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의 엄마였다.부소경은 신세희를 꼭 끌어안았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신세희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엄마, 보고 싶어요. 제 엄마잖아요. 왜 절 보러 나오지 않으세요. 엄마, 저와, 유리, 그리고 유리 아빠도 모두 보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나와주시면 안 돼요? 엄마...”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 길 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고 있었다.신유리도 깜짝 놀라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부소경이 낮은 목소리로 신세희를 다독였다.“신세희, 유리가 놀라. 울지 마.”신세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신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엄마...”신유리는 신세희에게 다가갔다.“엄마, 슬퍼하지 말아요. 네?”“아가...”신유리가 작은 손으로 엄마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사실 엄마에게 드릴 선물도 준비했어요. 집에 가서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했었는데 이제 제가 무슨 선물을 샀는지 알려드릴게요.”신세희는 신유리를 꼭 끌어안았다.“미안해. 아가. 미안해. 엄마 때문에 많이 놀랐지?”신유리는 어른처럼 의젓하게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엄마, 엄마에게 드릴 선물은 할머니 인형이에요. 그 할머니 인형 진짜 자애롭게 생겼어요.”신세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엄마한테 그런 선물을 주는 거야?”“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할머니 인형을 준비했어요. 집에 가서 드릴 테니까 슬퍼하지 마세요. 알았죠?”신세희는 신유리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엄마는 슬프지 않아. 정말이야. 고마워. 우리 이제 집에 가자.”신세희는 신유리를 안고 길을 건넜다. 하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해 고개를 돌리고 골목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엄마! 제 엄마라면 꼭 이곳에서 기다려주세요. 무서워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마세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전 딸도 있고 아이의 아빠도 저한테 잘해줘요. 제가 지금 제일 걱정하고 있는 건 엄마예요. 며칠 전 남성에 큰비가 내렸다고 들었어요. 혼자의 몸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아파트 단지 밖에서 보았던 그 눈빛,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신세희는 분명 엄마의 눈빛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엄마와의 만남을 생각하기만 하면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파왔다.그녀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샤워를 했다. 그녀는 신유리를 씻길 때에도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지만 엄마를 배려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씻고 난 뒤 신세희는 신유리를 재우고는 자신도 침대 위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몸은 너무나도 피곤했지만 왠지 잠은 오지 않았다.부소경 또한 피곤했지만 그에겐 잠을 잘 시간이 없었다.모녀가 잠든 모습을 본 뒤 부소경은 서재로 가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2주 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저 사인해야 할 파일들만 가득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가 일을 모두 마친다면 아마 식사가 끝나있을 것이다.부소경이 서재에서 나왔을 때 주방엔 신유리 혼자만 앉아있었다.“세희는요?”부소경이 이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이 아주머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유리가 아빠에게 손짓하며 말했다.“아빠, 엄마는 너무 피곤해서 쉬셔야 해요. 엄마가 깨면 그때 다시 음식을 데워서 드리면 돼요.”부소경이 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래. 유리의 말대로 할게.”밥상에 앉은 그는 직접 신유리에게 음식을 먹여주었다.“많이 먹어야 키 커. 쑥쑥 커야 엄마를 보호하지.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6살의 어린 아이는 조금의 불평도 없이 아빠와 함께 얌전히 밥을 먹었다. 다 먹은 뒤 아이가 부소경에게 말했다.“아빠, 엄마한테 가세요. 전 할머니와 있으면 돼요.”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실로 향했다.신세희는 여전히 침대에 몸을 움츠리고 누운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부소경은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갔다. 여태껏 그녀가 잠들어 있는 줄 알았던 그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녀의 베개가 흠뻑 젖어있다는
부소경이 의아한 얼굴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왜 그래?”“이러지 말아요. 소경 씨, 이러지 말아요.”부소경이 신세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서씨 어르신께서 임서아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만 알면 다시는 임서아를 두둔하지 못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네 마음대로 임씨 집안 사람들을 처리하면 돼.”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웃음 지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 아직도 모르겠어요? 서씨 어르신은 절 싫어해요.”신세희가 처량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어르신은 뼛속 깊이 날 미워해요. 서준명 씨는 처음 절 보았을 때부터 그의 고모와 저의 외모가 정말 비슷하다고 말했어요. 서준명 씨도 보아낼 수 있는 걸 서씨 어르신이 모를까요? 서씨 어르신이 임서아를 외손녀로 인정하는 건 그저 임서아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그건 어르신에게 있어 일종의 자아 위안이에요. 내일 DNA 검사를 해 제가 어르신의 진짜 외손녀라는 빼도 박도 못 하는 증거를 들이민다고 해도 어르신은 여전히 절 미워할 거예요.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아요? 만약 제 엄마가 이 일을 안다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부소경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그 또한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었다. 당시 부씨 집안에서 그와 그의 어머니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부소경은 자신이 부씨 집안의 넷째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밖에서 떠돌아야 했었다. 부씨 집안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그때, 부소경 또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었다.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부소경과 부씨 집안 사람들, 친할아버지와 심지어 아버지 사이에도 조금의 친밀함도 존재하지 않는다.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 엄마는 지금 이 도시에서 제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어요. 엄마는 분명 서씨 어르신이 몇 년 동안 계속하여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걸 아실 거예요. 하지만 엄마는 왜 집에 돌아가 서씨 어르신을 뵙지 않았을까요?”이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소경이 깜
오히려 신세희는 그를 포용하고 이해해주었다.그에게 하나도 따지지 않고 모든 일을 다 그를 위해 생각해주었다.이 순간, 부소경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그저 이 여자를 무섭게 품에 안고 세게 끌어안았다.그는 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외로웠다.늘 외로웠다.그는 부 씨 집안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지 못했었고, 부 씨 집안 사람들에 의해 해외로 추방을 당해서 엄마와 함께 서로 의지 하며 살아왔다. 그는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환경이 그를 독하고 차갑게 만들었다.그가 신세희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그는 아직도 신세희가 저녁에 주었던 그 전자담배 필터를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만들어 줬던 잔치국수, 그녀가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걸 해주면, 오직 그녀만 보여줄 수 있는 그 태양같이 밝은 미소.이 모든 건 신세희의 외로움과 진심을 갈망하는 모습을 깊게 드러냈다.그 또한 외롭고 진심을 갈망했다.그리고 오늘 날, 그 진심은 그의 품 안에 있었다.그녀는 두려움 없이 그를 따라서 가성섬에 왔고, 가성섬에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해서, 그녀는 심지어 가성섬 사람들이 그를 잡을까 봐 자신의 핸드폰도 이틀동안 꺼놨다.그녀가 그를 향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사랑은, 그가 그녀를 향한 사랑보다 훨씬 컸다.설사 자신의 원수가 여전히 잘 살고 있을지라도,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위해서 다 참을 수 있었다.이 순간, 부소경이 느낀 감동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꽉 안고, 한참을 안은 뒤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잡고 조금씩 그녀의 얼굴에 있던 눈물을 닦아주었다.눈물을 다 말려준 뒤, 그는 뚫어져라 그녀를 보며 아주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희야, 사랑해.”신세희:“......”정말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강성시 전체를 주름잡고 얘기만 들어도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고 하룻밤 사이에 가성섬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남자. 그녀를 매우 아끼지
다음 날.날씨가 맑았다. 신세희는 눈을 뜨자마자 온 몸이 다 피곤한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컨디션이 오히려 좋았다. 전체적으로 정신이 맑은 느낌에 그녀의 얼굴엔 쑥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오래된 부부였다. 단지 가성섬에 있었던 그동안은 바빴던 탓에 보름 정도 뜨거운 밤을 못 보냈을 뿐이지, 다시 집에 돌아와서 뜨거워진 두 사람은 정말 신혼부부 같았다.그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그녀도 생각이 많아졌다.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어쩌면 날씨와 상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비록 당분간은 엄마를 찾을 수 없지만, 신세희는 90프로 정도 엄마가 아직 살아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엄마가 살아있다면, 그것 조차도 희망이었다.적어도 이전 6년동안 엄마가 죽었다고 살아온 시간보다는 나았다.살아있다는 건 제일 큰 희망이었다.신세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 있던 남자는 이미 침대에 없었다.신세희도 이불 속에서 나온 뒤, 남자의 셔츠 한 장을 걸치고 부소경이 어딨는지 찾은 다음 오늘 조의찬을 보러갈지 말지 물어보려 했다.조의찬은 어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부소경이 파견한 사람의 의해 데려가졌고, 그 장면을 신세희가 보았다. 그날 조의찬을 데리러 나온 사람은 조의찬의 부모님이었고, 원래 그녀는 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그래도 조의찬이 이번에 다친 건 자신 때문이니 말이다.그래서 조의찬의 부모가 아무리 신세희를 달가워하지 않아도, 신세희는 두 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하지만, 서 씨 집안 어르신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신세희와 부소경은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따라갔기에, 그녀는 조의찬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기회가 없었다.신세희는 비몽사몽한 채로 화장실에 갔고, 화장실엔 사람이 없었다.거실로 나가보니 거실엔 이 씨 아주머니만 일을 하고 있었고, 부소경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그가 어디로 간 거지?신세희는 안방으로 돌아온 뒤, 핸드폰으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소경아......”작은 고모는 부소경이 절대 먼저 고개를 숙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의찬이 치료 다 되면 F그룹 와서 저랑 계약서 작성할 거예요. 남성시 거리에 있는 그 땅, F그룹이랑 조천그룹이 공동으로 개발할 거거든요.” 부소경이 말했다.작은 고모와 작은 고모부 그리고 조의찬은 다 벙쪘다.그리고 조의찬은 눈시울을 붉혔다. “형…”부소경은 불쾌한 듯 조의찬을 보았다. “보잘 것 없는 놈.”조의찬은 웃었다. “그래, 형. 난 욕 먹어도 싸.”“얼른 몸이나 회복해. 유리가 자꾸 말 태워주는 삼촌 한 명이 줄었다고 칭얼대는데, 앞으로는 네가 해줘야 할 거야.”조의찬은 더 밝게 웃었다. “그 꼬맹이가 나한테 말 태워달라고 한다면 당연히 태워줘야지!”옆에서 계속 아무 말도 안 하던 반명선도 웃었다. “유리는 장난꾸러기라서 말 타는 걸 좋아하더라고요.”반명선의 목소리를 듣고, 부소경은 반명선을 힐끗 보았다.그는 조의찬에게 말했다. “어린 아가씨 혼자서 남성으로 와서, 오는 길 내내 널 보살폈어. 네가 아가씨 대학 가는 거 도와줘. 남성에서 대학 다니는 게 섬에서 다니는 것보단 낫겠지.”“형, 형이 말 안 해도 내가 명선이 잘 챙길게. 명선이는 착한 아이잖아.” 조의찬이 말했다.잠깐 망설이다가 그는 또 반명선을 보았다. “내가 다 나으면, 유리랑 놀게 해줄게. 둘이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니까, 둘이 같이 놀 수 있을 거야.”“저… 저는 유리보다 10살이나 많은 걸요!”“하하......”엄마아빠는 조의찬의 이런 모습을 보고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아들이 가성섬에 다녀와서 비록 그들을 매우 걱정시켰고, 놀랄만한 일은 있었지만 위험한 일은 없었다. 제일 중요한 건, 조 씨 가문과 부소경의 사이가 좋아졌고, 아들도 훨씬 철이 들어 있었다.더 중요한 건,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까지 데려왔다.어린 아가씨는 비록 나이가 좀 어렸지만, 착하고 철도 들었다.조의찬의 부모는 볼수록 마음에 들어했다.마침 이때, 부소경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아이고, 착하지…” 고모는 매우 감동을 받았다.저편에서 신세희의 기분도 조금 나아졌다.그녀와 부소경의 고모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안방으로 돌아와 세수를 하고, 유리에게 일어나서 밥을 먹으라고 말한 뒤, 신세희는 유리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회사에 출근을 하려 했는데, 신세희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그녀는 수신인을 보고 웃었다.엄선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신세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선희 아가씨, 왜 어제 나 데리러 공항에 안 왔어?”저편에서 엄선희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정아 씨랑 같이 공항에 데리러 가겠다고 했었는데, 세희 씨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중요한 일로 찾는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얘기는 잘 했어?”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했어.”엄선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세희 씨, 그 노인네가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지?”신세희는 작게 말했다. “선희 씨, 이제 서 씨 집안에 시집 갈 사람이, 나랑 똑같이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싫어하면 어떡해?”신세희는 지금까지 엄선희가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싫어하는 건 자신 때문인 줄 알았다.엄선희와 서준명의 연애는 좋게 발전하고 있었고, 앞으로 그녀는 서 씨 가문에 시집을 갈 예정이라, 신세희는 자신과 서 씨 집안 어르신 사이에 원한이 엄선희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랐다.그러나 엄선희는 차갑게 웃었다. “난 미워하기 싫은데, 그 노인네가 날 놓아주질 않아!”“왜?”엄선희는 분노에 찬 상태로 말했다. “그 노인네가 내 앞에서 준명 씨한테 나랑 결혼하지 말라고 했어.”“만약에 준명 씨가 나랑 결혼하면, 어르신이 준명 씨랑 모든 관계를 끊을 거고, 그 뿐만 아니라 준명 씨 부모님이랑도 연을 끊으라고 할 거래. 그 노인네 왜 이렇게 악랄한 거야?”“어르신은 왜 결혼을 못 하게 하는 건데?”신세희는 어렴풋이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엄선희는 말을 살짝 더듬었다. “세희 씨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나 때문이지?”“그 인간 편견 때문이야! 어르신은 자기만 좋은
신세희:“......”민정아는 정말 친구를 해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저편에서 엄선희는 여전히 신나 있었다. “세희 씨, 어떻게 이렇게 착하고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아이를 낳은 거야? 겨우 6살인데, 모든 사람들한테 선물 사다주는 것도 알고, 난 그 선물 빨리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내가 분명 엄청 좋아할 거 같아.”신세희:“......”“얼른 내려와!” 엄선희가 재촉했다. “내가 어제 저녁부터 전화해서 선물이 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타지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서 피곤하고 또 다른 것도 있으니까… 흐흐흐.”“그래서 내가 어제 저녁에 참고 방해 안 했어. 지금 당장 내려와, 나 오늘 세희 씨네 차 타고 같이 출근할 거야.”“알겠어.”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보았다. “유리야, 선희 이모 선물 챙겼어?”신유리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 챙겼어 엄마.”그녀는 검은 봉투를 흔들며 신세희에게 보여줬다.신세희는 한숨을 쉬었다. “에휴…”신유리는 눈동자를 굴리며 엄마를 보았다. “엄마! 한숨 좀 쉬지 마.”“엄마가 어제 내가 이 선물들 예쁜 이모들한테 주면 혼날 거라고 했었잖아, 근데 엄마 예상이 틀렸어. 윤희 이모도 날 안 혼냈고, 예쁜 정아 이모도 날 안 혼냈어. 다 내 선물을 좋아했다고!”“응. 그럼 네가 윤희 이모랑 정아 이모가 너 때문에 놀라서 기절할 뻔한 표정을 까먹은 거겠지.”“아이고, 진짜 왜 어른들은 놀라움도 못 참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내가 봤을 때 선희 이모는 좀 나을 거 같아. 선희 이모는 작은 고추 같고 나랑 제일 성격이 비슷하잖아. 그러니까 절대 놀라지 않을 거야.”제일 중요한 건, 신유리는 이 선물이 절대 놀랍지 않다고 생각했다.“너를 말로 이길 수가 없네. 가자, 내려가서 선물 전달해야지.”모녀는 손을 잡고 아래로 내려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하는 곳에서 신세희는 신난 표정의 엄선희를 보았다.“신유리! 너 이 귀여운 것, 얼른 달려와서 나한테 선물 줘. 이모가 얼마나 기다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