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산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를 따르던 제자들은 하나같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그들이 이렇게 능숙한 모습으로 괴롭히는 것을 보아하니 처음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원문산의 말을 들은 설만추는 예쁜 얼굴이 더없이 차가워졌다.율이를 뒤에 꼭 감싸고서 갑자기 오늘 통천봉에서 만나게 된 그 ‘선배’가 생각나게 되었다.한없이 젊어 보이는 그 선배가 율이와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여하튼 그 ‘선배’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오래봉 사람에게 율이가 당하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을 것으로 다짐했다.“원문산! 너 말 가려서 해!”“함부로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다시 한번만 그딴 소리해봐 아갈머리 찢어버릴 거야!”설만추는 콧방귀를 뀌면서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원문산을 향해 경고했다.“하하하하!”설만추의 말을 듣게 된 원문산은 깔깔거리며 웃었다.“그깟 협박으로 내가 주눅이라도 들 것 같아?”“천만에! 나, 원문산은 오래봉이든 선녀봉이든 행동 스타일이 똑같아! 감히 나를 뭐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협박 좀 그만해! 우리 오래봉 좌홍성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든 이상 반드시 복수하고 말 거야.”“물론 다른 방법으로 그 복수를 받아낼 생각도 있어.”원문산은 그렇게 말하더니 설만추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옹졸하고 탐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원문산은 설만추가 내뱉은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말을 마치고서 원문산은 손을 흔들며 함께 온 사람들에게 설만추를 에워싸게끔 했다.설만추뒤에 있던 율이의 눈에도 공포가 스쳐 지나갔고 무의식적으로 설만추의 손을 꼭 잡았다.“율이야, 괜찮아. 언니가 있는 한 감히 그 누구도 우리 율이한테 나쁜 일 못할 거야.”“나부터 죽이고 가라고 해!”설만추는 이를 악물고 율이를 위로하고서 ‘쨍’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어 음산한 얼굴로 원문산을 바라보았다.“어라? 정말로 반항이라도 하겠다는 거
오늘 입문 시험에 장로들의 주의력이 이곳에 없는 틈을 타서 원문산은 일단 저지르고 난 뒤 보기로 했다.오래봉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자기 제자를 지키는 ‘규칙’이 있으니 절대 자기한테 손해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윽고 원문산의 입가에 사나운 웃음이 새어 나왔고 그는 손을 뻗어 허리춤에 하얀 옥병을 만지더니 그 속에서 분홍색 단약이 쏟아져 나왔다.기회를 틈타 설만추의 입에 넣으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합환단?”원문산의 손에 들려 있는 단약을 보자 설만추는 몸이 움찔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합환단은 종내에서 금기된 것으로 일단 복용하게 되면 몸 전체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게 된다.설만추는 절대 그런 꼴을 볼 수 없었다.“원문산! 너 미쳤어! 너 이거 어디서 난 거야!”“벌이 무섭지도 않아?”설만추의 호통치는 소리에 원문산은 자기도 모르게 깔깔 웃었다.“설만추, 내가 감히 이걸 꺼내 들었는데, 그깟 벌이 무서울 것 같아?”“걱정하지 마. 여기 있는 애들 입은 이미 막아놓았어. 우린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이런 일에 누가 신경이라도 쓸 것 같아? 그냥 나랑 같이 즐기자.”“만추야, 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원문산의 소리가 떨어지자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하나같이 별 반응이 없었다.미리 주머니가 두터워진 것이었다.설만추 뒤에 있는 율이에 관해서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어린애일 뿐인데 뭘 안다고 하는 심리로 말이다.율이가 고자질을 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어린애의 헛소리를 사람들이 믿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원문산 일행은 설만추를 계속 사지로 몰아넣었고 제압까지 하려고 했다.설만추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진기를 불러일으켜 율이를 감싼 뒤 집안으로 밀어 넣었다.“원문산! 딱 하나만 부탁할게! 율이는 절대 다치지 마!”“하하하, 너 드디어 굴복했구나? 걱정하지 마. 어린애일 뿐인데, 나 아직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야.”“하물며 걔한테 손을 썼다가 무구지 장로한테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워.”원문산은 흉악
싸늘하고 차가운 기운이 갑자기 뒤에서 덮쳐오더니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우리 율이한테 손을 대? 죽으려고 환장했어?”지옥에서 온 듯한 싸늘한 말이 원문산의 귀에 떨어져 온몸을 떨게 했다.무의식중에 손을 떨자 방금의 오만방자한 기세가 그대로 사라지고 놀란 얼굴이 나타났다.“누구야! 대체 누구야!”원문산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굳게 닫혀 있던 대문이 어느새 활짝 열려 있었다.입구에 젊은 그림자가 서 있었는데, 지금 젊은이의 얼굴은 얼음같이 차갑고 두 눈에는 짙은 살기가 가득했다.온몸에 공포스러운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다.이는 금단 경지 강자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이다.‘금단 경지?’원문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바로 그때, 젊은이의 차가운 음성이 다시 원문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무릎 꿇어!”쾅-원문산 일행은 더 이상 등 뒤에서 오는 공포의 위압을 견디지 못하고 걷잡을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살려주세요!”“저 잡놈... 아니 아가씨가 선배님과 관련이 깊으신 줄은 몰랐습니다.”“알았더라면 절대 감히 무례를 범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무릎을 꿇자마자 원문산은 젊은이를 향해 용서를 빌었다.율이는 그제야 비로소 젊은이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땅을 짚고 선 길쭉한 두 다리, 떡 벌어진 어깨, 조같은 얼굴, 그리고 눈동자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부드러움까지 모든 것이 익숙한 율이이다.율이는 코끝이 갑자기 시큰거리더니 작은 발을 내디디며 젊은이를 향해 달려들었다.“아빠!”그렇다, 윤도훈이었다.“아빠, 아빠 왔어요?”“율이 아빠 엄청 보고싶었어요. 흑흑...”율이는 윤도훈을 와락 껴안고 울음을 금치 못했다.“너무 보고 싶었다고요! 왜 이제서야 온 거예요!”“그동안 율이 괴롭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아요? 엄청 무서웠어요.”그동안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율이의 모습에 윤도훈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율이야, 아빠 왔어! 아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약속할게.”“우리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이게 다 뭘까?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름답다!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당신은...”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아뇨...”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네...”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질
“헉!”조강인은 입을 떡 벌리며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간호사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이럴 수가? 왜 갑자기 살아난 것일까?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다니?“아빠... 아빠예요? 아빠, 가지 마요!”바로 그때, 율이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전에 윤도훈이 돈을 모으러 가겠다고 해서 아주 불안했던 것 같다.율이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랐다.“율이야, 정말 깨어났구나! 아빠 여깄어. 아빠 떠나지 않고 율이랑 함께 있을게!”윤도훈은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기쁜 얼굴로 말했다. 열류가 끊임없이 율이의 체내에 주입됐다.율이가 깨어났다!정말 효과가 있었다. 율이가 살아났다.윤도훈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몸이 떨렸다. 한때 지옥이었다가 다시 천국에 온 기분이라 다 큰 성인 남자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는 온 세계를 손에 쥔 듯 율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이 되어 흩어질 것만 같았다.소중한 걸 잃었다가 다시 얻은 그 기분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아빠 손이 엄청 따뜻해요. 기분 좋아요! 아빠, 왜 울어요? 울지 마세요. 율이는 아빠 우는 거 싫어요.”율이의 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아이는 다른 손을 뻗어 윤도훈의 젖은 뺨을 닦았다.“알겠어. 아빠 안 울게. 아빠 너무 행복해! 하하하, 율이 이제 괜찮아. 우리 율이 다시 살아났어!”작은 손으로 그의 뺨을 어색하게 닦아주는 율이의 손길에 윤도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웃었다.“아빠,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율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아빠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싫었다.“그래.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말하면서 율이의 몸에 달려있던 장치들을 떼어내고 아이를 안고 떠나려 했다.“잠깐만요. 병원비 미납하셨거든요. 아직 떠나시면 안
“진짜 고마워요!”병실 밖에서 윤도훈이 진지한 모습으로 이진희에게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요.”이진희가 덤덤히 말했다.“아...”윤도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이진희는 여신급이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그를 자기 사람이라고 칭하니 어쩐지 조금...바로 다음 순간, 이진희는 자신이 한 말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참, 의술을 공부한 적 있어요? 당신 딸 백혈병이에요?”조금 전 이진희는 문밖에서 똑똑히 들었다. 윤도훈의 딸은 활력징후가 전혀 없었다가 갑자기 살아났고 지금 상태를 보면 꽤 괜찮은 것 같았다.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그래서 이진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조금 알아요.”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 딸 일부터 처리하고 날 따라와요. 날 좀 도와줘야겠어요!”이진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인 듯했다.뒤이어 윤도훈은 병실로 돌아왔고 한참 동안 율이를 달래서 재운 뒤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이진희의 인맥 덕분에 황 원장은 직접 병원의 다른 전문가를 불러와 율이를 1대1로 치료하게 했다.현재 윤도훈은 용의 기운을 잘 응용하지 못했고 머릿속의 용황경 또한 흐릿했다.율이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병원에 있으면서 계속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더 나았다.30분 후,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공립 병원에 비해 그곳은 의료 조건이 더 좋고 설비도 더 선진적이었다.물론 그곳의 비용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고, 그곳에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전부 엄청난 거물이었다.“인 대표님은 내가 지금 쟁취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예요! 그의 아들도 백혈병을 앓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아이를 치료하거나 아이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나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고급 병실 입구에서 이진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최선을 다할게요!”윤도훈은 장담하지는 못하
“헛소리하지 마요! 당신이야말로 목숨이 위험할 것 같네요!”인광준은 완전히 화가 나서 무시무시한 얼굴로 말했다.흰 가운을 입은 유 닥터가 냉소하며 말했다.“저희 병원은 인 대표님 아드님의 병세를 안정시켰어요. 대표님 아들은 만성 과립구성백혈병에 걸렸고 지금은 만성기인데 갑자기 생명이 위험하다니요! 시비 거는 겁니까?”“전 백혈병 때문이라고 한 적 없어요! 이 아이는 독에 중독되었어요!”윤도훈이 설명했다.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한 윤도훈은 겸이의 체내에서 검푸른색의 독소가 유동하고 있는 걸 보았다.그것은 이제 곧 심맥에 침입할 것이다.“그게 무슨 말이죠? 저희 병원이 환자에게 독을 썼다는 말입니까?”유 닥터는 더욱더 화가 났다. 그는 윤도훈을 손가락질하며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제 말은 그 뜻이 아닙니다. 어떤 음식들은 서로 상극이라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을지 몰라도 함께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윤도환이 고개를 저었다.“장난해요? 우리 국인 사립병원의 레시피가 이런 저급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게 말이 돼요?”유 닥터는 못마땅한 얼굴로 불만스레 인광준을 바라보았다.“인 대표님, 이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듣고만 계실 겁니까? 저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럼 이 사람에게 아드님의 치료를 맡기시죠?”그 말에 인광준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유 선생님, 전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말하면서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이진희 씨, 얼른 이 사람 내보내시죠.”도운시 상류층이라면 이진희가 데릴사위를 찾고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조금 전 기사는 윤도훈이 이진희의 약혼자라고 했다. 그래서 인광준은 곧바로 윤도훈을 형용할 단어 몇 개를 떠올렸다. 쓸모없는 사람, 기생오라비, 수치를 모르고 허영심만 가득한 사람.그러니 그가 윤도훈이 한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아들은 계속해 이곳에서 치료받아야 했기에 절대 이곳 의사에게 밉보여서는 안 됐다.이진희는 자신을 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