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웅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승철이 형,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모델 일이 확정되면 하연우 씨한테 감사의 뜻으로 밥 한 끼 사는 건 별문제 없잖아요?”고승철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이 잠겼다가 말을 이어갔다.“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일은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넌 지금 쥐 죽은 듯이 있어. 인터넷에서 여성 팬들한테 찝쩍대지 말고. 성격이 강직하거나 인기를 얻고 싶어서 안달이 난 여자애들 만났다가 인터넷에 널 폭로하면 어쩌려고? 그때가 되면 정말 끝장이야.”“알았어요. 형 말이 맞아요. 고치면 되잖아요.”웃으며 말하는 허재웅을 보고 고승철은 눈을 흘겼다.‘허재웅 이놈은 잘생기고 똑똑하긴 한데. 온통 여자들한테 어떻게 대시하고, 어떻게 놀고 잠자리를 할 생각뿐이니... 안 그러면 크게 성공할 인간인데 말이야.’...회의실 안, 두 번째 회의가 시작되었다. “하 대표님, 결정하세요. 모델을 바꿔야 합니다.”“맞는 말이에요. 회사를 위해서도 대표님을 위해서도 빨리 결정하셔야 합니다.”“한설아는 유일한 선택이 아니에요. 홍보팀에 추천한 그 허재웅도 나쁘지 않던데요. 여성 팬들도 많고 그 사람을 모델로 한다면 우리 제품도 대박 날 거예요.”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들어댔다. 그 와중에 정인호의 지시하에 누군가 허재웅의 이름을 거론했다.하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한소현에게 물었다.“허재웅이 누구야?”그녀는 냉큼 허리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가씨, 허재웅은 얼마 전에 스캔들이 났던 남자 연예인이에요. 잘생긴 건 맞지만 품행이 올바르지 않아요.”하연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누가 허재웅을 추천한 건가요?”바로 이때, 임원 한 명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대표님, 접니다. 전 허재웅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인기도 있고 화제성도 있고 팬도 있고. 중요한 건 잘생겨서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정인호를
서준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실 안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어머, 우리 서준영 씨 아닌가요? 오늘은 어쩐 일로 왔어요?”“서준영 씨, 지금은 회사 내부 회의 중입니다. 당신이 함부로 낄 자리가 아니에요. 허튼소리 그만하고 당장 나가요.”“한설아가 곧 도착한다고요? 우리랑 계약하러? 참 웃기는 말이네요. 회사에서 그쪽과 몇 번 얘기를 나눴어도 결과가 없었어요. 무슨 근거로 이런 막말을 하는 거예요?”순식간에 주주들과 임원들은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그를 조롱했다. 서준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온다고 했으면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정인호는 자리에 앉아 서준영을 쳐다보며 웃었다.“서준영 씨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체면은 세워줘야 하지 않겠어요? 10분만 더 기다려보죠. 10분 후에도 만약 한설아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하 대표님, 그때는 모델을 바꿔야 하지 않겠어요?”하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래요, 정 이사님 말대로 하죠.”그러고 나서 그녀는 서준영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갑자기 여긴 웬일이야? 아직 회의 중이야. 잠깐 나가서 기다릴래?”“한설아 광고 모델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왔어.”그 말을 들은 하연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정말이야? 농담하는 거 아니고?”서준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아니, 나 방금 문자 보냈었는데 못 받았어?”“문자?”하연우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는 한소현을 쳐다보았다. 흠칫하던 한소현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가씨, 저도 몰라요. 방금 스팸 문자가 있어서 제가 다 삭제해버렸어요...”하연우는 그녀를 노려보며 꾸짖었다.“다음부터 네 멋대로 하지 마.”“네, 아가씨. 잘못했습니다.”그녀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고는 서준영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서준영 다 이 인간 탓이야. 안 그러면 아가씨한테 꾸중을 들을 일도 없잖아.’약 10분 후,
순식간에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문 앞에 서 있는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설아?”“정말 한설아야?”“정말 왔다고? 이게 무슨 일이지?”회사 임원들은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어떤 남자가 미인을 좋아하지 않겠는가? 특히 한설아와 같은 톱스타는 얼굴도 예쁘고 우아하고 그야말로 남자들의 여신이었다. 사석에서 그들은 한설아의 팬이었다. 지금 이 순간, 한설아가 회의실 입구에 나타나자 많은 사람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한편, 문창호 등 여러 주주는 안색이 극히 어두워졌다. ‘서준영이 정말로 한설아를 데려올 줄은 몰랐네...’한설아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하연우를 향해 우아하게 악수를 청하였다.“안녕하세요, 하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하연우 역시 손을 뻗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다음 순간, 한설아가 서준영을 향해 쳐다보며 입을 삐죽거렸다.“서 선생님이 아침 일찍부터 병원으로 찾아와 계약서 얘기를 한 이유가 있었네요. 하 대표님 같은 미인이라면 어느 남자가 좋아하지 않겠어요?”서준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갑자기 옆에서 싸늘한 눈길이 느껴졌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하연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서준영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준영, 한설아 님과 친해? 이따가 내 사무실 와서 똑똑히 설명해 봐.”분명 질투하는 것이었다. 처음 만난 두 여인은 겉으로 보기에 오랜 친구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의 눈빛에는 여자들만 알 수 있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한설아는 웃으면서 시원시원하게 말했다.“하 대표님, 저 계약서 쓰러 왔어요. 여기서 쓰면 되는 건가요?”그 말에 하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소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소현아, 당장 계약서 준비하고 한설아 씨 모시고 VIP 실로 가서 계약서 써.”“네.”한소현은 들뜬 표정을 지으며 한설아를 VIP 실로 안내했다. 그러나 한설아는 조급해하지 않고 서준영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서
하연우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문창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옆에 있는 정인호를 쳐다보았고 결국 서준영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이내 일어나서 원망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한설아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준영을 향해 손짓하며 웃었다.“서 선생님, 연락 기다릴게요.”질투심이 불타오른 하연우의 차가운 기운을 느끼게 된 서준영은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망했다. 한설아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서준영은 한숨을 쉬고 마지못해 하연우를 따라 사무실로 향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하연우는 그를 벽으로 몰아세우며 뚫어지게 그를 쳐다보았다.“한설아랑 무슨 사이야?”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서준영은 공격적인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아무, 아무 사이 아니야. 한설아 씨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내가 구해준 것뿐이야...”“네가 구해줬다고?”깜짝 놀란 하연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인터넷에서 말하는 그 신의야?”서준영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식은땀을 흘렸다.“아마도...”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역시 이 하연우가 선택한 남자는 달라도 뭐가 다르다니까. 우리 쭌영이 대단해. 한설아 같은 톱스타도 다 구해주고. 너 여자들한테 인기 많아. 혹시 한설아 좋아해?”그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내가 왜 한설아를 좋아해, 난 연우 너 때문이야.”그 말에 하연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팔짱을 끼었다.“정말? 거짓말 아니고? 한설아가 좋으면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난 별로 신경 안 써. 한설아는 예쁘고 톱스타잖아. 어떤 남자가 그런 여자를 좋아하지 않겠어?”하연우는 손으로 S라인을 그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맹세할게. 나 서준영은 연우 너 한 사람만 좋아할 거야.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천벌 받을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갑자기 서준영의 얼굴을 잡고는 발을 들고 그에게 키스했다. 그 순간, 서준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따
두 사람의 키스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숨이 막힐 정도였다. 바로 이때,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아가씨, 아! 저 못 봤어요. 아무것도 못 봤어요.”모퉁이에 기대어 키스하는 두 사람을 본 한소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가리고 사무실을 뛰쳐나가다 문틀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하연우는 놀란 토끼처럼 얼굴이 빨개져서 급히 서준영을 밀치고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났다.“아악, 창피해 죽겠어...”그녀는 너무 민망스러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미쳤지. 서준영과의 키스라니. 그것도 사무실에서 한소현한테 들키기까지 하고.’지금 이 순간, 하연우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편, 그 자리에 서서 좀 전의 키스를 떠올리던 서준영은 기분이 묘했다. 특히 그의 손은 아직도 허공에 떠 있었다. 방금 하연우의 볼록한 가슴까지 딱 한끗 차이였다... ‘아쉽네...’“들어와.”하연우는 슬그머니 웃는 서준영을 노려보며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이마 한쪽이 빨갛게 부어오른 한소현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아가씨, 한설아와 이미 계약 마쳤어요.”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이상했고 공기 중에 또 다른 특별한 향이 있는 것 같았다. 한소현은 소파에 앉아있는 서준영을 노려보았다.‘마음 같아서는 저 인간을 죽이고 싶단 말이야. 감히 아가씨한테 키스해? 용진 하씨 가문의 딸에게 키스하다니. 아가씨도 참, 어떻게 서준영 같은 저런 인간한테 홀딱 반해버려서는...’하연우는 계약서를 받아쥐고 대충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홍보팀에 연락해 준비하라고 해.”“네, 아가씨.”대답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리고는 서준영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서준영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내가 소현 씨한테 뭐 실수라도 했어?”하연우는 눈을 흘기며 입을 삐죽거렸다. “네가 나한테 키스해서 그런 거잖아. 안 그러면 소현이가 머리를 부딪힐 일도 없었겠지.”머릿속에 조금 전의 장면이 떠오른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서준영은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아가
자그마치 모델료가 60억짜리 광고였다. 그걸 이렇게 잃게 되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 말에 정인호는 눈빛을 반짝거렸다.“서준영에 관한 자료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겨도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 알겠어요?”“정 이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이사님한테 폐 끼치는 일 없을 겁니다.”허재웅은 차갑게 웃으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를 나온 서준영이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고 있는 데 갑자기 빨간 포르쉐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차창을 내리자 옅은 화장을 한 예쁜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고 그녀가 서준영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준영 씨, 어디 가는 거야? 내가 데려다줄까?”“안윤아?”서준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차에 올라탔다. 하얀색 튜브톱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하얀 피부에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 위에 핑크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긴 다리에는 이니셜이 달린 검은 스타킹을 두르고 있었고 보일 듯 말 듯 하는 살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였다. 발에는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젊고 발랄한 느낌이었다. 서준영은 그냥 힐끗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늘 스타일리시한 사람이었고 트렌드를 앞서가는 사람이었다.“예뻐?”서준영의 시선을 눈치챈 안윤아가 웃으며 물었다. 그 또한 전혀 인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뻐, 되게 스타일리시해 보여.”그녀가 갑자기 장난스럽게 말을 내뱉었다.“만지고 싶어?”“어? 뭘 말하는 거야?”얼떨떨해진 서준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스타킹을 신은 안윤아의 긴 다리 위로 향해 있었다.부드러운 실루엣에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다리였다. “당연히 다리지. 남자들은 여자들이 검은색 스타킹 신은 거 좋아하잖아. 허벅지 만지고 스타킹 찢고 그러는 거 아니야?”안윤아는 장난스럽게 히죽히죽 웃었다. 그 말을 들은 서준영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
당황한 안윤아는 급히 입을 열었다.“준영 씨, 이제 어떡해?”서준영은 안윤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차에 있어. 내가 나가볼게.”말을 마친 그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포르쉐 앞쪽을 확인해 보니 거의 폐차해야 할 상태였고 수리한다고 해도 수리비가 최소한 1억은 나올 것 같았다. “젠장, 도대체 차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우리를 죽이려고 한 거야?”다섯 명의 건장한 사내 중, 성깔이 있는 한 사내가 손에 있는 스패너를 휘두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들은 왜 급정거를 한 건데?”그 사내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급정거하는 거 좋아해서 그래. 왜? 뒤에서 차를 박은 자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거 알지? 당장 돈 내놔. 2천만 원 내놔.”“2천만 원?”서준영은 피식 웃으며 그들의 뒤에 있는 낡은 봉고차를 쳐다보았다.“이 차 4, 5백만 원밖에 안 할 것 같은데. 감히 2천만 원을 내놓으라고?”“이봐, 좋게 좋게 말할 때 돈 내놓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어.”“그러게, 말이야. 저렇게 좋은 차 타면서. 2천만 원 정도는 당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 당장 내놔.”“어쭈, 차에 여자도 있었어? 우리한테 넘길래?”순식간에 다섯 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차에서 내리는 안윤아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안윤아를 향해 말했다.“나오지 말라고 했잖아.”“준영 씨 걱정돼서. 달라는 대로 다 줘.”“2천만 원.”“뭐? 2천만 원?”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서준영의 말에 안윤아는 화가 났다. 그녀는 두 손으로 허리를 잡고 씩씩거렸다.“우리 왜 2천만 원을 내놓아야 하는데? 내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렇지, 당신들이 뭔데? 내가 당신들한테 돈을 줘?”“당신이 우리 차를 뒤에서 박았어. 그럼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잖아.”그 남자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당신들 지금 시비 거는 거야?”안윤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호통쳤고 생각하면 할수록 화
“한용범?”서준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불러와.”“너 이 새끼, 계속 나댄다 이거지? 딱 기다려.”남자가 큰소리로 호통치더니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하더니 울며 고자질했다.“용범이 형님, 일 처리 하다가 시비 털렸습니다. 지금 애들 몇이 당했어요.”“뭐라고? 누가 감히 내 관할 구역에서 내 사람한테 손을 대? 내 이름 댔어?”한약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여자를 꼬시던 한용범이 대뜸 화를 냈다.“말했습니다. 근데 아예 무서워하지 않고 하더라고요.”“지랄. 이렇게 날뛰는 사람이 있다고? 어떤 새끼야? 차는 어떤 거 끌고 다녀?”한용범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를 무서워하지 않을 만한 사람은 그래도 뒷배가 조금은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잘 확인하고 움직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형님, 그냥 포르쉐 한대 끌고 왔는데 운전은 어떤 여자가 하고 나대는 건 남자예요. 보기엔 찌질해 보이고 별 볼 거 없어요. 그냥 여자한테 빌붙은 기생오라비 같아요.”바닥에 드러누운 남자가 빠르게 대답했다.이를 들은 한용범이 불같이 화를 냈다.특히 기생오라비라는 말을 듣고는 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왜냐면 머릿속에 바로 서준영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젠장, 왜 또 기생오라비야. 이런 쓸모없는 새끼들, 자기 손으로 돈벌이해서 잘먹고 잘 살 생각은 왜 못하는 거지? 꼭 그렇게 기생오라비가 돼서 남자들 자존심 깎아 먹을 필요 있나?”한용범은 성질을 내며 말했다.“그 기생오라비한테 전해. 용범이 형님 지금 바로 간다고. 준비 잘하고 기다리라고 해.”이 말을 뒤로 한용범은 전화를 끊고 손에 들었던 컵을 부수며 몇몇 부하에게 말했다.“연장 챙기고 백당가로 가자.”…서준영은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를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한용범이 지금 온다고?”남자가 음침하게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넌 끝났어. 지금 이렇게 설칠 수 있겠지만 용범이 형님 오면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거야.”“형님이 그러던데?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