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은 차갑게 남정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는 이른바 형제라고 여겼단 사람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윤도훈은 무표정했고, 마치 자신이 이 일과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다.“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 남의 아픔을 가지고 놀려?”그때 강지원이 나서서 윤도훈을 대변해 말했다. 그러자 윤도훈이 강지원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람들과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윤도훈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미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는 달랐다.하늘을 나는 용이 땅 위의 개미들이 자신을 큰 벌레라고 말하는 것에 신경 쓸 리가 있겠는가?“다 웃었어? 다 웃었으면 이제 가도 돼!”윤도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윤도훈의 말이 끝나자, 다시 한번 조롱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가라고? 무슨 말을 들은 거야, 백수가 우리 보고 가라 하는 거야?”이미현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황석건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였다.“이 식사는 황석건이 대접하는 거야. 넌 뭔데?”하수빈은 윤도훈을 나무랐다.그때, 황석건은 이미현의 말을 듣고 강지원을 보더니, 이내 윤도훈을 향해 어두운 눈빛을 보냈다.“윤도훈, 오늘 이 동창회는 내가 주최한 거야! 넌 가난뱅이라 조직할 수조차 없잖아, 그런데 왜 여기 와서 난리야? 나는 널 초대하지 않았어,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 우리가 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알겠어?”그러자 윤도훈이 차갑게 대답했다. “이 호텔의 주인은 바로 나야! 난 너희들을 대접하지 않을 거야, 됐지?”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이 잠시 멍 해졌다가 다시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뭐라고? 이 호텔이 백수 거라고?”“하하하……, 정말 웃겨! 원래 밥도 못 먹고 남의 양말이나 빨고 더러운 신발만 닦던 가난뱅이가 호텔이 자기 거라고?”모두가 마치 웃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배를 잡고 웃었다. 심지어 강지원도 미간을 찌푸리며 윤도훈의 말을 의심했다.
“한번 해봐! 학교 다닐 때, 양말 빨고 더러운 신발 닦는 데 아주 능숙했잖아? 이게 바로 네 특기니까! 하하하……. 핥기를 잘하면 내가 일자리를 줄 수도 있어!”이 말이 끝나자, 다시 한번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때 강지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황석건에게 분노하며 말했다. “황석건, 너 너무 지나쳐.”강지원은 말하면서 윤도훈의 손을 잡았다. “윤도훈, 우리 가자! 이 동창회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어.”황석건은 이를 보고 낯빛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질투심으로 가득 찼다. 조금 전 이미현이 말한 것처럼, 강지원은 이 가난뱅이에게 여전히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가다니? 어딜 가?”“저기, 빨리 저 가난뱅이를 붙잡아. 내 신발은 저놈 얼굴로 닦아야겠어!”황석건은 오늘 강지원 앞에서 윤도훈에게 수치심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몇몇 남성들이 바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학교 다닐 때 황석건의 졸개들이었다.황석건의 가족 사업이 더 커지면서, 이들은 잘 보이려고 앞다퉈 나섰다. 특히 윤도훈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남정은도 그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윤도훈은 이진희를 도와 이미 20억 원을 내 공장을 구매했지만, 남정은은 여전히 윤도훈이 황석건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또한 남정은은 윤도훈을 아주 싫어했고, 게다가 일자리까지 잃었으니 더더욱 황석건에게 아첨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남정은은 가장 앞에서 달려 나갔다.윤도훈도 차가운 눈빛으로 이른바 동창과 형제들로 불리우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콧소리를 내더니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퍽-잠시 뒤, 윤도훈은 남정은의 얼굴에 주먹 한 대를 날려 공중으로 날려버렸고, 그 바람에 남정은의 얼굴이 부풀어 올랐다.팍! 팍! 팍…….주먹을 날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황석건의 졸개들도 윤도훈에게 하나둘씩 날렸다.이 모습을 본 모두는 눈을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그저 한 대씩만 때렸을 뿐인데 사람을 날려 버릴 정도라니?’“네가 감히 때려?”황석건
“X발, 윤도훈 너 정말 미쳤어! 몇 푼 갖고 있는 걸로 모든 걸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해? 황석건을 때렸으니 넌 끝났어!”남정은도 자기 얼굴을 감싸 쥐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윤도훈이 이번에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했다.“쓰레기! 무능한 분노! 뭘 하든지 결과는 고려하지 않지!”반주임인 하수빈이 말했다.“물론 때리면 속은 시원했겠지만, 이후에 황씨 가문에게 죽임을 당할 거야!”이미현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후가 아니야, 황석건이 자신의 사촌 형에게 전화했어, 이 가난뱅이는 곧 죽을 거야!”또 다른 여성도 비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윤도훈이 황석건을 때리는 것을 보며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도훈이 그 순간 너무도 강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강지원이 윤도훈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윤도훈, 그만해, 더 때리면 죽을 거야! 황석건 가족은 네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빨리 가자! 늦으면 갈 수도 없어!”“괜찮아!”윤도훈이 담담히 말했다. 그는 다시 황석건을 일으켜 세웠다. 윤도훈의 태도를 본 강지원은 더욱 조바심이 나 그를 설득하려 했다. 그때 누군가 방문을 차고 들어왔다. 한 남자가 호텔 보안 요원들을 이끌고 위압적으로 들어왔는데, 그 남자가 바로 권민수다.황석건이 전화를 걸었지만, 권민수는 소음 때문에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권민수를 분노하게 만들 장면을 목격했다. 자기 사촌 동생이 죽은 개처럼 누군가에게 들려 있었고, 얼굴은 너무 맞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뒷모습과 옷이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그러나 권민수는 많은 생각은 하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놓으세요!”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권민수의 등장에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황석건의 사촌 형이 왔어.”“윤도훈 끝났어! 오늘 최소한 손발이 부러질 거야!”“저게 권민수이야, 도운시의 큰손이지
“윤도훈 씨가 이 호텔의 사장님이고, 나는 도훈 사장님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이야!”권민수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다시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남정은은 멍하니 서 있었다. 반주임 하수빈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이 호텔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던 윤도훈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고?’‘황석건이 입에 달고 살았던 하늘을 찌를 듯한 위엄을 가진 권민수가 윤도훈 아래에서 일하다니? 너……, 이건 너무 충격적이다!’그때, 권민수가 다시 윤도훈에게 웃으며 말했다. “윤도훈 씨, 제 사촌 동생이 어떻게 당신을 건드렸나요? 도훈 사장님이 직접 손을 쓸 필요 없이 제가 대신 해결하겠습니다.”“하하, 사촌 동생분이 너무 열정적이더라. 동생분 신발에 묻은 술맛이 어떤지 나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셨어!”윤도훈은 움켜쥐었던 황석건의 머리카락 놓으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신발에 묻은 술맛이라니?”권민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해했고, 그 뜻을 알아들은 권민수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이윽고 그는 테이블 위의 술병을 집어 들어 황석건에게 걸어가며 그의 머리에 세게 내리쳤다.“너 죽을래! 죽어!”퍽-“황석건, 집에 돈이 좀 있다고 도운시에서 마음대로 해도 되는 줄 알아?”퍽-“네 아버지가 몇 개의 낡은 공장을 운영한다고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퍽-“너 이 바보 같은 놈, 내가 오늘 죽여버릴 거야! 감히 도훈 사장님을 건드리다니, 가족까지 모두 죽일 생각이야? 오늘부터, 넌 내 사촌이 아니야! 너랑 난 이 시간부로 아무 관계가 없어!”퍽! 퍽! 퍽…….권민수는 황석건의 머리에 술병을 부딪칠 때마다 한 마디씩 욕설을 퍼부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황석건을 죽이려는 것처럼 보였다.한편 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은 침묵했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땀에 젖은 채로 두려워했다.“형! 제발…….”“살려주세요!”“저……, 제가 잘못했습니다.”황석건은 머리가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맞으며 울부짖었다.권민수는 윤도훈의 표정을 슬쩍
세 사람이 행운을 믿으며 빠져나가려고 했을 때, 윤도훈이 그들을 불러세웠다.하수빈, 이미현, 남정은은 공포에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떨려났다.“윤……, 도훈……, 도훈아, 나는 그냥 장난이었어. 그리고 우리 모두 동창이잖아, 너……, 설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이미현이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윤도훈, 나는 처음부터 네가 가장 잘될 것이라는 걸 알았어. 지금 보니 정말 그렇네. 내가……, 네 담임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기억해…….”하수빈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윤도훈에게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이들은 이기적이고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태도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윤도훈이 그들을 불렀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충분히 무서워하고 있었다.“너희들……, 빨리 선생님을 도와서 말해주지 않고 뭐해!”하수빈은 다른 학생들에게 급하게 소리쳤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에게까지 화가 미칠까 봐 겁에 질려, 모두 빠르게 도망쳤다.하수빈은 이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고, 윤도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다.“윤도훈……, 도훈아! 나는 네 선생님이야, 너는…….”“으음…….”하수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도훈이 이를 막았다. 이윽고 윤도훈은 손으로 나무 의자를 잡아 그 손잡이를 부러뜨렸다. 그다음, 손으로 나무를 가루로 만들며, 하수빈의 턱을 잡고 입에 넣었다.“선생으로서 한 말은 반드시 지키셔야죠.”윤도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세 사람을 가리키며 권민수에게 명령했다. “여기서 지켜봐.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이곳의 모든 접시를 이들에게 먹여!”“네, 윤도훈 대표님!”권민수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답했고, 곧 경비원들에게 말했다. “움직이세요! 방 안의 모든 접시를 부수세요!”이 말을 듣고, 하수빈, 이미현, 남정은은 두려움에 질려 패닉에 빠지기 직전이었다.‘윤도훈이 정말로 접시를 먹이려는 건가?’“미친놈……, 도훈 오빠! 그들이
윤도훈은 강지원에게 자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앞으로 자주 연락해. 내 아내도 소개해 줄게, 둘이 분명히 좋은 친구가 될 거야!”윤도훈은 열정적으로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암시가 숨겨져 있었다.한편 이 말을 들은 강지원은 멈칫했다. “아내? 너……, 이혼하지 않았어?”“재혼…….”윤도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아.”강지원은 서글픈 눈으로 마지못해 대답했다. ‘윤도훈, 다시 결혼했구나……. 나 혼자 너무 멀리 갔네. 하긴, 성공한 윤도훈 곁에 여자가 없을 리가 없지.’“좋아, 자주 연락하자!” 강지원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윤도훈은 한때 자신이 짝사랑했던 강지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피곤한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응, 자주 연락하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어쩌면,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응.”강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윤도훈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정말로 윤도훈의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두 시간 후…….하수빈, 이미현과 남정은은 X 세계 호텔에서 상처를 입고 나왔다. 세 사람은 입술이 부어올라 처참한 모습이었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남정은은 땅에 엎드려 도자기 조각이 섞인 피를 토했고, 그의 눈에는 증오가 가득 찼다. “윤도훈, 정말 잔인하구나! 앞으로 넌 나의 원수야!” 남정은은 분노하며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몇 장의 사진을 골랐다. 그 사진은 황석건이 윤도훈을 괴롭힐 때 강지원이 윤도훈의 손을 잡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저번에 남정은은 윤도훈 옆에 있는 이진희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남정은의 마음속에는 윤도훈에 대한 질투심이 가득 찼었다. ‘어떻게 일자리도, 수입도 없는 윤도훈이 그런 아름다운 여신과 함께 즐겁게 살고 있는 거지?’“윤도훈, 넌 또 예쁜 아내를 찾았구나? 이 사진을 네 아내가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그날 밤, 윤도훈은 밤새도록 양원단을 제조했다. 양원단은 기혈
오후!윤도훈이 율이를 데리러 갔을 때, 그녀의 반 담임이 젊은 여성 교사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기회주의자인 소희연은 해고된 모양이었다.율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할 때, 윤도훈은 유치원 입구에서 전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게 되었다.“윤도훈…….”복잡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사위, 내 사랑하는 손녀야!”“우리 귀여운 손녀, 할아버지가 안아볼까.”주선미와 조미란, 주정은이 이곳에 나타났다. 열정적으로 부르면서 말이다. 심지어 주정은은 마치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주려는 사람처럼 율이에게 손뼉을 치며 손짓했다. 하지만 그들을 본 율이는 윤도훈의 손을 꼭 잡고 뒤로 숨었다.특히 주선미를 볼 때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지난번 주선미가 율이를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율이를 넘겨주려 했던 일은 율이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율이야, 왜 그래?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못 알아보겠니?”조미란이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윤도훈은 그들 셋을 바라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냉소를 터뜨렸다.“주선미 씨,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이 여자가 어떻게 감히 내 앞에 다시 나타날 수 있지?!’“도훈 씨, 저는 그냥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율이를 보러 온 거예요…….”주선미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불쌍한 척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도훈아, 왜 그래? 우리 다 한 가족이잖아…….”조미란도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주정은이 진지하게 말했다. “도훈아, 가족 간에 용서받지 못할 원한이 어디 있겠니? 선미는 율이의 친엄마고, 우리는 율이의 할머니, 할아버지야. 지나간 일들은 다 잊고 선미랑 다시 잘 살아보는 건 어때?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윤도훈은 그들을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가족? 죄송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닙니다.”“율이야, 가자!”윤도훈은 율이의 손을 잡고 전 부인 가족을 피해 떠나려 했다. 그러나 그때 조미란과 주정은이 윤도훈과 율이 앞을 가로막았다.“도훈아, 왜 이
주선미는 말을 이어가며 윤도훈을 타이르듯 말했다. “도훈 씨, 우리 따로 얘기해 봐요, 여기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말고…….”윤도훈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끼고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좋아요! 저도 한번 들어 봐야겠네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주선미는 복잡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더니 앞장서 걸었다. 윤도훈도 한숨을 쉬며 율이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윤도훈은 정말 궁금했다.잠시 후!주선미는 샛별 유치원 근처에 있는 평범한 6층 높이의 오래된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일부러 멀리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말해봐요.”윤도훈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는 율이의 손을 잡고 주선미와 함께 이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도훈 씨, 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래요? 이 며칠 동안, 저는 당신과 내 딸이 없으면 정말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낮에도 너희를 생각하고, 밤에는 꿈에서도 나와요…….”주선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먹거렸다. 또한 말하면서 쪼그려 앉아 율이의 손을 잡으려 했다. “율이, 엄마 생각은 안 났어?”그때, 윤도훈은 율이를 자신 뒤로 끌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율이에게 손대지 마요!”주선미는 비참하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 정말 율이를 해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우성호가 율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 했고, 그냥 당신을 대항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예요! 그리고 최근에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어요!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 도훈 씨와 잘 살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해요?”“여보, 여보 마음속에 내가 없을 리 없잖아요? 맞죠?”주선미는 눈물을 흘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물었다.그러나 윤도훈은 전혀 감동하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주선미 씨, 그런 꾀는 그만 부려요. 저는 선미 씨가 하는 말을 믿지 않으니까요!”‘하, 주선미가 나랑 다시 살고 싶어 한다고? 어쩌면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