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저녁. 어느 고즈넉한 외진 곳.길옆에 승합차 한대가 세워져 있고 남정은이 오토바이를 몰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서.남정은이 온 것을 확인한 승합차 주인은 전조등으로 그를 비추었다.그러자 남정은 바로 뒷문을 열고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오셨네요.”조수석에 앉아 있는 윤병우가 헤벌쭉 웃으며 입을 열었다.“네, 저 오늘 꽤 잘하지 않았습니까?”남정은은 아부하면서 공을 청했다.“네, 잘하셨어요.”윤병우는 몸을 돌려 남정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럼, 그 남은 돈을 좀.”남정은은 잔뜩 기대한 모습으로 본론에 들어갔다.하지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순간 숨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면서 누군가의 튼실한 팔이 자기를 조이고 있는 것 같았다.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고 두 동강이 날 듯했다.“지금 이게...”남정은은 튀어나온 눈알로 윤병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남은 돈은 제가 태워드릴게요.”윤병우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안경을 위로 밀며 잔인하게 그를 희롱했다.찰칵-이윽고 수하는 아주 손쉽게 남정은의 목을 끊어버렸다.그 모습을 보고 윤병우는 헤헤 웃더니 남정은의 시체를 향해 침까지 뱉었다.한편, 제황원 별장 안.“아빠, 진희 이모도 여기서 같이 지낼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이모는요?”율이는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윤도훈에게 물었다.주선미한테서 사랑을 받지 못한 율이는 엄마 사랑이 부족한 아이다.그동안 이진희가 옆에서 돌봐 주면서 율이는 이진희한테서 엄마의 사랑과 부드러움을 느끼게 되었다.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여기서 함께 지낼 것이라는 이진희의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내내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식을 올리고도 변함이 없는 걸보고 의문이 든 것이다.“아빠가 율이 있잖아. 아빠로 부족한 거야?”윤도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율이에게 물었다.“아.”율이는 대충 대답하고서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더니 어른스럽게 되물었다.“아빠, 혹시 이모랑 싸웠어요?”“그래.”율이는 망설이다가 쓴웃음
어쩌면 평온한 삶을 끝까지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윤도훈은 일기 책에 가지런히 적힌 글을 바라보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배로 늘어갔다.책을 덮고 윤도훈은 혼자서 중얼거렸다.“어머니, 제 자식이 평생 저주를 안고 가게 생겼는데, 아빠인 제가 어떻게 평온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그 길로 걸어야만 하는 운명이 아닌 가 싶습니다. 만약 이게 저의 운명이고 율이의 운명이고 우리 집안의 운명이라면 저 끝까지 이겨낼 겁니다. 최선을 다해 운명을 뒤바꿀 겁니다.”다음날, 윤도훈은 율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전과 마찬가지로 이진희를 회사까지 바래다 주었다.비록 며칠 있다가 이혼 할 사이지만 이진희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았으면 했다.적어도 연기라도 해가면서 이천수과 서지현의 눈썰미를 피해 가고 싶었다.두 사람은 이미 두 사람 사이가 뒤틀어진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차에 오르고 나서 이진희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운을 떼기 시작했다.“제가 한 번 생각해 보았는데요, 그냥 아이 낳는 문제로 생각이 맞지 않았다고 해요. 그 일로 싸움이 잦아지면서 이혼까지 가게 되었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이에 윤도훈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럼, 장모님도 장인어른도 난처해하지 않을까? 손주 안겨드리려다가 우리가 이혼한 줄 알겠어. 아니면 그냥 내가 바람 피웠다고 그래. 나쁜 사람은 내가 할 테니. 어차피 너희 집안에서 나를 어떻게 욕해도 상관없어.”그 말에 이진희는 멈칫거리더니 예쁜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드러났다.그 또한 잠시 윤도훈을 조롱하는 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나쁜 사람은 네가 할 테니?’‘윤도훈.’‘그렇게 연기가 하고 싶은 거야?’‘그래, 그 사진들을 네가 봤을 리가 없지.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사진.’‘그 사진들을 내가 보지 않았다면 지금 네가 한 말에 눈물까지 흘렸겠지? 참나.’‘윤도훈, 이 사기꾼아!’“허허,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이진희는 차갑게 씩 웃으며 바로 정색했다.이에 윤도훈도 더 이상 말하지
실력을 예측할 수 없는 상대를 앞에 두고 윤도훈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실력이 어떠한지는 뒤로 하고 지금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살기와 살의가 더더욱 무서운 것이다.‘날 죽이려고 그래.’“누구십니까?”윤도훈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냐고? 내 제자를 죽여 놓고 그새 잊은 것이냐?”귀대성은 험상궂은 모습으로 언성을 높였다.이에 윤도훈은 문득 무엇인가 떠오른 듯했다.“혹시 귀익혼 사부님 되십니까?”퍼져 나오는 짙고 악한 기운이 귀익혼과 비슷하여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그렇다. 내가 바로 귀익혼 사부다.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귀대성은 난폭한 기운으로 윤도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윤도훈을 상대로 손바닥을 내밀더니 그 위로 진기가 용솟음치면서 혈색 광막이 나타났다. 마치 피로 물든 장갑처럼.윤도훈은 눈동자가 크게 요동치면서 무력함이 들기만 했다. 절대 막아낼 수 없는 힘인 것만 같았다.그럼에도 그는 크게 소리를 치며 양팔로 막았다.그와 동시에 용의 진기까지 동원하여 두터운 호체 기력까지 몸 주위에 에워싸 버렸다.펑-그 또한 무용지물 귀대성은 바로 이를 깨뜨려 버렸다.몸 주위에 있던 호체 기운이 그의 손바닥 한 대로 손쉽게 깨지는 것을 보고 윤도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초급 경지 중기에 도달한 실력임에도 이렇게나 힘이 없으니 말이다.그럼, 상대는 결단 경지 강자란 말인가?“어쩐지 귀익혼을 죽일 수 있다 했어. 너 초급 경지였구나.”“젊은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이라니,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말하면서 주름이 자글자들글한 귀대성의 얼굴에는 잔인한 웃음이 드러났다.그는 마치 피에 굶주린 늑대처럼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근데 내가 천재로 태어난 놈들을 죽이는 게 취미야.”이에 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며 달갑지 않아 했다.자기 몸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윤도훈은 조금 전 상대의 공격으로 오장육부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된 걸 알고 있다.초급 경지 중기 실력으로 결단 경지 강자를 맞
무력함이 들면서 윤도훈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귀대성이 착지하고 나서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 또한 놀라워 마지 못한 얼굴이다.얼굴에는 아픈 듯한 모습이 살짝만 그려졌다.대지맥동에 전력을 다한 공격을 더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얼마 입지 않았다.“같은 경지가 아닌데도 감히 날 공격할 수 있다니.”귀대성은 놀라움과 동시에 험상궂게 웃었다.“좋아! 앞으로 점점 재미있을 것 같구나. 너 같은 천재를 죽이는 게 내 취미라고 했지. 아주 좋은 사냥감이야.”말을 마치고 음침한 바람과 살이 떨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귀대성은 바로 핏빛 잔영으로 변해 윤도훈을 죽이려 했다.윤도훈은 크게 소리치며 어디 한 번 끝까지 싸울 작정이었다.복부 쪽에 피 자국이 보이면서 윤도훈은 귀대성의 공격으로 또다시 날아가 버렸다.절대적인 실력 차이 앞에서 노력은 이처럼 부질없는 짓이 되어 버린다.“와.”땅에 떨어진 윤도훈은 미친 듯이 피를 뿜어냈다.물론 그중에 일부 장기 찌꺼기도 섞여 있다.그뿐만 아니라 콧구멍, 귓구멍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다.결단 경지 강자의 공격이라 만만치가 않았다.첫 번째 공격에 중상을 입고 두 번째 공격에 거의 죽을 것만 같았다.오장육부가 모두 자리를 옮기고 온몸에 경맥도 거의 끊긴 듯했다.심지어 진기까지 진동으로 모조리 흩어져 버린 것 같았다.“어라? 아직도 살아 있어?”귀대성은 윤도훈이 아직 죽지 않은 것을 보고 다소 놀라웠다.하지만 곧 개의치 않아 하며 잔인하게 웃었다.“그럼, 한 번 더 공격하면 되겠네? 그렇지?”말하면서 귀대성은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갔다. 내디디는 걸음과 더불어 두 눈에 베인 살의는 점점 짙어가면서.손바닥에 혈색 진기가 점점 용솟음치고 있다.윤도훈은 가만히 주저앉은 채 이를 악물며 두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한 대만 더 맞으면 틀림없이 죽게 된다는 걸 윤도훈 자신도 잘 알고 있다.‘허허, 나 오늘 죽는 거야?’‘우리 율이 저주도 풀지 못했는데.’‘부모님 원수도 갚지 못했고.’‘아직 하지 못한 일들
“고씨 가문?”귀대성은 바로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무술 가문 주제에 어디 감히 내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냐! 난 귀패문 출신이니 어디 썩 꺼지지 못하겠느냐.”그러자 고태형은 눈살을 찌푸렸다.“귀패문?”살짝 꺼리는 듯한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귀패문이 악질 중에 악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뿐더러 귀패문 문주가 금단 경지에 이른 강자라는 소문도 들은 바가 있다.고씨 가문은 이러한 가문 앞에서 실은 어깨를 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두려워하는 듯한 고씨 가문 옛 가주의 모습을 눈치채고 윤도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가장 관건이 되는 순간에 나타날 줄 몰랐고 인제 살 수 있겠구나 한시름 놓고 있었는데 스토리가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다.‘고씨 가문에서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상대인 거야?’윤도훈은 자기 목숨을 고태형에게 완전히 맡길 용기가 없어 기회를 틈타 소아단을 삼켰다.몸속의 용의 기운까지 돌리며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하려고 했다.다만 상처가 너무 깊은 이유로 그 효과는 아주 미미했다.하지만 왼쪽 신장에서 용솟음치고 있는 용의 기운 덕분에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윤도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일반 수련자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쯔쯔쯔.”귀대성은 고씨 가문 옛 가주 고태형의 반응을 보고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우리 귀패문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나 봐? 내가 지금 이 놈을 죽이든 어찌하든 너희 고씨 가문과 상관없는 일이니 당장 꺼지는 게 좋을 것이다. 이놈만 죽이고 바로 너희 지역에서 떠날 것이니 좋은 말로 할 때 듣거라.”귀대성은 상대의 실력이 자기보다 한 수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귀패문으로 겁줄 수밖에 없었다.고태형은 눈빛이 흔들리며 중상을 입었으나 죽지 않은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이윽고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마음속으로 답이 생긴 듯했다.“우리 가문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누가 그러더냐? 윤도훈 씨는 우리 고씨 가문 비즈니스 파트너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윤도훈 씨를 죽이면 우린 어떡해 하란 말이냐?”
‘하지만, 20살 남짓한 청년이 초급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돼.’‘아니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겠어.’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귀대성은 그만 생각을 접었다.윤도훈만 있는 게 아니라 고태형도 함께하고 있으니 죽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입장이다.‘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자.’만약 윤도훈의 배후에 거물급 인물이나 강력한 실력을 지닌 배경이 있다면 그들과 연락을 취하기에 7일은 충분하다.그럼, 귀익혼의 죽음에 대해서 더 이상 추궁할 능력도 되지 못하니 그럴 운명이라 받아들이면 된다.하지만 그와 반대로 윤도훈의 배후에 아무 것도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귀대성은 마지막으로 윤도훈을 염려없이 노려보고는 핏빛 그림자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귀대성이 떠나자 윤도훈은 입가의 핏자국을 닦으며 힘겹게 일어나서 고태형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러자 고태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인사치레를 했다.“아닙니다. 저희 가문과 깊은 인연을 나누고 계시는 분인데, 겨우 이 정도로 그런 말씀을 듣기엔 부끄럽습니다.”너스레 뜨는 모습으로 말하다가 고태형은 갑자기 진지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그건 그렇고 어서 댁에 연락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이에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고 있습니다.”“그럼, 일주일 동안 저희 집에서 지내시는 건 어떻습니까? 상처도 치료하면서 좀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지켜드리기는 힘들 것 같지만, 일주일 정도는 괜찮으리라 생각하는 바입니다.”속으로 어떠한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눈에 훤히 보인다.“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윤도훈은 완곡하게 고태형의 뜻을 거부했다.‘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내가 모를 것 같아?’‘댁에 연락을 해? 나한테 그런게 있었나?’만약 고태형의 말대로 고씨 가문에 머물게 된다면 이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한편, 귀대성은 바로 조씨 가문으로 향했다. 현숙애 그리고 조현인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으니.“대사님, 어떻게 되셨나요? 윤도훈 그놈은 죽었나요?”조급한 목소리로 현숙애가 먼저 물었다.조현인 역시 잔뜩 기대한 모습으로 윤도훈이 죽었다는 말 한마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하지만 두 사람의 기대와 완전히 어긋나는 답이 돌아오곤 만다.귀대성은 콧방귀를 뀌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죽은 것과 다름이 없지. 숨만 겨우 붙어 있으니.”이에 현숙애도 조현인도 의아해 마지 못했다.“죽지 않았다고요? 설마 대사님도 그놈을 어찌할 수 없는 겁니까?”놀라움을 금치 못한 조현인은 속으로 윤도훈의 실력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윤도훈,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건데? 귀익혼도 귀익혼 스승도 널 죽일 수 없을 만큼 뭐가 그렇게 잘 났어!’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듯한 현숙애의 말에 귀대성은 바로 눈빛이 험상궂어졌다.순간 그는 현숙애의 목을 조인 채 들어 올리더니 히스테릭하게 외쳤다.“빌어먹을 년! 내 제자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너희들 대신 윤도훈 처리하려다가 그렇게 된 거 아니냐! 무릎 꿇고 빌기는커녕 어디 감히 내 앞에서 지껄이는 것이냐! 네년도 똑같이 만들어 줘?”“그리고 뭐? 나도 그놈을 어찌할 수 없다고? 천만에! 그놈은 지금 목숨만 겨우 붙어있을 정도로 나한테 맞았어.”“난 그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일주일만 시간을 준 것뿐이야. 적어도 뒷일을 치를 수 있게끔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어.”목이 꽉 조인 채 공중에 떠 있는 현숙애는 숨이 턱턱 막혀 왔고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난폭하고 사악한 귀대성의 기운을 느끼고 난 현숙애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심장이 팔딱였다.“제 뜻은 그게 아니에요. 제 말을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전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죄송합니다.”“대사님 실력으로 얼마든지 윤도훈을 죽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현숙애는 있는 힘을 다해 사죄하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현숙애는 문득 무엇인가 떠오른 얼굴이다.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면서 교활한 모습을 보인다.“진짜인지 아닌지 한번 실험해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 윤도훈 그놈이 그동안 저지른 일로 봐선 그놈 죽이려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닐 거야. 그들한테 슬쩍 소스 흘려서 우리 대신 ‘복수’하게 하자. 만약 일이 잘 풀려서 윤도훈을 죽일 수 있다면 우린 일주일 동안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잖아.”그 말에 조현인 역시 순간 두 눈이 밝아졌다.“그렇네요. 다쳤다는 소식만 내보내면 다들 그놈 죽이려고 미친 듯이 달려들 거예요.”...윤도훈은 차를 몰고 제황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찬혁에게 전화를 하면서.자기가 크게 다친 사실에 대해 말할지 말지, 자기 대신 율이를 며칠 동안 지키고 있어 달라고 말할지 말지 한참 동안 망설였다.망설임 끝에 그는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평소에 했던 대화처럼 단약으로 얻은 수련 자원은 있는지 그것만 물었다.이찬혁에 대해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을 뿐.게다가 율이도 이진희한테도 ‘진살부’가 있으므로 일반인을 상대로 자신을 지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다.만약 ‘진살부’로 적을 상대할 수 없다면 이찬혁 역시 힘들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실력으로는.같은 날 오후, 윤도훈은 가만히 집에만 있었다.상처 회복에 필요한 약재를 달이며 소아단과 용의 기운으로 천천히 회복에 집중했다.이쯤에서 승인해야 하는 바가 있다면 상처가 결코 작지만은 않다는 것이다.만약 용의 기운이 아니었다면 귀대성의 공격 두 번에 이미 송장이 되었을 것이다.지금은 겨우 목숨만 간당간당 붙어 있고 폐인이나 다름없다.온몸에 경맥이 끊어지면서 텅텅 빈 것이 짙고 순수했던 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단전에도 가뭄이 온 것처럼.그나마 다행인 건 ‘용 신장’에서 뜨거운 용의 기운이 흘러나와 온몸으로 퍼져 망가진 몸을 서서히 복구하고 있다는 것이다.“제발 폐인은 되지 말자. 폐인으로 사는 인생은 싫어.”윤도훈의 입가에 쓴웃음이 일었다.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