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권운석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건만 그의 목소리가 귀를 뚫고 들려왔다.권봉석의 목소리는 천둥 번개가 울려 퍼지듯 우렁찼고 목소리에 담긴 화는 하늘을 뒤흔들어 놓기라도 하듯 귀를 자극했다.이윽고 태권도 도복을 입고 2미터가량 되어 보이는 우람진 체격을 가진 사내가 마치도 움직이는 산맥과도 같이 쿵쿵하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노기등등한 얼굴로 눈앞에 나타났다.온몸을 뒤덮은 근육과 허벅지보다도 굵어 보이는 팔뚝은 보기만 해도 겁에 질릴 정도였다. 게다가 그 뒤에는 같은 도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 두 명이 서 있었는데 모두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안성호는 서준영 곁에 바짝 붙어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고 그의 이마는 이미 식은땀에 흠뻑 적셔졌다.권운석을 볼 때마다 정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본능적으로 기세가 눌리고 두려웠다.권운석이 내뿜는 기강이 정말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바닥에 누워있던 권봉석은 자신의 형이 도착한 것을 보자 다급히 일어나 서준영을 가리키며 외쳤다. “형! 저 자식이 절 때렸어요. 이것 좀 보세요. 제 이빨까지 아작났다니까요.”권운석은 고개를 돌려 권봉석의 머리를 툭툭 두드려 주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이 형이 복수해 주마.”말을 마치고 권운석은 호시탐탐 서준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손가락을 들어 올려 그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네가 바로 내 동생을 건드린 놈이냐?”“그렇다.” 서준영은 뒷짐을 지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죽으려고 환장했구나.”권운석은 고함을 지르고는 바로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자 안성호가 재빨리 뛰쳐나와 서준영의 앞에 막아서며 외쳤다. “권 회장님, 이건 준영 형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권봉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요.”안성호의 말을 듣자 더욱이 화가 치밀어 오른 권운석이 외쳤다. “안성호, 너도 죽고 싶어? 언제부터 너에게 발언권이 있었지? 당장 비켜.”귀를 울리는 고함과 함께 권운석은 작은 병아리 한 마리를 걷어치우듯 가볍게 안성호를
서준영은 허허 웃으며 권운석의 말에 응했다. “네가 호성도관 제자인지 아닌지는 나와 상관이 없고. 게다가 내공 입문이라,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가?”“오늘은 네 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그를 때린 건 마땅한 벌을 내려준 것뿐이야.”“그리고 네 팔과 다리를 뭉개버린 것도 벌을 내려준 거야.”“인정할 수가 없다면 사람을 데리고 용진 별장으로 찾아와도 좋아. 난 서준영이라고 하고 이름을 바꿀 생각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말을 마치고 서준영은 손을 들어 올려 식탁 위를 누르자 “빠각!”하는 소리와 함께 멀쩡하던 식탁이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다.이를 본 권봉석과 권운석 일행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이, 이건 내공 입문이야!권운석 등 일행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서준영은 이미 발길을 돌려 그들을 지나쳐 그대로 룸을 빠져나왔다.안성호와 유지오도 다급히 서준영의 뒤를 쫓아 그곳을 빠져나왔다.룸을 빠져나오자마자 안성호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쳐댔다. “준영 형님, 정말 너무 멋지십니다. 형님도 내공고수일 줄 몰랐는데 그래서 그렇게 무술에 능하신 거군요.”서준영은 그저 담담히 웃어줄 뿐이었다. 바로 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댔다.하연우의 전화였다.서준영은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들어 통화버튼을 누르고는 환히 웃으며 물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야?”하지만 하연우의 목소리는 어딘가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다. “잠깐 회사로 나와봐. 큰일 났어.”서준영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어. 금방 갈게.”“지오야, 나 하씨 가문 지사로 좀 데려다줘.”“알겠습니다.” 유지오가 간단히 응하고는 재빨리 운전대를 잡았다.서준영과 유지오가 다급히 떠나는 것을 보자 안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서준영이 보여줬던 젓가락을 던지는 기술을 재연해 보았다. 그러고는 잔뜩 흥분하여 홀로 외쳤다. “안 되겠어. 반드시 준영 형님을 스승으로 모셔야겠어.”...한편, 20여 분 뒤 서준영은 곧바로 지사에 도착하였고 회사 대표실에서 하연우를 만났다.“아
같은 시각, 노아 제약공장.세 명의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화가 가득 난 얼굴로 공장 입구에서 걸어 나왔다.그중의 한 명은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회색 양복 차림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주 이사님, 이 오용철이라는 사람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앉은 자리에서 갑자기 100억이라뇨? 정말 아까 한 대 치고 싶은 거 간신히 참았습니다. 뻔뻔하기도 하지.”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도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 노아 제약공장을 한눈 바라보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오용철, 잘하네. 아주 잘해! 먼저 가서 밥이나 먹고 돌아와서 다시 담판하자고.”이윽고 세 명의 남자는 차에 올라 공장을 떠났다.그때, 세 명의 남자가 떠나자마자 웬 택시 한 대가 공장 입구에 멈춰 섰다.서준영은 차에서 내려 눈앞에 세워진 노아 제약공장을 힐끗 바라보고는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공장 안으로 곧장 발걸음을 내디뎠다.입구의 경비원과 하씨 가문의 지사에서 파견되었다고 말하자 곧바로 공장장의 사무실로 안내되었다.사무실로 들어서자 뚱뚱한 중년남성이 다리를 꼬고는 책상 위에 올려놓자, 곁에 있던 검은색 미니스커트에 흰 셔츠를 입고 네 개의 단추를 풀어 헤친 채 빨간 레이스를 훤히 내비치고 있는 여비서가 쪼그려 앉아 그의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정말 봄날이 따로 없네...’서준영이 사무실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 중년남성은 싸늘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자네들 방금 떠나지 않았나? 왜 또 왔어? 하씨 가문 지사도 이제 인원이 부족한가 봐? 겨우 너 같은 애송이 한 명을 딸랑 보내다니. 나 오용철을 얼마나 얕보는 거야?!”서준영은 담담히 웃으며 시선을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명패 위에 고정했다.“안녕하십니까, 오 공장장님. 저는 서준영이라고 하고요, 저는….”“됐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돌아가서 자네 하 대표님한테 전해. 우리 쪽은 100억으로 정했고 단 한 푼도 적어서는 안 돼.”오용철은 손을 내저으며 짜증스럽게 외쳤
“오 공장장님!”“공장장님, 괜찮으십니까?”“젠장! 감히 우리 공장장님한테 손을 대? 다들 저놈을 쥐어패라!”순식간에 열 몇 명의 경비원과 불량배들이 손에 쥐어진 쇠몽둥이와 호신용 봉을 휘두르며 서준영을 향해 돌진했다.오용철 역시 간신히 바닥에서 일어나 코웃음을 치며 아직도 통증이 몰려오는 배와 허리를 어루만졌다. “정신 나간 놈이 감히 나 오용철 구역에 들어와서 난리를 쳐? 넌 이제 죽었어!”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펑펑펑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는 한 무리의 경비원과 불량배들만 쓰러져 자신들의 팔다리를 부여잡고 울부짖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서준영은 여유롭다는 듯이 태연한 자태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미 넋이 나간 오용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오용철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등골이 오싹해졌다.“젠장! 다들 안 일어나? 다들 왜 이렇게 약해 빠진 거야! 이딴 애송이 하나 못 이겨?” 오용철이 울부짖기 시작했다.‘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눈앞에 서 있는 애송이가 이렇게 만든 거라고? 싸움을 그렇게 잘한단 말이야?’그리고 같은 시각, 서준영은 이미 발을 들어 오용철의 눈앞으로 걸어가 그대로 손을 올려 뺨을 내리쳤다. “철썩!”하는 소리가 공장에 울려 퍼졌다.오용철 입안의 이빨이 한가득 피를 튀기며 날아가 버렸다.“으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오용철은 피범벅이 되어버린 자신의 입을 부여잡고 충혈이 된 눈으로 서준영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너, 넌 이제 죽었어!”그리고 곧이어 서준영이 오용철의 배를 걷어찼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용철은 그대로 뒤로 넘어져 날아가더니 뒤에 있던 탁자에 부딪혔다. 그의 무게에 탁자는 보기 좋게 산산조각이 났고 오용철은 유리 조각들이 튕긴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연속된 타격에 오용철의 등은 완전히 부어버렸고 그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그때, 서준영은 발로
오용철 눈에 비친 그의 순진무구한 미소는 마치 악마의 웃음 같았고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살게, 제가 살게요...”행여나 남은 팔다리마저 잘려 나갈까 오용철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서준영은 웃으며 발을 떼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진작에 이랬으면 서로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소파에 앉아 문을 막고 있는 직원들을 힐끗 보며 물었다.“한번 해볼래요?”직원들은 겁에 잔뜩 질린 채 두려움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이렇게 잔인할 수가! 정말 악마가 따로없다!오용철은 바닥에서 일어나 피범벅이 된 팔을 움켜 쥐고 겁에 질린 눈으로 서준영을 바라보며 비굴하게 물었다.“하실 말씀이라도?”서준영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선택을 번복하는 순간 공장 전체를 하씨 가문에 넘긴다는 합의서를 작성하시죠.”오용철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요구에 응했고 곧이어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는 비서를 보며 호통쳤다.“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얼른 합의서 만들어야지!”“네? 알겠습니다.”여비서는 서둘러 답한 후 벌벌 떨며 합의서를 만들었다.오용철은 그 위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은 다음 매우 공손하게 서준영에게 건넸다.서준영은 그를 힐끗 보고선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공장장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문 앞에 있던 직원들이 서둘러 길을 비켜주자 서준영은 그들 앞을 스쳐 지나가며 위엄있게 자리를 떴다.오용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허탈한 듯 땅바닥에 주저앉았다.“공장장님, 괜찮으십니까?”여비서가 달려와 바닥에 쪼그려 앉더니 겁에 질린 두 눈으로 피범벅이 된 오용철을 바라봤다.“의사 불러! 지금 당장!”“네네! 알겠습니다!”그의 호통에 깜짝 놀란 여비서는 재빨리 의사를 불렀다.오용철은 간단한 응급처치 후 사무실 안까지 한바탕 치우고 나서야 소파에 앉았고 그가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여비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장장님, 주 이사님이 찾아오셨습니다.”겁에 질린 그는 자리에
임현우의 집에 도착하자 그가 손에 큰 칼을 들고 마당에 앉아 약재 더미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뭐 하는 거야?”서준영은 그 모습이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물었고 임현우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이 약재들이 준영 씨에게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아니까 절대 아무도 건드릴 수 없게 지키고 있었어요!”임현우는 가슴을 내리치며 책임감을 과시했다.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어깨를 토닥인 다음 곧바로 약재 몇 자루를 열어보며 상태를 살폈다.“어디서 구한 거야?”“약방을 돌아다니면서 구했어요. 어때요? 괜찮죠?”임현우는 히죽히죽 웃으며 물었다.“괜찮긴 한데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아. 특히 이 몇 자루는 완전히 약효를 잃었어. 아무래도 네가 속은 것 같다.”그 말을 들은 임현우는 화가 치밀어 올라 손에 든 칼을 휘두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이것들이 감히 나 임현우를 속여? 준영 씨, 제가 지금 가서 그 인간들이랑 끝장 볼 거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잠깐.”서준영은 그를 불러세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됐어. 이미 샀으니까 그쪽에서도 인정 안 할 거야.”임현우는 수치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더니 털썩 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준영 씨, 다 제 불찰입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서준영은 재빨리 그를 일으켜 세웠다.“괜찮아, 네 탓 안 했어. 여기서 약 정제하게 솥 몇 개만 구해줘.”서준영은 대량의 약재를 별장에서 정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 이곳으로 왔다.여긴 사방이 모두 작은 마당이고 게다가 주위에는 나이 든 노인들이 살고 있다.아픈 노인이 많은 곳에 한약이 끓고 있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기에 이곳에서 정제하면 불필요한 번거로움과 사람들의 관심을 피할 수 있다.“지금 바로 구하러 가겠습니다.”임현우는 정신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믿을 만한 사람 몇 명을 거느리고 왕복으로 다녀오며 총 15개의 가마솥을 구해왔다.서준영의 설명에 따라 사람들은 마
그 말을 들은 임천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손을 쓰려던 그때 뒤에 있던 어르신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천아! 그만해! 할아버지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 밖에서는 늘 겸손하고 조심해야지! 성질 죽이고 뒤로 물러서거라!”“네, 할아버지.”임천은 그들을 노려보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흰 한복을 입은 백발의 어르신이 몇 걸음 앞으로 나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손자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응석받이로 자란 탓에 그런 거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상대방이 나를 존경하면 나도 상대방을 존경하는 것이 예의라는 말이 있듯이 임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손을 모아 공손하게 답했다.“어르신, 별말씀을요.”곧이어 어르신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전 임씨 의가의 책임자 임장덕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이곳에서 특이한 향이 나길래 누군가 약을 정제하고 있나 싶어 이쪽으로 왔습니다. 혹시 누가 약을 정제하고 있나요? 무슨 약이죠?”임현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그를 훑어보았다.“서준영 씨가 원기단을 정제하고 있습니다.”“원기단이요?”임장덕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의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고 임천도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원기단은 어떤 단약이죠?”임장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임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부하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그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임씨 의가의 책임자 자리에 앉으신 거죠? 잠깐 말씀드리자면 원기단은 우리 서준영 씨가 정제해 낸 단약입니다. 복용하면 장수할 뿐만 아니라 상처 회복에도 아주 유용하죠. 저희 형님이 병원에서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심각하게 두 다리를 다쳤는데 원기단을 먹고 지금은 보시다시피 완벽하게 건강을 되찾았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자랑스럽게 임현우를 바라봤다.“형님, 제 말이 맞죠?”임현우는 그의 머리를 때리며 꾸짖었다.“참견하지 말고 저쪽으로 꺼져!”녀석은 머
서준영이 나타난 순간 임천은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느껴져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저 사람들이 계속 얘기하던 서준영이 당신이야?”임천은 싸늘한 표정으로 시큰둥하게 물었다.“쿵!”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준영의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임천은 반항할 겨를도 없이 발차기에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감히 나를 걷어차?!”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임천은 가슴을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나 서준영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발차기만 맞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죽고 싶어?”임천이 화가 나서 주먹을 날리려고 하자 임장덕이 호통치며 그를 말렸다.“천아! 그만하고 물러서!”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화를 삼켜야만 하는 임천은 뒤로 물러서며 원망 섞인 눈빛으로 서준영을 째려봤다.임장덕은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제 손자가 너무 무례하게 굴었죠? 친구분 다친 건 저희 임씨 가문에서 책임지겠습니다.”서준영은 싸늘하게 쳐다보고선 임장덕에게 아무런 체면도 주지 않은 채 돌아서 임현우를 보며 물었다.“괜찮아?”임현우는 재빨리 일어나며 고개를 저었다.“전 괜찮은데 성철이 다리가...”그들은 말하면서도 임천을 째려봤으나 그는 죄책감을 못 느끼는 듯 오히려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서준영은 담담하게 말하며 임현우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성철에게 다가갔다.부상 상태를 확인한 서준영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수법이 너무 잔인했다!곧이어 그는 하얀 단약 한 알을 성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먹어.”성철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뭐죠?”“여분의 약재로 만든 요상단이야.”성철은 임현우의 눈치를 살폈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약을 건네받아 삼켰다.단약이 뱃속에 들어가자 성철은 몸 전체에 이상한 힘이 맴돌았고 그것들은 경맥을 따라 오른쪽 무릎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같았다.곧이어 피투성이가 된 채 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