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영은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최수영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연우?”좀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서준영의 반응에 최수영은 질투심이 났다.“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거 아니겠어?”서준영은 하연우와 관련된 일로 비겁하게 협박하는 최수영 때문에 머리가 아파 났다.“그래, 말해봐! 당신이 원하는 게 뭐야?”“간단해. 내가 강운에 머무는 동안 나랑 같이 밥 먹고 쇼핑하고 영화도 보는 거야. 당신이 걱정하는 일도, 도의에 어긋나는 행동도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그래, 알겠어.”그녀의 진정한 속셈을 알 수는 없었지만, 하연우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아야 했기에 서준영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최수영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연우가 둘째 삼촌한테 한 달 동안 감금당해서 침실 밖도 못 나오고 있어. 나도 오늘 이 사실을 알고 당신한테 알려주려고 직접 온 거야.”“뭐라고? 연우가 감금을 당했다고?”서준영은 급한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을 뛰쳐나가려고 하자, 최수영이 그를 붙잡았다.“연우를 구하러 용진에 가겠다고?”“당연하지!”“정신 차려! 당신이 낙진과의 싸움에서 졌다고 들었어. 하씨 가문에는 한중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대가, 오너의 경지에 오른 강자들이 많고도 많아! 당신의 실력으로 연우를 무사히 구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준영은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주먹만 힘껏 쥐었다.그는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했다.‘내가 만약 대종사의 경지나 제왕의 경지에 올랐다면 연우가 감금을 당할 일도, 하씨 가문에서 날 막을 일도 없었겠지. 역시 강한 실력이 필요해!’최수영은 서준영의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당신이 연우를 얼마나 아끼고 지금 또 얼마나 구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 하지만 용진의 하씨 가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지금 실력으로 무턱대고 쳐들어갔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할 거야! 게다가 연우가 지금 밖에 나올
성용 리조트.거실 정중앙 소파에 진강오, 조유찬과 오민경이 앉아 있다.조유찬이 미소를 지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강오 도련님, 지난번 부탁드린 일에 대해서 지효 아가씨는 뭐라고 하시던가요?”진강오는 담담하게 답했다.“이미 다 해결했어. 돌아가서 먼저 당신 아내 이름으로 새 회사를 차리고 원씨 가문, 조씨 가문과 각각 협력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조유찬은 감격에 겨워 그대로 무릎을 꿇고 진강오에게 절을 했다.“감사합니다, 강오 도련님!”“일어나, 내 사람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건 그렇고 서준영은 요즘 뭐하고 지내는가?”조유찬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준광약국을 개업해서 사람들을 진료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놈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하연우가 강운을 떠난 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돈을 벌려고 장사를 시작하지 않았을까요?”진강오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은 서준영이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원기단을 팔아서 번 돈으로도 충분히 몇 대가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조유찬과 오민경은 그의 말에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네? 그러면 약국을 차려서 뭐 하려는 걸까요?”진강오는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서준영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놈이 자기 의술의 명성을 높여서 용진 하씨 가문의 관심을 끌려는 거야! 그래야만 용진에 입성해서 하석진을 치료한다는 핑계로 하연우를 만날 수 있잖아. 게다가 하석진의 병이 완쾌만 된다면 하씨 가문에서 당연히 은인으로 모시겠지.”조유찬은 옆에 앉아 있는 오민경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돌려 진강오에게 물었다.“만약 서준영의 명성이 높아지면 도련님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진강오는 코웃음을 치면서 조유찬이 괜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서준영의 명성이 높아지는 걸 내가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지. 조유찬,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을 안 해도 알겠지?”“강오 도련님, 그 어떤 명령이라도 따르겠습니다.”진강오는 조유찬에게
서준영이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주란화는 회사 일을 처리하러 나가고 없었다.그는 침실에서 아직 수련하고 있는 네 명의 대가 중 두 개의 기운이 많이 혼탁해진 것을 느꼈고 오늘 밤 그 두 명의 수련이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이어 자기 침실로 들어간 서준영은 100근이 넘는 영석을 바라보며 이 모든 걸 제련해도 경계를 돌파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몰라, 일단 해봐야지!”서준영은 굳은 결심을 한 후, 바로 가부좌 자세로 바닥에 앉아 체내의 영기를 모으기 시작했다.영석을 제련하면서 나오는 순결한 영기는 서준영 체내의 영기를 따라서 몸속으로 들어갔고 이어 경맥을 타고 그의 몸속 단전으로 모였다.서준영의 몸속 단전에 자리 잡고 있던 황금빛 용처럼 생긴 녀석도 정신을 차리고 단전 주위를 맴돌면서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는 영기를 빨아들였다.30분이 지나서야, 그 녀석은 축구공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쥐어 잡고 단전 한가운데 멈춰 섰다.이어 황금빛 용처럼 생긴 녀석의 몸에서 한 줄기의 황금빛이 새어 나오더니 황금빛 막을 거쳐 황금알로 변했다.그러나 서준영은 몸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감지하지 못한 채 30분 동안 공들여 흡수한 영기가 연기처럼 사라졌다고만 생각했다.30분이 더 지나서야, 그는 단전에 모아졌던 영기로 자기의 경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을 느끼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드디어 경계를 돌파하는 건가?”이제 100근이 넘던 영석도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지난번 제련했던 10근의 영석까지 합하면 경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단전에 있는 녀석이 적어도 50근이 넘는 영석을 흡수한 거였다.하지만 서준영은 이른 시일 내에 경계를 돌파하기 위해 영석을 제련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단전에 있는 녀석이 수억 원 가치의 영석을 집어삼키다니! 그 어떤 무도 유단자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야!’...한편 5명의 공사장 인부가 창백한 얼굴로 배를 움켜쥐고 있는 한 남자를 부축하면서 준광약국으로 들어왔다.“의사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서지강은 얼른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다들 진정하세요, 이건 정상적인 진료 과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보호자들이 이렇게 흥분하시면 제가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어요!”그제야 건장한 남자는 서지강을 놓아주면서 큰소리쳤다.“빨리 진료해요!”서지강은 침착하게 진료를 이어 나갔고 얼마 뒤 건장한 남자에게 말했다.“급성 맹장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약국에는 수술할 장비가 없으므로 가까운 병원으로 가보세요.”그 건장한 남자는 다시 한번 흥분하면서 또 서지강의 멱살을 잡았다.“당신 돌팔이지! 병을 고칠 줄도 모르는 게 무슨 의사야! 만약 내 동료가 잘못되면 내가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건장한 남자는 뒤에 서 있던 몇 명의 인부를 향해 소리쳤다.“빨리 병원으로 옮겨!”그 순간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가 배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숨을 거두고 말았다.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약국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건강한 남자는 숨진 환자에게 달려가 동료의 몸을 필사적으로 흔들면서 외쳤다.“인혁아! 인혁아, 일어나 봐!”옆에 있던 다른 인부들도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형, 인혁이 형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죽은 것 같아요...”건장한 남자가 죽은 동료의 콧김에 손을 대면서 숨을 쉬는지 확인했지만, 아무런 호흡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바로 뒤돌아서더니 서지강의 얼굴을 가격했다.“이 돌팔이야, 네가 인혁이를 죽였어! 오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을 주지 못한다면 이 약국은 물론이고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얘들아, 숨진 인혁이의 복수를 해야지! 얼른 약국을 부숴버려!”건장한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머지 인부들은 약국 안의 캐비닛, 책걸상과 창문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부숴버렸고 놀란 여직원들은 얼른 구석으로 몸을 피신했다.바닥에 쓰러져 있던 서지강은 코피를 닦으면서 일어나서 말리기 시작했다.“그만하세요!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건 엄연한 불법이에요!”건장한 남자는 서지강을
한편 서준영은 별장 침실에서 대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온몸에서 끊임없이 무서운 영기를 뿜어냈고 평범한 인간은 쉽사리 견디지 못할 고통에 얼굴까지 검푸르게 변하면서도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텼다.“기야, 솟아나라!”서준영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거대한 영기가 그의 단전에서부터 분출되어 경맥을 따라 빠르게 온몸에 퍼졌다.그 순간, 그의 온몸이 번쩍이면서 핏줄과 뼈마디 하나하나가 엑스레이를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이어 은은한 황금색 빛이 서준영의 근육, 뼈와 피를 순식간에 뒤덮었고 황금빛 산스크리트어 같은 글자들이 그의 몸을 둘러싸고 계속 맴돌다가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만약 외부인이 함께 있었다면, 빠르게 변화되는 서준영의 몸 상태에 놀라서 기겁했을 정도였다.그제야 서준영은 감고 있던 두 눈을 떴고 그와 동시에 두 눈에서 황금빛 레이저가 뿜어져 나와 별장 전체를 뚫고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온 별장을 가득 채운 서준영의 거친 숨결에 다른 방에서 함께 수련 중이던 네 명의 대가도 일제히 놀라 눈을 떴다.“대단한 힘이에요!”“대가의 경지? 누가 성공적으로 대가의 경지를 뚫었죠?”“아니에요, 이건 분명 평범한 대가의 힘을 넘어서 대가 완성의 경지에 이른 것이 분명해요.”네 명의 대가는 잇달아 수련을 멈추고 침실을 나와 서로를 바라보고는 일제히 서준영의 방으로 시선을 돌렸다.윤민상이 감격에 겨워 먼저 입을 열었다.“서 선생님이 무시무시한 경계를 돌파했어요!”조진웅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거들었다.“내가 평생을 노력해서 겨우 달성한 경지를 이 어린 나이에 오르다니 정말 놀라운 실력이에요!”칠보루에 있던 두 명의 대가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서 선생님은 정말로 뛰어난 천성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너무 기대돼요!”“우리가 서 선생님을 따른 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에요!”윤민상과 조진웅은 두 대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의 태도를 보였다
서준영은 가만히 앉아서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영기를 가라앉히고 경계를 공고히 한 후에야 눈앞의 영석을 바라보았다.‘대가의 경지에 오르려고 70근이 넘는 영석을 정련하다니!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더 많은 양의 영석을 제련해야 하는 걸까.’그는 앞으로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더 엄청난 양의 영석과 천지묘약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피가 저릿해 났다.서준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대고 맹세했다.“연우아, 이른 시일 내에 반드시 오너의 경지에 도달해서 널 구하러 갈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때가 되면 당당하게 너희 가문에 가서 할아버지의 병을 고쳐주면서 너와의 결혼 얘기를 꺼낼게. 만약 하씨 가문에서 우리의 결혼을 반대한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허락을 받아낼 생각이야.”그가 일어나려는 찰나 눈앞이 번쩍이더니 소울랜드에 관한 지도가 다시 나타났다.전체가 검은 안개로 뒤덮였던 전과 달리 이번에는 지도의 9분의 1이 드러나 있었다.“동남해 쪽?”서준영은 지도를 꼼꼼히 드려보다가 동남해 방향으로 가는 쪽에 또 하나의 마귀해라는 랜드마크가 표시된 것을 발견했다.‘여기는 어디란 말이지? 9분의 1밖에 드러나지 않은 지도에서 뭐부터 찾으라는 거지?’한참 동안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던 그는 열쇠 표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건 열쇠를 찾으러 가라는 건가? 소울랜드에 열쇠가 필요한 곳이 어디지?”서준영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자기 실력을 키워서 용진에 있는 하연우의 할아버지를 치료하고 그녀와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정신을 차린 그는 그제야 서지강에게서 열몇 통의 부재 전화가 걸려 왔었다는 것을 발견했다.서준영이 서지강에게 연락하려는 순간, 서지강에게서 또다시 연락이 왔다.“지강 씨, 무슨 일이에요?”전화기 너머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울부짖는 소리와 거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서지강은 울먹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사장님, 빨리 약국으로 와주세요! 사고가 났어요...”서
서준영은 바로 전화를 끊고 별장을 나오다가 네 명의 대가가 문을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저 대신 문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 나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조진웅이 웃으면서 물었다.“서 선생님을 위해 저희가 문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급하신 일인 것 같은데 저희도 같이 갈까요?”서준영은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의 호의를 사양했다.“괜찮습니다. 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니 네 분은 경계를 돌파하는 데 집중해 주십시오. 저도 여러분들이 더 빨리 경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구영 법진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네 명의 대가는 크게 감격하면서 허리 굽혀 고마움의 표시를 했다.“서 선생님, 감사합니다!”이어 네 명의 대가는 다시 각자의 침실로 돌아가 문을 닫고 수련에 매진했고 서준영도 남은 영석을 이용해 별장 주위에 구영 법진을 만들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차를 몰고 별장을 빠져나와 준광약국으로 향했다.약국을 에워싸고 있던 구경꾼들은 자초지종을 듣고 인부들의 편을 들면서 너도나도 한마디 했다.“오늘 개업한 약국 아니에요? 벌써 이 사달이 난 거예요?”“맞아요, 첫날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누가 감히 오겠어요!”“요즘 의사들은 정말 생명을 하찮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슨 병이든 일단 쓸데없는 검사들만 엄청 많이 하게 하고 간단한 약 처방만 내려주잖아요!”“맞는 말이에요, 이런 약국이 버젓이 영업하게 두어서는 안 돼요! 여기 사장은 마땅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해요!”조유찬과 오민경은 멀지 않은 곳에 포르쉐를 주차하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흥미진진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오민경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여보, 이 정도로 시끄러우면 약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는데?”조유찬도 그녀의 말에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연우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놈이 감히 우리 강오 도련님한테 도전장을 내밀려고 하다니! 채의사니만테 먼저 연락해 볼게.”“그래, 빨리 연락해 봐!
구경꾼들은 생각지도 못한 폭력적인 장면에 너도나도 놀랐다.하지만 탁하는 소리와 함께 몽둥이가 허공에서 강한 힘에 의해 공격을 멈췄다.건장한 남자는 자기의 공격을 방해하는 서준영을 향해 소리쳤다.“누구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서준영도 굳은 표정으로 건장한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이 약국의 사장 서준영입니다.”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잡고 있던 몽둥리를 단번에 두 동강 내버렸다.강한 힘에 놀란 건장한 남자는 뒤로 한 발 물러서면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서준영을 쳐다봤다.“네가 이 약국 사장이야? 당신 직원이 내 동료를 제때 치료 못 하고 시간만 끌다가 죽였어. 당장 10억 원의 배상금을 내놔!”서준영은 뒷짐을 지면서 전혀 흔들림 없이 답했다.“좋아요, 당신이 얘기한 10억 원을 드릴게요.”건장한 남자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서준영을 바라봤고,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우리 사이에 아직 결산할 것들이 남은 것 같은데요.”“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당신들이 난장판 만들어 놓은 이 약국을 장식하는데 2억 원 정도가 들었죠. 그리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약재들만 해도 1억 6천 만 원이 넘고 당신이 지금 밟고 있는 설령지라는 약재는 엄청 귀한 거라 가격이 2억 원 정도 하죠. 이것저것 가격을 따지면 적어도 20억 원 정도는 나오겠네요.”서준영은 숨을 한번 고르더니 인부들이 물어내야 할 배상금을 계속 말했다.“서지강 씨가 심각하게 다친 걸로 보아 병원비가 적어도 6억 원 정도 나오지 않겠어요? 게다가 우리 여직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도 보상해야죠. 당신들은 이런 것들을 따져본 적이 있어요?”건장한 남자의 옆에 있던 한 인부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금액의 피해 보상금에 머리를 움켜쥐었다.“형, 저놈이 말한 대로 우리가 진짜로 다 보상해야 하나요?”건장한 남자는 그 인부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면서 화냈다.“그런 걸 왜 걱정하고 있어, 저놈 꾀에 넘어가지 마!”이어 그 남자는 서늘한 표정으로 서준영을 노려보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