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의 언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단만산이다.실은 직접 나서지 않고 무구지와 단만산에게 부탁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이다.부종주의 신분으로 윤도훈의 스승이라는 신분으로 얼마든지 오래봉 봉주 곡무도를 제압할 수 있다.하지만 윤도훈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자기 실력으로 승부를 보려고했다.‘그래! 내가 원하던 네 모습이 바로 이거야!’물론 오래봉 봉주의 실력은 원영 후반기에 접어들어 단맥종 내에서 그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의 윤도훈이 무리수를 둘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따라서 그때가 되면 윤도훈을 위해서 옆에서 도울 것이라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단만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도훈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난 너를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단만산의 말에 윤도훈은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곧 많은 평가자들이 긴장하고 기대하는 분위기에서 세 번째 시험 시간이 다가왔다.윤도훈은 율이를 걱정하는 바람에 세 번째 시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원래 입문시험 보러 온 것도 임운지에게 친구가 되어주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단만산에게 세 번째 시험은 포기하겠다고 했으나 단만산은 그 제안을 거절해 버렸다.단만산의 말로는 윤도훈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건 사실이나 아직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볼 생각이라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이 기회를 틈타 새로 온 ‘새내기’들에게 제대로 가르침을 줄 생각이었다.이 세상에는 ‘자신’보다 실력이든 뭐든 한 수위인 사람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사실을알려주기 위해서.단만산의 생각에 윤도훈은 대수롭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그 역시 이번 기회의 단맥좀 ‘예비 제자’들의 실력을 살펴볼 생각이었다.세 번째 시험 경기장은 바로 통천봉 광장 위에 있었다.돌아왔을 때 윤도훈은 임운지가 제 자리에 얌전히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이번에는 그 어떠한 괴롭힘도
“또한 합격 조건은 우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장로님들의 승인만 받으면 되는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왕천후의 위로에 따라 수험자의 정서는 비로소 약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여기까지 합격해 온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한이수를 따라다니던 ‘졸개’ 7, 8명 중에서도 3명만 버티고 여기까지 합격해 왔다.그로부터 앞서 두 시험의 탈락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도훈오빠, 이번에도 나설 거예요?”임운지는 기대에 찬 눈으로 윤도훈에게 물었다.“당연하지!”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었다.“장로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난 집벌당 사람들을 제압해 벌릴 거야.”건방지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하고 있는 윤도훈의 말에도 임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처음부터 지금까지 임운지는 윤도훈의 실력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심지어 임운지의 눈에서는 윤도훈이 가장 으뜸이다.윤도훈이 집벌당 사람들을 제압하겠다고 한 말을 의심할 여지 없이 믿었다.“그럼, 운지도 도훈 오빠처럼 인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제압해 버릴 거예요.”임운지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하하하하!”진지해 보이는 임운지의 모습에 윤도훈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연약해 보이는 임운지의 어깨를 툭툭 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험자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첫 번째 수험생이 걸어 나왔다.“총 12명이 있는데, 마음대로 선택하면 됩니다.”집벌당 대장은 자신만만해하며 앞에 선 젊은이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젊은이는 두 눈을 데굴데굴 돌리며 실력이 약해 보이는 대원을 골랐다.“선배님, 한 수 배워주시기 바랍니다!”젊은이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광장에 간간이 진기 파동이 일었다.주위에서 간간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대원의 실력은 물론 만렙이었다.하지만 의외로 이 수험생의 실력은 대원과 막상막하였다.두 사람이 공격을 더 하는 동안 그림자가 끊임없이 흔들려 보는 사람의 눈이 어지럽기 그지없었다.이따금 공격이
쓰읍-한이수의 말 한마디에 주위 사람들은 금세 술렁이기 시작했다.감히 집벌당 팀장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니.현정에 있는 집벌당 대원 12명들 가운데 팀장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이치대로라면 대부분의 수험자들은 이길 자신이 있는 대원을 선택할 것이다.결과를 막론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면서 장로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한이수는 집벌당 팀장을 선택했고 어쩌면 한 수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그 말인즉슨, 합격할 가능성도 팍 떨어졌다는 것이다.왕천후는 가벼운 웃음과 함께 한이수를 향해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용기 하나는 인정합니다만, 절대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만약 딱 세 번의 공격을 당해낼 수 있다면, 합격할 자격이 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왕천후의 말은 건방졌지만, 주변에선 그의 말이 타당하다는 모습을 보였다.한이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심각한 표정으로 팀장인 왕천호에게 공수하며 거듭말했다.“선배님, 그럼, 한 수만 배우겠습니다.”쏴-한이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왕천후는 몸을 번쩍이더니 바로 사라져 버렸다.이윽고 한이수는 몸 뒤에서 진기의 파동을 느꼈고 왕천후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반응이 좀 늦네요.”한이수는 이를 악물고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왕천호의 일격을 피했다.“얕보지 말아 주세요. 실전으로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요.”한이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많은 시련을 경험해 왔다.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심성이 비교적 강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처음엔 왕천후의 몸놀임에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한이수는 바로 진정하면서 차분하게 움직였다.집벌당 팀장을 상대로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왕천후를 이길 수만 있다면 종내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위세를 떨칠 수 있으니 말이다.그럼, 종문으로 들어서고 나서도 막힘없이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실은 장 집사의
단만산의 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한이수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자신이 기대했던 장로들의 눈 밖에 났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의 제자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달갑지 않은 채 이를 악물고 한이수는 물러섰다.“운지야, 너도 올라가 봐.”임운지 옆에서 윤도훈은 열심히 부추기고 있었다.가볍게 웃으면서 제안까지 하면서 말이다.‘박수갈채’를 받은 한이수의 모습에 임운지는 속으로 달갑지 않은 듯했다.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누가 나서기 전에 바로 앞으로 나섰으니 말이다.“후배 임운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임운지!쟤는 이번엔 어떤 상대를 고를까?”“임운지 실력으로도 팀장한테 도전하지 않을까? 한이수와 원수 사이 아니야?”“그건 모르지, 넌 다들 한이수인 줄 알아?”주변에서는 임운지를 한이수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임운지의 결과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이 대다수였다.앞서 두 관문을 합격했을 지는 몰라도 절대 한이수의 실력만큼은 되지 않는다고.임운지의 시선은 왕천후에게서 계속 머물렀고 곧 임운지는 누군가에게 공수하면서 말했다.선택받은 집벌당 대원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임운지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쪽 세상에는 남녀불문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네, 부디 그렇게 봐주시면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임운지는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말이 끝나자마자 그 대원을 향해 돌진했다.약간 기세가 오른 임운지의 모습에 대원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발을 들어 맞섰다.쾅쾅쾅-두 사람 사이에 끊임없이 굉음이 울려 퍼졌는데, 임운지의 실력은 집벌당 대원과 거의 맞붙을 수 있을 정도였다.게다가 점점 더 능숙해지는 모습을 보니 아주 쉽게 대원을 제압할 수 있는 듯했다.“말도 안 돼! 임운지 실력이 저 정도였어?”“그럼, 저 선배 꽤 위험할지도 몰라.”“임운지가 첫 번째 우승자가 되는 걸까?”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라지자 임운지는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손에 진기가 솟구치더니 손바닥으로 대원의 가슴을
“애야, 나한테로 오거라. 선녀봉에는 여자아이들이 많단다. 여러모로 운학봉 보다는 편안할 것이다.”노파는 바로 선녀봉의 봉주 황부운이었다.다른 장로들은 두 사람이 나서서 임운지를 탐내고 있자, 그대로 포기했다.임운지의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 모든 장로들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쓰읍-그 광경을 본 다른 수험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모습이었다.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한이수를 선택한 장로는 단 한명도 없었는데, 다들 잇달아서 임운지를 빼앗고 있으니 말이다.장로들이 보기엔 임운지 실력이 한이수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다.사람들 속에서 한이수는 임 얼굴빛이 어두워졌고 눈에는 달갑지 않은 빛이 가득했다.‘왜! 대체 왜! 왜 임운지한테만! 나보다 잘난 거 하나 없는데! 쟤들 눈이 이상한 거야!’한이수는 속으로 갖은 불평을 토해냈지만, 감히 내뱉지는 못했다.그나마 자신에 대해 비교적 강한 자제력을 가지고 있었다.곧 임운지는 윤도훈의 추천으로 선녀봉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었다.윤도훈은 율이가 선녀봉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임운지가 들어가게 되면 율이를 돌봐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물론 윤도훈은 완전히 방치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임운지와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듯한 윤도훈이다.곧, 모든 사람들이 도전했고 30% 정도 탈락하게 되었다.윤도훈을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은 모두 도전했고 29명 중 8명만 탈락하였다.따라서 이번 시험에 참가한 수험생들의 실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다.단만산 일행이 보는 내내 끊임없이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그다음은 윤도훈이네? 쟤는 누굴 선택할까? 궁금하네.”“허허, 내가 보기엔 절대 합격하지 못할 것 같아. 육체적인 실력이 좀 뛰어난 것 외에잘난 게 없잖아. 적어도 난 본 적이 없어.”“똥 품만 잡는 놈일 것 같은데...”“나 역시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보잘것없어 보였거든.”주변에서는 윤도훈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윤도훈이 그동안은 매
뒤에서 오고 있는 웅장한 영력을 느끼며 윤도훈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왕천후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돌아서서 똑같이 공격을 더 했다.자신감이 넘치고 오만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이는 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윤도훈에게서 느낀 감정이다.‘감히 집벌당 팀장과 맞서 싸우다니! 자신감이 너무 넘친 거 아니야?’아무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윤도훈이 실력을 금단 경지로 억눌렀음에도 불구하고 육신의 실력은 그대로라는 것이다.후토지력과 뇌전지력의 힘으로 더욱 단단해진 윤도훈의 육신은 변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도 있다.사람들 속의 한이수의 어두웠던 얼굴에는 섬뜩한 웃음을 새어 나왔다.왕천후와 맞붙어 본 적이 있으므로 왕천후의 실력이 어떤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결단 경지 강자가 아닌 이상 절대 왕천후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두 사람은 곧 흩어졌고 비명은 곧 사람들 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윤도훈은 덤덤한 얼굴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반면 왕천후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고 윤도훈과 부딪친 주먹은 아직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그렇다, 이번 겨루기에서 왕천후가 밀려난 것이었다.‘말도 안 돼!’“팀장님이 봐주신 거 아니에요?”“이건 불공평하잖아요!”한이수는 그 광경을 보고서 달갑지 않아 하며 소리쳤다.“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윤도훈한테 저런 실력이 있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요! 팀장님이 일부러 봐주신 거 아닙니까?”한이수가 옆에서 고래고래 캐묻자, 가뜩이나 안색이 좋지 않았던 왕천후의 얼굴은 더욱더 차가워지면서 한이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봐줘? 내가?’왕천후는 지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자신과 맞붙었던 윤도훈의 주먹이 얼마나 단단했는지.심지어 왕천후는 힘없이 물러서게 되었다.이제야 왕천후는 윤도훈이 왜 그토록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였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니 말이다.‘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최선을 다할 거야!’왕천후는 고함을 지르면서 기세
윤도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단만산이 자신의 한계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바로 모든 집벌당 대원을 총출동시키는 것은 공연히 자신에게 적을 만드는 격이나 다름없었다.“그러시죠!”윤도훈은 한숨을 쉬고는 자못 심드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쾅쾅쾅-12명의 합동 공격에도 윤도훈은 여전히 여유롭게 대응해 갔다.무기도 동원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금세 물리쳐 버렸다.몇 번의 호흡으로 세 명이 바로 힘없이 무너지게 되었다.눈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에 수험생들은 본분을 잊은 채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윤도훈의 막강한 실력을 질투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윤도훈과 실력 차이가 막대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따라가기는커녕 감히 쫓아갈 엄두도나지 않았다.한이수 역시 절망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아무리 달갑지 않다고 하더라도 윤도훈의 실력이 자신을 훨씬 능가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12명의 대원이 함께 나섰지만, 예상과 달리 모두 윤도훈 손에 무너지고 말았다.하나같이 발버둥 치며 일어나더니 윤도훈을 향해 공수하며 눈에는 경탄의 빛이 가득했다.“저런 요물이 나타나다니! 저런 인재랑 경쟁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얼마나 많은 장로들이 윤도훈을 사이에 두고 싸움을 벌일까?”“그러게 말이야. 근데 나였어도 어떻게든 내 문하로 들이려고 애를 쓸 것 같아.”윤도훈에 대한 불만과 편견은 사라지고 존경의 말만 들려왔다.“스승님, 이제 그만 하시죠. 이러시다가 장로들과 겨루어 보라고 하실까 봐 두렵습니다.”단만산이 입을 열려고 하자 윤도훈은 더는 숨기지 않고 그대로 다가가 단만산을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하하, 마침 그런 생각이었어.”윤도훈과 단만산의 기괴한 대화는 사정을 알고 있는 장로들 외에 집벌당 대원들도 모두 의문투성이었다.‘무슨 상황이지?’‘갑자기 왜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거지?’“허허, 내가 소개할게! 윤도훈은 입문하기 전에 이미 나의 관문으로 들어왔단다.”“다만 공평하게 하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