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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어린 딸은 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내는 바람까지 피운 인생이다.

파란만장한 그 모든 걸 겪고 나니 윤도훈은 감정적인 면에서 다소 집착이 있는 편이다.

대답만 하면 되는 절차이지만 윤도훈에게 있어서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대답하는 순간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할 것만 같아 감히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평생.’

‘나한테도 평생이 있을까?’

3년 내로 만약 상고 윤씨 가문과 겨루지 않는다면 율이는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

그럼, 그 또한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전...”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이진희는 아름다운 두 눈을 마주하며 윤도훈은 큰마음을 먹고 대답했다.

“네, 맹세하겠습니다. 아내와 즐길 수 있는 매일 소중히 여기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그 말에 사회자는 멈칫거렸다. 대답만 하면 되는 질문인데, 굳이 다른 말까지 했으니.

“허허.”

그 말을 들은 이진희는 곧 예쁜 얼굴에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윤도훈을 마주하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는 실망, 언짢음 심지어 원망까지 깃들여 있었다.

‘매일 소중히 여겨?’

‘허허.’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나 버리고 다른 여자 찾아가려고?’

순간 이진희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게 되었다.

남정은이 아침에 보여 준 사진 속 장면들이 다시금 일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동안 마음속으로 여겼던 윤도훈은 이미지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진희의 감정도 더 이상 억눌리지 않아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한이 가득 그려 있는 두 눈으로 윤도훈을 보더니 꾹꾹 참고 있던 모든 서러움, 아픔, 실망 그리고 분노가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

이진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대에서 내려와 식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윤도훈과 결혼식을 올리려고 무대로 올라간 자신이, 그 모든 것이 역겨웠다.

뛰쳐나온 이진희는 바로 화장실로 향해 달려들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그녀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와르르 무너진 채.

어떻게든 참아내면서 결혼식을 끝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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