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은 이내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줄 돈은 없어. 그거 앞으로는 내가 직접 줄게. 얼마나 줄지는 자기 하는데 달렸어.”남자가 말했다.“나쁜 년, 독한 년!”허영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독해? 이 몇 년 사이 나한테서 못해도 20억은 받았지? 넌 나한테 뭐 해줬는데? 이제는 자기도 날 위해 뭔가는 해야지 않겠어?”남자는 갑자기 올라오는 금단현상에 허영에게 애원하며 말했다.“자기야, 누나야. 말해. 내가 뭘 해주면 돼? 다 할게. 사람도 죽여줄 테니까 누나, 빨리 말해줘.”허영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허영은 불륜남에게 극소량의 대마를 건네며 귓가에 속삭였다.“자기가 직접 말했어. 사람도 죽여줄 거라고.”남자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무조건 할게.”“그 여자가 내 돈줄 다 막아버렸어. 우리 돈줄이 끊기게 된 게 그 여자 때문이야! 그 여자만 죽이면 돈뿐만 아니라 가성섬도 자기 맘대로 쥐고 흔들 수 있어.”“그게 정말이야?”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허영이 답했다.“당연하지!”“알겠어!”허영은 계속하여 남자에게 귓속말했다. 남자는 연신 머리를 끄덕이었다. 말을 끝낸 허영은 만족스럽게 떠났다.집에 돌아온 허영은 컨디션이 최고였다.불륜남과 사랑을 나누었으니 만족스러웠다.“해결했어!”허영은 자신 있게 임지강과 임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짜야 엄마?”임서아는 깜짝 놀랐다.허영은 임서아를 위로했다.“이젠 걱정하지 마. 며칠 뒤면 신세희와 그 딸은 시체가 되어서 나타날 거야.”임서아는 이내 기분이 좋아져서 남성에 있는 외할아버지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화면 속 귀신처럼 하얀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임서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외할아버지한테 말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됐어, 어디 아파? 어쩌다 이렇게 됐어?”임서아는 기분이 한껏 들떠서 말했다.“외할아버지, 좋은 소식 있어요!”서씨 집안 어르신이 물었다.“우리 보배
부소경은 침착하고 쌀쌀맞게 말했다.“아니면요? 가성섬에 왔다고 어르신한테 보고라도 해야 해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깊은숨을 내쉬더니 흠칫하며 말했다.“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내 전화를 받았어?”부소경은 무덤덤하게 답했다.“휴대폰은 받으라고 있는 게 아닌가요?”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하지만... 넌 무력을 쓰지 않았어. 아무 움직임도 없었지.”부소경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무기 안 가져왔어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멈칫하더니 말했다.“너!”서씨 집안 어르신은 경악했다.“너... 설마...”“맞아요. 아내와 아이만 데리고 왔어요. 엄 비서와 함께요. 우리 네 사람만 왔어요.”부소경이 말했다.“....”부소경에 대한 서씨 집안 어르신의 요해에 따르면 부소경이 이렇게 쉽게 가성섬에 왔다는 건 무조건 필승의 전략이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설마 가성섬이 이미 부소경의 손아귀에 있는 거야? 그럴 리가? 구성훈이 반호경에게 준 무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부소경이 어떻게 반호경을 제압할 수 있지?”서씨 집안 어르신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부소경의 느긋한 말소리가 들려왔다.“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는거죠.”“....”“어르신, 할 얘기 있으세요?”부소경은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무슨 짓을 했든지 부소경은 한 번도 그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서씨 집안 어르신의 갈라진 목소리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소경아.”서씨 집안 어르신은 무슨 말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묻고 싶은 것도 많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부소경은 쿨하게 말했다.“어르신, 어르신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언제까지나 존중해 드릴게요. 어르신이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말이에요. 목숨만 붙어계시면 저 부소경이 끝까지 호강 시켜드리죠.”서씨 집안 어르신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소경아, 너 꼭 가성섬을 손에 넣어야겠어?”부소경은 한숨을 내쉬며 계속 말했다.“어르신, 남도 아니니
검은색 세단 4, 5대가 저택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 부소경이 저택에서 나와 차에 타자마자 부하가 그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사모님과 공주님은 무사 하세요. 반씨 집안 넷째 공자는 사모님과 공주님에게 불리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어요.”“그래.” 부소경이 말했다.“방금 저희 쪽 사람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반호영은 특별히 공주님과 사모님을 위해 제일 좋은 방을 준비했고 두 사람은 이미 잠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듣자 하니…”부하는 반쯤 보고하고 나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엄선우가 물었다.“듣자 하니 뭐요? 말해도 돼요.”그제야 부하는 입을 열었다. “공주님이 임서아의 머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임서아의 이마가 엄청나게 부어올랐다고 합니다. ”“풉...”엄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부하는 감히 웃지 못했다.아무래도 엄선우와 부소경처럼 사이가 가깝지 않다보니 언행을 주의해야 했다.엄선우는 한참 웃고나서 물었다.“계속하세요.”“네, 공주님이… 반호영을 말처럼 올라 탈라했고 반호영이 기꺼이 바닥에서 기어다니더래요. 게다가 반호영의 귀를 너무 당겨서 귀가 저팔계 귀처럼….”“하하하!”엄선우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여장부 나오셨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신유리밖에 없을걸요. 하하하, 웃겨 죽겠어요. 반호영이 공주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즐거운데요? 그리고 임서아, 그... 임씨 집안 세 식구도 너무 재수 없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어쩜 그리도 재수가 없을까요! ”엄선우는 웃느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한편 부소경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부소경은 신유리의 강인함과 용맹함에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부소경은 자기의 딸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반호영에게 끌려갈 때부터 부소경은 뒤따라가는 척만 했었지,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부소경은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군주 저택은 부소경에게 아
엄선우는 상대가 조의찬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물었다.“대표님, 내려서 물어볼까요?”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이에 답하지 않고 기사에게 말했다.“계속 가세요!”기사가 말했다.“네! 대표님.” 차는 계속 달렸다.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다들 입을 다물었다.기사는 부소경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계속 달렸다. 어느새 차는 군주 저택에 들어섰고 군주 저택의 대문이 자연스럽게 닫혔다.밤은 아주 조용하였다 오늘 밤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이 밤은 사람들을 조용히 잠들게 할 수도 있고 혹은 하룻밤 사이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할 수도 있었다.오늘 밤, 임서아 머리의 혹은 약의 작용으로 많이 회복될 수도 있고 신세희와 신유리도 꿀잠을 잘 수 있다.군주 저택의 사람들이 부소경의 행방을 찾지 못하게 하려고 신세희는 휴대폰의 전원을 켜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날씨는 더없이 맑았다.세수하고 위층에서 내려온 신세희와 신유리는 거실에 앉아있는 반호영을 보았다.“좋은 아침!” 반호영이 먼저 인사를 전했다. “나쁜 사람!” 신유리는 또다시 태세 전환을 했다.반호영은 퉁명스럽게 신유리를 노려보며 말했다.“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나를 말처럼 타고 놀더니 하루 사이에 태도가 확 바뀌었네.” "우리 아빠는?”신유리가 반호영에게 물었다.“....”사실 반호영은 이 질문에 답하기 머쓱했다.‘나와 네 아빠는 원수야. 둘 중 한 사람은 무조건 죽어야 해.’만약 반호영이 자기의 마음을 신유리에게 말했다면 어땠을까?반호영은 신유리의 전투력을 이미 알고 있다.만약 반격하지 않는다 하면 반호영은 신유리에게 임서아처럼 얻어터질 수도 있다.그래서 반호영은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신세희를 힐끗 쳐다보았다.신세희는 미소를 지으며 신유리한테 말했다.“유리 착하지. 아빠는 가성섬에 출장 왔어. 아빠는 우리에게 잠시 반호영... 나쁜 사람의 집에 머물라 하셨어. 아빠가 일을 마치면 유리와 엄마 데리러 올 거야.” 반호영은 이내 맞장구를 쳤다.
신유리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공짜로 딸이 생기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아니, 너무 좋았다!반호영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아침 식사가 진행되는 내내 신세희는 수저를 들지 않았고 반호영은 신유리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기 바빴다.신세희는 당황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신유리는 외출하자고 졸랐다.신세희는 가성섬의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외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성섬은 작은 섬이라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었다.두 모녀는 손을 잡고 동원을 나왔다. 서원을 지나치는데 상처를 처치하러 온 의사가 문을 열고 있었다.임서아는 정원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머리에 붕대를 두른 임서아를 보자 신유리가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저거 봐! 저 못난이가 어제까지 얼굴에 퍼렇게 멍이 들었더니 멍은 좀 가라앉은 것 같은데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앉았네? 정말 멍청해 보여. 엄마, 빨리 봐! 핸드폰은 가져왔어? 빨리 사진 찍어! 우울할 때마다 꺼내서 볼래….”한가하게 휴식하고 있던 임서아가 그 말을 듣고 분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씩씩거리며 신유리에게 달려왔다.하지만 예전의 날카로운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얼굴은 귀신처럼 창백하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조금 전까지 임서아를 비웃던 신유리는 놀라서 엄마의 등 뒤로 숨었다.임서아가 신세희와 신유리 앞에 다가왔지만 반호영이 다리를 들어 그녀를 걷어찼다.안 그래도 허약한데 제대로 맞았으면 위험했을 뻔했다. 임서아는 재빨리 집으로 도망쳤다.분노한 그녀는 울며 물건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의사는 상처에 약을 발라주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정원 밖, 반호영은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대문을 향해 소리쳤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세희와 이 아이는 내가 초대한 손님입니다. 그것도 아주 존귀한 손님이죠. 앞으로 이들 모녀에게 해를 가하는 인간은 그게 누구든 바다에 던져버릴 테니까 조심해 주세요!”말을 마친 반호영은 신유리의 손을
그 소리를 들은 반호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전화를 걸었지?”부소경은 대답 대신 화제를 돌렸다.“반호영,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 50년 전, 반 씨 가문과 하 씨 가문 사이에 숨긴 비밀이 뭔지 알아?”반호영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처자식이 그의 손에 납치되었는데 전혀 당황하지 않는 태도가 의심스러웠다.신세희와 신유리를 포기하기로 한 걸까?정말 그렇다면 반호영에게는 오히려 이득이었다.잠시 말이 없던 반호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부소경, 너 남자 맞아? 이러고도 남성의 왕이라고? 처자식이 내 손에 있는 거 몰라?”부소경은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내가 저 둘을 어떻게 할 것 같아?”“두 사람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죽을 줄 알아.”부소경이 담담히 말했다.“그러니까… 지금 내 일거수일투족을….”“그래. 네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감시하고 있어. 내 아내와 딸이 거기 있어서 오히려 시름이 놓여. 만약 그들에게 허튼수작을 부렸으면 넌 진작에 목숨을 잃었다고!”담담하지만 위협이 느껴지는 말투였다.반호영은 그의 말에서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그는 남성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다.살면서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하지만 부소경이 어떤 인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가문의 대권을 틀어쥐었는지, 어떻게 자신의 형제를 몰아세우고 장애물들을 제거했는지, 그리고 그가 해외에서 축적한 세력들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부소경은 반호영에게도 약간 두려운 존재였다. 그의 형인 반호경과 힘을 합쳐도 버거운 상대였다.그들 형제가 이렇게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남성 서 씨 어르신과 서울 구 씨 가문에서 뒤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그를 상대로 부소경은 전혀 긴장하는 기색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태도로 통화를 했다.그러니 그가 한 말도 그냥 해본 말은 아닐 것이다.부소경은 실속이 없는 말을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속으로 아무리 잔인한 생각을
부소경은 대답이 없었다.“난 한 번도 이 가성섬에 애착을 가진 적 없어. 촌구석 같아서 말이야. 해마다 정부 지원금으로 겨우겨우 버티잖아. 나도 너처럼 해외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가성섬을 떠나도 해외로 가면 여전히 잘 살 수 있어! 부소경, 네 협박은 나한테 안 통해! 서 씨 어르신과 구 씨 가문이 우리 형을 지지하고 있어.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 나 비겁한 사람은 아니야. 너에게 붙잡혀도 절대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말을 마친 반호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부소경은 생각에 잠겼다.“대표님,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뒤에 있던 엄선우가 물었다.부소경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반호영에게 어디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어. 유리랑 세희 데리고 어디 나갔다고 했거든. 저택에 있는 게 안전할 텐데. 걱정해서 전화했더니 반호영 그 자식이….”반호영이 이렇게까지 까칠한 성격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까지 들었다.한편, 전화를 끊은 반호영은 드디어 부소경에게 한방 먹였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했다.사람은 자아도취에 빠지면 주변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많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반호영은 누군가 접근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엄마, 이거 봐. 이렇게 모래 속에 파묻히면 아주 따뜻할 것 같아. 내가 누울 테니까 엄마가 나를 파묻어 줘.”신유리가 잔뜩 신난 목소리로 신세희를 재촉했다.신세희는 아이의 철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짐짓 화난 척, 아이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파묻는다는 소리 한 번만 더 해봐. 혼날 줄 알아!”그러자 신유리가 엄마를 향해 혀를 홀랑 내밀었다.“헤헤!”그러더니 모래를 집어 신세희에게 던졌다.“엄마, 몸에 모래를 덮으면 피부가 햇빛에 타지 않을 거야.”주변에는 모래로 온몸을 덮고 머리만 밖에 내놓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 아이는 그들이 피부가 그을릴까 봐 모래로 피부를 가린다고 생각했다.신세희는
칼을 맞은 조의찬의 등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면서도 손을 들어 아이의 눈을 가려주었다.아직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신유리에게 이런 잔혹한 장면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세희 씨, 도망가요! 빨리요!”조의찬이 다급히 소리쳤다.이때, 백골처럼 야윈 암살자가 다시 조의찬의 등 뒤로 칼을 휘둘렀다. 신세희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암살자를 걷어찼다.남자가 바닥에 쓰러지며 칼도 바닥으로 떨어졌다.신세희는 그제야 암살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딱 한번 만난 적 있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그는 허영의 불륜상대였다.허영이 가성섬으로 오면서 저 남자까지 데리고 올 줄이야.‘참 대단한 여자야!’이때, 뒤늦게 반응한 반호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주변을 지키던 그의 경호원들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들이 가까이 오기 전에 건장한 두 남성이 나타나서 놈의 팔을 비틀어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그리고 남자들 뒤로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엄선우가 다가왔다.아무도 그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엄선우가 남자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자 남자는 바로 기절해 버렸다.“묶어!”엄선우가 명령했다.현장을 지키던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주변에서 여가를 즐기던 사람들은 놀라서 대부분 도망갔다.신세희도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엄선우 씨….”부소경이 자신들을 모른척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엄선우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선우 아저씨….”신유리가 울음을 터뜨렸다.등 뒤에 있던 반호영이 화를 내며 따지고 들었다.“엄선우, 감히 내 주변에 잠복하고 있었어? 지금 나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경호원들에게 차갑게 명령했다.“부소경 부하놈을 당장 제압해서 끌고 가!”하지만 명령을 따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반호영이 고개를 돌려 보니 부소경이 등 뒤에 버티고 서 있었다.그가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