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 어르신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지어졌다.반면 부소경은 멍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신세희가 이렇게 쉽게 어르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신세희가 말했다.“하지만 어르신! 만약 이 비밀이 하찮은 것이라면 혹은 어르신께서 거짓말을 하신 게 밝혀진다면 영원히 아끼는 외손녀를 만날 수 없을 겁니다!”서씨 어르신이 한결 편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평생 신용을 지켜왔고 사회에서 위망도 두터워. 나 같은 사람은 명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아주 중요한 비밀이라고 했으니 그건 사실이야. 그리고 이 비밀은 네 시어머니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소경이 엄마가 나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했었어.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평생 짊어지고 갔을 거야. 내가 아닌 네 시어머니, 소경이의 엄마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소경이가 가성섬을 너무 쉽게 장악했으니 비밀을 알려주는 게 더 좋을 것 같구나.”“그래서 그 비밀이 뭐죠?”서씨 어르신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내 외손녀가 무사히 남성에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 주마! 그리고 이 비밀이 소경이에게 중요한 비밀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더 이상 서아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해!”“하!”신세희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웃음을 멈춘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임서아는 당신 같은 외할아버지가 있어서 참 든든하겠어요. 그건 정말 부럽네요. 어르신,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으세요?”어르신이 물었다.“무슨 후회?”“오늘의 결정을 말이죠.”신세희가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지?”“별 뜻은 없어요. 그나저나 임서아가 정말 부럽네요. 나도 외할아버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제 외할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저는 엄마도 못 보고 자랐네요. 우리 외할머니가 엄마를 임신했을 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평생 임서아처럼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겠죠. 그래서 부러워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약속할게요! 그 비밀이 값진 거라면, 내 남편에게 중
“하하하, 하하하...”신유리는 부모님 사이에서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세 사람의 웃음소리에 옆 병실에 있던 조의찬이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눈을 뜨자마자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눈처럼 하얀 천장이었고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하얀 벽이었다. 게다가 그가 덮고 있는 이불마저 하얀색이었다.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갑자기 덮쳐왔고 그 순간 조의찬은 호흡이 멈춘 것만 같았다.호흡이 멈췄다고?그는 조용히 옆 병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의 아주 맑고 앳된 목소리였다.“아빠, 엄마,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저... 유치원 친구들이 보고 싶단 말이에요. 벌써 3일이나 유치원에 못 갔어요, 아빠.”신유리가 부소경의 배를 베고 편안한 얼굴로 묻자 부소경이 온화한 말투로 대답했다.“음... 사실 여기도 유리 집이야. 유리 외증조할아버지랑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친척들이 다 여기 계시잖아. 그러니까 여기도 유리 집이랑 마찬가지야.”그 말을 들은 순간 조의찬은 머리가 윙 했다.‘유리 할머니라면 내 외숙모잖아? 외숙모는 이미 죽었는데? 게다가 외숙모랑 외숙모의 부모, 그리고 언니까지 다 한 곳에 묻혀있잖아. 설마 나 지금 무덤 속에 있는 거야? 그리고 내가 목숨 걸고 살린 조카딸도...’끝없는 아픔이 그의 마음을 덮쳤다.옆 병실의 대화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신유리는 마치 어른처럼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더니 엄청 중요한 결정이라도 내린 듯 진지하게 말했다.“알았어요! 사실 친구들이 엄청 보고 싶은 건 아니에요.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언젠가는 헤어지게 된다고. 엄마 아빠랑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유리는 어디 있어도 행복해요. 평생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언젠가는 꼭 만날 거라고 생각해요.”딸의 서글픈 목소리에 부소경이 피식 웃었다. 평소 부소경이 웃는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특히 가성섬에 오고 나서 연속 이틀 어머니에 대한 그 어떤 소식도 찾지 못해 무척이나 초조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딸의 천진난
화들짝 놀란 신유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신세희와 부소경의 시선이 동시에 옆 병실로 향했다.어제 오후 의사가 조의찬이 오늘 아침에 깨어날 것이라고 했다.두 사람은 바로 침대에서 내려 유리의 손을 잡고 옆 병실로 들어갔다. 조의찬이 병실 침대에 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는 것이었다.세 사람이 앞으로 다가와도 조의찬은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부소경에게 말했다.“형, 나... 그냥 이렇게 죽었어? 아직 장가도 못 갔단 말이야. 나도 신세희 씨처럼 정 많고 의리 있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그리고 난 아이도 없는데... 형네 가족은 영원히 함께하겠지만 난? 엉엉... 아직 다 살지 못했다고. 죽기 싫어!”그러자 부소경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 형수한테 다른 마음을 품었다간 지금 당장 죽여버린다?”조의찬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형, 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아직 안 죽었다고?”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슴 쪽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으악... 아파, 너무 아파! 내 상처...”‘아프네? 왜 아프지? 그렇다면...’조의찬이 고개를 들고 놀란 토끼 눈으로 부소경과 신세희를 쳐다보았다.“나... 나 아직 살아있어? 여기... 여긴 무덤도 아니고 천당도 아니야. 그럼 여긴...”“병원이에요.”신세희가 이불을 정리하며 말했다.“어제부터 계속 혼수상태였어요. 물론 약물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인제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짜 칼이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더라면 심장을 찌를 뻔했대요. 의찬 씨 정말 운이 좋았어요.”조의찬이 말했다.“정... 정말 신세희 씨예요?”“형수님이라고 불러!”“형수님이라고 불러요!”“형수님이라고 불러요!”세 식구가 이구동성으로 호통치자 조의찬이 바로 호칭을 바꾸었다.“형... 형수님.”신세희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의찬 씨, 이젠 나한테 신세 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유리 목숨을 구해줬잖아요. 만약 의찬 씨 아니었으면 우리 유리...”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신유리를
신유리가 조의찬을 보며 방긋 웃자 조의찬도 웃음으로 답했다.지금 이 순간처럼 마음이 편안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무나도 편했고 또 너무도 따뜻했다. 돌덩이가 있는 것처럼 무거웠던 마음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그는 막대 사탕을 먹으며 말했다.“유리가 다치지 않고 건강한 걸 보니까 삼촌은 더 바랄 게 없어. 우리 유리 정말 귀여워 죽겠어. 삼촌한테 유리처럼 귀여운 조카가 더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신유리는 발끝을 들고 조의찬의 코끝을 비벼대더니 방긋 웃었다.“유리도 삼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유리를 지켜주는 사람이 많아지잖아요.”신유리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아이는 조의찬 삼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고작 여섯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지만 어제 조의찬 삼촌이 아니었더라면 아빠와 엄마를 영영 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비록 조의찬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행동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유리는 조의찬 같은 삼촌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신유리는 그냥 해 본 말이었지만 조의찬과 부소경, 그리고 신세희는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움찔했다. 사실 아이에게는 삼촌, 큰아버지 등 가족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부소경은 엄숙한 표정으로 조의찬을 보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지금 좀 어때?”조의찬이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아프긴 한데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 의사 선생님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잖아. 빠르면 요 며칠 퇴원할 수도 있겠어.”그러자 부소경이 말했다.“버틸 수 있으면 가성섬을 떠나 남성으로 가는 건 어때? 남성의 의료 수준이 가성섬보다 훨씬 낫거든.”조의찬이 진지하게 물었다.“형, 가성섬의 일은 어떻게 됐어?”“원래는 이렇게나 빨리 잡아두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속전속결로 해야겠어. 다 해결한 다음에 남성으로 가자.”부소경이 말했다.“고마워, 형.”조의찬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부소경을 보았다. 이번에 칼을 맞고 신유리의 목숨을 구하
부소경은 반호경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길을 안내하는 게 좋겠어. 군주 저택은 나보다 네가 더 익숙할 테니까.”반호경이 그를 안내했다.“안으로 들어갑시다!”그 모습에 신세희는 순간 멍해졌다. 이런 상황에 반호경이 이렇게나 침착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신세희와 신유리 모두 꿈쩍도 하지 않자 반호경이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왜? 어제랑 그저께 우리 집에 있을 땐 전혀 겁먹지 않더니 당신 남편이 군주 저택을 물샐틈없이 포위하니까 오히려 내가 두려워졌어?”신세희가 입술을 꽉 깨물고 뭔가 얘기하려는데 신유리가 먼저 가로챘다.“호경 아저씨.”신유리의 부름에 신세희와 부소경 모두 할 말을 잃었고 가장 놀란 건 반호경이었다.그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가 이내 감동 어린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며 물었다.“유리야, 너... 너 방금 뭐라고 불렀어?”신유리는 반호경을 진지하게 쳐다보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했다.“호경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유리한테 잘해주잖아요, 말도 태워주고. 좋은 아저씨니까 앞으로는 나쁜 아저씨라 부르지 않을게요.”반호경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고개를 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신유리에게 말했다.“우리 착한 유리, 나중에 기회 되면 아저씨가 또 말 태워줄게. 아저씨 눈엔 우리 유리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뻐.”신유리가 까르르 웃으며 물었다.“제가 두 번째로 예쁘면 첫 번째는 누구예요?”“첫 번째는 당연히 유리 엄마지!”반호경이 거리낌 없이 말했다.“아저씨 눈엔 유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뻐. 유리 엄마의 미모를 따라올 자가 없어!”이 말은 신세희를 칭찬하는 동시에 신유리의 기분을 어르고 달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소경에게 던진 겁 없는 도전이기도 했다.신세희는 말문이 막혀버렸고 민망함에 고개를 돌려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부소경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반호경의 도전 따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반호경을 아
부소경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관여하지 않을게. 어쨌거나 너의 자유니까. 하지만 내 와이프랑 딸한테 조금이라도 해를 가한다면 목이 잘려 나갈 줄 알아. 반호경, 내가 왜 먼저 너의 집으로 가겠다고 길을 안내하라고 했는지 알아? 그저 단순히 내 와이프와 딸을 보살펴줬기 때문이야.”반호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기분이 말이 아니게 다운되었다.서울의 구씨 집안에 무기와 병력까지 빌려오면서 가성섬 전체가 충분한 준비를 마쳤지만 그 결과 아무런 쓸모가 없었고 오히려 부소경은 힘도 들이지 않고 군주 저택 전체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지금 이 순간 반호경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소경은 마치 뒤통수에 눈이 달린 듯 싸늘하게 말했다.“길 안내하라고! 나한테 합당한 이유를 얘기한다면 널 죽이지 않을 수도 있어!”반호경이 말했다.“알았어! 길 안내해주면 되잖아!”반호경이 맨 앞에서 걸어갔고 부소경은 신세희와 신유리의 손을 잡고 마치 공원을 산책하듯 군주 저택 안을 유유히 걸어 다녔다.군주 저택 안을 거닐던 중 만나는 사람마다 부소경과 신세희, 그리고 공주님 신유리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그 모습에 반호경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잠시 후, 그들은 반호경이 지내는 동원에 도착했다. 그들을 거실로 안내한 반호경은 메인 자리에 앉았고 그 옆으로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얼핏 보면 정말로 반호경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가서 반호석 군주를 모셔와.”부소경이 맞은 편에 서 있는 용병에게 말했다.“네, 대표님!”용병은 몸에 총을 지닌 채 달려 나갔다.“용병들이 있어 참 든든하겠어.”반호경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부소경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하기만 했다.“용병들은 나의 자랑이야. 난 열몇 살에 해외에 나갔어. 해외에 있는 동안 다른 건 별다른 성과가 없어도 내가 공들인 용병들은 그야말로 실력이 손꼽힐 정도야. 작은 가성섬은 물론이고 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용맹하고 싸움에 능한 존재들이지.
“하하하! 저기 저 못난이가 또 왔어요.”바로 그때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신유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달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임서아였다.아직도 머리에 흰 테이프를 칭칭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못난이였다. 게다가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데다가 얼굴에는 핏기라곤 없어 그야말로 처녀 귀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임서아는 신유리가 못난이라고 하든 처녀 귀신이라고 하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확인하고 싶은 건 단지 부소경이 정말로 그녀를 죽이지 않고 남성까지 무사하게 보내줄 것인지였다.이건 조금 전에 외할아버지가 전화로 알려준 것이었다.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부소경을 외할아버지가 해결했다는 사실에 임서아는 속으로 무척이나 뿌듯했다. 그녀는 신유리의 비웃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쭐거리며 부소경을 쳐다보았다.부소경이 고개를 들고 임서아를 힐끗 보더니 밖에 서 있는 용병에게 덤덤하게 말했다.“이 여자 당장 내쫓아. 한 번 더 내 눈앞에 나타났다간 사지를 찢어버릴 줄 알아!”임서아가 이를 갈았다.“소경 오빠...”“서씨 집안 어르신이랑 너희 식구를 산 채로 남성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팔다리를 무사하게 남겨두겠다고는 약속하지 않았어.”“꺼질게요... 당장 꺼지겠습니다...”임서아는 겁에 질린 나머지 엉엉 울며 허둥지둥 달려 나갔다.“하하하... 저러다 바지에 지리겠어요.”신유리의 웃음에 반명선도 몰래 웃었다. 가뜩이나 납작한 콧구멍이 더 크게 벌어졌다. 반명선이 신유리를 보며 활짝 웃자 신유리도 웃음으로 답했다.반명선이 입을 열었다.“꼬마야, 언니 콧구멍 신기하고 귀엽지?”반명선은 학교에서도 두려운 게 없었다. 그녀는 부모님의 방법을 대놓고 비웃었다. 어차피 곧 죽겠는데 뭐가 두렵겠는가!신유리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응, 언니 콧구멍이 크고 예뻐. 만약 콧구멍 양쪽에 코 피어싱하면 더 이쁠 것 같아.”“언니랑 같은 생각 했네!”반명선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잠깐
하지만 하씨 집안은 동의하지 않았다.그렇게 이익의 충돌이 심해진 데다가 하씨 집안의 세력까지 미미한 바람에 결국 몽땅 내쫓기고 말았다. 이렇듯 비즈니스계에서 서로 물고 뜯기는 현상은 늘 있는 일이었다.그리고 20년 후, 하씨 집안의 딸은 부씨 집안 남자의 첩이 되었다. 이게 바로 남성의 부씨 집안과 가성섬 하씨 집안 사이의 원한이다.하씨 집안의 외손자이자 부씨 집안의 손자인 부소경은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세상을 떠난 사람은 이미 떠났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섬에서 외갓집을 다시 보수하여 그들을 모시는 것이었다.그리고 부씨 집안에 대한 하씨 집안의 원한은 부소경이 부씨 집안 사람을 거의 다 멸하여 지금 남은 사람은 그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딸밖에 없다. 이젠 더 멸하려 해도 멸할 사람이 없다.“내 어머니를 알고 있어?”부소경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호석이 고개를 들고 생각했다.“하씨 집안의 가장 어린 공주님 말씀입니까?”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반호석은 아무 말이 없었다.사실 그는 하숙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 부씨 집안의 부성웅의 세력이 엄청난 바람에 그와 같은 우두머리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대표님 어머님께서 그때 부성웅 대표님을 무척이나 사랑하셨어요. 두 분이 서로 사랑한다는데 우리도...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게다가 그때 저는 열몇 살밖에 되지 않았고요.”반호석이 말했다.“너 그때 몇 살이었어?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 어머니가 어떤 비밀과 아쉬움을 갖고 이 가성섬에 남았는지 모른단 뜻이야?”부소경이 묻자 반호석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전 정말 몰라요. 정말이에요!”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서씨 집안 어르신밖에 없는 듯싶다.“나가!”부소경이 말했다.“대... 대표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반호석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나가라고!”부소경이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그... 그럼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