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죠!맞냐고 묻잖아요!"이 순간 민정아는 더 이상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고, 그녀의 감정은 거의 폭발해 버렸다.구서준이 그녀를 꽉 껴안지 않았다면, 민정아는 울면서 땅에 쓰러졌을 것이었다.부모님!그들을 20년 동안이나 부모님이라 불렀는데, 이 감정을 그녀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도대체 어떻게!어떻게 이들을 버릴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버리지 않는다면?20년 동안 그들은 그녀에게 상처만 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처.그녀가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이유는 그녀가 신세희를 만났기 때문이다.신세희가 그녀의 영혼을 구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게 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한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민정아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아마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죽음을 맞이했겠지.혼자 울고 웃으며 민정아는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부터 나 민정아는 당신들과의 관계를 단칼에 끊어 버릴 거에요, 당신들은 더 이상 내 부모가 아닙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남이에요!"이내 민정아는 지친 듯 군 구서준에게 말했다. "서준씨, 사촌 오빠. 가요""정아야..." 민정연 아버지는 이내 다급히 민정아를 불렀다."저희는 이제 남이라고 했잖아요. 제발 저 좀 그만 부르세요.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구역질만 난다고요!"20년을 키운 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니 두 사람은 가슴이 저려왔다.하지만 그들이 뭘 할 수 있겠는가?20년 동안 키웠지만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키운 것이고, 게다가 이 아이에게 말도 안되는 말을 강요하며 어려서부터 자신은 언니 민정연의 부속품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세뇌 시켰는데, 이 아이가 어찌 그들을 증오하지 않겠는가?하지만 증오는 증오인 것이고, 어쨌든 그들은 자신의 친딸을 위해 고개를 숙여 빌어야 했다."정아야, 우리가 너를 20년 동안 키우면서 너는 부모 곁에서 컸지만 네 언니는 부모가 있어도 부모 옆에서 자라지 못했어, 제발 한 번만 살려줘, 응?"살려줘?20년 동안 자신
"네???" 민정아가 놀라 말했다.서준명도 구서준을 쳐다보았다.솔직히 말해서, 서준명 역시 민정연에게 화가 났다. 민정연 부모님이 오랫동안 자신을 속인 것에 정말 화가 났지만, 민정연이 20년 동안 서가 집에서 같이 살았고, 그들은 정말 형제자매처럼 컸기에 서준명은 사실 민정아의 이런 결정에 찬성이었다.확실히 근묵자흑, 근주자적은 맞는 말이다.민정아는 매일 신세희와 함께 놀면서 은연중에 그녀는 신세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그 순간 서준명은 자신의 사촌 민정아에게 매우 감탄했다. 자신의 진짜 사촌 동생은 민정연보다 훨씬 더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그는 구서준이 갑자기 부소경에게 알리겠다고 할 줄 몰랐다.구서준은 이미 부소경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고, 이 때 부소경은 회의실로 회의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근 가성섬을 점령하기 위해 긴박하게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매일 오전마다 측근들과 정기 회의를 한다.사실 정기 회의라기보다는 그냥 진행 상황 회의에 더 가까웠다.이런 중요한 회의에 들어가려는 찰나 구서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그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기다려줘, 전화 좀 받을게"라고 말했다.그는 곧 한적한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이 자식아! 무슨 일이야!""삼촌…" 구서준은 말끝을 흐렸다.사실 부소경이 민정연을 구서준에게 처리하도록 시킨 것은 구서준이 부소경에게 먼저 맡겨 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삼촌, 이번엔 민정연 그 년을 가만두지 않을 거지! 기왕 손보기로 했으면 그 여자 나에게 넘겨줘! 내가 어떻게 농락하는지 지켜봐! 조의찬 그 자식도 싫다한 여자였는데, 걔는 나한테도 시집올려고 우리 정아를 거의 죽일 뻔했어.이번에는 삼촌이 그냥 봐주겠다고 해도,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죽느니만 못하게 만들겠어.""너가 원하는 대로 해, 난 사실 그 여자가 어떻게 죽던 관심은 없어. 그냥 그 여자가 다신 시끄럽게 못하게 하면 돼!" 그때 당시 구서준은 이렇게 부소경에게 부탁을 했었고, 부소경은 하고싶은
"민정아를 아니까." 부소경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민정아는 애초에 신세희처럼 마음이 여린데 자신의 사촌 언니와 자신을 오랫동안 키운 부모님이니 애증과 원한이 뒤섞여 있는 게 정상이지." "…"삼촌이 이렇게 똑똑하고 한눈에 모든 일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걸 난생처음 알았다.역시 그는 부씨 가문의 강력한 기둥이다."그래서 삼촌, 그…. 내 체면 좀 세워주시면 안 될까, 이번에 민정연을 한 번만 더 봐줘..." 구서준이 머쓱해하며 말했다."이 자식아." 부소경의 말투는 여전히 무미건조했다.사실 이것은 별 큰 일이 아니다.그는 의연하게 말했다. "너가 그 여자 잘 관리해, 나중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네 책임이야.""응! 고마워 삼촌" 구서준은 부소경의 말투에서 자신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한시름 놓은 그는 민정아와 서준명 두 사람을 보고는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어휴, 이 사촌 남매는 어쩜 그리 원수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거예요, 어쨌든 난 이 둘의 이런 정 많은 성격이 맘에 들긴 해요."구서준이 둘을 사촌 남매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서준명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민정아를 바라보았다. "정아씨... 저는 정아씨가 내 사촌 동생인 줄도 몰랐네요. 예전에 서운하게 한 적이 있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 이 사촌 오빠가 어떻게 보상해 줬으면 좋겠나요?"사촌 여동생을 이제야 찾았으니 서준명은 정말 기뻐했다.이럴 때 민정아가 뭘 요구하던 들어줄 게 뻔했다.그러나 민정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촌 오빠, 혹시 저를 디자인 부서로 옮겨 줄 수 있을까요? 저는 가방끈이 짧아 건축 디자인은 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아요. 저는 단지 세희씨의 조수가 되고 싶어요. 뭔가 건축을 공부할 때 마다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냥 기술을 하나 배우고 싶어요."사촌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서준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일단 나랑 집에 갈까요?" 서준명이 말했다.민정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부소경이었다.항상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던 부소경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몸에 얼음이라도 두른 듯 차갑고 싸늘했다.하이텐션이던 룸 안은 순식간에 어색한 공기가 돌았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부소경을 보자 벌떡 일어섰다.룸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신세희가 놀라 물었다. "여보,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녀도 매우 신나게 잘 놀고 있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줄곧 음악을 좋아했다.다만 지금까지 딱히 그녀가 노래할 일이 없었고, 특히 임지강의 집에 가면 임지강이 그녀의 노래하고 피아노 치는 취미를 꺾었다.임 씨 집에는 피아노가 있지만, 그것은 그저 장식품이었다.때때로 임지강이 연주할 때도 있지만, 신세희가 듣기엔 피아노 치는 소리가 깨진 징을 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반대로 신세희는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데도 그냥 묻어버렸다.오늘 동료들이 함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자고 하자 신세희는 너무 즐거워 어린아이처럼 팔짝 뛰었다.아무튼 이 시간 동안 그녀는 정말 재밌게 놀았다.그녀는 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돌아왔고, 어머니의 생사는 알 수도 없지만,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는 한 가닥의 희망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는 지금 좋은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동료들은 모두 우호적이고 화목하며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녀와 부소경의 관계가 안정되었다는 것이다. 그 둘은 지금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정말 행복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점점 더 명랑해지고 있었다.지금 신세희는 송주혁과 듀엣으로 ‘나에게 넌, 너에게 난’을 부르고 있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이 노래에 가장 잘 어울린다.송주혁은 나이는 매우 어리지만 훈훈해서 이 노래와 잘 어울렸다.심지어 신세희는 친남매처럼 송주혁의 어깨에 한쪽 팔을 얹고 있었다.그런데 이 때 부소경이 쳐들어온 것이다.게다가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송주혁은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그는 급하게 어깨를 움츠리며 구석으로
"…" 신세희는 말이 없었다.자신이 냄새 알레르기 있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이상한 냄새를 맡으면 안 되며 특히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는 맡으면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신한테 언제 피부가 알레르기가 생겼을까?자신은 왜 모를까?신세희는 호기심에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남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었다. "네가 그렇게 가까이서, 침이 튈 수도 있는 거리에 있는데! 위생은 신경 쓰지도 않고, 세희한테 알레르기가 일어나면 너가 책임 질거야?""…"신세희와 함께 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그는 신세희에게 피부 알레르기가 일어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신세희는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었다.너무 억울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감히 울지도 못했다.그는 부소경이 손을 뻗어 신세희의 손을 잡고 끌고 나가는 것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신세희를 끌고 나가며 잔소리를 했다. "자기가 몸이 안 좋은 걸 모르는 거야? 젊은 애들이나 가는 노래방이나 따라 가고 말이야?""그게… 저는 올해 스물일곱도 안 됐어요.""너 그렇게 노래 못 부르면, 뱀 나오는 거 알아 몰라!""저기... 소경 씨, 저... 노래도 잘 부르고 피아노도 칠 줄 알아요, 그… 우리 고향에 갔을 때 제가 말했었잖아요. 소경 씨… 기억력이 안 좋아진 거 아니에요?"이에 부소경은 "흥!" 하고 냉소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신세희도 말이 없었다.이렇게 억지스럽게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처럼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억지로 노래방에서 끌려 나오게 되었다.문을 나서면서 신세희는 룸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살게, 내가 살게."그러고는 부소경에게 끌려갔다.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벙어리가 된 듯 서로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이렇게… 위기가 지나간 것인가?새로 들어온 민정아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다들 집에 갑시다. 괜찮아요."그제야 벙어리가 됐던 사람들은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놀라 죽을 뻔했다. 빨리 가요."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요 반 년 동안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바로 그녀를 벌하는 것이었다.지금까지 그녀는 그가 벌을 주고 있는 거라는 생각은 자주 했었다.하지만 오늘에서야, 이 순간이 되어서야 신세희는 무엇이 진짜 벌인지 알게 되었다. 밤새도록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그의 야성을 두 눈으로 보았다.그의 야성은 남성의 사람들이 보고 두려워하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야성이 그녀에게 발동되자, 정말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 같았다.다음날 아침, 그녀는 이미 침대에서 내려올 힘이 없었다.그도 늦잠을 잤다.어젯밤에 계속 그렇게 달려들었더니 그도 확실히 피곤했다.오히려 그녀가 그보다 더 일찍 깨어났다.자신의 팔을 베고 잠든 남자를 바라보던 신세희는 문득 그가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루아침에 그의 그 소유욕, 그 횡포, 그 억지를 알게 되었다.그가 베고 있는 팔이 저리고 시큰했다.신세희는 화가 나 죽을 것 같았다!화가 나 눈을 부릅 뜨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를 노려 보았다.하지만, 정말 무섭긴 했다.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정복당했다.그녀는 팔을 그의 머리 밑에서 빼내기 귀찮아서, 그냥 그렇게 그에게 베개로 받친 채, 다른 팔로 가볍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의 머리카락이 매우 단단한 것이 그의 성격과 같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빽빽하고 단단한 머리에 닿자, 신세희의 마음은 갑자기 온화해졌다.그가 평생 가장 아꼈던 것은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되었다.이 6년 동안, 그는 줄곧 혼자였다.모든 사람들이 알듯이 그는 냉혈하고 정이 없어서 지금까지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친아버지 와도 정을 나누지 않았다.하지만 그 누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속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그녀와 신유리가 돌아온 그 날부터 그는 매일 시간이 되면 칼 퇴근을 한 후 그녀를 데리러
부소경은 힘들어 뻗어버렸다.신세희의 잔소리도 듣지 못한 채 그저 그녀의 품에서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그것도 모자라 몸을 뒤집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다.“응, 다 네 거야. 다 너 줄게.”부소경이 중얼거렸다.“뭐라고요?!”신세희는 뜬금없었다.부소경이 계속 중얼거렸다.“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 다 당신 거야. 아, 그리고 우리 유리도, 당신이랑 유리꺼야.”“....”신세희는 저도 몰래 달콤해졌다.그녀는 부소경의 머리를 콕 찌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누가 당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달래요!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할걸! 난 당신이면 돼요! 나랑 유리는 당신이면 된다고요! 우리 세 가족이 항상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고생 좀 해도 괜찮아요. 나 엄청 참을성이 강해요. 고생도 할 수 있어서 당신과 유리 먹여 살릴 수도 있다고요. 날 만만하게 보지 마요. 우리 가족이 영원히 함께할 수만 있다면 내가 두 사람 먹여 살려도 돼요.”신세희는 자기가 돈을 벌어 두 사람을 먹여 살릴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어젯밤처럼 날 가만두지 않으면 내가 나가 일이나 할 수 있겠어?’신세희는 일하는 것도 좋지만 유리의 옆에 있는 것이 더 좋았다.신세희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출근 시간이 다가왔다.바로 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려온 벨 소리에 그녀는 부소경이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 봐 깜짝 놀라 전화를 꺼버렸다. 그러고는 부소경의 머리 아래로 살며시 팔을 빼고서 몸을 일으켜 그녀의 셔츠와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갔다.디렉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신세희는 디렉터가 아마 어젯밤 노래방에서 발생한 일을 물을 거로 생각해 급히 옥상으로 올라와 다시 전화를 걸었다.“저기, 디렉터님. 어제는 죄송했어요”신세희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전화기 저편에서 디렉터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뭐요?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 아침부터 대표님한테서 연락받았어요. 대표님이 그러시는데 오늘 아침 6시쯤 큰 오더를
‘나 지금 무뢰한이랑 대화하고 있는 거야?’신세희는 기가 막혀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진지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다.“당신...”신세희는 말이 안 나왔다.부소경은 신세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뭐?”“난 당신이 내 출근을 반대하는 줄 알고 오늘 회사 안 나가려고 했어요. 우리 디렉터님한테 욕먹을 준비도 했다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회사에 가라고요?”열 받은 신세희는 쌀쌀맞게 웃었다.부소경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언제 회사 나가지 말라고 그랬어?”“....”확실히 부소경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전날부터 오늘까지, 아침에 나눈 대화를 빼고는, 어제 노래방에서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젯밤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냥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그냥 혼자서 얻은 결론이었다. 그 상황에 신세희는 그런 줄로 생각했다.“이 무뢰한 같은 사람!”신세희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찐빵 하나를 집어 부소경의 입에 밀어 넣었다.신유리는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아빠, 지금 너무 귀여워. 엄마한테 혼나고 아무 대꾸도 못 하잖아. 우리 아빠 성격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엄마도 더 많이 많이 사랑하는 거지? 그렇지?”부소경은 머리를 끄덕였다.“....”신유리가 계속 물었다.“맞다, 아빠. 나 틱톡에서 아내 바보라는 말을 봤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부소경은 인내심 있게 신유리의 말에 대답했다.“음, 지금 엄마 아빠처럼, 아빠가 엄마한테 혼나도 대꾸도 못 하는 사람을 아내 바보라고 그래.”“....”‘저 입 확 막아버리고 싶어.’“나 오늘 운전 못 해요. 나랑 유리 데려다줘요.”“그래.”부소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신세희는 급히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몸이 불편한지라 그녀는 오버핏의 캐주얼한 옷을 찾아 입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목덜미의 키스 마크를 보더니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다시 하이넥 후드로 갈아입었다. 캐주얼한 패션에 똥머리를 묶은 그녀는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