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세단 4, 5대가 저택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 부소경이 저택에서 나와 차에 타자마자 부하가 그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사모님과 공주님은 무사 하세요. 반씨 집안 넷째 공자는 사모님과 공주님에게 불리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어요.”“그래.” 부소경이 말했다.“방금 저희 쪽 사람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반호영은 특별히 공주님과 사모님을 위해 제일 좋은 방을 준비했고 두 사람은 이미 잠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듣자 하니…”부하는 반쯤 보고하고 나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엄선우가 물었다.“듣자 하니 뭐요? 말해도 돼요.”그제야 부하는 입을 열었다. “공주님이 임서아의 머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임서아의 이마가 엄청나게 부어올랐다고 합니다. ”“풉...”엄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부하는 감히 웃지 못했다.아무래도 엄선우와 부소경처럼 사이가 가깝지 않다보니 언행을 주의해야 했다.엄선우는 한참 웃고나서 물었다.“계속하세요.”“네, 공주님이… 반호영을 말처럼 올라 탈라했고 반호영이 기꺼이 바닥에서 기어다니더래요. 게다가 반호영의 귀를 너무 당겨서 귀가 저팔계 귀처럼….”“하하하!”엄선우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여장부 나오셨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신유리밖에 없을걸요. 하하하, 웃겨 죽겠어요. 반호영이 공주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즐거운데요? 그리고 임서아, 그... 임씨 집안 세 식구도 너무 재수 없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어쩜 그리도 재수가 없을까요! ”엄선우는 웃느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한편 부소경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부소경은 신유리의 강인함과 용맹함에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부소경은 자기의 딸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반호영에게 끌려갈 때부터 부소경은 뒤따라가는 척만 했었지,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부소경은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군주 저택은 부소경에게 아
엄선우는 상대가 조의찬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물었다.“대표님, 내려서 물어볼까요?”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이에 답하지 않고 기사에게 말했다.“계속 가세요!”기사가 말했다.“네! 대표님.” 차는 계속 달렸다.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다들 입을 다물었다.기사는 부소경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계속 달렸다. 어느새 차는 군주 저택에 들어섰고 군주 저택의 대문이 자연스럽게 닫혔다.밤은 아주 조용하였다 오늘 밤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이 밤은 사람들을 조용히 잠들게 할 수도 있고 혹은 하룻밤 사이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할 수도 있었다.오늘 밤, 임서아 머리의 혹은 약의 작용으로 많이 회복될 수도 있고 신세희와 신유리도 꿀잠을 잘 수 있다.군주 저택의 사람들이 부소경의 행방을 찾지 못하게 하려고 신세희는 휴대폰의 전원을 켜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날씨는 더없이 맑았다.세수하고 위층에서 내려온 신세희와 신유리는 거실에 앉아있는 반호영을 보았다.“좋은 아침!” 반호영이 먼저 인사를 전했다. “나쁜 사람!” 신유리는 또다시 태세 전환을 했다.반호영은 퉁명스럽게 신유리를 노려보며 말했다.“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나를 말처럼 타고 놀더니 하루 사이에 태도가 확 바뀌었네.” "우리 아빠는?”신유리가 반호영에게 물었다.“....”사실 반호영은 이 질문에 답하기 머쓱했다.‘나와 네 아빠는 원수야. 둘 중 한 사람은 무조건 죽어야 해.’만약 반호영이 자기의 마음을 신유리에게 말했다면 어땠을까?반호영은 신유리의 전투력을 이미 알고 있다.만약 반격하지 않는다 하면 반호영은 신유리에게 임서아처럼 얻어터질 수도 있다.그래서 반호영은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신세희를 힐끗 쳐다보았다.신세희는 미소를 지으며 신유리한테 말했다.“유리 착하지. 아빠는 가성섬에 출장 왔어. 아빠는 우리에게 잠시 반호영... 나쁜 사람의 집에 머물라 하셨어. 아빠가 일을 마치면 유리와 엄마 데리러 올 거야.” 반호영은 이내 맞장구를 쳤다.
신유리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공짜로 딸이 생기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아니, 너무 좋았다!반호영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아침 식사가 진행되는 내내 신세희는 수저를 들지 않았고 반호영은 신유리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기 바빴다.신세희는 당황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신유리는 외출하자고 졸랐다.신세희는 가성섬의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외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성섬은 작은 섬이라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었다.두 모녀는 손을 잡고 동원을 나왔다. 서원을 지나치는데 상처를 처치하러 온 의사가 문을 열고 있었다.임서아는 정원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머리에 붕대를 두른 임서아를 보자 신유리가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저거 봐! 저 못난이가 어제까지 얼굴에 퍼렇게 멍이 들었더니 멍은 좀 가라앉은 것 같은데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앉았네? 정말 멍청해 보여. 엄마, 빨리 봐! 핸드폰은 가져왔어? 빨리 사진 찍어! 우울할 때마다 꺼내서 볼래….”한가하게 휴식하고 있던 임서아가 그 말을 듣고 분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씩씩거리며 신유리에게 달려왔다.하지만 예전의 날카로운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얼굴은 귀신처럼 창백하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조금 전까지 임서아를 비웃던 신유리는 놀라서 엄마의 등 뒤로 숨었다.임서아가 신세희와 신유리 앞에 다가왔지만 반호영이 다리를 들어 그녀를 걷어찼다.안 그래도 허약한데 제대로 맞았으면 위험했을 뻔했다. 임서아는 재빨리 집으로 도망쳤다.분노한 그녀는 울며 물건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의사는 상처에 약을 발라주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정원 밖, 반호영은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대문을 향해 소리쳤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세희와 이 아이는 내가 초대한 손님입니다. 그것도 아주 존귀한 손님이죠. 앞으로 이들 모녀에게 해를 가하는 인간은 그게 누구든 바다에 던져버릴 테니까 조심해 주세요!”말을 마친 반호영은 신유리의 손을
그 소리를 들은 반호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전화를 걸었지?”부소경은 대답 대신 화제를 돌렸다.“반호영,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 50년 전, 반 씨 가문과 하 씨 가문 사이에 숨긴 비밀이 뭔지 알아?”반호영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처자식이 그의 손에 납치되었는데 전혀 당황하지 않는 태도가 의심스러웠다.신세희와 신유리를 포기하기로 한 걸까?정말 그렇다면 반호영에게는 오히려 이득이었다.잠시 말이 없던 반호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부소경, 너 남자 맞아? 이러고도 남성의 왕이라고? 처자식이 내 손에 있는 거 몰라?”부소경은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내가 저 둘을 어떻게 할 것 같아?”“두 사람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죽을 줄 알아.”부소경이 담담히 말했다.“그러니까… 지금 내 일거수일투족을….”“그래. 네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감시하고 있어. 내 아내와 딸이 거기 있어서 오히려 시름이 놓여. 만약 그들에게 허튼수작을 부렸으면 넌 진작에 목숨을 잃었다고!”담담하지만 위협이 느껴지는 말투였다.반호영은 그의 말에서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그는 남성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다.살면서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하지만 부소경이 어떤 인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가문의 대권을 틀어쥐었는지, 어떻게 자신의 형제를 몰아세우고 장애물들을 제거했는지, 그리고 그가 해외에서 축적한 세력들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부소경은 반호영에게도 약간 두려운 존재였다. 그의 형인 반호경과 힘을 합쳐도 버거운 상대였다.그들 형제가 이렇게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남성 서 씨 어르신과 서울 구 씨 가문에서 뒤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그를 상대로 부소경은 전혀 긴장하는 기색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태도로 통화를 했다.그러니 그가 한 말도 그냥 해본 말은 아닐 것이다.부소경은 실속이 없는 말을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속으로 아무리 잔인한 생각을
부소경은 대답이 없었다.“난 한 번도 이 가성섬에 애착을 가진 적 없어. 촌구석 같아서 말이야. 해마다 정부 지원금으로 겨우겨우 버티잖아. 나도 너처럼 해외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가성섬을 떠나도 해외로 가면 여전히 잘 살 수 있어! 부소경, 네 협박은 나한테 안 통해! 서 씨 어르신과 구 씨 가문이 우리 형을 지지하고 있어.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 나 비겁한 사람은 아니야. 너에게 붙잡혀도 절대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말을 마친 반호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부소경은 생각에 잠겼다.“대표님,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뒤에 있던 엄선우가 물었다.부소경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반호영에게 어디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어. 유리랑 세희 데리고 어디 나갔다고 했거든. 저택에 있는 게 안전할 텐데. 걱정해서 전화했더니 반호영 그 자식이….”반호영이 이렇게까지 까칠한 성격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까지 들었다.한편, 전화를 끊은 반호영은 드디어 부소경에게 한방 먹였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했다.사람은 자아도취에 빠지면 주변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많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반호영은 누군가 접근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엄마, 이거 봐. 이렇게 모래 속에 파묻히면 아주 따뜻할 것 같아. 내가 누울 테니까 엄마가 나를 파묻어 줘.”신유리가 잔뜩 신난 목소리로 신세희를 재촉했다.신세희는 아이의 철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짐짓 화난 척, 아이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파묻는다는 소리 한 번만 더 해봐. 혼날 줄 알아!”그러자 신유리가 엄마를 향해 혀를 홀랑 내밀었다.“헤헤!”그러더니 모래를 집어 신세희에게 던졌다.“엄마, 몸에 모래를 덮으면 피부가 햇빛에 타지 않을 거야.”주변에는 모래로 온몸을 덮고 머리만 밖에 내놓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 아이는 그들이 피부가 그을릴까 봐 모래로 피부를 가린다고 생각했다.신세희는
칼을 맞은 조의찬의 등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면서도 손을 들어 아이의 눈을 가려주었다.아직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신유리에게 이런 잔혹한 장면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세희 씨, 도망가요! 빨리요!”조의찬이 다급히 소리쳤다.이때, 백골처럼 야윈 암살자가 다시 조의찬의 등 뒤로 칼을 휘둘렀다. 신세희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암살자를 걷어찼다.남자가 바닥에 쓰러지며 칼도 바닥으로 떨어졌다.신세희는 그제야 암살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딱 한번 만난 적 있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그는 허영의 불륜상대였다.허영이 가성섬으로 오면서 저 남자까지 데리고 올 줄이야.‘참 대단한 여자야!’이때, 뒤늦게 반응한 반호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주변을 지키던 그의 경호원들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들이 가까이 오기 전에 건장한 두 남성이 나타나서 놈의 팔을 비틀어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그리고 남자들 뒤로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엄선우가 다가왔다.아무도 그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엄선우가 남자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자 남자는 바로 기절해 버렸다.“묶어!”엄선우가 명령했다.현장을 지키던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주변에서 여가를 즐기던 사람들은 놀라서 대부분 도망갔다.신세희도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엄선우 씨….”부소경이 자신들을 모른척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엄선우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선우 아저씨….”신유리가 울음을 터뜨렸다.등 뒤에 있던 반호영이 화를 내며 따지고 들었다.“엄선우, 감히 내 주변에 잠복하고 있었어? 지금 나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경호원들에게 차갑게 명령했다.“부소경 부하놈을 당장 제압해서 끌고 가!”하지만 명령을 따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반호영이 고개를 돌려 보니 부소경이 등 뒤에 버티고 서 있었다.그가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조의찬은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등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형, 나… 신세희 씨한테 다른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 절대 아니야. 그냥… 유리랑 세희 씨를 지켜주고 싶었어. 유리까지 다치면 세희 씨가 너무 힘들어지잖아.”부소경은 조의찬을 부둥켜안고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차 이쪽으로 가지고 와! 당장 병원에 가야겠어! 가장 믿을만한 의사가 수술을 집도할 거야! 너는 내가 무조건 살려!”조의찬을 태운 차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부소경은 신세희와 딸을 품에 끌어안았다.“너… 어떻게 온 거야? 줄곧 우리 주변에 잠복해 있었던 거야? 나랑 우리 형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거냐고?”반호영은 두려운 시선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물었다.부소경이 잔인한 성격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그는 가성섬을 치겠다고 선포한 뒤로 6년의 준비 끝에 실행에 옮겼다.군사를 이끌지 않고 아내와 딸만 데리고 가성섬에 착륙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반호영은 잔뜩 겁먹은 기색으로 뒷걸음질쳤다.절망이 한순간에 몰려왔다.부소경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넌 내 동생 조의찬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걔가 내 딸과 아내의 목숨을 살렸기에 네가 살아 있는 거라고. 만약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너부터 죽였어.”말을 마친 부소경은 신세희를 데리고 현장을 떠났다.자리에 남은 반호영은 한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가성섬에서 반호영은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존재였다. 심지어 가성섬 주민들은 형인 반호경보다 그를 더 존경하고 따랐다. 그런데 부소경의 눈에 그는 그저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도련님.”옆에 있던 부하가 그를 불렀다.반호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갑게 말했다.“집으로 가자! 형이랑 의논해 봐야겠어! 부소경이 뭘 믿고 이렇게 거만을 떠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보내 병원을 포위하도록 해!”“네, 도련님!”지시를 받은 부하가 다급히 현장을 떠났다
수화기 너머로 어딘가 지쳐 보이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내 목소리도 못 알아들었어?”부소경은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서씨 어르신이었다.그는 바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어르신,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가성섬의 비밀을 내가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어르신이 다시 말했다.부소경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그래!”어르신은 솔직하게 인정했다.“그런데 왜 제가 남성에 있을 때는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가성섬을 침공하려 한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지켜보시기만 하셨잖습니까?”부소경이 다시 물었다.서씨 어르신의 목소리가 점점 더 힘없이 들렸다.“말을 안 한 이유는 네 엄마, 그리고 네 외가 쪽 사람들과 이 비밀을 영원히 간직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내가 너한테 이 사실을 알렸을 때 네가 가성섬을 바로 쳐들어갈 것 같았어. 그래서 여태 숨겼던 거야. 영원히 혼자 간직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90세가 다 되어가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구슬프게 이어졌다.“이제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구나.”부소경의 반응은 생각보다 침착했다.뭔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이 비밀로 저랑 거래를 하시려는 거지요?”“소경이 넌 여전히 똑똑하구나.”말을 마친 어르신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어젯밤, 어르신은 임서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좋은 소식을 기대했건 만, 전화를 받자마자 외손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외할아버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저…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요. 제가 정말 죄송해요, 외할아버지….”놀란 어르신이 물었다.“서아야, 무슨 일이야? 말을 해야 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임서아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흐느끼며 말했다.“외할아버지, 저 부소경이라는 사람이 너무 무서워요. 그 인간이 우리 모두를 속였어요….”충격을 받은 어르신은 하마터면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임서아는 울며 가성섬의 상황을 어르신께 보고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