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쑥-참가자의 그림자는 끊임없이 통천봉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윤도훈은 멀리서 통천봉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잠깐 지체한 바람에 다른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쫓아오고 있었다.집벌당 제자들까지 여럿 보이는 걸 보아하니 2차 관문도 코앞에 다가온 모양이었다.“산에 올라가자. 오늘이 한이수의 제삿날이 아니라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만약 찾아와서 우리 앞길을 막는다면, 운지야, 절대 가만히 두지 말아야 한다.”에피소드를 겪은 뒤 윤도훈의 온몸에서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윤도훈에게서 이런 기분을 처음으로 느낀 임운지는 두려워하지 않고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윤도훈의 실력은 임운지에게 예측이 불가능한 정도이다.‘나, 반드시 열심히 해야 해! 그래야만 도훈 오빠랑 나란히 걸을 수 있어!’이미 여러 개의 그림자가 통천봉을 향해 돌진하고 있을 때, 한참 뒤처져 있던 한이수일행도 마침내 윤도훈의 눈에 띄게 되었다.“윤도훈... 그놈 보이기 시작한다... 허허! 진기가 바닥 났나 보네?”“우리에겐 절호의 기회이다! 어떻게든 여기서 막아야 한다!”“세 번째 부분에 들어서면 더는 공격할 수도 없을 것이다!”세 번째 부분은 종문 제자들의 시험인데, 그들은 이런 인맥이 없어서 모든 종문 제자들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한이수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험상궂은 웃음을 지었다.“출발!”한이수의 명령과 함께 그동안 애써 보존해 온 진기와 체력이 마침내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했다.쑥쑥쑥-적어도 7, 8개의 그림자가 윤도훈과 임운지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영기가 끊임없이 뒤에 오는 것을 느끼며 윤도훈은 가볍게 웃으며 임운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운지야, 실력 발휘해야지?”말을 마치자마자 윤도훈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옆에 나무를 향해 날아올랐다.갑작스러운 윤도훈의 행동에 한이수는 잠시 멍해졌지만, 곧 한이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미친놈! 임운지 혼자 두고 먼저 도망간 거야?”“그럼, 일단 임운지부터 치우자! 죽이지는 말
나무 위에 자리 잡고 있던 윤도훈은 잠시 외면하는 쪽을 택했다.한이수가 미운 것도 사실이고 지금으로서는 적인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그가 한 말 중에 맞는 말이 있었다.수련계의 약육강식.윤도훈은 임운지에 대한 인상이 좋은 건 사실이고 도울 수 있는 한 모든 걸 돕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맹목적으로 모든 걸 대신 막아줄 수는 없다.임운지 스스로도 성장하는 법을 알아야 하니 말이다.바로 그때...임운지는 금세 인파에 둘러싸여 수많은 공격에 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피식-순간 임운지는 생의 첫 공격을 당하면서 피까지 뿜어냈다.하지만 임운지는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묵묵히 참아냈다.쾅쾅쾅-곧 전투는 과열되기 시작했다.이쪽의 영기 파동에 집벌당의 이목도 쏠리게 되었다.서너 명의 집벌당 제자들이 멀리서 이쪽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의 실력으로 그 거리에서 나선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윤도훈은 나뭇가지에 앉아 숨을 거두며 느긋한 기분을 보였다.지금 임운지의 모습이 다소 버거워 보이지만, 처음과 비하면 훨씬 자유로워졌다.시간을 좀 더 주면 임운지는 반격하기 시작할 것이다.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아래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임운지를 향해 기습공격을 하려던 한 남성이 임운지에게 발각된 것이었다.임운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손바닥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는데,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로 뒤로 쓰러졌다.한바탕 허우적거렸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누군가가 다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이를 지켜보던 집벌당의 눈에도 놀라움이 스쳤다.임운지는 체력이 별로지만 전투에 소질이 의외로 강했다.임운지의 두 눈에는 흥분한 빛이 가득했다.지금껏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직접 사람을 때려눕혔으니 말이다.마음속에는 조금의 미안함도 없고 오히려 흥분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마치 지금의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인 것처럼.얼마나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는지 그 에너지와 파워는 무섭기 그지없었다.쾅쾅쾅-진기의 파동은 여전히 군중
지금 이 순간 아무도 감히 윤도훈 그리고 임운지와 충돌을 일으킬 엄두가 나지 않았다.약해 보였던 임운지마저 이렇게 전투력이 만렙일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윤도훈의 실력으로 두 번째 관문은 거뜬히 넘게 버렸다.달갑지 않은 얼굴로 멀찌감치 서 있는 한이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면서 이 일을 겪은 후, 한이수도 감히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할 것이으로 생각했다.쑥쑥쑥-곧 정상에 30명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단만산이 손을 흔들자 나머지 사람들도 허공에서 멈추었고 그들은 모두 탈락하였다.했습니다!“안 돼! 안 돼! 마지막 한 발만 남았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말도 안 돼! 이럴 수 없어!”온갖 달갑지 않은 말들이 쏟아졌고 이들의 달갑지 않은 모습에 동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윤도훈 역시 마찬가지였다.두 차례의 시험을 보면서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그들 자신의 실력이 너무 약하다는 얘기밖에 안 되니 말이다.“앞으로 마지막 시험만 남았습니다.”“특히 정신을 차려야 할 것입니다!”“앞과 마찬가지로 한 시간 뒤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단만산의 말이 끝나면서 이내 긴장해하던 사람들도 마침내 한순간에 오르르 주저앉게 되었다.그대로 누워버린 사람도 많았는데, 두 번째 관문에서 전력 질주한 나머지 녹초가 된 듯했다.“도훈 오빠...”임운지는 윤도훈과 말을 걸고 싶었지만, 윤도훈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또다시 가고 있었다.임운지는 하는 수 없이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윤도훈은 무구지를 찾아가서 어찌 된 영문인지 따지려고 했다.왜 율이가 이곳에서 괴롭힘을 당했는지 말이다.‘미친... 우리 율이를 선녀봉인지 뭔지 그곳에 두고 그냥 간 거야?’“뭐라고? 율이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도 안 돼!”“종문내 모든 사람에게 미리 경고한 바가 있었어! 절대 그 누구도 율이를 건드려서는안 된다고 말이야! 감히 내 말을 어긴 자가 있다고?”윤도훈의 물음에 무구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기운이 그의 몸에
윤도훈의 언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단만산이다.실은 직접 나서지 않고 무구지와 단만산에게 부탁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이다.부종주의 신분으로 윤도훈의 스승이라는 신분으로 얼마든지 오래봉 봉주 곡무도를 제압할 수 있다.하지만 윤도훈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자기 실력으로 승부를 보려고했다.‘그래! 내가 원하던 네 모습이 바로 이거야!’물론 오래봉 봉주의 실력은 원영 후반기에 접어들어 단맥종 내에서 그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의 윤도훈이 무리수를 둘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따라서 그때가 되면 윤도훈을 위해서 옆에서 도울 것이라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단만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도훈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난 너를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단만산의 말에 윤도훈은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곧 많은 평가자들이 긴장하고 기대하는 분위기에서 세 번째 시험 시간이 다가왔다.윤도훈은 율이를 걱정하는 바람에 세 번째 시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원래 입문시험 보러 온 것도 임운지에게 친구가 되어주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단만산에게 세 번째 시험은 포기하겠다고 했으나 단만산은 그 제안을 거절해 버렸다.단만산의 말로는 윤도훈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건 사실이나 아직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볼 생각이라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이 기회를 틈타 새로 온 ‘새내기’들에게 제대로 가르침을 줄 생각이었다.이 세상에는 ‘자신’보다 실력이든 뭐든 한 수위인 사람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사실을알려주기 위해서.단만산의 생각에 윤도훈은 대수롭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그 역시 이번 기회의 단맥좀 ‘예비 제자’들의 실력을 살펴볼 생각이었다.세 번째 시험 경기장은 바로 통천봉 광장 위에 있었다.돌아왔을 때 윤도훈은 임운지가 제 자리에 얌전히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이번에는 그 어떠한 괴롭힘도
“또한 합격 조건은 우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장로님들의 승인만 받으면 되는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왕천후의 위로에 따라 수험자의 정서는 비로소 약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여기까지 합격해 온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한이수를 따라다니던 ‘졸개’ 7, 8명 중에서도 3명만 버티고 여기까지 합격해 왔다.그로부터 앞서 두 시험의 탈락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도훈오빠, 이번에도 나설 거예요?”임운지는 기대에 찬 눈으로 윤도훈에게 물었다.“당연하지!”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었다.“장로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난 집벌당 사람들을 제압해 벌릴 거야.”건방지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하고 있는 윤도훈의 말에도 임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처음부터 지금까지 임운지는 윤도훈의 실력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심지어 임운지의 눈에서는 윤도훈이 가장 으뜸이다.윤도훈이 집벌당 사람들을 제압하겠다고 한 말을 의심할 여지 없이 믿었다.“그럼, 운지도 도훈 오빠처럼 인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제압해 버릴 거예요.”임운지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하하하하!”진지해 보이는 임운지의 모습에 윤도훈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연약해 보이는 임운지의 어깨를 툭툭 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험자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첫 번째 수험생이 걸어 나왔다.“총 12명이 있는데, 마음대로 선택하면 됩니다.”집벌당 대장은 자신만만해하며 앞에 선 젊은이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젊은이는 두 눈을 데굴데굴 돌리며 실력이 약해 보이는 대원을 골랐다.“선배님, 한 수 배워주시기 바랍니다!”젊은이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광장에 간간이 진기 파동이 일었다.주위에서 간간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대원의 실력은 물론 만렙이었다.하지만 의외로 이 수험생의 실력은 대원과 막상막하였다.두 사람이 공격을 더 하는 동안 그림자가 끊임없이 흔들려 보는 사람의 눈이 어지럽기 그지없었다.이따금 공격이
쓰읍-한이수의 말 한마디에 주위 사람들은 금세 술렁이기 시작했다.감히 집벌당 팀장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니.현정에 있는 집벌당 대원 12명들 가운데 팀장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이치대로라면 대부분의 수험자들은 이길 자신이 있는 대원을 선택할 것이다.결과를 막론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면서 장로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한이수는 집벌당 팀장을 선택했고 어쩌면 한 수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그 말인즉슨, 합격할 가능성도 팍 떨어졌다는 것이다.왕천후는 가벼운 웃음과 함께 한이수를 향해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용기 하나는 인정합니다만, 절대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만약 딱 세 번의 공격을 당해낼 수 있다면, 합격할 자격이 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왕천후의 말은 건방졌지만, 주변에선 그의 말이 타당하다는 모습을 보였다.한이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심각한 표정으로 팀장인 왕천호에게 공수하며 거듭말했다.“선배님, 그럼, 한 수만 배우겠습니다.”쏴-한이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왕천후는 몸을 번쩍이더니 바로 사라져 버렸다.이윽고 한이수는 몸 뒤에서 진기의 파동을 느꼈고 왕천후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반응이 좀 늦네요.”한이수는 이를 악물고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왕천호의 일격을 피했다.“얕보지 말아 주세요. 실전으로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요.”한이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많은 시련을 경험해 왔다.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심성이 비교적 강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처음엔 왕천후의 몸놀임에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한이수는 바로 진정하면서 차분하게 움직였다.집벌당 팀장을 상대로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왕천후를 이길 수만 있다면 종내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위세를 떨칠 수 있으니 말이다.그럼, 종문으로 들어서고 나서도 막힘없이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실은 장 집사의
단만산의 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한이수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자신이 기대했던 장로들의 눈 밖에 났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의 제자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달갑지 않은 채 이를 악물고 한이수는 물러섰다.“운지야, 너도 올라가 봐.”임운지 옆에서 윤도훈은 열심히 부추기고 있었다.가볍게 웃으면서 제안까지 하면서 말이다.‘박수갈채’를 받은 한이수의 모습에 임운지는 속으로 달갑지 않은 듯했다.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누가 나서기 전에 바로 앞으로 나섰으니 말이다.“후배 임운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임운지!쟤는 이번엔 어떤 상대를 고를까?”“임운지 실력으로도 팀장한테 도전하지 않을까? 한이수와 원수 사이 아니야?”“그건 모르지, 넌 다들 한이수인 줄 알아?”주변에서는 임운지를 한이수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임운지의 결과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이 대다수였다.앞서 두 관문을 합격했을 지는 몰라도 절대 한이수의 실력만큼은 되지 않는다고.임운지의 시선은 왕천후에게서 계속 머물렀고 곧 임운지는 누군가에게 공수하면서 말했다.선택받은 집벌당 대원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임운지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쪽 세상에는 남녀불문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네, 부디 그렇게 봐주시면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임운지는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말이 끝나자마자 그 대원을 향해 돌진했다.약간 기세가 오른 임운지의 모습에 대원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발을 들어 맞섰다.쾅쾅쾅-두 사람 사이에 끊임없이 굉음이 울려 퍼졌는데, 임운지의 실력은 집벌당 대원과 거의 맞붙을 수 있을 정도였다.게다가 점점 더 능숙해지는 모습을 보니 아주 쉽게 대원을 제압할 수 있는 듯했다.“말도 안 돼! 임운지 실력이 저 정도였어?”“그럼, 저 선배 꽤 위험할지도 몰라.”“임운지가 첫 번째 우승자가 되는 걸까?”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라지자 임운지는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손에 진기가 솟구치더니 손바닥으로 대원의 가슴을
“애야, 나한테로 오거라. 선녀봉에는 여자아이들이 많단다. 여러모로 운학봉 보다는 편안할 것이다.”노파는 바로 선녀봉의 봉주 황부운이었다.다른 장로들은 두 사람이 나서서 임운지를 탐내고 있자, 그대로 포기했다.임운지의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 모든 장로들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쓰읍-그 광경을 본 다른 수험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모습이었다.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한이수를 선택한 장로는 단 한명도 없었는데, 다들 잇달아서 임운지를 빼앗고 있으니 말이다.장로들이 보기엔 임운지 실력이 한이수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다.사람들 속에서 한이수는 임 얼굴빛이 어두워졌고 눈에는 달갑지 않은 빛이 가득했다.‘왜! 대체 왜! 왜 임운지한테만! 나보다 잘난 거 하나 없는데! 쟤들 눈이 이상한 거야!’한이수는 속으로 갖은 불평을 토해냈지만, 감히 내뱉지는 못했다.그나마 자신에 대해 비교적 강한 자제력을 가지고 있었다.곧 임운지는 윤도훈의 추천으로 선녀봉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었다.윤도훈은 율이가 선녀봉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임운지가 들어가게 되면 율이를 돌봐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물론 윤도훈은 완전히 방치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임운지와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듯한 윤도훈이다.곧, 모든 사람들이 도전했고 30% 정도 탈락하게 되었다.윤도훈을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은 모두 도전했고 29명 중 8명만 탈락하였다.따라서 이번 시험에 참가한 수험생들의 실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다.단만산 일행이 보는 내내 끊임없이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그다음은 윤도훈이네? 쟤는 누굴 선택할까? 궁금하네.”“허허, 내가 보기엔 절대 합격하지 못할 것 같아. 육체적인 실력이 좀 뛰어난 것 외에잘난 게 없잖아. 적어도 난 본 적이 없어.”“똥 품만 잡는 놈일 것 같은데...”“나 역시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보잘것없어 보였거든.”주변에서는 윤도훈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윤도훈이 그동안은 매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