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열은 머리가 윙윙 울렸다. 안경은 날아가 찾을 수도 없었는데, 그 모습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현무 도련님! 도련님이…… 도련님이…….”왕현무는 박찬열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았는데, 그에게 있어서 박찬열은 한 마리의 개일 뿐이었다.“뭐?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정말로 네 편에 서줄 거 같아? 주제 파악 좀 해.”“꺼져! 꺼지라고!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마!”왕현무는 박찬열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이에 박찬열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이윽고 그는 눈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강지원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지원 씨, 지금껏 제가 지원 씨 많이 도와줬잖아요. 그러니 현무 도련님께 좀…….”짝-따귀 소리가 또 났다.강지원은 팔을 둥글게 휘둘러 박찬열의 얼굴을 후려쳤다.“미친 X! 네가 얼마나 역겨운지 알기나 해? 꺼져!”박찬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부여잡고 표정이 한껏 험상궂어졌다.“빌어먹을 X이 네가 감히 날 때려? X발…….”“X발!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 어이, 지금 당장 이 미친 X 반쯤 죽여놔. 우리 지원 씨 화 좀 풀어주게.”왕현무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자기 옆에 있는 졸개에게 명령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박찬열은 그들에게 제압되어 걷어차이며 비명을 질렀다.“휴…….”강지원은 긴 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었다.조금 전에 박찬열을 때리는 바람에 자기 손도 아팠지만, 무척이나 시원했다.진작부터 박찬열에게 혼쭐을 내주고 싶었는데, 오늘 마침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하지만 남의 권위를 빌려 너무 사람을 업신여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부정하고 싶지만, 권세를 등에 업고 남을 깔보는 이 느낌은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그러려면 뒤에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이런 생각을 하며 강지원은 윤도훈을 힐끗 보며 속으로 몰래 생각했다.“지원 씨, 이제 마음에 드십니까? 앞으로 회사에서 박찬열의 자리를 대신하여 지원 씨가 마케팅 이사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율이를 향해 말했다.“지원 이모, 안녕하세요.”율이는 달콤한 목소리로 강지원을 불렀다.“그래, 율이야. 우리 율이 너무 예쁘다.”강지원은 율이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즉시 말투가 사뭇 복잡해 지면서 덧붙였다.“도훈아, 아까 그 약 말이야 엄청 귀중한 거 아니야? 나 때문에 160억에 팔 수 있는 거 100억에 판 거잖아. 나…… 어떻게 이 신세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2억은 열심히 몇 년 동안 일하면서 같을 수 있으나, 60억은 차마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이에 윤도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나한테 있어서 가치없는 약들이야. 우리 사이가 그런 거 따질 필요도 없지 않아? 학교 다닐 때도 네가 구설수를 무릅쓰고 날 도와줬잖아. 그때 그 손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조그만한 은혜도 최대한 많이 보답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참, 영어로 뭐였지?”윤도훈은 말하면서 이마를 두드렸다.“맞다! You 은혜 me, I 보답 You, 맞지?”피식-“그게 뭔 소리니.”이 말을 들고 강지원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참나! 넌 어쩜 영어 실력이 늘지를 않니.”윤도훈의 농담에 강지원은 한결 편해진 것 같았다.다만 윤도훈을 바라보는 강지원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을 띄고 있었다.‘단지 소문이라고만 생각했던 거야?’‘이 바보야, 내가 너 정말 좋아했었어!’강지원은 윤도훈 부녀에게 중식을 사주었다.현재 조건으로는 너무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살 수 없었고 윤도훈 앞에서 있는 척 할 필요도 없었다.식사 중에 강지원은 왜 돈을 빌려야 했는지, 윤도훈에게 설명하려고 했다.윤도훈이 자기를 돈을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그러나 잠시 생각하더니 강지원은 도로 말을 삼켰다.윤도훈에게 진 신세는 이미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집안의 일을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강지원의 어머니가 앓아 누운 걸 알게 되면 윤도훈이 병문안을 가도 그렇고 가지
윤도훈은 이제서야 강지원이 왜 돈을 빌려갔는지 알게 되었다.‘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으신 거 같은데,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인 걸까?’애초에 율이한테 병이 났을 때의 절망과 차갑고 따뜻했던 인정을 느꼈던 윤도훈은 자연히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지금 강지원은 정말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내심 부끄러웠지만 이번에는 윤도훈을 거절하지 않았다.차에서 윤도훈은 유하정이 무슨 병에 앓고 있는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물었다.강지원은 망설임 끝에 윤도훈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고칠 수 있어. 지원이 너도 너무 조급해 하지마.”윤도훈은 강지원의 말을 듣고 나서 대답했다.마음속으로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고 있던 강지원은 윤도훈의 말이 의외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게다가 윤도훈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다.하여 강지원은 윤도훈이 자기를 위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을 뿐이다.윤도훈은 강지원의 안내에 따라 빠르게 차를 몰아 한 주택 단지에 이르렀다.사실 강지원은 전에 집안 조건이 괜찮았었다.아버지는 번듯한 직장이 있었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옷을 팔았다.그러나 유하정이 아프고 동생인 강정우가 2년 동안 도박에 미쳐 허구한 날 빈둥거리며 집안은 갑자기 곤두박질쳤다.강지원 일가족은 2층에 거주하고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니 방 안은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강지원의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동생 강정우는 보기 흉한 얼굴로 그 옆에 서서 침묵을 유지했다.그와 반대로 유하정은 강지원의 아버지 강한일 옆에 앉아 부자에게 무엇가를 설득하고 있는 듯했다.다만 그 웃음은 분명히 억지로 짜낸 것이었고, 짙은 슬픔이 고스란히 베어 있었다.“엄마…….”문을 열자 강지원은 다소 격양되어 목이 메인 소리로 외쳤다.“지원아, 왔어?”강한일이 먼저 강지원에게 말했다.“누나, 엄마 좀 말려 봐봐. 정 안되면 집이라도 당장 팔자. 이대로 돌아가시게 놔둘 수 없잖아.”동생 강정우의 목소리는 더없이
율이는 어떤 사람이 자기 아버지를 업신여기는 것을 보자 화가 났다.강정우와 강학도는 율이와 다투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에는 여전히 윤도훈에 대한 경멸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다만 현재 유하정의 상태가 정말 호전된 것 같았기에 그들은 더 이상 막지 않았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윤도훈이 응급처치에 대한 지식이 있어 유정하의 상황을 완화시킨 것뿐이라 생각했다.잠시 후.“됐습니다.”윤도훈은 은침을 유하정의 손목에서 뽑아 용의 기운으로 소독한 후 회수하였다.“여보, 좀 어때?”강학도는 긴장한 표정으로 아내에게 물었다.그러자 유하정이 붉은 빛이 얼굴에 가득 차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지금처럼 이렇게 편안함을 느낀 적이 없어.”그리고는 약간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젊은이, 제법 실력이 있나 봐. 많이 좋아진 느낌이야.”이렇게 여러 해 동안 유정하는 지금까지 심장이 지금처럼 이렇게 힘차게 뛰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단지 좋아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완치된 겁니다. 내일 병원으로 가셔서 검사 한 번 받아보시면 됩니다.”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표시했다.이 말을 들은 강지원 가족은 그대로 벙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도훈아, 너 뭐라고? 우리 엄마 심장병이…… 완치됐다고? 정말이야?”강지원은 얼굴에 짙은 의문을 품고 있다.“우리 누나를 어떻게 속였는지 이제 알겠네. 참, 허풍도 잘 치네.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니.”“침 한 번에 심장병이 완치된다고? 우리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거에 속을 것 같아?”강정우는 막말을 퍼부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강학도와 유하정의 눈빛도 다시 나빠졌다.“젊은이, 자네가 한 말에 책임져야 할 것이야! 우리 안 사람 심장은 이미 심각한 기질성 병변이 나타났네. 인공심장으로 바꿔야 할 지경인데,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만약 우리가 정말 당신 말을 믿고 더 이상 치료하지 않으면, 살인이나 그건 다름없는 행동이야 알어?”
강정우는 비록 마음속 깊이 주태석을 동경했으며 누나인 강지원은 그와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했었다.그렇다고 강지원이 진짜 주태석과 맺어지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그는 주태석이 여자를 가지고 노는 것을 알고 있으며 강지원이 주택석과 함께 한다면 그저 노리개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강정우는 자신의 “친구”가 강지원이 예쁘다는 것을 알고 주태석에게 소개할 줄은 도저히 생각지도 못했다.강지원이 주태석의 마음에 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X발! 내가 지금 너 도와주고 있는 거잖아. 고마워해야 할 판에 어디서 욕하고 난리야.”김영철은 강정우의 배를 발로 걷어 차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강정우의 누나를 주태석에게 보여주고 난 뒤, 주택석은 아리따운 외모를 자랑하는 강지원의 얼굴을 보고 기쁨을 참지 못했다.그는 그 자리에서 즉시 김영철의 앞으로 도박장 하나를 맡겼고 그의 밑에 있는 부두목으로 임명했다.김영철은 엄청난 흥분에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멈출 뻔했다, 자기가 정말 너무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친구의 누나를 형님에게 팔았다는 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두목이 가지고 놀다가 그녀가 죽어도 그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게다가 어쩌면 주태석이 강지원을 가지고 놀다 질려 그들에게 넘겨 맛보게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강정우의 누나를 만난 후, 김영철의 머릿속에는 그런 추잡한 생각을 했다.“뭐 하는 거야?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바로 이때 거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커다란 몸집을 한 중년이 뒷짐을 지고 폼 나게 들어왔다.“태석 형님, 오셨습니까!”김영철은 상황을 보고 얼른 알랑거리는 얼굴로 맞이했다.이에 주태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눈빛은 순식간에 강지원에게 향했다.강지원의 화끈한 몸매를 훑어보다가 마침내 그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을 주시하였다.“하하하, 역시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쁘구나!”주택석은 턱을 만지며 실실 웃었다.강지원만 뚫어지게 쳐다보느라 딴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꺼져! 좋게 말로 하려고 했더만.”“주태석, 내 딸한테 털 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봐.”“내 딸 건드리지 마. 아니면 죽여버릴 거야.”유하정과 강학도도 조급해 했고 강학도는 테이블 위에 재떨이를 잡고 주태석의 수하와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했다.강지원은 이때 공포에 질리기도 했지만, 화가 나서 주태석을 노려보며 말했다.“당신들은 법도 없어?”“법? 내가 곧 살아있는 법이다. 아가씨, 날 따라오면 가족들까지 책임져서 부귀영화 누리게 해주겠다. 그러니 눈치껏 따라와 받들어 모시라고.”“아니면…….”주태석은 갑자기 사납게 웃었다.“아니면 뭐?”바로 이때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율이를 데리고 한쪽에 서 있던 윤도훈이 강지원의 몸 앞으로 가서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냉담하게 주태석을 노려보고 있다.“학!”조금 전 까지도 비할 데 없이 날뛰던 주태석은 이 얼굴을 보고 갑자기 괴성을 질렀고 온몸이 감전된 듯 벌벌 떨렸다.“윤…… 윤 선생님이 왜…… 여기에 계십니까?”주태석은 더듬거리며 물었다.“왜 여기에 있냐고? 지원이는 내 학교 동창이자 친한 친구야.”윤도훈은 냉소하며 물었다.“근데 누가 너더러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고 다니라고 그랬지? 네 형님이었던 문천용과 똑같은 놈이었네. 그때 전부 다 죽였어야 하는 걸 곱게 살려준 내 잘못이지.”이윽고 그는 주태석을 향해 다가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렸다.짝-낭랑한 소리가 나자 방안의 사람들이 모두 덩달아 놀랐다.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윤도훈을 보고 있으며 강지원 일가족은 그 광경을 보고 섬뜩한 기분을 느끼기까지했다.‘윤도훈이 주태석을 때려?‘저…… 미친 거 아니야?’악명이 자자하고 그 힘이 하늘을 찌를 듯한 주태석이다.김영철을 포함한 수하들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태석 대신 윤도훈을 때려 하여 혼쭐을 내주려 했다.풀썩-그러나 이어진 주태석의 행동에 그들을 순식간에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뒷세계에서 포악질을 부리던 “형님”이 지금 윤도
주태석이 무릎을 꿇고 윤도훈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비는 것을 보고 강정우는 그 동안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한 명은 그의 마음속에 파도를 일으키는 위풍당당한 주태석이고 다른 한 명은 그가 조금 전까지 더 없이 경멸하던 애 딸린 남자였다.그러나 그가 마음속 깊이 존경하던 뒷세계 큰형님은 오히려 애 딸린 이 남자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있다.전에 멀리서라도 주태석을 본 적이 없었더라면, 땅에 무릎을 꿇은 사람이 윤도훈이 찾아온 대역이라고 의심했을 것이다.주태석이 자기 누나가 데려온 남자 앞에서 놀라서 소변을 지리는 것을 보고 강정우는 피가 끓는 것 같았다!감격스러워 더 이상 어찌할 수도 없었다.강지원이 어디서 이런 대단한 인물을 데리고 왔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강학도와 유하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해 입이 떡 벌려졌다.그들은 속으로 어째서 그가 거리낌 없이 말끝마다 주태석을 병신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윤도훈 앞에서 주태석은 과연 정말 병신이나 다름없었다.김영철과 주태석의 몇몇 부하들은 멍한 표정으로 마치 무슨 불가사의한 일을 본 것 같은 얼굴이다.“태…… 태석 형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이 자식은…… 누구야?”김영철은 겁에 질린 얼굴로 윤도훈을 보며 물었다.“우리 매형이다! 김영철, 넌 이제 끝장이다!”“감히 우리 누나를 태석 형님한테 소개해 주다니, 우리 매형이 널 혼내 줄거다.”강정우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말 그대로 “호가호위”였다.이 말을 듣고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던 주태석은 파르르 떨었다.이때 윤도훈에게 둘러싸인 강지원을 한 번 보았는데, 마음속으로 얼마나 후회하는지 말할 필요도 없다.‘매형?’‘김영철이 소개해 준 미녀가 윤 선생 여자였어?’이윽고 김영철을 바라보는 주태석의 눈빛은 원망과 분노로 가득했다.“김영철! 네가 날 죽이려고 판을 짠 거였구나!”“죽여버릴 거야!”“저X끼 죽여!”주태석은 김영철을 노려보고 이를 갈며 몇 명의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그러
윤도훈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이가 없었다.“아니야. 이해할 수 있어. 널 얕잡아 본다니 말도 안 돼.”세상의 단맛 짠맛 쓴맛 다 본 그에게 이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다.강지원 가족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 그럼, 2억은 내가 돌려 줄게.”강지원이 말했다.윤도훈이 유하정의 심장병이 이미 완전히 나았다고 말했으니, 강지원도 지금 8할 정도 믿고 있었다.“서두를 필요 없으니 일단 쓰고 있어. 부모님이랑 동생하고 계속 같이 사는 것도 좀 아닌 거 같은데, 그 돈으로 집을 사도 되고. 허허…….”윤도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자신을 열심히 도와줬던 학교 퀸카에게 윤도훈은 기회가 오면 할 수 있는 보답을 할 생각이었다.이 말을 들은 강지원은 입술을 깨물며 일부러 물었다.“내 스폰서라도 되겠다는 거야?”“어…… 아니. 그런 뜻은 아니다? 그냥 빌려준거니까 천천히 갚…….”윤도훈은 땀을 삐질 흘리며 강지원이 자신이 그녀에게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할까 봐 다급히 해명했다.그러나 강지원은 이 말을 듣고 “오”하고 오히려 아쉽다는 듯 윤도훈을 힐끗 보았다.강지원은 자신의 미색을 탐내는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윤도훈이 그녀를 도와주는 것에는 다른 뜻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그럴수록 강지원은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차라리 윤도훈이 정말 그녀에게 다른 마음을 품었으면 했다.기껏해야 자기를 윤도훈에게 주면 그만이고 그가 이미 결혼했다 하더라도 그의 애인이 되면 된다.처음부터 윤도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윤도훈은 조금도 그럴 의사가 없었다.‘도훈아, 너한테 진 이 빚을 내가 어떻게 갚아야 하는 거야?’강지원은 속으로 말했다.윤도훈은 그녀와 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돈은 조급하게 갚을 필요가 없고 일이 있으면 자기를 찾으라며 당부하고 나서 율이를 데리고 차에 올라 떠났다.강지원은 전조등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소 복잡한 심정으로 위층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