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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칼을 맞은 조의찬의 등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면서도 손을 들어 아이의 눈을 가려주었다.

아직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신유리에게 이런 잔혹한 장면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세희 씨, 도망가요! 빨리요!”

조의찬이 다급히 소리쳤다.

이때, 백골처럼 야윈 암살자가 다시 조의찬의 등 뒤로 칼을 휘둘렀다. 신세희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암살자를 걷어찼다.

남자가 바닥에 쓰러지며 칼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세희는 그제야 암살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딱 한번 만난 적 있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그는 허영의 불륜상대였다.

허영이 가성섬으로 오면서 저 남자까지 데리고 올 줄이야.

‘참 대단한 여자야!’

이때, 뒤늦게 반응한 반호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주변을 지키던 그의 경호원들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들이 가까이 오기 전에 건장한 두 남성이 나타나서 놈의 팔을 비틀어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남자들 뒤로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엄선우가 다가왔다.

아무도 그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엄선우가 남자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자 남자는 바로 기절해 버렸다.

“묶어!”

엄선우가 명령했다.

현장을 지키던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여가를 즐기던 사람들은 놀라서 대부분 도망갔다.

신세희도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엄선우 씨….”

부소경이 자신들을 모른척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엄선우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

“선우 아저씨….”

신유리가 울음을 터뜨렸다.

등 뒤에 있던 반호영이 화를 내며 따지고 들었다.

“엄선우, 감히 내 주변에 잠복하고 있었어? 지금 나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거야?”

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경호원들에게 차갑게 명령했다.

“부소경 부하놈을 당장 제압해서 끌고 가!”

하지만 명령을 따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반호영이 고개를 돌려 보니 부소경이 등 뒤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가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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