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라고 할 수 있죠.”부소경이 대답했다.“너 반년 전 내 둘째 딸 진선이한테 어떻게 했어? 진선인 내 친딸이란 말이야!”구성훈이 악에 받친 얼굴로 말했다.“네가 내 딸한테 그렇게 혹독하게 했음에도 난 너한테 와서 따지지 않았어. 하지만 넌 또다시 날 건드렸어!”부소경이 차갑게 반문했다.“제가 언제 삼촌을 건드렸는데요?”구성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언제 건드렸냐고? 가성섬에 있는 그 많던 무기들을 모두 네 손에 넣었잖아. 천하에 너같이 뻔뻔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 무기들은 본래 내 것이었어! 내가 가성섬에 보낸 거란 말이야! 그러니 나한테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구성훈은 자신의 피땀을 짜내며 겨우 가성섬에 무기들을 지원했던 것이었다. 비록 서씨 어르신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그의 주요 목적은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 부소경을 가성섬에서 죽이는 것이었다.하지만 구성훈은 꿈에도 몰랐다. 부소경이 일찌감치 그물을 치고 구성훈이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상황이 이럴진대 구성훈이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소경에 대한 원한이 사무칠 것이 분명하다.부소경의 말투는 너무나도 평온했다.“삼촌에게 물을게요. 반년 전 삼촌의 딸은 왜 남성에 온 거죠?”구성훈이 말했다.“다 큰 녀석이 남성에 뭘 하러 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부소경이 말했다.“그래요. 모른다면 제가 알려드리죠! 구진선은 제 아내를 해치기 위해 남성에 온 거예요! 구진선은 제 아내의 일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의 동료를 포섭해 신발 밑창으로 제 아내를 때리고 모욕하게 했어요! 물을게요. 저 부소경과 당신 사이에 원한이 있나요? 아니면 저와 구진선 사이에 원한이 있어요?”구성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부소경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대답 못 하시겠어요?”구성훈이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독하게 하면 안 되지!”“정말 독하게 하려고 했다면 구진선은 이미 진작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구진선은 그 Linda라는 여자가 나타난
구성훈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구성훈을 가만히 놔둘 부소경이 아니었다. 부소경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은 서씨 어르신이지 구성훈이 아니었다. 구성훈이 당당히 이곳에서 부소경을 다그칠 수 있는 건 모두 서씨 어르신을 등에 업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상황에서 발을 빼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수많은 일들, 구진선이 신세희를 해치려 한 것, 구성훈이 부소경을 해치려 한 것, 이 모든 일에 대해 부소경은 구성훈에게 따져 물은 적이 없다.하지만 오늘 구성훈이 제 발로 찾아왔으니 부소경은 자연히 구성훈을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그가 얼음장같이 차가우면서도 지극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구성훈 씨, 당신의 저에 대한 원한은 이미 곳곳에서 표현됐어요. 10년 전 당신은 딸 구진선을 시켜 절 유혹하게 했고 그게 실패하자 절 더 증오했죠. 제가 그렇게 멍청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제가 생사를 나눈 친구에게 해를 가한 여자와 연애를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친조카에게도 그렇게 심한 짓을 했으면서 저에게는 은혜를 베풀었다고요?”구성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자신의 딸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구경민의 세력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보면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칼을 갈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반년 전 드디어 기회를 잡았어요. 임서아가 당신 딸을 찾아와 제 아내를 해치자고 제안했을 때 당신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딸을 보냈죠. 당시 당신 딸의 계획은 제 아내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었어요! 그걸 정말 몰랐다고요?”부소경의 목소리와 표정엔 한치의 노기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 말은 구성훈의 심장에 비수가 되어 들어와 박혔다.구성훈과 그의 딸이 했던 일들을 부소경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은 건 구성훈이 제 발로 찾아와 덫에 걸리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구성훈은 돌연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은 부소경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느낌 말이다. 구성훈은 물론이고 구경민도
“솔직히 말씀드리죠. 제가 그 무기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알아요? 제 돈으로 그 무기들을 샀다면 거액을 들여야 할 테니 아마 엄청 마음 아팠을 거예요. 하지만 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모두 얻었어요! 당신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 장장 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 기다림 끝에 당신은 정말 함정에 뛰어들었죠.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야겠네요. 정말 고마워요, 삼촌!”“너...”구성훈이 저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분노가 잔뜩 담긴 눈으로 부소경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부소경의 머리를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그는 힘없이 손을 내렸다. 목숨이 아까우니 그럴 수밖에.지금 이 순간 구성훈은 부소경에게 대항할 능력을 모두 상실했다.“삼촌, 당신이 시시때때로 절 노리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그 3분의 1의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겠어요? 모두 당신이 자초한 거예요.”“당신은 그 3분의 1의 무기를 잃지 않았다고 해도 서울에서 구경민을 이길 수 없어요. 저 부소경도 이길 수 없고요! 구경민의 체면을 봐서 이번은 용서해 드릴게요.”그 말을 들은 구성훈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할 말을 모두 마친 부소경은 더이상 구성훈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가 아내에게 말했다.“세희야, 힘들지?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 여태껏 집에 돌아가지 못했잖아. 이제 가자.”신세희가 머리를 끄덕였다.“여보, 우리 집에 돌아가요.”두 사람이 구성훈을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자리엔 구성훈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그때 종업원이 계산서를 들고 와 구성훈에게 건넸다.“선생님, 계산 부탁드립니다.”구성훈이 일갈했다.“꺼져!”화가 잔뜩 난 종업원이 구성훈에게 말했다.“이보세요! 경우 없이 왜 이러세요! 여긴 소비가 높은 곳이에요! 이 룸 하나 쓰는 게 몇백만 원이 든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돈을 내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린다고요?”구성훈이 말했다.“꺼지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종업원은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라고는 아래층으로 달려
돌연 고윤희의 눈앞에 나타난 건 사람 절반만큼의 체격을 갖고 있는 몬스터 인형이었는데 그야말로 공포 영화에나 나올법한 흉악한 모양새였다.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고윤희는 너무 놀라 눈물까지 흘렸다.하지만 인형을 들고 있는 신유리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윤희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모, 무서웠어요?”그 순수한 목소리를 들은 고윤희는 공포감을 애써 억누르며 고개를 숙인 다음 눈을 떴다. 신유리가 인형을 들고 고윤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이모, 이모에게 드리는 인형이에요.”신유리의 말에 고윤희가 어이없는 듯 말했다.“이 쪼그만 자식이. 이모를 이렇게까지 놀라게 해? 혼내줄 거야!”구경민이 신유리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그 모습에 고윤희가 다급히 말했다.“구경민, 애 놀라!”“이모, 이모한테 드리는 거예요. 마음에 들어요?”신유리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물었다.고윤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용기를 내 인형을 받은 다음 곧바로 구경민에게 안겨주었다. 너무도 공포스러워 도저히 만지고 싶지 않았다.어린아이의 생각은 정말 좀처럼 읽을 수가 없다. 구경민에게 시선을 돌려보니 그에겐 두려워하는 어떠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인형을 이리저리 훑어보고는 그 위에 달려있는 버튼을 눌렀다. 이어 귀신이 우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고윤희는 순간 또다시 겁에 질렸지만 구경민은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이모, 안아주세요.”신유리가 고윤희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고윤희는 허리를 굽혀 신유리를 품에 안고는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과도 같이 자애롭고 따스했다.“널 그토록 놀라게 했는데도 그렇게 예뻐? 차라리 딸로 삼아.”구경민이 고윤희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윤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지!”그녀의 말을 들은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아
“이쁜 정아 이모...”민정아를 본 신유리가 고윤희의 품에서 나와 민정아에게 달려가며 말했다.“예쁜 정아 이모, 이건 제가 이모에게 드릴...”신유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가 다급히 달려가 신유리를 끌어안고는 입을 틀어막았다.“그만해. 정아 이모까지 놀라게 하면 안 돼!”신유리는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사옵니다! 어마마마!”말을 마친 신유리가 계속하여 민정아에게로 달려갔다.구서준도 열정적으로 소리쳤다.“유리야 안녕. 넷째 삼촌, 숙모! 전 공항에 마중 가려 했었는데 민정 씨가 말려서 이곳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민정아가 구서준의 어깨를 찰싹 두드렸다.“유리가 나를 정아 이모라고 불러요. 유리가 당신이 동생이면 당신은 날 깍듯하게 대하야 하지 않아요?”구서준이 민정아를 향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민정아 씨, 오늘 밤 혼쭐을 내줄 거예요!”민정아가 곧바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언니, 저 사람 좀 보세요. 남편에게 혼내라고 해주세요.”신세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부소경이 구서준을 꾸짖었다.“이놈아! 질부한테 잘해!”구서준이 즉시 대답했다.“알았어! 삼촌!”그는 친삼촌인 구경민보다 부소경의 말에 더 복종하는 것 같았다.그때 구성훈이 잔뜩 화가나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눈앞엔 부소경 가족 외에도 구경민과 구서준까지 서 있었다. 그의 조카까지 이 자리에 온 것이다! 구성훈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붉어진 눈으로 차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들 앞에서 기조차 제대로 펼 수 없었다.구성훈이 제아무리 서울 구씨 집안 구성원이라고 할지라도 구경민의 권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더욱이 그는 3분의 1의 무기까지 잃었지 않은가.또한 설상가상으로 구경민과 부소경은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하늘을 찌를 듯한 권력을 쥐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하나의 국가에 버금가는 부를 갖고 있다.
핸드폰 너머로 구진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아빠가 시키신 일인데 당연히 찾았죠!”구성훈이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역시 내 딸이야!”구진선이 차갑게 말했다.“큰아버지와 오빠가 우릴 밀어내려고 하잖아요? 부소경은 아빠의 무기를 빼앗고 계속 그 간사한 년을 보호하고 있고요. 그러니 우린 죽더라도 한번 베어 물긴 해야 해요! 우리만 무너질 수는 없죠. 머지않아 그 여자가 올 테니 곧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길 거예요!”구성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마음 놓을게. 이만 끊자.”전화를 끊은 구성훈은 자신의 조카와 조카 손자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하여 그 누구도 구성훈이 언제 이곳을 떠났는지 알 수 없었다. 구성훈이 조금 전 지독한 통화 한 통을 했다는 건 더더욱 몰랐다.부소경 쪽 사람들은 여전히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가성섬에서의 2주는 부소경에게 있어 큰 수확을 거둔 시간이었다. 구경민과 구서준 두 사람은 부소경이 가성섬을 손에 넣기로 한 1년 전부터 꾸준히 부소경과 손을 잡고 계획을 세우며 함께했다. 그 시간 동안 구서준은 삼촌에게 착실한 전달원이 되어주었다.때문에 그 어디에도 구경민과 구서준보다 간절히 부소경의 성공을 바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축하해. 소경아.”여자들이 한바탕 떠들고 나서야 구경민이 부소경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부소경은 한숨을 내쉬었다.“수확이 있긴 하지만 아쉬움도 있네.”그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동생이 있었더라고. 같은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 동생이었어. 아마 동생은 아직까지도 자신이 부성웅의 아들이라는 걸 모를 거야. 부성웅 또한 자신의 아들이 가성섬에 남겨졌었다는 걸 모를 거고.”구경민이 화들짝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그가 잠시 멈칫하고는 부소경에게 물었다.“그 동생은 지금 어디에 있어?”“동생은 반씨 가문과 모순이 있어 혼자 도망쳤어. 현재 행방은 불분명해.”부소경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구경민은 순간 무슨
그때 민정아는 허리를 굽히고 신유리에게 묻고 있었다.“유리 아가씨, 조금 전 이모한테 무언가 말하려다가 엄마 때문에 끊겨버렸잖아. 혹시 가성섬에서 이모에게 주려고 선물 갖고 온 거 아니야?”민정아는 두려움과 궁금함이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 민정아는 동년배들과 어울림에 있어 그들의 머리 위에 있지 못하지만 신유리 같은 어린아이를 대할 땐 자신의 총명함을 드러내곤 한다.민정아는 조금 전 구경민의 손에 쥐어져 있는 몬스터 인형을 보았었다.아주 못생기고 우둔하리만큼 뚱뚱했으며 어딘가 으스스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 얼굴에 자라난 이는 하나하나의 건반이기도 했다.민정아는 그건 구경민과 같은 사람이 갖고 놀 장난감이 아니라는 걸 손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 그걸 산 사람은 구경민도, 다른 사람도 아닐 것이다. 민정아가 가장 익숙히 알고 있는 신세희도 저런 흉측한 장난감을 살 리가 없다. 그녀 역시 평소 엄숙하고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인형을 산 사람이 신유리라고 가정했을 땐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구경민이 안고 있는 인형은 사실 신유리가 고윤희에게 준 선물일 것이다. 고윤희는 분명 그 인형을 보고 깜짝 놀랐고 하여 지금 구경민의 손에 들려있을 것이다.하하! 정말 흥미로운 일이군.민정아는 다가가 그 인형을 만져보고 싶었다. 그 인형이 민정아에게 주는 선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저건 신유리가 준 선물이지 않은가. 신유리가 준 건 무엇이든 좋다. 고윤희에게 이렇게 특이하고 예쁜 인형을 줬으니 그녀와 엄선희에게 주는 선물도 분명 아주 특별할 것이다.좋아!순간 기대감이 부풀어 올라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그 말에 신유리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네. 이모들한테도 선물을 사 왔어요.”신유리는 아까부터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민정아 일행을 만난 순간부터 자신이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보여주고 싶었었다.하지만 엄마가 제지해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민정아가 곧바로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진짜? 무슨 선물
민정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널 혼낸다고? 그런 마음을 먹는다면 아마 내가 손을 들기도 전에 네 아빠, 엄마, 엄 비서님, 그리고 엄선희까지, 모두 달려들어 날 가만두지 않을 텐데, 내가 널 어떻게 혼내?’“당연히 안 혼내지! 그러니까 어서 선물을 줘!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혼낼 거야!”민정아가 포스를 내뿜으며 신유리를 쳐다보았다.신유리는 곧바로 머리를 쏙 집어넣었다.“그렇게 할게요.”말을 마친 신유리는 차 트렁크를 열어 민정아에게 줄 선물을 꺼냈다.“이거예요. 예쁜 정아 이모.”신유리가 작은 머리를 옆으로 젖히고는 민정아에게 선물을 건넸다.“으악...”민정아가 깜짝 놀라 구서준의 품 안에 숨어버렸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윤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고윤희를 아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민정아의 선물과 비교해보니 자신의 것이 그렇게 예쁘고 따뜻해 보일 수가 없었다. 통통하니 얼마나 귀여운가.“너... 신유리! 이제 너와 안 놀아! 너... 이게 대체 뭐야!”“이건 가짜 해골이에요.”신유리가 으쓱하며 말했다.“이 해골엔 버튼이 하나 있어요. 이 버튼을 누르면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해요.”민정아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그리고 또 있어요. 여기에서 머리가 자라나면 그 머리도 붉은색, 검은색, 초록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요. 이빨도 검은색으로 변할 수 있고요.”“이모, 보세요. 제가 지금 버튼을 누르면 이 해골의 머리는 붉은색이 되고 이도 붉은색으로 변해요. 정아 이모 보세요. 얼마나 이뻐요.”그 작은 입술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구서준의 품속에 숨은 민정아는 용기를 내어 조금씩 신유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녀의 눈에 해골의 모습이 들어왔다. 두 눈과 코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는 그 흉측한 해골엔 붉은색 머리카락과 커다란 이까지 자라나 있었다.민정아를 공포에 질리게 하려는 게 분명하다.“신유리... 너 취향이 왜 이래!”“신세희 씨, 살려줘. 빨리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