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신세희는 부소경을 사랑하게 되었다.하지만 신세희는 부소경에 대한 사랑이 두려웠다.6년을 돌싱맘으로, 그리고 도망치는 삶을 살아 온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신세희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그녀는 평생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할 줄 알았다.더는 상처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런데도 그녀는 또 한 번 부소경에게 마음을 주었다.“사랑해요!”신세희는 확신이 찬 말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부소경은 그윽한 눈길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사랑한다면서 왜 소경이 엄마가 준 팔찌를 팔아버린 거야?”부태성이 따져 물었다.사실 하숙민의 팔찌도 부씨 집안에서 물려받은 거였다.부씨 집안에서 하숙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물려준 팔찌였다.‘하숙민은 신세희를 정말 며느리로 생각했지! 그러니 그 귀중한 물건도 신세희한테 주었던 거야. 하지만 신세희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 정말 사랑한다면 팔찌는 어디 간 거야?’“팔찌요?”신세희가 차갑게 말했다.“그건 제 시어머님이 저한테 준 선물이에요. 어르신은 물을 권리가 없는 것 같은데요?”“네 말이 맞아. 하지만 그건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왔던 소중한 물건이야. 그게 지금 어디 있다는 말이야!”부태성이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당장 말해!”부태성이 또 한 번 큰 소리로 말했다.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사실 말하고 싶지 않았다.“말 못 하겠어?”이때, 부성웅이 입을 열었다.“부씨 집안의 옥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 아마 너는 그걸 손에 넣는 순간 돈으로만 생각했겠지? 내 아들한테서 건질 것이 없다고 해도 옥석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으니! 신세희! 지금, 이 상황에도 네가 목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 내 아들의 돈을 보고 접근한 게 아니라면 팔찌는 어디 있어? 부씨 집안의 그 옥석 어디 있냔 말이야!”부성웅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부태성이 계속 말했다.“신세희, 내가 패도 없이 이러는 거 같아?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널 다그치는 것을 소경이가 보고만 있겠
신세희의 눈에서 저도 몰래 눈물이 흘러 내렸다.그녀의 숙연한 표정은 오늘 입은 하늘색 무지 원피스와 크리스탈 구두와 어우러져 더욱 꿋꿋해 보였다.신세희는 침을 삼키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하숙민 아주머니가 돌아가기 한 달 전쯤, 부씨 저택에서 당신과 집안이 비슷한 여자를 만나게 하려고 파티를 열었었죠. 그때 하숙민 아주머니는 부씨 저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어요. 하숙민 아주머니가 살아계실 때 소원이 있었어요. 바로 부씨 저택에 들어가시는 거였죠. 단 하루만이라도 말이에요. 부씨 집안 며느리로 인정받으면 죽어도 한이 없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아주머니는 알고 계셨죠.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걸요. 그때 이미 일어나실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한테 부씨 저택을 카메라에 찍어오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그날,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해 결국 찍을 수 없었고 그게 아주머니의 제일 큰 한이 되었구요. 이 일은 저에게도 가장 큰 한이에요. 아주머니한테 미안해서 도저히 잊히지 않아요. 제 삶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 바로 아주머니예요.”신세희는 부소경을 한번 보고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내가 당신에게서 떠날 때, 왜 끝까지 계약한 돈을 안 받았는지 알아요? 큰돈인 줄 알면서도 안 받은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아주머니가 부탁한 일을 내가 못 했다는 거예요. 난 미안했어요. 그래서 그 돈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부소경은 신세희의 손을 꼭 잡았다.그는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않았다.부소경은 신세희가 뭔가를 말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었다.신세희가 계속 말했다.“아주머니는 이 세상에서 나한테 가장 잘해준 사람이고, 가족 같은 사람이었어요. 나에게는 엄마 같은 존재였죠. 아주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소원을 이루지 못했으니 부씨 집안의 가보를 아주머니와 제일 가까운 곳에 두어서라도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잘못된 건가요? 다들 저한테 솔직히 말하라고 다그쳤죠. 만약 오늘 제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더라면 전 어떻게
키도 자그마한 신유리는 곡현에서 남아 여아를 불문하고 다 이겨 먹었던 경험이 아주 많았다.말을 끝낸 신유리는 이내 작은 손을 번쩍 들었다.신유리의 손에 정교한 새총 하나가 들려있었다.신유리는 새총을 서서히 들더니 무기를 장착하고 온몸에 힘을 주며 당기기 시작했다.무기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유리야!”신세희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신세희는 신유리의 새총이 누구를 향할지 몰랐다.‘누구 다치면 어떡하려고?’신세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무기는 임서아의 얼굴에서 터져버렸다. 임서아의 얼굴은 물까지 혼합되어 더 괴상하게 번져버렸다.임서아는 자신의 얼굴에서 터진 물건이 치명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해 덜덜 떨면서 애원했다.“나 때리지 마, 나 죽이지 마.”“흥!”신유리는 의기양양해서 코웃음을 쳤다.“겁쟁이!”신유리의 새총은 엄선우가 만들어 준 거였다.새총에 사용하는 무기는 치명적인 자갈이 아니라 캡슐이었고 그 속에는 달콤한 액체가 들어있었다.캡슐은 누구의 얼굴이나 몸에서 터져도 아프지 않을뿐더러 기껏해야 달콤한 향이 나는게 전부다.하지만 임서아는 그것도 모르고 어쩔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울어댔다.울면서 얼굴을 닦고 있는데 달콤한 것이 입속에 들어왔다.“다... 달아.”임서아는 바보처럼 웃었다.“....”이 순간, 서씨 집안 어르신은 임서아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창피한 줄도 모르는 물건 같으니라고!’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임서아를 비웃었다.“창피하겠네.”“저 귀신같은 건 왜 아직도 안 가고 저러고 있지, 피에로 같은 것!”“부대표님이 아무 말도 안 하니 못 가는 거겠지.”“공주님한테 당하다니, 쌤통이네!”“그런데 공주님 정말 귀여워.”“겁도 없어, 엄마 지켜줄 줄도 다 알고.”“나도 저런 딸 갖고 싶다.”이 순간, 신유리의 새총은 민정연을 향했다.“귀신아! 맛 좀 봐라!”깜짝 놀란 민정연은 저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렸다.신유리의 빨간 캡슐이 공교롭게도 민정연의 앞니에 맞아 터지고 말았다.빨간
신세희가 제때 막으려 했지만 신유리의 무기는 이미 날아갔다.신유리는 서씨 집안 어르신을 조준하는 척 하더니 방향을 돌려 증조할아버지인 부태성을 공격했다.캡슐은 부태성의 얼굴에서 터져버렸다.다행히도 그것은 달콤한 액체가 들어있는 캡슐이었다.부태성이 맛을 보니 달콤했다.다시 신유리를 보았을 때, 신유리는 두 손을 허리춤에 얹고 두 눈을 부릅뜨며 부태성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영감! 우리 엄마를 괴롭혔으니 다시는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같이 안 놀아! 볼 때마다 새총으로 응징하겠어! 울려버릴 거야! 흥!”“아이고...”신유리한테 당한 부태성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허리를 굽히고는 비틀거리며 신유리를 향해 걸어왔다.“유리야, 이쁜 것. 증조할아버지가 안아줄 테니 이리 오거라, 얼마나 컸는지 한번 볼까? 살은 좀 쪘어?”“안돼! 제일 미워! 다른 사람과 편짜고 우리 엄마 괴롭혔어!”신유리는 미꾸라지처럼 잽싸게 빠져나갔다.연세가 많은 부태성은 신유리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신유리는 한참 도망가다가 멈춰 섰다.“우리 엄마한테 사과해!”“....”“사과안해? 그럼, 엄마 아빠한테 영원히 만나주지 말라고 할거고, 나도 영원히 여기 안 올 거야!”다섯살 짜리 아이가 이토록 완강하게 나오니 부태성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였다.부태성은 서씨 집안 어르신과 오랫동안 손주며느리와의 전쟁을 도모했건만 결국 참패하고 말았다.이 순간, 부태성은 자기가 늙었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이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집착할 게 뭐 있겠어? 손주 놈의 아내니, 손주가 누굴 선택하든 다 똑같아. 더군다나 신세희가 눈물을 흘릴 만큼 하숙민을 그리워하고 그 값비싼 보물들을 하숙민의 유골함 옆에 두었다는 건 정말로 감동이었어. 결국 내가 편견을 가지고 신세희를 불공평하게 대했던 거야. 부모도 없이 의지할 곳 없는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하늘은 이미 신세희를 불공평하게 만들었는데 이 아이는 이 도시에서까지 부당한 대우를 받았어. 다시 생각해
몇 초 뒤, 신세희가 말했다.“이러지... 마세요. 연세도 많으신데 건강 생각하셔야죠.”역시나 신세희는 마음 약한 사람이었다.신세희는 종래로 누군가를 몰아붙이지 않는다.더군다나 이 사람들은 부소경의 가족들이니 더 그러한 생각이 없었다.신세희가 머리를 들어 부소경을 힐끗 쳐다보니 부소경은 바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앉아계세요. 서 있으면 힘들어요.”부태성은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옆에 있던 노부인이 지팡이로 부태성을 두어 번 내리찍었지만, 부태성은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다.노부인은 부태성을 혼낸 뒤, 아직도 두 손을 허리춤에 얹고 화를 내는 신유리를 불렀다.“유리야, 이리 오렴. 이 할미가 안아보자. 증조할머니는 유리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 나는 네 엄마한테 제일 잘해준 사람이야. 이것 봐, 내가 네 증조할아버지 혼냈어.”“....”신유리는 입을 내밀고 신세희를 보았다.신세희는 머리를 끄덕였다.그제야 신유리는 퐁퐁 뛰어서 노부인에게로 달려가 품에 안겼다.“증조할머니, 내가 만든 사탕 맛있나 먹어볼래?”노부인은 유리가 들고 있는 사탕을 보고 실눈을 뜨며 웃었다.“귀여운 것, 이건 사탕이 아니고, 약이란다. 약은 함부로 먹으면 안 돼.”“할머니, 늙었어.”신유리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왜?”“이건 약처럼 생긴 사탕이야. 진짜 약이 아니라.”신유리가 설명했다.“오....”노부인은 약을 들고 이리저리 보며 말했다.“증조할머니는 치아가 안 좋아서 이런 거 못 먹어.”“증조할머니, 이거 겉은 딱딱하지만, 안에는 말랑말랑해, 드셔보면 알 거야.”신유리는 밝게 웃으며 노부인을 달랬다.노부인은 그 말을 믿고 약처럼 생긴 사탕을 입에 넣고 힘주어 씹었다.“아이고, 증조할머니 이 빠질라...”겉만 딱딱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강철처럼 딱딱한 사탕이었다.‘요 조그마한 것이 증조할머니를 놀렸구나.’“하하하.... 증조할머니, 나한테 속았어. 히히히, 속았지롱.”신유리는 재밌다는 듯 손뼉을 쳤다.옆에 있던 부태
임지강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고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이 순간, 신세희는 웃음기 하나 없는 한 맺힌 표정으로 임지강을 노려보았다.임지강이 입을 열었다.“신...”임지강은 두려움에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이때 신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 신씨 맞아요, 기억하고 계셨네요. 저 임씨 아니에요.”신세희의 의미심장한 말에 임지강은 마음이 철렁하였다.“아니, 나는... 나는 그래도...”임지강은 겨우 반 마디 말을 하였지만 또다시 신세희로 인해 중단되었다.“저 8년을 키우셨잖아요? 임 선생님, 잘 생각해 보세요. 저 8년 키우신 거 맞죠? 저 키우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에게 미약한 생활비를 지급한 거 말고는 저한테 관심도 없으셨잖아요. 대학원에 들어가서부터는 생활비를 더는 요구하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그 8년을 저는 대신 감방에 가는 거로 갚았잖아요?”“....”임서아는 신세희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지금 입을 열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서아 뿐만 아니라 임지강도 신세희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세희야, 네가 감방에 간 건...”“제가 대신 갔던 건 저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나뿐인 딸이 감방에 가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데려다 키운 저를 대신 보냈겠죠! 임 선생님, 당신 친딸에 대한 사랑이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딸 사랑은 정말 존경스러워요.”“너...”임지강의 두려움은 점점 더 커졌다.임지강은 갑자기 신세희의 말에 숨겨진 뜻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너... 너 뭐라도 알고... 알고 있는 거야?”임지강은 말을 더듬었다.물음을 던지고 임지강은 후회했다.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꼭 맞는 상황이다.“하!”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저요? 어릴 적부터 아빠를 여의고 감방에 있는 동안 엄마마저 잃은 고아인 제가! 제가 뭘 알겠어요?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이 있나보죠?”“...”임지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임 선생님.”신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뭐요! 우리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할 거 있어요?”신세희가 차갑게 말했다.“됐어요! 직접 알아낼게요! 임 선생님은 좋은 대로 하세요!”신세희는 복수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임지강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이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해 보세요.!”신세희는 한 마디를 더 했다.“....”‘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임지강은 생각하기 싫었다.임지강은 신세희가 아름다운 드레스에 부소경이 직접 신겨 준 크리스탈 구두를 신고 딸아이와 함께 세 가족이 나란히 들어올 때, 특히나 다섯 살 난 신유리의 귀여운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아팠다.그것은 뼈저린 후회의 아픔이었다.임지강은 신세희가 마치 잡초처럼 느껴졌다.아무리 밟고 태워도 또다시 자라나는 잡초 말이다.임지강은 심장에 구멍이 난 듯 아팠다.신세희가 누명을 쓰고 감방에 갔던 일, 엄마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미끼가 되었던 일, 만삭이 되어서도 도망 다녔던 일... 이 모든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던 임지강은 더는 생각할 용기가 없었다.임지강은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앉았다.신세희는 허영과 임서아를 한번 보았다.두 사람은 물에 빠진 강아지처럼 초라했다.특히 임서아는 지저분한 얼굴을 닦지도 않아 보기 흉할 정도였다.“이 게임 재밌어?”신세희가 물었다.허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 살려 줘. 우리 외할아버지가... 꼭 네 남편이 원하는... 그... 섬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도와주실거야. 우리 외할아버지 얼굴을 봐서라도 봐... 봐줄거지?”임서아는 두려움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이 순간, 체면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목숨을 지키는 것 하나다.신세희가 답이 없자 임서아는 신세희 앞에 무릎을 꿇었다.“세희야... 한때는 가족이였잖아, 우리 부모님이 널 8년을 키워줬으니 우리 좀 살려줘, 응?”“무릎이 참 가볍구나.”신세희가 웃었다.그러고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가족? 키워 줘? 8년! 하하! 가족! 키
눈을 꾹 감은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는 신세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엄선희와 함께 있던 서준명이 말했다.“신세희 씨...”신세희는 머리를 돌려 서준명을 바라보고는 말했다.“알고 있어요.”‘임씨 집안 사람들도 결국 봐줬으니 할아버지한테도 심하게는 하지 않을 거야. 세희 씨는 사리가 밝은 사람이니까.’사실 서준명도 서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에게 불공평하게 대한 것을 원망했다.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신세희에게 혼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서준명은 간절한 눈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머리를 돌려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며 말했다.“어르신, 이것만 얘기할게요. 저와 어르신은... 저는 한 번도 어르신에게 실수한 적도 없었고 어르신의 손녀딸에게서 무언가를 뺏으려고 한 적도 없어요. 저 비록 아빠는 없이 자랐지만, 엄마가 키워줬으니 저도 세상을 살 권리가 있어요. 저를 밟으면 밟을수록 저는 더 잘 살아요. 아닌가요?”“....”이 시각, 서씨 집안 어르신은 창피해도 숨을 곳이 없었다.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은 역시나 노련했다.한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이 없을 정도로 이런 창피한 일도 많이 당해보았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임씨 집안 사람들과 다르게 애써 차분한 척 노력하다가 입을 열었다.“승리하면 왕이 되고, 패하면 도적이 된다고 나는 더는 할 말이 없네. 내가 저지른 잘못은 내가 감당할 거야. 네 할아버지가 사과해도 용서하지 않는데 나를 용서할 이유는 더더욱 없겠지. 그러니 나는 용서를 구하지 않아. 하지만 난 절대 빚은 지고 못 살아. 소경이 그 섬을 욕심낸다며? 사람을 보내 돕도록 하지, 조건 없이 말이야!”‘이런 상황에서도 체면을 지키려고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대단해.’서씨 집안 어르신의 말에 신세희는 할 말이 없었다.이때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고마워요. 하지만 저... 아직 필요 없어요.”부소경은 필요 없었다.그래서 여태껏 서씨 집안 어르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