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에 거대한 구덩이가 존재하였고 그 속에서 한 줄기 푸른 화염이 솟구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동굴 사방의 벽과 바닥이 모두 붉게 타올라 투명해질 지경이었고 언제라도 액체로 변할 것만 같았다.주위의 온도가 극도로 높은 상황이다.나청현은 그 속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푸른 불길에 휩싸인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어떤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미친 듯이 내리치던 번개를 맞았던 윤도훈의 모습과 제법 비슷해 보였다.그리고 그 주위에서 백아름이 지키고 있었다.체질 속성이 얼음 속성이라 백아름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극히 괴로웠다.하지만 의리를 지키면서 고통을 견뎌내면서 나청현의 호법을 도와주고 있었다.그러던 중 이쪽으로 걸어오는 두 개의 그림자를 보고서 안색이 확 바뀌게 되었다.경계하는 눈동자로 윤민기와 반나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윤민기?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 여기가 무슨 동네 마을도 아니고 이렇게 쉽게 만난다고?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야.”백아름은 빙혼신검을 뽑아 들고 윤민기 두 사람을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유적지 밖에서 윤도훈은 이미 상대방과 충돌을 일으켰었다.전에 나청현이 상대와 협력하여 유적지를 탐험하자는 제안은 분명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그러므로 상대는 적이고 친구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인정사정 봐줄 것 없이 최선을 다해도 된다.백아름의 말을 듣고 윤민기의 얼굴에 희롱의 빛이 떠올랐다.“설마 우리 인연 아니야? 섭섭하게 왜 꺼지라고 그러는 거야? 우리랑 합작해서 유적지 탐사하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백아름의 예쁜 얼굴은 어느새 약간 굳어졌고 신중한 빛도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지금 윤민기와 반나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윤민기는 그럭저럭 처리할 수 있어.’상대는 그보다 한 단계 위인 금단 중기이지만 보통 체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백아름은 스스로 진급한 얼음 속성 체질이라고 믿으며 빙혼신검과 같은 병기를 들고서 윤민기를 두려워하지 않
반나로는 마치 윤민기의 속셈을 이미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날카롭고 음미하는 기색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여자는 금단 초기의 실력밖에 안 돼. 그러니 내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어. 네가 나서서 한 번 처리해 봐. 죽이지는 말고 죽기 직전까지 말이다.”반나로는 윤민기를 향해 분부를 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수행원에게 분부하는 것과 같았다.그 말을 듣게 된 윤민기의 안색은 확 달라지고 말았다.그 역시 기고만장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 누구한테도 이러한 ‘심부름’을 당해본 적이 없다.게다가 백아름을 상대하는 동안 반나로는 옆에서 보고 있을 모습이었다.그렇게 된다면 윤민기는 도망갈 기회가 없게 된다.자신의 속셈에 빗나가자 윤민기는 불쾌한 감정이 복받쳐왔다.하지만 처마 밑에 있으니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반나로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윤민기는 절대적인 기회를 찾기 전에는 그의 명령을 어길 수 없다.이윽고 윤민기는 자신의 보검을 꺼내 들어 백아름을 향해 돌진했다.백아름은 그런 그를 경멸하면서 외족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행동이 가소롭기만 했다.두 금단 강자 사이의 싸움이 한순간에 일어나게 되었다.나청현은 지금 타들어 가는 듯한 아픔을 견디면서 주변의 불 속성 원소를 필사적으로 흡수하고 있다.결단 후기에서 금단 경지까지 돌파하고 있는 중이다.그 말인즉슨, 백아름을 도와주고 싶다고 한들 전혀 그럴 정신이 없단 말이다.한편.윤도훈은 그 동안 이진희와 윤민기의 흔적을 쫓던 중, 뜻밖에도 경천위 병사 몇 명과 용검 특수 작전 부대 대원들의 살아있는 ‘시신’을 발견했다.앞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영혼이 없고 몸만 살아 있었다.윤도훈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장본인을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이라고 다짐까지 했다.이윽고 그는 또다시 어느 한 방향으로 30분 넘게 걸었는데, 어느 한순간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싸우고 있는 소리가 은은히 멀리서 들려왔으니 말이다.그는 황급히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고 빠르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백아름은 바로 반나로를 향해 달려들었다.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백아름은 바로 묘기를 펼쳤다.반나로는 더할 나위 없는 압력을 느끼면서 봐주고 싶어도 그럴 용기가 없어 보였다.백아름의 몸에 은색 빛이 떠오르자 빙혼신검이 빛을 발해 반나로를 향해 찌르는 것이 보였다.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기가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금단초기를 돌파하면서 얼음 체질을 각성하게 된 백아름의 공격은 그때 신약산 골짜기에서 윤도훈을 상대로 내던진 공격보다 위력이 훨씬 더 강했다.그러나 그 공격을 마주한 반나로의 얼굴에는 흥미와 경멸의 빛만 떠올랐다.반나로가 콧방귀를 뀌자 손에 들고 있던 초혼번은 마치 신성한 금빛을 밝히며 백아름의 공격을 향해 갔다.푸-순간 빛이 흩어지고 말았다.반나로는 흠칫거리더니 바로 백아름을 향해 걸어갔다.“예쁜이, 내가 이곳의 주재자라는 것을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감히 내 명에 어기게 된다면 영혼까지 그 벌을 받게 되어 있어.”반나로는 마치 그가 신령인 것처럼 도도하게 말했다.회심의 일격을 이렇게 쉽게 받아넘기자. 백아름은 순간 절망하고 공포에 떨었다.“원영 강자?”백아름은 놀란 나머지 혼자서 중얼거렸다.이윽고 백아름은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나청현을 버리고 도망가도 절대 반나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지금은 오직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금단 강자가 자폭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상대에게 굴종하지 않고 놀림감이 될 수도 없다.바로 그때 칼날이 하늘을 가로질러 오더니 바로 반나로를 향해 날카롭게 베어갔다.반나로는 의아한 소리와 더불어 발걸음을 잠시 멈추더니 초혼번을 둔기로 삼아 그 칼날을 막아냈다.마찬가지로 칼날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너졌지만, 반나로의 팔을 타고 온몸으로 마비된 느낌이 전해졌다.반나로는 놀란 기색을 보이며 갑자기 나타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백아름도 어리둥절해하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정체를 확인했다.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이게 다 뭘까?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름답다!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당신은...”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아뇨...”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네...”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질
“헉!”조강인은 입을 떡 벌리며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간호사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이럴 수가? 왜 갑자기 살아난 것일까?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다니?“아빠... 아빠예요? 아빠, 가지 마요!”바로 그때, 율이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전에 윤도훈이 돈을 모으러 가겠다고 해서 아주 불안했던 것 같다.율이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랐다.“율이야, 정말 깨어났구나! 아빠 여깄어. 아빠 떠나지 않고 율이랑 함께 있을게!”윤도훈은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기쁜 얼굴로 말했다. 열류가 끊임없이 율이의 체내에 주입됐다.율이가 깨어났다!정말 효과가 있었다. 율이가 살아났다.윤도훈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몸이 떨렸다. 한때 지옥이었다가 다시 천국에 온 기분이라 다 큰 성인 남자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는 온 세계를 손에 쥔 듯 율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이 되어 흩어질 것만 같았다.소중한 걸 잃었다가 다시 얻은 그 기분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아빠 손이 엄청 따뜻해요. 기분 좋아요! 아빠, 왜 울어요? 울지 마세요. 율이는 아빠 우는 거 싫어요.”율이의 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아이는 다른 손을 뻗어 윤도훈의 젖은 뺨을 닦았다.“알겠어. 아빠 안 울게. 아빠 너무 행복해! 하하하, 율이 이제 괜찮아. 우리 율이 다시 살아났어!”작은 손으로 그의 뺨을 어색하게 닦아주는 율이의 손길에 윤도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웃었다.“아빠,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율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아빠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싫었다.“그래.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말하면서 율이의 몸에 달려있던 장치들을 떼어내고 아이를 안고 떠나려 했다.“잠깐만요. 병원비 미납하셨거든요. 아직 떠나시면 안
“진짜 고마워요!”병실 밖에서 윤도훈이 진지한 모습으로 이진희에게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요.”이진희가 덤덤히 말했다.“아...”윤도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이진희는 여신급이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그를 자기 사람이라고 칭하니 어쩐지 조금...바로 다음 순간, 이진희는 자신이 한 말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참, 의술을 공부한 적 있어요? 당신 딸 백혈병이에요?”조금 전 이진희는 문밖에서 똑똑히 들었다. 윤도훈의 딸은 활력징후가 전혀 없었다가 갑자기 살아났고 지금 상태를 보면 꽤 괜찮은 것 같았다.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그래서 이진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조금 알아요.”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 딸 일부터 처리하고 날 따라와요. 날 좀 도와줘야겠어요!”이진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인 듯했다.뒤이어 윤도훈은 병실로 돌아왔고 한참 동안 율이를 달래서 재운 뒤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이진희의 인맥 덕분에 황 원장은 직접 병원의 다른 전문가를 불러와 율이를 1대1로 치료하게 했다.현재 윤도훈은 용의 기운을 잘 응용하지 못했고 머릿속의 용황경 또한 흐릿했다.율이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병원에 있으면서 계속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더 나았다.30분 후,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공립 병원에 비해 그곳은 의료 조건이 더 좋고 설비도 더 선진적이었다.물론 그곳의 비용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고, 그곳에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전부 엄청난 거물이었다.“인 대표님은 내가 지금 쟁취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예요! 그의 아들도 백혈병을 앓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아이를 치료하거나 아이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나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고급 병실 입구에서 이진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최선을 다할게요!”윤도훈은 장담하지는 못하
“헛소리하지 마요! 당신이야말로 목숨이 위험할 것 같네요!”인광준은 완전히 화가 나서 무시무시한 얼굴로 말했다.흰 가운을 입은 유 닥터가 냉소하며 말했다.“저희 병원은 인 대표님 아드님의 병세를 안정시켰어요. 대표님 아들은 만성 과립구성백혈병에 걸렸고 지금은 만성기인데 갑자기 생명이 위험하다니요! 시비 거는 겁니까?”“전 백혈병 때문이라고 한 적 없어요! 이 아이는 독에 중독되었어요!”윤도훈이 설명했다.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한 윤도훈은 겸이의 체내에서 검푸른색의 독소가 유동하고 있는 걸 보았다.그것은 이제 곧 심맥에 침입할 것이다.“그게 무슨 말이죠? 저희 병원이 환자에게 독을 썼다는 말입니까?”유 닥터는 더욱더 화가 났다. 그는 윤도훈을 손가락질하며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제 말은 그 뜻이 아닙니다. 어떤 음식들은 서로 상극이라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을지 몰라도 함께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윤도환이 고개를 저었다.“장난해요? 우리 국인 사립병원의 레시피가 이런 저급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게 말이 돼요?”유 닥터는 못마땅한 얼굴로 불만스레 인광준을 바라보았다.“인 대표님, 이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듣고만 계실 겁니까? 저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럼 이 사람에게 아드님의 치료를 맡기시죠?”그 말에 인광준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유 선생님, 전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말하면서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이진희 씨, 얼른 이 사람 내보내시죠.”도운시 상류층이라면 이진희가 데릴사위를 찾고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조금 전 기사는 윤도훈이 이진희의 약혼자라고 했다. 그래서 인광준은 곧바로 윤도훈을 형용할 단어 몇 개를 떠올렸다. 쓸모없는 사람, 기생오라비, 수치를 모르고 허영심만 가득한 사람.그러니 그가 윤도훈이 한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아들은 계속해 이곳에서 치료받아야 했기에 절대 이곳 의사에게 밉보여서는 안 됐다.이진희는 자신을 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