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옥이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쌤통이야!”부성웅의 얼굴에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이상 하숙민이 가성섬에서 아이를 낳은 전부 과정이다. 하숙민은 부성웅과 함께하고 싶었고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었다. 하지만 진문옥이 버티고 있는 한 두 사람은 절대 불가능했다. 진문옥은 가까운 곳에서 하숙민을 감시하기 위하여 하숙민도 남성으로 데려왔지만 부씨 저택에는 머물게 하지 못했다.부씨 집안에는 하숙민의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부성웅과 진문옥은 하숙민과 그녀의 아이를 영원히 인정하지 않았다. 부소경이 부씨 성을 따를 수 있었던 것도 서씨 집안 어르신이 직접 나서서 얘기한 덕이었다.이렇게 한 남자와 두 여자의 풍파가 서씨 집안 어르신의 강제적인 진압 끝에 드디어 조용해졌다. 남성으로 돌아온 후 서씨 집안 어르신은 하숙민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하숙민은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했고 심지어 아버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그녀는 약속대로 아들과 함께 남성에서 사는 십여 년 동안 부씨 저택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부성웅을 사랑했지만 되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아들 부소경은 그 어떤 상속권도 갖질 못했다. 부소경이 열몇 살이 된 후 하숙민은 아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 다신 돌아올 수 없었다.해외로 나가는 순간까지 하숙민은 그 누구에게도 또 다른 아들이 가성섬에 남아있다는 걸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얘기하지 않은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바로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하여.하숙민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작은아들을 그리워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녀는 아무리 속상하고 슬퍼도 그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가 없었다. 설령 아들에게도 말이다.사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전부 눈에 새겨두고 있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 일은 숨기고 숨겨 하숙민이 중병으로 앓아누울 때까지 감춰졌다.부소경은 어머니가 부씨 본가로 가고 싶어 하고 부씨 집안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슬픔과 그리
부소경은 이 세상에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병실에 있던 서씨 집안 어르신은 하숙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서씨 집안 어르신은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했었다. 그는 직접 가성섬으로 가 하숙민이 그 섬에 남기고 간 아이를 확인했다. 그 아이가 바로 반가의 넷째 도련님으로 꽤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부소경과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던 그 아이에게 은근히 부성웅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오히려 하숙민을 더 많이 닮은 듯 닮지 않아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서씨 집안 어르신은 그 아이가 풍기는 분위기가 하숙민과 아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아이 역시 하숙민처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어딘지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조용히, 하숙민에게 그 아이가 잘 있노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귀띔해 준 적이 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또 하숙민에게 인제 그만 그 아이는 잊고 다시는 거론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래서 하숙민이 죽는 그날까지, 서씨 집안 어르신은 하숙민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끝내 그걸 숨겼다. 그 사실이 밝혀지기만 하면, 남성과 가성섬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소경이 앞으로 할 일을 자기 힘으로 막을 수 없고, 그가 해외에서의 세력이 얼마나 큰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부소경이 가성섬에 가리고 결정을 내린 것도, 서씨 집안 어르신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 뒤로는 서씨 집안 어르신의 모든 정신이 임시아에게 쏠렸고 그는 점점 공정성을 잃어갔다. 아마도 연세가 많아진 탓인 듯 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약속을 지켰고 한 번도 그 비밀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무덤까지 가지고 들어갔을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외손녀를 지키기 위해, 결국 자신의 원칙을 저버렸다. 그는 부소경이 손쉽게 가성섬을 장악하고, 또 가성섬 최강의 적을 바다 밑 터널로 몰
서씨 집안 어르신이 부소경에게 지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임서아네 가족은 그 앞에서 계속 듣고 있었는데, 세 사람의 표정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특별한 비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을 때 세 사람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특히 임서아가 그랬다. 그녀는 부소경이 힘들이지 않고 가성섬을 그의 수중에 들이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의 능력과 세력은, 임서아의 외할아버지와 구성훈이 힘을 합쳐도 상대도 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만약 부소경이 그녀의 외할아버지 마저 안중에 두지 않는다면, 그녀의 집은 부소경의 손에 박살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이 전해주는 하씨 집안, 반씨 집안과 부씨 집안의 지난 이야기를 절반쯤 들었을 때부터 주름졌던 미간이 점점 펴졌다. 그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손에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부소경이 분명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아서라도 이제는 자기 식구들에게 손님 대접을 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서씨 집안 어르신이 모든 과거를 다 털어놓고 나서야 임서아는 자기 외할아버지가 부소경과 그의 어머니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서아는 한 가지 사실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부소경이 절대 서씨 집안 어르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른신이 자기 집안을 위해 나서주기만 한다면, 부소경은 절대 자신을 해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임서아가 그 어떤 도를 지나치는 일을 벌이더라도, 부소경은 절대 임서아의 목숨을 위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생각 만으로도 기분이 붕 뜨는 것 같았다. 임서아는 신세희에게 도발하는 눈빛을 보내며 그녀에게 명령적인 어조로 말했다. “신세희, 나한테 빨리 사과 안 해?”자기 남편과 시어머니의 지난 일을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신세희 역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차분한 태도로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
임서아의 볼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너...”신유리가 고개를 젖혀 가며 웃어댔다. “히히, 임서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지금 더 예뻐졌잖아. 아까는 삐쩍 마른 해골 같아서 진짜 진짜 못생겼었는데, 나한테 맞고 나니까 아까보다는 나아졌어. 어때, 고맙지?”“신... 신유리 너 내가 죽여...”임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가 신유리를 끌어와 품에 안았다. 곧이어 부소경이 신세희의 품에 있는 신유리를 자기 쪽으로 데려갔다. 임서아는 손을 들어 허공에 띄운 채로 감히 내려치지는 못하고 서있었다. 부소경이 자기 외할아버지로 인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는 여전히 신유리의 몸에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임서아와 다르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소경을 보며 버럭 화를 냈다. “소경아. 네가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유리는 네 아이야. 바르게 키우려면 어렸을 때부터 잘 가르쳐야지! 저리도 독한 어미를 닮은 것도 모자라, 네 아이 앞길을 네가 망치려는 작정이야?”진심으로 부소경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소경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생각했다. 부소경은 당장이라도 임서아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의 말씀이 그의 가슴에 쿡 박혔다. 부씨 집안을 놓고 말하든, 하씨 집안을 놓고 말하든, 어쨌든 이번 생에는 서씨 집안 어르신을 공경하지 않을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세희가 모욕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할아버님, 제가 할아버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할아버님께서는 공정하신 분이기 때문이에요. 전...”부소경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가 부소경의 손을 잡더니 그의 말을 자르고 자신이 말을 이었다. “어르신, 제가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묻어뒀던 얘기가 있어요. 하지만 오늘 일에 제 남편까지 개입되었고, 또 제 남편이 어르신
“헛소리 지껄이지 마!”신세희의 말을 들은 허영이 벌떡 일어나며 신세희를 노려보았다. 임지강 역시 신세희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찌르기라도 할 듯 삿대질하며 말을 이었다. “이 염치도 없는 년이, 어디 부끄러운 줄 모르고...”“슥-”부소경은 어느샌가 짧지만 날카로운 단도를 꺼내 들고 서 있었다. 4, 5센티미터에 불과한 단도는 한없이 시린 냉기를 뿜어내고 있는 듯했고, 위에는 한 방울의 피도 묻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희를 가리키고 있던 임지강의 손가락은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부소경의 동작이 어찌나 빠르고 깔끔했는지, 손가락을 잘린 당사자가 미처 그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임지강이 알아차렸을 때 부소경은 이미 신유리의 귀를 손으로 막고 아이를 품에 가둬 신유리가 그 잔인한 장면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도록 한 뒤 신유리를 안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때 임지강의 처절한 울부짖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내 손가락, 내 손가락이 잘렸어...”부소경은 이미 방을 벗어난 뒤였다. 그는 품에 안긴 신유리를 밖에서 지키고 있던 엄선우에게 맡겼다. 그에 엄선우가 긴장하며 물었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부소경이 제법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그는 이제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두려워할까, 그것이 걱정 될 뿐이었다. 부소경은 자기 딸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소경은 꼬마 숙녀인 신유리가 이미, 이런 장면에 퍽 익숙해져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엄마를 따라 도망치던 5년 동안, 아이는 큰 세상은 보지 못했지만, 엄마를 지키기 위해 꽤 자주 다른 사람과 싸움에 휘말리곤 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서도, 신유리는 전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신유리는 오히려 해맑은 태도로 부소경에게 말했다. “아빠, 잘 때렸어요! 그 망할 임씨 영감탱이, 내가 진작에 때려버리고 싶었는데. 이번엔 준비가 잘되지 않았으니까, 다음엔 내가 갈고리를 두 개 가져올게요
우리 집 듬직이: ... 그래! 내가 못 하는 게 아니고, 아까워서 안 하는 거야.우리 집 예쁜이: 그러니까 오빠, 순순히 말해. 신세희 씨 위험한 건지, 아닌지.우리 집 듬직이: 위험하다면, 네가 어떻게 할 건데?우리 집 예쁜이: 서씨 영감이 감히 신세희 씨를 모함한다면, 나랑 정아가 가만두지 않을거야! 누구 할아버지든, 알 게 뭐야!우리 집 듬직이: ...우리 집 예쁜이: 그리고, 임씨 집안이 가성섬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이젠 돌아왔잖아. 신세희 씨랑 부소경 씨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지만, 나랑 정아는 할 수 있어.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집안사람들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우리 집 듬직이: ...한참이 지나서야 엄선우는 엄선희의 카카오톡에 답장했다. 우리 집 듬직이: 걱정하지 마. 대표님과 신세희 씨가 너희들 우정 생각해서라도 절대 너희들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하게 놔두지는 않을 테니까. 대표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신세희 씨 안전하게 모실 거야. 신세희 씨 원수들도 용서하지 않을 테고. 너희들은 그냥 쇼핑이나 하면서 놀면 돼.엄선희가 웃는 이모티콘을 줄줄이 보내왔다. 우리 집 예쁜이: 헤헤헤. 오빠, 난 사실 신세희 씨랑 윤희 언니랑 쇼핑하는 게 제일 좋아. 예쁜 옷도 많이 사주고, 내 돈 안 써도 되잖아. 그리고 점심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로 먹고. 나 유리랑 음식 뺏어 먹는다, 히히. 우리 집 듬직이: 이 식충아! 먹는 얘기만 나오면 다른 건 다 까맣게 잊지.우리 집 예쁜이: 아, 맞다, 오빠. 부소경 씨랑 신세희 씨, 안에서 서씨 영감이랑 얘기 중이라며, 유리도 안에 없고. 그러면 유리 먼저 데려와. 나랑 정아랑 같이 좀 놀게. 두 주일 넘게 못 봤더니, 보고 싶어. 우리 집 듬직이: 난 보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우리 집 예쁜이: 오빠가 왜 보고 싶어. 오빠가 애교가 있기를 해, 목소리만 들어도 힐링이 되기를 해, 귀엽고 발랄하기를 해?우리 집 듬직이: ...사촌 동생에게 팩트 폭행을
엄선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99%의 가능성으로, 아마도.”이제 6살이 꼬마는 99%가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신유리가 또다시 물었다. “임씨 할아버지, 대체 저희 엄마의 아빠가 맞아요, 아니에요?”엄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가 말을 마치기 바쁘게 신유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까까지도 전사처럼 엄마를 지키겠다면서 ‘임씨 할아버지’의 코에 갈고리 두개를 끼우겠다던 꼬마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궜다. “왜 그래, 공주님?”엄선우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신유리는 누구보다 슬픈 얼굴로 울고 있었다. “왜요? 선우 삼촌, 왜 그런 거예요? 아빠면, 자기 딸은 누구보다 아껴줘야 하는 거잖아요. 우리 아빠처럼요. 근데 우리 엄마의 아빠는 왜 엄마를 예뻐하지 않고, 엄마 원수의 편을 들어요? 왜요? 흑흑흑... 선우 삼촌,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6살 꼬마 아이의 세상은 꽤 단순했다. 그래서 어른들 세상의 사악함과 냉혹함은 모르고, 아빠는 딸을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는것 만 알았다. 엄선우는 그제야 자기가 한 말들을 후회했다. 그는 곧바로 신유리를 달래기 시작했다. “미안해, 미안해요, 공주님. 삼촌이 말이 헛나왔어. 삼촌이 잘못 생각했어. 그 임씨 할아버지, 엄마의 아버지가 아니라, 원수야, 원수. 삼촌이 잘못 알았어. 유리가... 삼촌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그래요.”꼬마 아가씨가 그 순간 울음을 멈추고는 다시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신유리는 쉽게 사람을 용서했다. “근데...”하지만 빨리 용서해 주는 것만큼, 꼬마 아가씨에게는 조건이 있었다. “선우 삼촌은 나랑 같이 뾰족한 갈고리를 만들어야 해요. 저 꼭 임씨 할아버지 코를 꿰고 끌고 다닐 거예요. 내가 잡아당기면, 그 사람은 아프게.”‘꼬마 아가씨야. 우리 공주님아. 네 외할아버지를 돼지처럼 끌고 다닐 작정인 거니? 하긴, 네 그 천벌 받은 외할아버지는, 돼지도 아까운 사람이기는 해. 당해도 싸!“그래!”엄선우가
부소경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사과도, 그 어떤 변명도 없이.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가만히 서서 뭐 해? 빨리 내 손가락 좀 찾아봐...”임지강은 감히 부소경에게 아무것도 따지지도 못하고 멍해 있는 허영을 향해 호통을 쳤다. 허영은 그제야 꿇어앉아 끊어진 손가락을 찾기 시작했다. 이내 창백해진 손가락을 찾아낸 허영이 말했다. “찾았어... 여보, 찾았어요.”“버려요!”부소경이 명령적인 어투로 말을 툭 내뱉었다. “들어와!”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건장한 사내가 들어왔다. 공항에서 임씨 집안 사람들을 호송하던 용병 중의 한 명이었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용병이 공손한 태도로 부소경에게 묻자,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임 사장 사모님 손에 있는 잘린 손가락, 물고기 먹이 하게 한강에 던져버려.”잔인한 말을 내뱉는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무표정함은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금방까지 부씨 집안과 반씨 집안의 이야기를 전했던 서씨 집안 어르신도 부소경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이때, 허영이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부... 부 대표님.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시면... 지강 씨는 딸을 교육하는 차원에서... 세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었어요. 부... 부 대표님, 저희가 잘린 손가락을 가지고 병원으로 가 붙일 수 있게, 한 번만 봐주세요...”“지금 당장 손에 들린 손가락을 가져다 한강에 버려!”부소경은 허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평온한 눈빛으로 용병에게 명령했다. “네, 대표님!”그러자 용병은 곧 부소경의 명령에 따라 허영의 손에서 손가락을 빼앗아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룸을 나섰다. “내 손가락...”그 모습을 보며 임지강이 울부짖었고 허영과 임서아는 공포에 떨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잔뜩 기고만장해 있던 임서아는 두려움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아버지를 위해 부소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