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죠. 제가 그 무기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알아요? 제 돈으로 그 무기들을 샀다면 거액을 들여야 할 테니 아마 엄청 마음 아팠을 거예요. 하지만 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모두 얻었어요! 당신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 장장 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 기다림 끝에 당신은 정말 함정에 뛰어들었죠.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야겠네요. 정말 고마워요, 삼촌!”“너...”구성훈이 저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분노가 잔뜩 담긴 눈으로 부소경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부소경의 머리를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그는 힘없이 손을 내렸다. 목숨이 아까우니 그럴 수밖에.지금 이 순간 구성훈은 부소경에게 대항할 능력을 모두 상실했다.“삼촌, 당신이 시시때때로 절 노리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그 3분의 1의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겠어요? 모두 당신이 자초한 거예요.”“당신은 그 3분의 1의 무기를 잃지 않았다고 해도 서울에서 구경민을 이길 수 없어요. 저 부소경도 이길 수 없고요! 구경민의 체면을 봐서 이번은 용서해 드릴게요.”그 말을 들은 구성훈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할 말을 모두 마친 부소경은 더이상 구성훈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가 아내에게 말했다.“세희야, 힘들지?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 여태껏 집에 돌아가지 못했잖아. 이제 가자.”신세희가 머리를 끄덕였다.“여보, 우리 집에 돌아가요.”두 사람이 구성훈을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자리엔 구성훈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그때 종업원이 계산서를 들고 와 구성훈에게 건넸다.“선생님, 계산 부탁드립니다.”구성훈이 일갈했다.“꺼져!”화가 잔뜩 난 종업원이 구성훈에게 말했다.“이보세요! 경우 없이 왜 이러세요! 여긴 소비가 높은 곳이에요! 이 룸 하나 쓰는 게 몇백만 원이 든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돈을 내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린다고요?”구성훈이 말했다.“꺼지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종업원은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라고는 아래층으로 달려
돌연 고윤희의 눈앞에 나타난 건 사람 절반만큼의 체격을 갖고 있는 몬스터 인형이었는데 그야말로 공포 영화에나 나올법한 흉악한 모양새였다.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고윤희는 너무 놀라 눈물까지 흘렸다.하지만 인형을 들고 있는 신유리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윤희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모, 무서웠어요?”그 순수한 목소리를 들은 고윤희는 공포감을 애써 억누르며 고개를 숙인 다음 눈을 떴다. 신유리가 인형을 들고 고윤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이모, 이모에게 드리는 인형이에요.”신유리의 말에 고윤희가 어이없는 듯 말했다.“이 쪼그만 자식이. 이모를 이렇게까지 놀라게 해? 혼내줄 거야!”구경민이 신유리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그 모습에 고윤희가 다급히 말했다.“구경민, 애 놀라!”“이모, 이모한테 드리는 거예요. 마음에 들어요?”신유리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물었다.고윤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용기를 내 인형을 받은 다음 곧바로 구경민에게 안겨주었다. 너무도 공포스러워 도저히 만지고 싶지 않았다.어린아이의 생각은 정말 좀처럼 읽을 수가 없다. 구경민에게 시선을 돌려보니 그에겐 두려워하는 어떠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인형을 이리저리 훑어보고는 그 위에 달려있는 버튼을 눌렀다. 이어 귀신이 우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고윤희는 순간 또다시 겁에 질렸지만 구경민은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이모, 안아주세요.”신유리가 고윤희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고윤희는 허리를 굽혀 신유리를 품에 안고는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과도 같이 자애롭고 따스했다.“널 그토록 놀라게 했는데도 그렇게 예뻐? 차라리 딸로 삼아.”구경민이 고윤희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윤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지!”그녀의 말을 들은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아
“이쁜 정아 이모...”민정아를 본 신유리가 고윤희의 품에서 나와 민정아에게 달려가며 말했다.“예쁜 정아 이모, 이건 제가 이모에게 드릴...”신유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가 다급히 달려가 신유리를 끌어안고는 입을 틀어막았다.“그만해. 정아 이모까지 놀라게 하면 안 돼!”신유리는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사옵니다! 어마마마!”말을 마친 신유리가 계속하여 민정아에게로 달려갔다.구서준도 열정적으로 소리쳤다.“유리야 안녕. 넷째 삼촌, 숙모! 전 공항에 마중 가려 했었는데 민정 씨가 말려서 이곳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민정아가 구서준의 어깨를 찰싹 두드렸다.“유리가 나를 정아 이모라고 불러요. 유리가 당신이 동생이면 당신은 날 깍듯하게 대하야 하지 않아요?”구서준이 민정아를 향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민정아 씨, 오늘 밤 혼쭐을 내줄 거예요!”민정아가 곧바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언니, 저 사람 좀 보세요. 남편에게 혼내라고 해주세요.”신세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부소경이 구서준을 꾸짖었다.“이놈아! 질부한테 잘해!”구서준이 즉시 대답했다.“알았어! 삼촌!”그는 친삼촌인 구경민보다 부소경의 말에 더 복종하는 것 같았다.그때 구성훈이 잔뜩 화가나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눈앞엔 부소경 가족 외에도 구경민과 구서준까지 서 있었다. 그의 조카까지 이 자리에 온 것이다! 구성훈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붉어진 눈으로 차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들 앞에서 기조차 제대로 펼 수 없었다.구성훈이 제아무리 서울 구씨 집안 구성원이라고 할지라도 구경민의 권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더욱이 그는 3분의 1의 무기까지 잃었지 않은가.또한 설상가상으로 구경민과 부소경은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하늘을 찌를 듯한 권력을 쥐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하나의 국가에 버금가는 부를 갖고 있다.
핸드폰 너머로 구진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아빠가 시키신 일인데 당연히 찾았죠!”구성훈이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역시 내 딸이야!”구진선이 차갑게 말했다.“큰아버지와 오빠가 우릴 밀어내려고 하잖아요? 부소경은 아빠의 무기를 빼앗고 계속 그 간사한 년을 보호하고 있고요. 그러니 우린 죽더라도 한번 베어 물긴 해야 해요! 우리만 무너질 수는 없죠. 머지않아 그 여자가 올 테니 곧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길 거예요!”구성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마음 놓을게. 이만 끊자.”전화를 끊은 구성훈은 자신의 조카와 조카 손자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하여 그 누구도 구성훈이 언제 이곳을 떠났는지 알 수 없었다. 구성훈이 조금 전 지독한 통화 한 통을 했다는 건 더더욱 몰랐다.부소경 쪽 사람들은 여전히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가성섬에서의 2주는 부소경에게 있어 큰 수확을 거둔 시간이었다. 구경민과 구서준 두 사람은 부소경이 가성섬을 손에 넣기로 한 1년 전부터 꾸준히 부소경과 손을 잡고 계획을 세우며 함께했다. 그 시간 동안 구서준은 삼촌에게 착실한 전달원이 되어주었다.때문에 그 어디에도 구경민과 구서준보다 간절히 부소경의 성공을 바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축하해. 소경아.”여자들이 한바탕 떠들고 나서야 구경민이 부소경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부소경은 한숨을 내쉬었다.“수확이 있긴 하지만 아쉬움도 있네.”그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동생이 있었더라고. 같은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 동생이었어. 아마 동생은 아직까지도 자신이 부성웅의 아들이라는 걸 모를 거야. 부성웅 또한 자신의 아들이 가성섬에 남겨졌었다는 걸 모를 거고.”구경민이 화들짝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그가 잠시 멈칫하고는 부소경에게 물었다.“그 동생은 지금 어디에 있어?”“동생은 반씨 가문과 모순이 있어 혼자 도망쳤어. 현재 행방은 불분명해.”부소경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구경민은 순간 무슨
그때 민정아는 허리를 굽히고 신유리에게 묻고 있었다.“유리 아가씨, 조금 전 이모한테 무언가 말하려다가 엄마 때문에 끊겨버렸잖아. 혹시 가성섬에서 이모에게 주려고 선물 갖고 온 거 아니야?”민정아는 두려움과 궁금함이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 민정아는 동년배들과 어울림에 있어 그들의 머리 위에 있지 못하지만 신유리 같은 어린아이를 대할 땐 자신의 총명함을 드러내곤 한다.민정아는 조금 전 구경민의 손에 쥐어져 있는 몬스터 인형을 보았었다.아주 못생기고 우둔하리만큼 뚱뚱했으며 어딘가 으스스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 얼굴에 자라난 이는 하나하나의 건반이기도 했다.민정아는 그건 구경민과 같은 사람이 갖고 놀 장난감이 아니라는 걸 손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 그걸 산 사람은 구경민도, 다른 사람도 아닐 것이다. 민정아가 가장 익숙히 알고 있는 신세희도 저런 흉측한 장난감을 살 리가 없다. 그녀 역시 평소 엄숙하고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인형을 산 사람이 신유리라고 가정했을 땐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구경민이 안고 있는 인형은 사실 신유리가 고윤희에게 준 선물일 것이다. 고윤희는 분명 그 인형을 보고 깜짝 놀랐고 하여 지금 구경민의 손에 들려있을 것이다.하하! 정말 흥미로운 일이군.민정아는 다가가 그 인형을 만져보고 싶었다. 그 인형이 민정아에게 주는 선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저건 신유리가 준 선물이지 않은가. 신유리가 준 건 무엇이든 좋다. 고윤희에게 이렇게 특이하고 예쁜 인형을 줬으니 그녀와 엄선희에게 주는 선물도 분명 아주 특별할 것이다.좋아!순간 기대감이 부풀어 올라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그 말에 신유리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네. 이모들한테도 선물을 사 왔어요.”신유리는 아까부터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민정아 일행을 만난 순간부터 자신이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보여주고 싶었었다.하지만 엄마가 제지해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민정아가 곧바로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진짜? 무슨 선물
민정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널 혼낸다고? 그런 마음을 먹는다면 아마 내가 손을 들기도 전에 네 아빠, 엄마, 엄 비서님, 그리고 엄선희까지, 모두 달려들어 날 가만두지 않을 텐데, 내가 널 어떻게 혼내?’“당연히 안 혼내지! 그러니까 어서 선물을 줘!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혼낼 거야!”민정아가 포스를 내뿜으며 신유리를 쳐다보았다.신유리는 곧바로 머리를 쏙 집어넣었다.“그렇게 할게요.”말을 마친 신유리는 차 트렁크를 열어 민정아에게 줄 선물을 꺼냈다.“이거예요. 예쁜 정아 이모.”신유리가 작은 머리를 옆으로 젖히고는 민정아에게 선물을 건넸다.“으악...”민정아가 깜짝 놀라 구서준의 품 안에 숨어버렸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윤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고윤희를 아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민정아의 선물과 비교해보니 자신의 것이 그렇게 예쁘고 따뜻해 보일 수가 없었다. 통통하니 얼마나 귀여운가.“너... 신유리! 이제 너와 안 놀아! 너... 이게 대체 뭐야!”“이건 가짜 해골이에요.”신유리가 으쓱하며 말했다.“이 해골엔 버튼이 하나 있어요. 이 버튼을 누르면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해요.”민정아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그리고 또 있어요. 여기에서 머리가 자라나면 그 머리도 붉은색, 검은색, 초록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요. 이빨도 검은색으로 변할 수 있고요.”“이모, 보세요. 제가 지금 버튼을 누르면 이 해골의 머리는 붉은색이 되고 이도 붉은색으로 변해요. 정아 이모 보세요. 얼마나 이뻐요.”그 작은 입술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구서준의 품속에 숨은 민정아는 용기를 내어 조금씩 신유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녀의 눈에 해골의 모습이 들어왔다. 두 눈과 코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는 그 흉측한 해골엔 붉은색 머리카락과 커다란 이까지 자라나 있었다.민정아를 공포에 질리게 하려는 게 분명하다.“신유리... 너 취향이 왜 이래!”“신세희 씨, 살려줘. 빨리 살려줘.
신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먼저 이모한테 보여드릴게요.”“아니야! 엄선희 이모에게 줄 것이니 난 보지 않을게.”민정아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빙긋 웃었다.자신이 크게 놀랐으니 엄선희도 똑같이 놀라야 하지 않겠는가.헤헤.엄선희, 기대해!그러게 왜 신세희를 마중하러 같이 나오지 않았어.신유리는 그제야 선물을 꺼내고 싶어 안달 났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사실 신유리도 정아 이모에게 엄선희 이모에게 줄 선물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자고로 선물이란 신비함을 유지해야 하니 말이다.준비한 선물을 모두 줬으니 이제 세 식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엄선우가 차를 몰고 그들을 집에 데려다주었다.차에 앉은 세 식구는 오랜만에 친숙한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골목, 그리고 익숙한 가로등... 신세희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차가 그들의 아파트 단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신세희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한 쌍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신세희는 그 한 쌍의 눈을 똑똑히 보았다. 그 여자는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허름하다 못해 더이상 허름할 수 없는 온갖 자국으로 얼룩져있는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신세희의 흐려진 눈빛 속에 걱정과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고 뒤이어 안심하는 듯한 감정이 내려앉았다.“세워요! 엄 비서, 차 세워요!”신세희가 다급히 소리쳤다.엄선우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자 신세희는 곧바로 밖으로 뛰어나갔다.그녀는 미친 듯이 맞은편 거리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했을 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그곳은 작은 골목 입구였는데 더 안으로 들어가면 시장이 들어서 있다. 신세희는 골목 입구에서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조금 전 그 여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때 옆으로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가 다가왔다.“아가씨, 뭘 찾는 거예요?”신세희는 순간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아주머니, 혹시... 1분 전 이곳에 서 있던 허름한 옷차림의 아주머니 한 분 못 보셨어요?”아주
신세희의 엄마였다.부소경은 신세희를 꼭 끌어안았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신세희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엄마, 보고 싶어요. 제 엄마잖아요. 왜 절 보러 나오지 않으세요. 엄마, 저와, 유리, 그리고 유리 아빠도 모두 보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나와주시면 안 돼요? 엄마...”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 길 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고 있었다.신유리도 깜짝 놀라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부소경이 낮은 목소리로 신세희를 다독였다.“신세희, 유리가 놀라. 울지 마.”신세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신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엄마...”신유리는 신세희에게 다가갔다.“엄마, 슬퍼하지 말아요. 네?”“아가...”신유리가 작은 손으로 엄마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사실 엄마에게 드릴 선물도 준비했어요. 집에 가서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했었는데 이제 제가 무슨 선물을 샀는지 알려드릴게요.”신세희는 신유리를 꼭 끌어안았다.“미안해. 아가. 미안해. 엄마 때문에 많이 놀랐지?”신유리는 어른처럼 의젓하게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엄마, 엄마에게 드릴 선물은 할머니 인형이에요. 그 할머니 인형 진짜 자애롭게 생겼어요.”신세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엄마한테 그런 선물을 주는 거야?”“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할머니 인형을 준비했어요. 집에 가서 드릴 테니까 슬퍼하지 마세요. 알았죠?”신세희는 신유리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엄마는 슬프지 않아. 정말이야. 고마워. 우리 이제 집에 가자.”신세희는 신유리를 안고 길을 건넜다. 하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해 고개를 돌리고 골목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엄마! 제 엄마라면 꼭 이곳에서 기다려주세요. 무서워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마세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전 딸도 있고 아이의 아빠도 저한테 잘해줘요. 제가 지금 제일 걱정하고 있는 건 엄마예요. 며칠 전 남성에 큰비가 내렸다고 들었어요. 혼자의 몸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