났다는 것을.초급 경지 중기의 액체 단전이 물 풍선에서 수은으로 변한 것과 같다면.지금은 수은에서 끈적한 고체 형태로 변한 것과 같다.어쩌면 완벽한 고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그뿐만 아니라 육신의 강도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몸속의 경맥이 넓어졌을뿐더러 단단하고 질겨졌다.경맥 속에서 흐르고 있는 진기 또한 거침없이 용솟음치는 강물처럼 흐름을 멈추지 않고 있다.달라진 몸을 느끼며 윤도훈을 두 눈을 반짝였다.몸 속에 거대한 용이 태어난 듯 무궁무진한 힘이 느껴진다.‘이런 느낌 처음이야. 초급 중기에서 초급 후기로 올라갔을 뿐인데 이런 느낌이 있다니. 같은 경지가 아닌 것만 같아.’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한 번 느껴보았다.지금의 실력으로 예전의 자기를 얼마든지 죽일 수만 있을 것 같았다.‘아쉬운 게 있다면 경지를 돌파하지 못한 것인데. 지금의 실력으로 귀대성은 죽일 수 있을까?’‘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났겠지?’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윤도훈을 훌쩍 날아올랐다.단번에 10미터 높이로 올라가 돌로 된 우물 덮개를 들이박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율이! 우리 율이 데리러 가야 하는데!”아침 일찍 와서 하루 만에 수련을 끝내면 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다.단숨에 늦은 밤까지 수련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핸드폰을 꺼내 들어 시간을 한 번 보았는데.윤도훈은 그만 두 눈을 부릅뜨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뭐? 벌써 3일이나 지났다고?”“그럼, 지금이...”당황할 틈도 없이 윤도훈은 바로 도운시로 달려갔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우물 안에서 수련하는 동안 시간이 흐르는 줄 몰랐으나 이건 좀 오버인 듯싶었다.무려 3일이나 지났으니.며칠 동안 아빠를 보지 못
귀를 찌르는 듯한 귀대성의 협박 소리.이윽고 귀대성은 갑자기 험상궂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참, 내 얼굴 잘 보이게 똑바로 찍어!”“네. 시키는 대로 잘하겠습니다.”섬뜩하기 그지없는 직장 동료를 시체를 보고서 생방송 책임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행여나 자기도 똑같이 당할까 봐.다른 이들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누구도 감히 귀대성의 명령을 어기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도운시 어느 한 거리에서.파라이버시가 확보된 승합차에 윤병우와 수하들이 타 있다.그들은 아직도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윤병우는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허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됐어? 윤도훈 그놈 딸은 죽었어? 이진희는 언제쯤 데리고 올래?”연결되자마자 허승재의 잇따른 질문이 고막을 찔러왔다.좋은 소식을 듣고 싶어 안달 난 모습으로.허승재는 심지어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께 윤도훈의 상황에 대해 알릴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이미 폐인이 된 몸이니 더 이상 윤도훈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그리고 윤병우가 이진희를 데리고 오면 마음껏 즐길 생각이었다.남자구실을 할 수 없는 몸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집념을 푸려고 했다.그러나 기대에 찬 허승재와 달리 수화기 너머 침묵만이 흘러왔다.윤병우는 머뭇거리다가 벌벌 떠는 소리로 겨우 내뱉었다.“승재 도련님, 죄송합니다만 실패했습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이에 허승재는 순간 얼굴이 확 달라졌다.이윽고 그는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캐묻기 시작했다.“뭐? 또 망친 거야? 이게 벌써 몇 번째야! 내가 너한테 준 돈이 얼만데 넌 대체 뭐하는 놈이야? 너부터 죽여줄까? 그래야 정신 차리겠어?”그러자 윤병우는 벌벌 떨며 계속 변명했다.“그게 아니라 윤도훈 그놈 딸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그놈 딸 역시 무서운 존재였단 말입니다. 그 어린 계집애가 글쎄 제가 데리고 간 화경 강자를 한 방에 죽였지 뭡니까. 눈치껏 빨리 도망쳐서 망정이지 아니면 저 또한 죽을 뻔했다고요.”“뭐라고? 윤도훈 딸이 화경
“윤도훈, 지금 내 손에 있는 이년들이 누군지 알겠어?”“네 아내랑 딸을 살리고 싶으면 지금 당장 방송국으로 달려와. 딱 세 시간만 줄 테니.”“단, 1초라도 늦는다면 난 즉시 네 아내랑 딸을 죽여 버릴 거야.”“쥐새끼처럼 그만 숨고 당장 기어 나와! 네가 숨어 있다고 내가 널 찾아내지 못할 줄 알아? 그런다고 내가 널 가만히 둘 줄 알아?”“그럼, 어디 한 번 끝까지 숨어 봐봐. 저승으로 이년들 보내면 그만이야. 우리 제자 외롭지 않게 두 명 정도는 보내줘야 하지 않겠어?”귀대성은 방송을 이용하여 윤도훈에게 경고와 협박을 하고 있다.도운시 전체에 스크린이 있는 곳마다 험상궂은 귀대성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모든 이들이 귀대성의 협박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이러한 큰 소란에 도운시 전체가 시끌벅적해졌다.“어떻게 된 거야?”“저 사람 정체가 뭐야? 잡아가라고 대놓고 시위하는 거야 뭐야?”“윤도훈이라는 놈도 참 못났어. 아내랑 딸이 저렇게 잡혀 있는데 혼자 살려고 숨은 거야?”영문을 모르는 시민들은 저마다 자기 생각을 밝히기 시작했다.하지만 윤도훈과 이진희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사이가 가깝고 좋은 이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걱정한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이천수, 서지현 그리고 이원은 놀라워 마지 못하며 부랴부랴 방송국으로 달려갔다.그와 반대로 원한 관계가 있는 이들은 속으로 무척이나 고소해했다.물론 그중에 윤병우도 있다.윤병우는 지금 비할 데 없이 흥분해 하고 있다.전화기 너머 허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척이나 짜증 난 목소리로.“윤병우, 왜 말하다가 말아?”“대박! 승재 도련님, 대박 소식입니다!”“또 뭔데? 이보다 더 놀랄 만한 게 또 있어?”허승재는 벌컥 화를 내며 윽박질렀다.“윤도훈을 죽이려고 했던 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지금 이진희 씨랑 그 계집애를 잡고 있는데, 생방송으로 협박하고 있습니다. 윤도훈 스스로 기어 나오라고.”윤병우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윤도훈 그놈이
방송국은 주위 모든 건물 중에서 가장 우뚝 솟은 건물이다.무장 헬기 몇 대가 지금 방송국 상공에서 맴돌고 있다.에이스급 저격수들은 지금 헬기 안에서 옥상에 있는 귀대성을 겨냥하고 있다.기회를 찾아 적을 처리하라는 무현진의 명령을 받은 뒤로.하지만 저격수들은 기회를 찾을 필요조차 없다고 느꼈다.주위가 텅텅 비어 있는 곳에 버젓이 앉아 있으니 말이다.그뿐만 아니라 인질을 가장 가까운 곳에 두지도 않고 있다.수시로 방아쇠를 당겨 적을 처리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다.“완전 초보인 것 같은데? 경험도 없어 보이고 얼마든지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어느 한 저격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 비아냥거렸다.이윽고 그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펑-총소리가 울려 퍼졌다.총알은 적을 향해 빛의 속도로 날아갔다.무릎을 접고 앉아 있던 귀대성은 그 소리에 눈꺼풀만 살짝 들추더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둔탁한 진기만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보호층을 만들었다.결단 경지 고수의 방어력이다. 진기가 없더라도 일반적인 무기로는 그게 설령 저격총이라고 한들 무용지물이다.총알은 그렇게 힘없이 보호층에 부딪혀 버려 그대로 튕겨 나갔다.귀대성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가만히 있던 그는 콧방귀를 뀌며 일어서더니 방송국 직원을 향해 걸어갔다.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헬기 속은 더더욱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건데?”두 눈이 휘둥그레진 저격수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펑펑펑-다른 저격수들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하지만 역시나 결과는 똑같았다.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것.귀대성은 너무나 태연한 모습으로 방송국 직원 앞으로 다가갔다.이윽고 그는 바짝 마른 손을 내밀어 상대의 목을 졸랐다.그러더니 삼엄하고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너희들이 감히 날 공격한 대가다!”“당장 저 파리 같은 놈들 치워! 아니면 지금부터 인질을 하나씩 죽이고 말겠다.”찰칵-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귀대성은 그
“헬기부터 철수하시죠.”별 다른 방법이 없는 두 사람이다.일단은 귀대성의 말대로 무장 헬기부터 치울 수밖에 없다.귀대성이 이처럼 날뛸 수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그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기에.경찰이든 군대든 아무리 겹겹이 포위한다고 한들 전혀 위협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총 따위로 죽일 수 없을뿐더러 폭탄을 사용해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하지만 여긴 도시 안이고 귀대성의 곁에는 인질까지 있다.설령 폭탄까지 동원한다고 한들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삽시간에 무현진도 하서준도 뭐라고 할 말이 없어졌다.이천수, 서지현 그리고 이원은 점점 더 조급해지고 그와 반대로 이천강, 이은정 그리고 허씨 부녀, 현숙애와 조현인은 기뻐해 마지 못하고 있다.그러던 그때 귀대성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한껏 조롱하는 말투로.“저기 고위층 양반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고작 둘이 날 어찌할 수 있을 것 같나?”“윤도훈 그놈이랑 사적인 원한이니 끼어들지 마시게.”“처자식도 버리고 간 놈도 있는데, 당신들이 왜 난리야?”그 말에 무현진과 하서준은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그 말을 들은 다른 이들도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뭔가 사단이 날 것 같아.”“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 윤도훈 씨가.”“설마 이미 도운시를 떠난 건 아니겠지?”“그럴 수도 있어. 그렇지 않고 서는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이미 나타나도 열두 번이나 나타났을 분인데.”바로 이때 이은정이 침을 뱉었다. 그러더니 윤도훈의 편을 들고 있던 동기현을 향해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저기요. 동기현 씨, 윤도훈이 아직 도운시에 있다고 해도 절대 나오지 못할 거예요. 폐인이 된 놈이 살고 싶으면 쥐새끼처럼 숨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허시연도 이를 갈며 덧붙였다.“처자식 버리고 간 못난 놈이라. 참, 이런 남자를 남편으로 아빠로 둔 저 두 사람이 안타깝네요.”윤도훈과 평소에 사이가 두터웠던 이들은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말 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