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사과도, 그 어떤 변명도 없이.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가만히 서서 뭐 해? 빨리 내 손가락 좀 찾아봐...”임지강은 감히 부소경에게 아무것도 따지지도 못하고 멍해 있는 허영을 향해 호통을 쳤다. 허영은 그제야 꿇어앉아 끊어진 손가락을 찾기 시작했다. 이내 창백해진 손가락을 찾아낸 허영이 말했다. “찾았어... 여보, 찾았어요.”“버려요!”부소경이 명령적인 어투로 말을 툭 내뱉었다. “들어와!”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건장한 사내가 들어왔다. 공항에서 임씨 집안 사람들을 호송하던 용병 중의 한 명이었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용병이 공손한 태도로 부소경에게 묻자,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임 사장 사모님 손에 있는 잘린 손가락, 물고기 먹이 하게 한강에 던져버려.”잔인한 말을 내뱉는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무표정함은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금방까지 부씨 집안과 반씨 집안의 이야기를 전했던 서씨 집안 어르신도 부소경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이때, 허영이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부... 부 대표님.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시면... 지강 씨는 딸을 교육하는 차원에서... 세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었어요. 부... 부 대표님, 저희가 잘린 손가락을 가지고 병원으로 가 붙일 수 있게, 한 번만 봐주세요...”“지금 당장 손에 들린 손가락을 가져다 한강에 버려!”부소경은 허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평온한 눈빛으로 용병에게 명령했다. “네, 대표님!”그러자 용병은 곧 부소경의 명령에 따라 허영의 손에서 손가락을 빼앗아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룸을 나섰다. “내 손가락...”그 모습을 보며 임지강이 울부짖었고 허영과 임서아는 공포에 떨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잔뜩 기고만장해 있던 임서아는 두려움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아버지를 위해 부소경에
서씨 집안 어르신은 맥이 탁 풀린 듯했다.“소경이 네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애일 줄은 몰랐구나!”“할아버님, 제가 언제 약속을 어겼다고 그러세요?”부소경은 오히려 되물으며 말을 이었다. “임 사장님 가족분들을 안전하게 남성으로 모셔 왔고, 저들이 저에게 무슨 짓을 했든, 할아버님을 보아 더 이상 저들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으려 했어요. 더군다나 할아버님께서 제 어머니와의 인연을 말씀해 주셨으니, 할아버님의 입장을 더 헤아려 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제가 제 아내마저도 보호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만약, 제 용서가 오히려 저들이 제 아내를 더 괴롭히는 구실이 된다면... 할아버님. 그래도 제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겁니까?”서씨 집안 어르신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소경아.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이 늙은이가 이렇게 부탁하마. 내가 저 아이들을 데려갈 수 있도록 해주면 안 되겠니?”“데려가세요!”부소경이 쿨하게 대답했다. 그는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평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할 큰 은혜를 입었다. 그러므로 서씨 집안 어르신이 임씨 집안의 편에 서 있는 한, 부소경이 진짜로 그들을 어떻게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부소경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강을 째려보며 말했다. “임 사장님, 이번에 잃으신 건 사장님 손가락이지만, 다음에 손가락을 잘릴 사람은 사장님 아내 분, 또 그다음엔 임서아가 될 겁니다. 목숨만 살려두겠다고 약속드리죠. 하지만, 당신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말을 마친 부소경은 신세희를 부축하듯 껴안고 밖으로 나갔다. “소경아, 잠깐만!”이때 서씨 집안 어르신이 부소경을 불러세웠다. “말씀하세요, 할아버님.”부소경은 여전히 예의 바른 태도로 어르신을 대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임서아를 향해 호통을 쳤다. “어서 병원으로 가지 않고 뭐 하는 거냐!”임지강은 이미 고통으로 얼굴은 땀투성이가 되었고, 아픈 손을 꽉 움켜준 두 팔을 덜덜 떨었다. 하지만 부소경의
“그 8년 동안, 서아 어머니에 대해 들은 적이 있을 거야, 그렇지?”“하시고 싶은 얘기가 뭐죠?”신세희의 인내심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도 화를 내지 않는 건, 전부 부소경을 위해서였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를 오해하고 억압하여, 그녀에게는 백 번 죄인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하숙민과 부소경을 구해준 사람이었다. 심지어 가성섬에서 겨우 이틀을 함께 지낸 반호경도 그가 구해준 것이었다. 부소경에게 서씨 집안 어르신은, 큰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이었다. 신세희는 부소경을 난처하게 하는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그 어떤 억울함도 감수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 이 계획을 세운 거지?”서씨 집안 어르신이 물었다. 신세희는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어르신, 저 대학도 나온 적 없고, 감옥살이까지 한 사람이라, 이해력이 딸려서요, 무슨 말씀이지, 빙빙 돌려 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서아 자리가 탐 나서, 나더러 신세희 씨를 외손녀라고 인정해달라고 하는거 아니었나?”“...”신세희가 말이 없자 서씨 집안 어르신은 한껏 불쾌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 손주 서준명에게 접근할 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준명이에게 접근해서, 내 손녀라고 나를 속이고 소경이와 결혼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말이야. 근데 지금은 이미 소경이와 결혼까지 했는데, 왜 아직도 서아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거지?”그 말에 신세희는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어르신, 제가 임서아를 괴롭혀요? 걔 같은 애는, 더러워서 안 건드려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오히려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계속했다. “입만 살아서는... 네가 아무리 듣기 좋은 변명거리를 늘어놓는다 한들, 내 말을 새겨들어야 할 거야! 네가 서아로 속여 내 손녀인 척하려던 것도 사실이고, 조의찬을 사주해 가성섬에서 네 복수를 대신하게 하려던 것도 사실이고, 가성섬에 있는 이틀 동안, 소경의 동생인 반호경을 꼬드긴 것도! 전부 사실이잖아!”
신세희는 누가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기 남편을 바라보았다. 부소경이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에게 대답했다. “네, 거기서 기다리죠.”전화를 끊자 신세희가 부소경에게 물었다.“누구예요?”부소경이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구성훈 씨.”구성훈?한동안 구성훈이 누구인지 기억해 내지 못한 신세희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구성훈이 누구예요? 구경민과는 무슨 사이예요?”“구성훈은 구경민 둘째 삼촌이야. 그리고 몇 개월 전 남성의 규수들과 손잡고 널 위해 파티를 열어준 구진선 씨의 아버지이기도 하지.”부소경이 대답했다. 몇 초간의 침묵 후, 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분도 저한테 따지러 오나요?”부소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고, 이번엔 나 때문에.”잠시 망설이던 부소경이 말을 이었다. “구성훈이 가성섬에 본인 권력 범위 내의 3분의 1의 무기를 지원했는데, 지금 그것들이 너무 손쉽게 내 손에 들어왔으니, 가만히 있겠어?”신세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죽자고 달려들겠네요.”부소경이 눈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그럴 능력이 있다면, 마음이야 그러고 싶겠지.”신세희가 부소경의 가슴팍을 툭 치며 말했다. “웃음이 나와요?”부소경은 모처럼 소리 내 웃으며 대답했다. “가성섬에 한 번 다녀오니 친동생도 찾고 대어도 낚았는데, 안 웃을 이유가 없잖아.”“당신이야 대어를 낚아 큰돈을 벌었겠죠. 나는요? 난 평생 어르신 눈 밖에 난 것 같은데.”“넌 고집이 너무 세. 어머니 대신 네가 불평하는 거잖아. 언젠가 할아버님이 후회하도록.”부소경이 손을 들어 신세희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작게 꾸짖었다. “쪼그만 게, 내가 네 속도 모를 줄 알고?”신세희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러게 누가 우리 엄마한테 그렇게 나쁘게 대하래요. 지금은 또 눈이 삐어서 임서아가 외손녀인 줄 착각이나 하고. 내가 직접 말해도 내 말은 믿지도 않잖아요. 평생 후회해 보라고 해요! 흥!”신
“삼촌이라고 할 수 있죠.”부소경이 대답했다.“너 반년 전 내 둘째 딸 진선이한테 어떻게 했어? 진선인 내 친딸이란 말이야!”구성훈이 악에 받친 얼굴로 말했다.“네가 내 딸한테 그렇게 혹독하게 했음에도 난 너한테 와서 따지지 않았어. 하지만 넌 또다시 날 건드렸어!”부소경이 차갑게 반문했다.“제가 언제 삼촌을 건드렸는데요?”구성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언제 건드렸냐고? 가성섬에 있는 그 많던 무기들을 모두 네 손에 넣었잖아. 천하에 너같이 뻔뻔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 무기들은 본래 내 것이었어! 내가 가성섬에 보낸 거란 말이야! 그러니 나한테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구성훈은 자신의 피땀을 짜내며 겨우 가성섬에 무기들을 지원했던 것이었다. 비록 서씨 어르신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그의 주요 목적은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 부소경을 가성섬에서 죽이는 것이었다.하지만 구성훈은 꿈에도 몰랐다. 부소경이 일찌감치 그물을 치고 구성훈이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상황이 이럴진대 구성훈이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소경에 대한 원한이 사무칠 것이 분명하다.부소경의 말투는 너무나도 평온했다.“삼촌에게 물을게요. 반년 전 삼촌의 딸은 왜 남성에 온 거죠?”구성훈이 말했다.“다 큰 녀석이 남성에 뭘 하러 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부소경이 말했다.“그래요. 모른다면 제가 알려드리죠! 구진선은 제 아내를 해치기 위해 남성에 온 거예요! 구진선은 제 아내의 일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의 동료를 포섭해 신발 밑창으로 제 아내를 때리고 모욕하게 했어요! 물을게요. 저 부소경과 당신 사이에 원한이 있나요? 아니면 저와 구진선 사이에 원한이 있어요?”구성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부소경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대답 못 하시겠어요?”구성훈이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독하게 하면 안 되지!”“정말 독하게 하려고 했다면 구진선은 이미 진작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구진선은 그 Linda라는 여자가 나타난
구성훈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구성훈을 가만히 놔둘 부소경이 아니었다. 부소경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은 서씨 어르신이지 구성훈이 아니었다. 구성훈이 당당히 이곳에서 부소경을 다그칠 수 있는 건 모두 서씨 어르신을 등에 업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상황에서 발을 빼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수많은 일들, 구진선이 신세희를 해치려 한 것, 구성훈이 부소경을 해치려 한 것, 이 모든 일에 대해 부소경은 구성훈에게 따져 물은 적이 없다.하지만 오늘 구성훈이 제 발로 찾아왔으니 부소경은 자연히 구성훈을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그가 얼음장같이 차가우면서도 지극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구성훈 씨, 당신의 저에 대한 원한은 이미 곳곳에서 표현됐어요. 10년 전 당신은 딸 구진선을 시켜 절 유혹하게 했고 그게 실패하자 절 더 증오했죠. 제가 그렇게 멍청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제가 생사를 나눈 친구에게 해를 가한 여자와 연애를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친조카에게도 그렇게 심한 짓을 했으면서 저에게는 은혜를 베풀었다고요?”구성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자신의 딸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구경민의 세력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보면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칼을 갈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반년 전 드디어 기회를 잡았어요. 임서아가 당신 딸을 찾아와 제 아내를 해치자고 제안했을 때 당신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딸을 보냈죠. 당시 당신 딸의 계획은 제 아내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었어요! 그걸 정말 몰랐다고요?”부소경의 목소리와 표정엔 한치의 노기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 말은 구성훈의 심장에 비수가 되어 들어와 박혔다.구성훈과 그의 딸이 했던 일들을 부소경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은 건 구성훈이 제 발로 찾아와 덫에 걸리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구성훈은 돌연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은 부소경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느낌 말이다. 구성훈은 물론이고 구경민도
“솔직히 말씀드리죠. 제가 그 무기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알아요? 제 돈으로 그 무기들을 샀다면 거액을 들여야 할 테니 아마 엄청 마음 아팠을 거예요. 하지만 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모두 얻었어요! 당신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 장장 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 기다림 끝에 당신은 정말 함정에 뛰어들었죠.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야겠네요. 정말 고마워요, 삼촌!”“너...”구성훈이 저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분노가 잔뜩 담긴 눈으로 부소경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부소경의 머리를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그는 힘없이 손을 내렸다. 목숨이 아까우니 그럴 수밖에.지금 이 순간 구성훈은 부소경에게 대항할 능력을 모두 상실했다.“삼촌, 당신이 시시때때로 절 노리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그 3분의 1의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겠어요? 모두 당신이 자초한 거예요.”“당신은 그 3분의 1의 무기를 잃지 않았다고 해도 서울에서 구경민을 이길 수 없어요. 저 부소경도 이길 수 없고요! 구경민의 체면을 봐서 이번은 용서해 드릴게요.”그 말을 들은 구성훈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할 말을 모두 마친 부소경은 더이상 구성훈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가 아내에게 말했다.“세희야, 힘들지?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 여태껏 집에 돌아가지 못했잖아. 이제 가자.”신세희가 머리를 끄덕였다.“여보, 우리 집에 돌아가요.”두 사람이 구성훈을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자리엔 구성훈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그때 종업원이 계산서를 들고 와 구성훈에게 건넸다.“선생님, 계산 부탁드립니다.”구성훈이 일갈했다.“꺼져!”화가 잔뜩 난 종업원이 구성훈에게 말했다.“이보세요! 경우 없이 왜 이러세요! 여긴 소비가 높은 곳이에요! 이 룸 하나 쓰는 게 몇백만 원이 든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돈을 내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린다고요?”구성훈이 말했다.“꺼지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종업원은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라고는 아래층으로 달려
돌연 고윤희의 눈앞에 나타난 건 사람 절반만큼의 체격을 갖고 있는 몬스터 인형이었는데 그야말로 공포 영화에나 나올법한 흉악한 모양새였다.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고윤희는 너무 놀라 눈물까지 흘렸다.하지만 인형을 들고 있는 신유리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윤희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모, 무서웠어요?”그 순수한 목소리를 들은 고윤희는 공포감을 애써 억누르며 고개를 숙인 다음 눈을 떴다. 신유리가 인형을 들고 고윤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이모, 이모에게 드리는 인형이에요.”신유리의 말에 고윤희가 어이없는 듯 말했다.“이 쪼그만 자식이. 이모를 이렇게까지 놀라게 해? 혼내줄 거야!”구경민이 신유리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그 모습에 고윤희가 다급히 말했다.“구경민, 애 놀라!”“이모, 이모한테 드리는 거예요. 마음에 들어요?”신유리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물었다.고윤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용기를 내 인형을 받은 다음 곧바로 구경민에게 안겨주었다. 너무도 공포스러워 도저히 만지고 싶지 않았다.어린아이의 생각은 정말 좀처럼 읽을 수가 없다. 구경민에게 시선을 돌려보니 그에겐 두려워하는 어떠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인형을 이리저리 훑어보고는 그 위에 달려있는 버튼을 눌렀다. 이어 귀신이 우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고윤희는 순간 또다시 겁에 질렸지만 구경민은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이모, 안아주세요.”신유리가 고윤희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고윤희는 허리를 굽혀 신유리를 품에 안고는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과도 같이 자애롭고 따스했다.“널 그토록 놀라게 했는데도 그렇게 예뻐? 차라리 딸로 삼아.”구경민이 고윤희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윤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지!”그녀의 말을 들은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