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성웅이 가성섬을 떠나면서 모든 건축 시설과 공장 등을 전부 남성으로 철수하려 한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성웅은 가성섬을 망가뜨릴 생각은 없었고 게다가 반영훈과 완전히 갈라설 생각도 없었다.어쩌면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부성웅도 바보가 아닌 이상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다.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미 계산이 선 얼굴로 반영훈을 쳐다보았다. 반영훈만 허락한다면 하숙민의 두 아이를 모두 살릴 수 있게 된다.“알았어요!”반영훈이 흔쾌히 허락하자 서씨 집안 어르신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반영훈 아내의 병실에서 나온 서씨 집안 어르신은 곧장 하숙민의 병실로 향했다.“숙민아, 얘기 잘 끝났어. 앞으로 네 아이는 반씨 집안에서 자라게 될 거야.”하숙민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주기로 했으면 마음 독하게 먹어. 앞으론 절대 볼 생각 따위 하지 말고.”서씨 집안 어르신이 다시 한번 당부하자 하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약속 꼭 지킬게요!”“그럼 우리 각서 쓰자. 이 일은 너랑 나, 그리고 반씨 집안만 아는 거야. 셋 중에 누구 하나라도 이 비밀을 발설해선 안 돼. 만약 발설했다간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해!”“네!”하숙민이 흐느끼며 대답했다. 각서 작성을 마친 후 그녀는 1kg 조금 넘는 작은 아들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녀는 아이에게 계속 사과했다.“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일부러 널 버린 거 아니야. 앞으로 엄마랑 네 형한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확신할 수 없어서 그래. 엄마는 널 살리고 싶은 생각뿐이야. 네가 살아만 있다면 평생 널 보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아. 네가 사는 게 엄마의 소원이야. 미안해, 아가야...”그녀는 아이를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주었고 서씨 집안 어르신이 또 아이를 반영훈 부부에게 건넸다. 하숙민은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녀는 한 아이만을 데리고 퇴원한 후 부성웅과 함께 머물던 집으로 돌아왔다. 부성웅과 서씨 집안 어르신, 그리고
진문옥이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쌤통이야!”부성웅의 얼굴에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이상 하숙민이 가성섬에서 아이를 낳은 전부 과정이다. 하숙민은 부성웅과 함께하고 싶었고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었다. 하지만 진문옥이 버티고 있는 한 두 사람은 절대 불가능했다. 진문옥은 가까운 곳에서 하숙민을 감시하기 위하여 하숙민도 남성으로 데려왔지만 부씨 저택에는 머물게 하지 못했다.부씨 집안에는 하숙민의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부성웅과 진문옥은 하숙민과 그녀의 아이를 영원히 인정하지 않았다. 부소경이 부씨 성을 따를 수 있었던 것도 서씨 집안 어르신이 직접 나서서 얘기한 덕이었다.이렇게 한 남자와 두 여자의 풍파가 서씨 집안 어르신의 강제적인 진압 끝에 드디어 조용해졌다. 남성으로 돌아온 후 서씨 집안 어르신은 하숙민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하숙민은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했고 심지어 아버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그녀는 약속대로 아들과 함께 남성에서 사는 십여 년 동안 부씨 저택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부성웅을 사랑했지만 되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아들 부소경은 그 어떤 상속권도 갖질 못했다. 부소경이 열몇 살이 된 후 하숙민은 아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 다신 돌아올 수 없었다.해외로 나가는 순간까지 하숙민은 그 누구에게도 또 다른 아들이 가성섬에 남아있다는 걸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얘기하지 않은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바로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하여.하숙민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작은아들을 그리워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녀는 아무리 속상하고 슬퍼도 그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가 없었다. 설령 아들에게도 말이다.사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전부 눈에 새겨두고 있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 일은 숨기고 숨겨 하숙민이 중병으로 앓아누울 때까지 감춰졌다.부소경은 어머니가 부씨 본가로 가고 싶어 하고 부씨 집안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슬픔과 그리
부소경은 이 세상에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병실에 있던 서씨 집안 어르신은 하숙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서씨 집안 어르신은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했었다. 그는 직접 가성섬으로 가 하숙민이 그 섬에 남기고 간 아이를 확인했다. 그 아이가 바로 반가의 넷째 도련님으로 꽤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부소경과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던 그 아이에게 은근히 부성웅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오히려 하숙민을 더 많이 닮은 듯 닮지 않아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서씨 집안 어르신은 그 아이가 풍기는 분위기가 하숙민과 아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아이 역시 하숙민처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어딘지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조용히, 하숙민에게 그 아이가 잘 있노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귀띔해 준 적이 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또 하숙민에게 인제 그만 그 아이는 잊고 다시는 거론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래서 하숙민이 죽는 그날까지, 서씨 집안 어르신은 하숙민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끝내 그걸 숨겼다. 그 사실이 밝혀지기만 하면, 남성과 가성섬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소경이 앞으로 할 일을 자기 힘으로 막을 수 없고, 그가 해외에서의 세력이 얼마나 큰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부소경이 가성섬에 가리고 결정을 내린 것도, 서씨 집안 어르신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 뒤로는 서씨 집안 어르신의 모든 정신이 임시아에게 쏠렸고 그는 점점 공정성을 잃어갔다. 아마도 연세가 많아진 탓인 듯 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약속을 지켰고 한 번도 그 비밀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무덤까지 가지고 들어갔을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외손녀를 지키기 위해, 결국 자신의 원칙을 저버렸다. 그는 부소경이 손쉽게 가성섬을 장악하고, 또 가성섬 최강의 적을 바다 밑 터널로 몰
서씨 집안 어르신이 부소경에게 지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임서아네 가족은 그 앞에서 계속 듣고 있었는데, 세 사람의 표정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특별한 비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을 때 세 사람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특히 임서아가 그랬다. 그녀는 부소경이 힘들이지 않고 가성섬을 그의 수중에 들이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의 능력과 세력은, 임서아의 외할아버지와 구성훈이 힘을 합쳐도 상대도 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만약 부소경이 그녀의 외할아버지 마저 안중에 두지 않는다면, 그녀의 집은 부소경의 손에 박살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이 전해주는 하씨 집안, 반씨 집안과 부씨 집안의 지난 이야기를 절반쯤 들었을 때부터 주름졌던 미간이 점점 펴졌다. 그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손에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부소경이 분명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아서라도 이제는 자기 식구들에게 손님 대접을 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서씨 집안 어르신이 모든 과거를 다 털어놓고 나서야 임서아는 자기 외할아버지가 부소경과 그의 어머니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서아는 한 가지 사실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부소경이 절대 서씨 집안 어르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른신이 자기 집안을 위해 나서주기만 한다면, 부소경은 절대 자신을 해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임서아가 그 어떤 도를 지나치는 일을 벌이더라도, 부소경은 절대 임서아의 목숨을 위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생각 만으로도 기분이 붕 뜨는 것 같았다. 임서아는 신세희에게 도발하는 눈빛을 보내며 그녀에게 명령적인 어조로 말했다. “신세희, 나한테 빨리 사과 안 해?”자기 남편과 시어머니의 지난 일을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신세희 역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차분한 태도로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
임서아의 볼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너...”신유리가 고개를 젖혀 가며 웃어댔다. “히히, 임서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지금 더 예뻐졌잖아. 아까는 삐쩍 마른 해골 같아서 진짜 진짜 못생겼었는데, 나한테 맞고 나니까 아까보다는 나아졌어. 어때, 고맙지?”“신... 신유리 너 내가 죽여...”임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가 신유리를 끌어와 품에 안았다. 곧이어 부소경이 신세희의 품에 있는 신유리를 자기 쪽으로 데려갔다. 임서아는 손을 들어 허공에 띄운 채로 감히 내려치지는 못하고 서있었다. 부소경이 자기 외할아버지로 인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는 여전히 신유리의 몸에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임서아와 다르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소경을 보며 버럭 화를 냈다. “소경아. 네가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유리는 네 아이야. 바르게 키우려면 어렸을 때부터 잘 가르쳐야지! 저리도 독한 어미를 닮은 것도 모자라, 네 아이 앞길을 네가 망치려는 작정이야?”진심으로 부소경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소경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생각했다. 부소경은 당장이라도 임서아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의 말씀이 그의 가슴에 쿡 박혔다. 부씨 집안을 놓고 말하든, 하씨 집안을 놓고 말하든, 어쨌든 이번 생에는 서씨 집안 어르신을 공경하지 않을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세희가 모욕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할아버님, 제가 할아버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할아버님께서는 공정하신 분이기 때문이에요. 전...”부소경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가 부소경의 손을 잡더니 그의 말을 자르고 자신이 말을 이었다. “어르신, 제가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묻어뒀던 얘기가 있어요. 하지만 오늘 일에 제 남편까지 개입되었고, 또 제 남편이 어르신
“헛소리 지껄이지 마!”신세희의 말을 들은 허영이 벌떡 일어나며 신세희를 노려보았다. 임지강 역시 신세희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찌르기라도 할 듯 삿대질하며 말을 이었다. “이 염치도 없는 년이, 어디 부끄러운 줄 모르고...”“슥-”부소경은 어느샌가 짧지만 날카로운 단도를 꺼내 들고 서 있었다. 4, 5센티미터에 불과한 단도는 한없이 시린 냉기를 뿜어내고 있는 듯했고, 위에는 한 방울의 피도 묻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희를 가리키고 있던 임지강의 손가락은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부소경의 동작이 어찌나 빠르고 깔끔했는지, 손가락을 잘린 당사자가 미처 그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임지강이 알아차렸을 때 부소경은 이미 신유리의 귀를 손으로 막고 아이를 품에 가둬 신유리가 그 잔인한 장면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도록 한 뒤 신유리를 안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때 임지강의 처절한 울부짖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내 손가락, 내 손가락이 잘렸어...”부소경은 이미 방을 벗어난 뒤였다. 그는 품에 안긴 신유리를 밖에서 지키고 있던 엄선우에게 맡겼다. 그에 엄선우가 긴장하며 물었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부소경이 제법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그는 이제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두려워할까, 그것이 걱정 될 뿐이었다. 부소경은 자기 딸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소경은 꼬마 숙녀인 신유리가 이미, 이런 장면에 퍽 익숙해져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엄마를 따라 도망치던 5년 동안, 아이는 큰 세상은 보지 못했지만, 엄마를 지키기 위해 꽤 자주 다른 사람과 싸움에 휘말리곤 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서도, 신유리는 전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신유리는 오히려 해맑은 태도로 부소경에게 말했다. “아빠, 잘 때렸어요! 그 망할 임씨 영감탱이, 내가 진작에 때려버리고 싶었는데. 이번엔 준비가 잘되지 않았으니까, 다음엔 내가 갈고리를 두 개 가져올게요
우리 집 듬직이: ... 그래! 내가 못 하는 게 아니고, 아까워서 안 하는 거야.우리 집 예쁜이: 그러니까 오빠, 순순히 말해. 신세희 씨 위험한 건지, 아닌지.우리 집 듬직이: 위험하다면, 네가 어떻게 할 건데?우리 집 예쁜이: 서씨 영감이 감히 신세희 씨를 모함한다면, 나랑 정아가 가만두지 않을거야! 누구 할아버지든, 알 게 뭐야!우리 집 듬직이: ...우리 집 예쁜이: 그리고, 임씨 집안이 가성섬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이젠 돌아왔잖아. 신세희 씨랑 부소경 씨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지만, 나랑 정아는 할 수 있어.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집안사람들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우리 집 듬직이: ...한참이 지나서야 엄선우는 엄선희의 카카오톡에 답장했다. 우리 집 듬직이: 걱정하지 마. 대표님과 신세희 씨가 너희들 우정 생각해서라도 절대 너희들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하게 놔두지는 않을 테니까. 대표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신세희 씨 안전하게 모실 거야. 신세희 씨 원수들도 용서하지 않을 테고. 너희들은 그냥 쇼핑이나 하면서 놀면 돼.엄선희가 웃는 이모티콘을 줄줄이 보내왔다. 우리 집 예쁜이: 헤헤헤. 오빠, 난 사실 신세희 씨랑 윤희 언니랑 쇼핑하는 게 제일 좋아. 예쁜 옷도 많이 사주고, 내 돈 안 써도 되잖아. 그리고 점심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로 먹고. 나 유리랑 음식 뺏어 먹는다, 히히. 우리 집 듬직이: 이 식충아! 먹는 얘기만 나오면 다른 건 다 까맣게 잊지.우리 집 예쁜이: 아, 맞다, 오빠. 부소경 씨랑 신세희 씨, 안에서 서씨 영감이랑 얘기 중이라며, 유리도 안에 없고. 그러면 유리 먼저 데려와. 나랑 정아랑 같이 좀 놀게. 두 주일 넘게 못 봤더니, 보고 싶어. 우리 집 듬직이: 난 보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우리 집 예쁜이: 오빠가 왜 보고 싶어. 오빠가 애교가 있기를 해, 목소리만 들어도 힐링이 되기를 해, 귀엽고 발랄하기를 해?우리 집 듬직이: ...사촌 동생에게 팩트 폭행을
엄선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99%의 가능성으로, 아마도.”이제 6살이 꼬마는 99%가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신유리가 또다시 물었다. “임씨 할아버지, 대체 저희 엄마의 아빠가 맞아요, 아니에요?”엄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가 말을 마치기 바쁘게 신유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까까지도 전사처럼 엄마를 지키겠다면서 ‘임씨 할아버지’의 코에 갈고리 두개를 끼우겠다던 꼬마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궜다. “왜 그래, 공주님?”엄선우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신유리는 누구보다 슬픈 얼굴로 울고 있었다. “왜요? 선우 삼촌, 왜 그런 거예요? 아빠면, 자기 딸은 누구보다 아껴줘야 하는 거잖아요. 우리 아빠처럼요. 근데 우리 엄마의 아빠는 왜 엄마를 예뻐하지 않고, 엄마 원수의 편을 들어요? 왜요? 흑흑흑... 선우 삼촌,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6살 꼬마 아이의 세상은 꽤 단순했다. 그래서 어른들 세상의 사악함과 냉혹함은 모르고, 아빠는 딸을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는것 만 알았다. 엄선우는 그제야 자기가 한 말들을 후회했다. 그는 곧바로 신유리를 달래기 시작했다. “미안해, 미안해요, 공주님. 삼촌이 말이 헛나왔어. 삼촌이 잘못 생각했어. 그 임씨 할아버지, 엄마의 아버지가 아니라, 원수야, 원수. 삼촌이 잘못 알았어. 유리가... 삼촌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그래요.”꼬마 아가씨가 그 순간 울음을 멈추고는 다시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신유리는 쉽게 사람을 용서했다. “근데...”하지만 빨리 용서해 주는 것만큼, 꼬마 아가씨에게는 조건이 있었다. “선우 삼촌은 나랑 같이 뾰족한 갈고리를 만들어야 해요. 저 꼭 임씨 할아버지 코를 꿰고 끌고 다닐 거예요. 내가 잡아당기면, 그 사람은 아프게.”‘꼬마 아가씨야. 우리 공주님아. 네 외할아버지를 돼지처럼 끌고 다닐 작정인 거니? 하긴, 네 그 천벌 받은 외할아버지는, 돼지도 아까운 사람이기는 해. 당해도 싸!“그래!”엄선우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