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은 왕현무는 긴가민가했다.“윤도훈?”“그래. 나 윤도훈이야. 양원단 더 있으면 너한테 연락하라고 그러지 않았어?”윤도훈의 물음에 왕현무는 잠시 망설이다가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오늘은 안 돼. 내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나중에 내가 높은 값으로 쳐줄게.”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옆에 있던 왕준현이 물었다.“아들, 누구야?”이에 왕현무의 두 눈에는 의심스러운 빛이 번쩍이었다.“강지원이랑 동창인데, 지난번에…….”그는 그전에 있었던 일을 왕준현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자초지종을 모두 말하고 난 뒤 왕현무는 콧방귀를 뀌었다.“일찍이 전화할 것이지 왜 하필 오늘 전화 온 건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공교로울 수도 있는 걸까요? 상대도 하지 않고 바로 끊었어요.”왕주현은 모든 걸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강지원 동창이라고? 흥!”말하면서 그는 왕현무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아주 잘했다. 하필 오늘 전화 온 것이 좀 의심스럽다. 조심하는 것이 좋으니 오늘 지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한편, 끊긴 전화를 보고 윤도훈의 얼굴에는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사실 그르 떠보려고 건 전화였다.‘양원단을 사지 않는다고? 네가? 허허…….’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이 생긴 윤도훈이다.강지원 실종 사건은 왕현무와 필연적인 관계가 있음이 확실해졌다.이윽고 그는 이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한 주업 왕현무에 대해 좀 알아보라고 했다.“처남, 혹시 이한 주업에 왕현무라고 알아요? 평소에 어딜 즐겨 다니는지 나쁜 짓 할 때는 특히 어딜 자주 가는지 한번 알아봐 줘요.”이원은 도운시 지하 세력을 오랫동안 주름잡고 있었을뿐더러 지금은 지하 양대 세력의 하나로서 윤도훈 보다 알아내기 쉬울 것이다.“왕현무요?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이원은 시원하게 단 번에 승낙했다.잠시 후, 그는 윤도훈에게 도로 전화를 걸어 알아낸 정보를 일일이 말했다.왕현무는 소문 난 바람둥이로 집안 배경을 믿고 그동안 수없이
풍기는 기세로 봐서는 명력 후기 고수가 틀림없다.왕준현의 도움을 받은 뒤로 그는 줄곤 왕준현과 함께하게 되었다.그동안 왕씨 부자를 위해 적지 않은 뒤처리를 도맡아 했었다.누군가를 납치해 오는 것과 같은 일은 그에게 있어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아들, 너 역시 보는 눈이 있어. 하하…….”왕주현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어때요? 허 선생께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시겠죠?”왕현무는 흐뭇해하며 대답했다.“두말하면 입 아프지. 당연히 마음에 들어 하실 거다. 이런 여자라면 그 어떠한 남자도 참지 못할 것이다.”왕준현은 헤벌쭉 웃으며 연신 침을 삼켰다.이윽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허안강에게 전화를 걸었다.허안강은 도운시로 온다며 왕준현에게 미리 직접 연락을 했었다.그에게 호텔을 준비해 달라면서 말이다.이로 인해 왕준현은 마침내 자기 가문에게 기회가 온 듯했다.허씨 가문의 핵심 인물인 허안강을 직접 모실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하여 그는 심혈을 기울어 허안강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그에게 빌붙으려고 했다.“허 선생님, 외람되지만 어디쯤입니까? 지내실 곳은 제가 마련 해두었습니다. 저희 WO빌리지로 오시면 되는데, 제가 모시러 가도 되겠습니까?”왕준현은 아첨을 떨며 정중하게 말했다.“아닙니다. 도운시에 이미 도착했고 어딘지 아니 찾아가겠습니다.”그와 달리 허안강은 덤덤한 목소리로 짙은 카리스마를 풍겼다.“네! 그럼, 천천히 살펴 오시기 바랍니다. 제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겠습니다.”토씨 하나에도 아첨의 뜻이 깊이 베어 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잠만 자고 걸 갈 겁니다. 밥도 이미 먹었고 내일 일 마치는 대로 바로 돌아갈 겁니다.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허안강은 그의 아첨 따위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식사만이 아니라 다른 선물도 준비해 두었습니다.”거절하는 그에게 왕준현은 신비로움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선물이요? 그게 뭡니까?”허안강은 다소 의외였다.“하하, 그건 이게 오시면 알게 될
물론 허안강은 왕준현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남에게 사과하러 온 것이라는 것도 체면을 위해 더더욱 입 밖에 내놓지 않았다.다만 선물을 주러 왔다며 얼렁뚱땅 넘기었을 뿐이다.“네? 선물 드리러 왔다고요? 남자분이요? 아니면 여자분이요?”왕준현은 순간 멈칫거리다가 물었다.“남자입니다만 상대가 누군지 제가 보고라도 그려야 하는 겁니까?”허안강은 다소 언짢아하며 대답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괜한 걸 물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마지막까지 왕준현은 아첨을 떨었다.전화를 끊자마자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하더니 이윽고 흥분해 마지 못하기 시작했다.“아빠, 왜 그러세요?”표정에 연신 변화가 일어나는 왕준현을 바라보며 왕현무는 어리둥절했다.이에 왕준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너 그거 알아? 허 선생께서 글쎄 직접 선물 주러 온 거라고 하셨어. 허 선생이 직접! 그 신분으로 직접 올 만큼이면 상대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말하면서 왕준현은 두 눈은 격동과 흥분한 빛이 반짝거렸다.“게다가 그 사람도 남자라고 그랬어. 남자면 우리한테 더 좋은 거 아니야? 강지원, 쟤 있잖아. 어쩌면 우리 한방에 높이 올라갈 수 있을 지도 몰라.”“하하, 그래요? 허 선생께서 직접 선물 드리러 온 거라고요? 그 상대가 우리 도운시에 있다고요? 그럼, 살짝만 빌붙어도 앞으로 도운시에서 엄청 편하게 살 수 있겠네요?”왕현무도 덩달아 흥분해 마지 못했다.순간 강지원을 바라보는 왕씨 부자는 얼굴에는 음흉한 빛이 가득했다.왕씨 가문은 지금으로부터 강지원만 믿고 일떠설 생각이다.강지원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복덩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거듭났다.그러나 바로 이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왕준현은 눈살을 찌푸렸다.“글쎄요. 블랙잭이랑 나가 볼게요.”왕현무는 말하면서 블랙잭과 함께 지하실을 나섰다.위층으로 올라와 보자마자 두 사람은 안색이 확 바뀌게 되었다.여러 경호원이 쓰러진 채 비명만 지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앞으로 내
“하하하…… 시원해?”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왕현무가 옆에서 비아냥거렸다.이때 왕준현은 강지원을 앞으로 당기며 차갑게 웃으며 경고했다.“더 때려.”“너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 이 여자 당장 죽여 버릴 거다.”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반짝이는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솔직히 블랙잭이 날린 따귀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명력 후기 고수 밖에 안 돼는 블랙잭이기에 윤도훈은 아플 리가 없다.하지만 이는 고통의 문제가 아니라 능멸에 관한 문제다.다만 강지원에게 총구가 겨누어 있는 이상 윤도훈은 감히 경거망동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따귀 한 번 맞고 울화통이 터지면 터졌지 강지원이 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탁-탁-이윽고 블랙잭은 독을 품고 윤도훈의 뺨을 또다시 연속 두 번 후려쳤다.조금 전 윤도훈의 발길질에 멀리 날아가 피를 토한 걸 생각하니 그 또한 울화통이 터졌던 지라 지금 속이 다 후련하다.“흑흑…….”꼼짝없이 맞고 있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강지원은 발만 동동 굴렀다.아리따운 두 눈에는 왕씨 부자를 향한 한과 윤도훈을 향해 미안함이 가득하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허허…… 간지러워!”이때 윤도훈은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이에 왕씨 부자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씨X! 너 지금 해보자는 거지? 블랙잭, 더 때려! 아주 즐기는 모습이니 더 즐겁게 해 줘!”왕현무가 이를 갈며 말했다.블랙잭에게 맞고 있는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시원하기 그지없었다.왕현무는 이처럼 누군가를 자기 발밑에 밟고 있는 것을 즐긴다.왕준현 또한 블랙잭을 향해 독이 가득 찬 눈짓을 보냈다.그 눈빛에 담긴 뜻은 놀만큼 놀았으면 얼른 처리하여 다시 일떠설 기회를 없애라는 것이다.그러고 나서 그는 또다시 강지원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깊이 들이박으면서 윤도훈을 향해 소리쳤다.“자식, 너 가만히 있어! 아니면 이 X 머리에 총알 박히게 할 테니까!”말이 떨어지자마자 블랙잭은 허리춤에서
그러나 결과는 전과 마찬가지였다.윤도훈은 가만히 서서 블랙잭이 하고 싶은 대로 두었다.날카로운 칼끝은 그의 옷만 찢었을 뿐 몸에는 흔적조차 남길 수 없었다.“그래! 한 번 해보자!”“아! 아!”분이 내려가지 않는 블랙잭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비수를 들고 윤도훈의 복부를 비롯한 연약한 곳을 미친 듯이 찔렀다.비수가 휘어지도록 휘둘렀지만 피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았다.“죽일 힘도 없는 인간이 나쁜 사람 행세하고 다니는 거 가소롭지 않아?”윤도훈은 블랙잭을 향해 비아냥거렸다.아무리 공격을 더 해도 멀쩡하기만 한 윤도훈을 마주하며 그는 이미 초점을 잃었다.왕씨 부자 또한 넋이 나간 지 오래다.강지원도 무슨 괴물을 보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하지만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가득했던 모습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속으로 한시름 놓게 되었다.“너…… 정체가 뭐야?”왕준현은 파르르 떨며 물었다.“다시 한번 얘기한다. 지원이 풀어주면 눈 감아 준다.”“아니면, 내년 오늘이 너희 부자 제삿날이 될 것이다.”윤도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삼엄한 분위기를 띠었다.그 말을 들은 왕준현은 강지원을 더욱 꼭 잡으며 이를 악물었다.“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짖거리지 마! 나도 경고하는데 죽이기 전에 당장 네발로 기어나가! 블랙잭이 아니라도 널 죽일 사람 또 있어!”그는 강지원을 바라보고 차갑게 웃으며 덧붙였다.“그냥 미리 해주는 말인데 이 여자는 내가 누구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야. 네 와이프도 아닌 여자 때문에 목숨 걸지 말고 당장 가는 것이 좋을 거다.”왕현무도 이에 맞장구를 치며 거만하기 그지없었다.“맞아! 허 선생님 신분으로는 반드시 절세 고수를 경호원으로 데리고 올 것이다. 강지원은 우리가 허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이니 감히 끼어들 시에 허 선생님이 널 바퀴벌레 죽이듯이 죽일 것이다.”이때 왕준현은 그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허 선생’에 대해 이렇게 빨리 입 밖으로 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오히려 좋을 수
윤도훈의 표정 변화를 보고 왕현무는 그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만 생각했다.하여 윤도훈에게 겁을 더 주려고 몇 마디 더하려고 했다.그러나 윤도훈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윤도훈, 너 진짜 죽으려고 환장했어? 강지원 때문에 죽어도 좋다고는 거야?”왕현무는 이를 갈며 말했다.이에 윤도훈은 피식 웃으며 대답하려고 했는데, 그러는 찰나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띠띠빵빵-차 경적이 울리면서 수십 대의 승합차가 윤도훈이 들이박고 들어온 빌리지 대문을 통과하여 빠르게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차 번호판으로 보아서는 수도권 강양시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그들이 있는 곳까지 몰고 와서 정차하더니 차에서 우르르 내려왔다.가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중년 남자는 카리스마가 하늘을 찌를 듯한데 그가 바로 허안강이다.“어찌 된 겁니까?”허안강은 눈살을 찌푸리며 현장을 훑어보더니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왕씨 부자가 잡고 있는 절세의 미인을 한 번 보고는 블랙잭과 윤도훈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때 윤도훈은 덤덤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은 순간 눈빛이 마주쳤다.윤도훈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한 허안강은 멈칫거렸다.허씨 가문의 핵심 인물로 눈빛이 흔들리면서 마음속으로 여러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허 선생님, 오셨습니까?”왕준현은 허안강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연신 허리를 굽혀가며 인사했다.왕현무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강지원을 가리키며 말했다.“허 선생님, 저와 제 아버지가 특별히 준비한 선물입니다.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허안강은 눈썹을 올리며 강지원을 훑어보더니 구미가 당기는 모습이었다.“마음에 듭니다. 이런 이미지의 여인이 있다니 참으로 드뭅니다.”“저희가 특별히 정성껏 준비한 소소한 선물이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선물로 그분께 드려도 좋습니다.”허안강의 칭찬을 듣고 왕준현의 얼굴에는 흥분이 드러났다.이윽고 그는 윤도훈을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저놈이 허 선생님께 드리려던
허안강이 부하에게 또다시 사인을 주는 것이 보였고 그는 손을 내밀어 윤도훈을 가리켰다.그러자 부하는 강지원을 어깨에 들어 올린 채로 윤도훈 앞으로 다가갔다.“이 분은 윤 선생님께 넘기겠습니다.”허안강이 빌리지로 들어온 순간부터 윤도훈은 제자리에 서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강지원이 자기 곁으로 온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마침내 허안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별 말씀이십니다. 제가 오지 않아도 충분히 해결했으리라 믿습니다.”허안강이 웃으며 말했다.이 순간 왕씨 부자와 블랙잭은 숨마저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었다.“허 선생님…… 지금 이게…… 뭐…….”왕준현은 허안강을 바라보며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허 선생님, 왜 강지원을 윤도훈에게…… 주는 겁니까?”왕현무도 어안이 벙벙해졌다.“윤 선생님이 바로 내가 말했던 그 분입니다.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도 윤 선생님께 드린다고 했었는데, 뭐가 잘못된 겁니까?”허안강은 피식 웃으며 그들을 조롱했다.“헉!”그 말에 왕씨 부자와 블랙잭은 눈에 초점을 잃었다.놀라움만이 세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뭐?’‘허 선생님께서 직접 선물 주려고 온 상대가 윤도훈이라고?’‘이게…… 무슨 상황이야?’‘말이 돼? 장난하는 거 아니야?’바로 이때 허안강이 손을 흔들자 휘하의 부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여러 상자가 차에서 내려지면서 윤도훈 앞에 가지런히 놓게 되었다.일일이 열어보니 그 속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나는 금과 보석들로 가득했다.어두운 밤이라 그러한지 유난히 더욱 반짝이며 눈 부셨다.한 상자에는 새로 뽑은 현금이 가로 새로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이 모든 걸 합치면 그 값어치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을 것이다.진철이 허안강에게 선물을 돈독하게 챙겨 사과하러 오라고 온 것에 허안강은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홀로 4대 종사를 이기는 존재에 대해 허안강도 감히 얼렁뚱땅 지나갈 수 없었다.윤도훈은 강지원을 내려놓고 꽁꽁 묶여 있던 줄도 풀어주고 있었는데, 뒤 돌아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에 두려움이 눈에 가득 베어 있다.값어치가 대단한 상자를 일일이 윤도훈 앞으로 쌓여 놓는 것을 보고 왕씨 부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허안강이 직접 와서 선물을 주려고 했던 상대가 윤도훈이라니…….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씨 부자는 ‘그분’께 잘 보여서 빌붙으려는 생각까지 했었다.지금 ‘그분’이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이 보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허안강은 단지 선물을 주는 것만으로 끊이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윤도훈을 향해 무슨 일로 사죄하고 있는 것을 두 사람을 눈치챘다.심지어 윤도훈이 허안강의 아들을 죽인다고 했을 때도 허안강은 대꾸하나 하지 못하고 고개를 더욱 숙였으니 말이다.‘강지원 친구라는 저 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허씨 가문 핵심 인물마저 떨게 하는 존재라니…….쏴-바로 이때 블랙잭은 지금껏 없었던 가장 극에 달하는 속도로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했다.수배자 신분인 그의 마음속에 도망가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허안강이 자신을 도와 윤도훈을 상대할지 아닐지는 고사하고 윤도훈의 실력으로만 봐서도 자기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강지원이라는 인질까지 없어진 마당에 더더욱 살길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도망쳐?”윤도훈은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지더니 허공에 대고 블랙잭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그러자 진기가 실체로 드러나면서 강력한 힘을 가지로 블랙잭의 후심을 향해 맹렬하게 후려쳤다.윤도훈은 그가 방어력만 전문 수련한 고수임을 알기에 힘을 빼지 않았다.펑-둔탁하 소리와 함께 급히 도망치던 블랙잭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척추는 산산조각이 났고 오장육부는 진동에 의해 형체를 잃었다.착지하고 난 뒤 명력 후기 고수인 블랙잭은 그대로 숨졌다.허안강도 휘하에 있는 고수들도 그 광경을 목격하고 눈꺼풀을 파를 떨며 경외하는 얼굴로 윤도훈을 일제히 바라보았다.무자는 종사 경지, 즉 연정기 정점에 이르고 나면 온몸에 경맥 심지어 얼굴에 사소한 경맥까지 모조리 뚫게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