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윤도훈이 율이를 데리러 갔을 때, 그녀의 반 담임이 젊은 여성 교사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기회주의자인 소희연은 해고된 모양이었다.율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할 때, 윤도훈은 유치원 입구에서 전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게 되었다.“윤도훈…….”복잡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사위, 내 사랑하는 손녀야!”“우리 귀여운 손녀, 할아버지가 안아볼까.”주선미와 조미란, 주정은이 이곳에 나타났다. 열정적으로 부르면서 말이다. 심지어 주정은은 마치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주려는 사람처럼 율이에게 손뼉을 치며 손짓했다. 하지만 그들을 본 율이는 윤도훈의 손을 꼭 잡고 뒤로 숨었다.특히 주선미를 볼 때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지난번 주선미가 율이를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율이를 넘겨주려 했던 일은 율이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율이야, 왜 그래?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못 알아보겠니?”조미란이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윤도훈은 그들 셋을 바라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냉소를 터뜨렸다.“주선미 씨,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이 여자가 어떻게 감히 내 앞에 다시 나타날 수 있지?!’“도훈 씨, 저는 그냥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율이를 보러 온 거예요…….”주선미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불쌍한 척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도훈아, 왜 그래? 우리 다 한 가족이잖아…….”조미란도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주정은이 진지하게 말했다. “도훈아, 가족 간에 용서받지 못할 원한이 어디 있겠니? 선미는 율이의 친엄마고, 우리는 율이의 할머니, 할아버지야. 지나간 일들은 다 잊고 선미랑 다시 잘 살아보는 건 어때?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윤도훈은 그들을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가족? 죄송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닙니다.”“율이야, 가자!”윤도훈은 율이의 손을 잡고 전 부인 가족을 피해 떠나려 했다. 그러나 그때 조미란과 주정은이 윤도훈과 율이 앞을 가로막았다.“도훈아, 왜 이
주선미는 말을 이어가며 윤도훈을 타이르듯 말했다. “도훈 씨, 우리 따로 얘기해 봐요, 여기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말고…….”윤도훈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끼고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좋아요! 저도 한번 들어 봐야겠네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주선미는 복잡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더니 앞장서 걸었다. 윤도훈도 한숨을 쉬며 율이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윤도훈은 정말 궁금했다.잠시 후!주선미는 샛별 유치원 근처에 있는 평범한 6층 높이의 오래된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일부러 멀리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말해봐요.”윤도훈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는 율이의 손을 잡고 주선미와 함께 이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도훈 씨, 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래요? 이 며칠 동안, 저는 당신과 내 딸이 없으면 정말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낮에도 너희를 생각하고, 밤에는 꿈에서도 나와요…….”주선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먹거렸다. 또한 말하면서 쪼그려 앉아 율이의 손을 잡으려 했다. “율이, 엄마 생각은 안 났어?”그때, 윤도훈은 율이를 자신 뒤로 끌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율이에게 손대지 마요!”주선미는 비참하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 정말 율이를 해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우성호가 율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 했고, 그냥 당신을 대항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예요! 그리고 최근에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어요!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 도훈 씨와 잘 살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해요?”“여보, 여보 마음속에 내가 없을 리 없잖아요? 맞죠?”주선미는 눈물을 흘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물었다.그러나 윤도훈은 전혀 감동하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주선미 씨, 그런 꾀는 그만 부려요. 저는 선미 씨가 하는 말을 믿지 않으니까요!”‘하, 주선미가 나랑 다시 살고 싶어 한다고? 어쩌면
윤도훈은 차분한 표정으로 율이가 주선미를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물론 윤도훈은 막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막지 않았다. 율이와 주선미가 접촉하는 것을 지금 막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다.“율이, 내 착한 아이! 엄마 보고 싶었어?”주선미가 손을 벌리며 율이에게 물었다.수욱-그때, 화분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고 있었다. 화분이 떨어지는 속도와 궤적으로 미루어 보아, 율이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이를 발견한 윤도훈의 표정이 급변했고 서둘러 율이를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주선미의 반응이 윤도훈보다 더 빨랐다. 그녀는 서둘러 율이를 품에 안아 보호했다.화분이 주선미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는 순간, 주선미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조금 갈등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주선비는 이 화분이 그저 텅 빈 화분 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떨어진다 해도 몇 바늘 꿰매야 할 정도일 뿐,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이때 윤도훈은 주선미의 행동을 보고 저도 모르게 논이 동그래졌다.펑-화분이 주선미의 머리에 닿기 직전에, 윤도훈이 손을 뻗었다. 윤도훈은 한방에 화분을 가루로 만들어 주선미의 몸에 흩뿌렸다. 다행히 끔찍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율이! 율아, 괜찮아?” 주선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율이에게 다급히 물었다.율이는 작은 얼굴을 쳐들고 힘차게 고개를 저으며 주선미의 몸에 묻은 화분 조각들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윽고 율이의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괜찮아요. 엄마, 엄마는 다치지 않았어요?”“좋아! 율이가 괜찮다니 다행이야! 율이만 괜찮으면 엄마도 괜찮아!”주선미는 율이를 품에 안고 모성애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모성애의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사람 같달까.“엄마……, 흑흑…….” 율이는 감동하여 울음을 터뜨렸다. 주선미가 남긴 상처는 이 순간 모두 사라진 듯했다.한편 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사실 윤도훈도 누군가가 이 따뜻한 장면을 몰래 찍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윤도훈이 주선미와
윤도훈의 미간은 아플 정도로 찌푸려져 있었고 그의 얼굴도 매우 어두웠다. 그는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흑막으로 뒤덮인 캐딜락 안에서, 변호사 윤병우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사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허승재 도련님!]윤병우 변호사는 서둘러 전화를 받으며 공손히 인사했다.“윤도훈을 처리했어?”허승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그러자 윤병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아직 안 했습니다.]“쓰레기 같은 놈! 지난번에 진살부도 줬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윤도훈을 처리하지 못한 거야?”허승재는 분노를 터뜨리며 소리쳤다.[허승재 도련님……, 저……, 그 진살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치 않아 서요! 만약 가짜라면, 저…….]윤병우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고씨 가문 사람들에게서 진살부에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윤세음에게도 물어봤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무척이나 아끼는 그로서는 여전히 도박을 하기가 두려웠다.“죽어라, 쓰레기야! 설마 내 돈 1000억을 삼켜버리고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허승재가 분노를 삭히며 물었다.이 말을 들은 윤병우는 깜짝 놀라며 빠르게 변명했다. [그럴 리가요. 승재 도련님, 제가 아무리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럴 엄두는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 제가 생각해 본 바로는 윤도훈을 바로 죽이는 게 윤도훈한테는 너무 가벼운 형벌 아닌가요? 죽인다고 해서 윤도훈이 반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보다 먼저 윤도훈의 마음을 꺾고 나서 죽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윤도훈이 죽기 전에 모든 것을 잃게 하고, 불만과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게 하는 게 더 시원하지 않겠습니까?]“음?”허승재가 말했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그래 어떻게 할 건데?”그 후, 윤병우는 자신의 계획을 허승재에게 말했다. 이윽고 계획을 들은 허승재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좋아! 이진희가 윤도훈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혐오하게 만든 다음에 윤도훈을 죽
저녁 무렵, 윤도훈은 율이를 데리고 그린 제약회사로 가서 이진희와 함께 퇴근했다.율이를 본 이진희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도훈 씨, 율이 어떻게 된 거예요? 누가 괴롭힌 거예요?”율이의 작은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분명 최근에 울었던 흔적이었다. “진희 이모…….” 율희는 윤도훈에게 아직 서운해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진희를 보자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율이 착하네! 이모한테 말해봐, 무슨 일이야?” 이진희는 율이를 안아 들고 다정하게 물었다. 율이의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억울해 보이는 모습에 이진희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그녀는 율이가 사랑스러운 동시에 안쓰러웠다.“신경 쓰지 마, 율인가 고집 부리는 거야.” 윤도훈은 약간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율이가 어떻게 고집을 부리죠? 도훈 씨, 아이를 키우려면 인내심이 필요해요! 인내심이 없다면 율이를 저한테 맡기든 지요!” 이진희는 윤도훈을 흘겨보며 약간 무턱대고 율이를 변호했다. 그녀는 윤도훈이 어쩌면 인내심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윤도훈이 이진희를 흘겨보며 말했다. “율이는 절대 나랑 떨어질 수 없어. 율이를 데리고 싶다고? 그래, 그럼 제황원에 이사 와서 같이 살자! 그러면 율이랑 더 많이 교감할 수 있을 거야!”이진희는 다시 윤도훈을 흘겨보며 말했다. “도훈 씨가 정말로 나랑 율이가 더 많이 교감하길 원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윤도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무슨 속셈이 있겠어? 내 별장은 충분히 넓고 방도 많아.”이진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오만하게 말했다. “흥! 그래도 안 돼요!” 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이진희는 이내 윤도훈의 표정을 살폈다. 혹여나 그가 실망할까 봐 걱정이 된 모양인지 곧바로 덧붙였다. “적어도 결혼식 전까지는 절대로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음, 알았어.” 윤도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이진희가 흠칫하더니 말투를 바꿔 말했
들어가기 전부터 누군가가 막아서자 이천수는 기분이 나빴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미숙 어르신께서 여러분 일가는 들어오지 못한다고 지시하셔서요!” 경비원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이 말을 들은 이천수와 이진희의 표정은 즉시 어두워졌다. “미숙 어르신을 보러 오는 건데, 그것도 안 되나요?” 이진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천수도 더욱 불만스럽게 말했다. “내가 누 군 줄 알면 비켜! 난 내 엄마를 보러 온 거야!” “죄송합니다, 미숙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어요. 여러분은 이제 이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고요! 규칙에 따라, 여러분은 이씨 가문의 옛집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경비원은 고개를 흔들며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말했다. 이천수와 이진희가 어떻게 설득하든 그들은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부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들의 신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다니.부녀가 경비원과 심하게 말다툼할 때, 윤도훈은 이진희를 뒤로 끌고 가서 말했다. “비켜요!” 그러고는 경비원들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두 명의 경비원은 윤도훈이 나선 것을 보고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더니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망설였다.“규칙이라고요? 하하…….” 윤도훈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규칙이라고요? 그렇다면 제가 알려드리죠. 힘이 있다면 규칙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거. 규칙은 아무것도 아닌 여러분들 같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예요. 그렇다면 제가 어느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지 맞혀보세요.”이 말을 듣고, 두 명의 경비원은 얼굴색이 급변했고 목이 타들어 가는지 몇 번이나 침을 삼켰다.“꺼져!” 잠시 뒤, 윤도훈은 경비원들에게 차갑게 외치며 이씨 가문의 옛집 안으로 걸어갔다.두 명의 경비원은 놀라서 표정이 오락가락하다가, 본능적으로 물러서며 윤도훈의 걸음을 막지 않았다. 이진희와 이천강도 그 뒤를 따라 옛집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그 순간, 이진희는 자신의 옆에 있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눈이 빛났다. 조금 전 윤도훈은 너무
이번에는 이천강이 남미숙 곁에 없었다. 공사다망하신지라 언제나 남미숙 옆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최근 며칠은 매우 중요했으므로 남미숙의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했다.솔직히 말하면, 그들은 남미숙이 빨리 죽기를 바랐다. 그래서 성계평과 이은정 중 적어도 한 명은 남미숙 곁을 떠나지 않았다.햇볕을 쬐고 있던 남미숙은 윤도훈 일행을 보고 잠시 멍 해졌다가, 곧 얼굴이 어두워졌다.“여기 왜 왔어? 누가 오라고 했어? 가!”남미숙은 깊은 원망을 담아 자기 아들과 그 일행을 거칠게 대했다. 특히 윤도훈을 보는 그녀의 눈에는 짙은 증오가 서렸다. 이씨 가문의 고수들이 윤도훈에게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이씨 가문의 힘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또한 이원을 약화하려는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이진희가 윤도훈이라는 백수 사위를 찾은 후, 이씨 가문에서 제멋대로 굴던 남미숙은 연이은 좌절을 겪었다. 그렇기에 남미숙은 윤도훈을 뼛속까지 미워했다.“캑캑캑……, 캑캑…….”감정이 격해진 남미숙은 심하게 기침했다. 그녀의 손수건에는 피가 묻었다.“어머니! 몸 상태가 왜 이래요?”이를 본 이천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진희의 표정도 어두워졌고,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과 죄책감이 드러났다. 그녀는 자신이 남미숙을 화나게 했다고 생각했다.“내가 어떻든 너희들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만 가봐! 여기서 당장 나가! 내가 죽어도 너희들이 신경 쓸 필요 없어!”남미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때의 그녀는 낯색이 창백했고, 눈이 움푹 패었으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이천수와 이진희는 며칠 만에 이렇게 늙고 초췌해진 남미숙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미숙을 유심히 살폈다. 남미숙의 몸은 매우 약해져 있었고, 모든 내장이 지속해서 약해지고 있었다.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같았다.그전에 봤을 때 남미숙의 몸은 매우 강인했는데, 이진희에게 화가 나 피를 토했을 때조차도 이렇지는 않았다. 또한 윤도훈은 남미숙이 어떤 병에 걸렸거나 독
“그리고 무슨 마음으로 미숙 어르신을 치료하겠다고 하는지 알 게 뭐예요?”성계평은 윤도훈이 남미숙을 치료하겠다고 하자 낯빛이 급변했다. 그러고는 남미숙 앞을 가로막으며 냉소를 터뜨렸다.이은정도 비웃으며 말했다. “윤도훈 씨가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요? 당신은 해만 끼칠 줄만 알잖아요!”“할머니, 윤도훈 씨에게서 한 번 받아보세요. 도훈 씨는 정말로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어요. 제 회사의 신약들은 사실 도훈 씨가 연구한 거고, 장헌 어르신도 치료해 드렸어요! 그러니까 도훈 씨가 할머니를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이진희는 남미숙의 쇠약한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며 말했다.“맞아요, 엄마! 건강이 중요하죠, 이럴 때는 화내지 말고 한 번 받아보세요!”이천수도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이천수 씨,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우리는 이미 구남 선생님을 모셨어요! 그분은 염하국 중의계의 거물이죠! 구남 선생님이 미숙 어르신의 몸 상태를 조절해 드리고 계시 다니까요? 그러니까 윤도훈 같은 반쪽짜리는 그냥 가세요! 만약 윤도훈이 구남 선생님이 미숙 어르신의 치료 과정을 방해한다면, 그 책임을 질 수 있겠어요?”성계평은 차갑게 말하며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요! 구남 선생님을 못 들어 보신 건 아니겠죠? 우리는 이미 그분을 모셔왔어요, 그런데 지금 어린 사위를 데리고 와서 효도하는 척 하는 건가요? 여러분들이 미숙 어르신을 화나게 했기 때문에 어르신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죠?”이은정도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이은정과 성계평을 주구남을 계속 언급하며 윤도훈을 깎아내리고 무시했다.“구남 선생님? 하하……, 저도 그분의 명성을 들어봤어요! 그런데 미숙 어르신께 어떤 약을 처방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처방전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좀 보고 배우고 싶어서요. 보여주신다면 정말 고맙습니다.”윤도훈은 웃으며 말했다. 남미숙이 이토록 쇠약해진 것을 보고, 윤도훈은 누군가 손을 썼을 거라 의심했다. 상대방에게도 어느 정도 방법이 있는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