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 부소경 가족이 이곳으로 돌아와 반가운 얼굴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 제가 왜 기분이 나쁘겠어요. 제가 해결해야 될 일도 있잖아요. 아가씨가 저를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요. 임 아가씨가 저를 오해하는 건 괜찮아요. 저는 저의 아내가 저를 오해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저는 사랑꾼이니까요.”“풉...”이번에 웃은 사람은 엄선희였다.엄선희는 부소경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다.매일 신세희와 함께 지내 적응이 된 것 같기도 했다.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구서준과 민정아도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터뜨렸다.구서준이 민정아에게 말했다.“어때요? 우리 삼촌이 이렇게 다정한 모습도 있을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민정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네.”고개를 끄덕거린 그녀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니요, 저기... 저는 부 대표님을 사적으로 만나보지 못해서 잘 몰라요. 그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소문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자신이 사랑꾼이라는 말을 직접 하네요.”민정아의 말투에서는 부러움이 가득 새어 나왔다.“왜요? 친구 남편이 좋은 남자인 것 같아 부러워요?”구서준이 물었다.민정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잘생기고 능력 좋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거부하는 여자는 없어요.”“걱정 마요! 제가 부 대표님보다 훨씬 좋은 남자가 될게요!”구서준이 말했다.그녀도 구서준을 많이 좋아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서준과 결혼할 용기가 없었다.바로 지금. 고전적이면서도 럭셔리한 부 씨 가문에 있는 민정아는 남성에서 제일 재벌인 가문의 집을 천천히 참관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신세희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을 봐버렸다.지난번, 구자현이 신세희를 괴롭힐 때 민정아는 현장에 있지 않았다.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오늘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신세희와 친한 친구가 되어 버린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다.
신세희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무... 무슨 말이에요?”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자신의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 그녀는 부소경이 장난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아니야, 이건 장난이 아니야.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직접 신발을 신겨주겠다고?깜짝 놀란 신세희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소... 소경 씨, 이러지 말아요.”그녀는 애교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행위는 참지 못할 것 같았다.남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장난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거야.”신유리가 신세희의 몸을 앞으로 밀며 말했다.“엄마! 빨리.”“신유리!”신유리는 신세희의 몸을 앞으로 밀치며 애어른 같은 말투로 말했다.“엄마, 아빠는 아직 나한테도 신발을 신겨주지 않았어. 매번 내가 신발을 신겨달라는 부탁을 하면 ‘신유리, 혼자 하는 방법을 배워야 돼. 남에게 부탁하지 마.’ 이랬어. 흥! 아빠는 나보다 엄마가 더 좋은가 봐!”이제 겨우 5살 난 아이가 왜 이렇게 애어른 같아 보일까?“왜, 내가 내 와이프한테 잘하겠다는 데 불만이야?”부소경은 자신의 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아니! 하하, 난 세상에서 아빠가 엄마를 이뻐할 때가 제일 좋아!”신유리는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싶었다.신유리는 자신의 아빠가 엄마한테 잘해주면 제일 좋았다.그녀의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신세희를 잡아끌며 의자에 앉혔다.왜 얼굴이 이렇게 뜨거워 나는지 모르겠다.조금 전까지 서 씨 어르신에게 소리를 지른 기세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신세희는 마치 금방 연애를 시작한 소녀처럼 모든 것이 부끄러웠다.그녀는 자신의 친구들을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조금의 준비도 되지 않은 그녀는 친구들이 자신을 놀릴 까봐 부끄러웠다.민정아와 엄선희는 마음이 간질거렸다. 신세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그녀들은 조금 시름을 놓았다.부소경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세희를 사랑하
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목이 막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소경 씨...”“괜찮아?”남자가 또 물었다.“네. 네네! 엄청... 예뻐요!”신세희는 소녀처럼 웃어보였다.남자는 다른 발에도 신발을 신겨주었다.“일어나서 걸어봐.”신세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느껴보았다.좋은 신발은 역시 좋은 신발이다. 좋은 신발은 여자로 하여금 하이힐을 사랑하게 만든다.그녀의 몸에서 그녀도 모르게 워킹 자세가 나왔다. 자신감이 충만한 그녀는 기분도 매우 좋았다. 그녀가 턱을 조금 치켜들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제가 이 신발을 신으면 소경 씨 보다 키가 더 크지 않아요?”“아니야!”“하하하.”그녀가 웃음을 터뜨리자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본 것 같았다.임서아와 서 씨 어르신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이기도 했다.주먹을 꽉 쥔 임서아의 손톱이 살에 파고들어 피가 흘러나왔다. 임서아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으려고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그리하여 임서아의 얼굴에는 눈물로 번진 마스카라와 손에 묻은 피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신유리가 말한 여자 귀신이 따로 없었다.임서아는 미칠 것 같았다. 그녀의 곁에 있는 서 씨 어르신이 자신의 손녀를 호되게 꾸짖었다.“진정해! 진정해!”누구도 서 씨 어르신과 임서아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부소경이 신세희의 발에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오늘 연회에 참석하러 왔다.물론 이곳으로 오기전, 이번 연회의 주제는 부소경 일가족과 친척들의 만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 남성의 모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남자가 이런 애처가일 줄 몰랐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신세희에 대해 알아갔다. 부소경 일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라고 말했다.너무 달달해.우리 부 대표가 언제 이렇게 사랑꾼이었지?한평생 오늘 단 하루일 것이다!이렇게 달달한 장면은 사람들로 하여
얼굴에 피범벅과 마스카라 범벅인 임서아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무... 무슨 말씀이세요?”“나와 내 아내가 드레스를 고르러 갔을 때, 당신도 그곳에서 이 드레스의 미니멀한 스타일을 주면했죠. 하지만 그 숍엔 규칙이 있어요. 손님의 개인정보를 절대 유출하면 안 된다는 규칙. 하지만 제 아내 신세희가 당신의 미니멀 드레스가 마음에 들어 자신의 드레스와 바꾸려고 했죠. 저 F 그룹 부소경이 직접 선물해 준 거라고.”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발을 배송해 온 점원을 보며 말했다.“며칠전, 제가 이렇게 말했었죠?”점원은 공손한 태도로 바로 말했다.“부 대표님, 저희도 임서아 아가씨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하지만 임서아 아가씨께서 왜 부 대표님이 아가씨를 위해 이 드레스를 직접 골랐다고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요. 임서아 씨, 저희 매장 점원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 저희 매장에 카메라도 있으니 카메라를 돌려보면 바로 나올 겁니다.”그녀는 눈물을 억지로 짜내며 피가 묻은 손으로 자신의 눈을 문지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매장 점원이 그녀에게 말을 제대로 전한 것은 확실하다. 그녀가 듣지 못했을 뿐이다.듣지 못했다고!그녀가 들었던 말들의 조각을 합치면 이러했다.“임서아씨, 이 드레스는 부소경 대표님이 구매하셨습니다. 대표님이 선물로 드리는겁니다.”임서아가 충분히 상상을 할만한 말이었다.점원의 말에 자신이 상상한 살을 붙여 달콤하게 가공하면 부소경이 임서아를 위해 직접 제작하고 선물한 세상에 하나뿐인 드레스가 된다. 그리고 부소경은 자신을 데리고 가족들에게 인사를 시켜주는 장면이 완성된다. “부 대표님, 저 먼저 가도 될까요?”자초지종을 설명한 점원은 부소경에게 공손하게 말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점원이 떠나고 부소경은 연회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부소경이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저의 사적인 일입니다. 제가 말을 할 수도 있고
여든의 나이로 어떻게 버텨 온 걸까.사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젊었을 때부터 몸이 튼튼하여 여든의 나이에도 건강했다.부소경이 알아본 데 의하면 이번 서울에서의 회복 상태도 아주 낙관적이었다.모든 게 외손녀를 위해서였다.외손녀가 남성에서 부소경의 제재를 받을까 봐 외손녀와 동행한 것이다.부소경이 따져 묻자 서씨 집안 어르신은 머쓱한 말투로 말했다.“내 손녀딸이 부씨 저택에 있는데 나한테 허락받을 거 뭐 있겠어?”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네요.”부소경은 바로 집사한테 명령했다.“풀어줘.”집사가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네! 대표님, 바로 시행할게요.”“잠깐!”부소경은 집사를 멈춰 세웠다.집사는 긴장하여 부소경을 겨우 쳐다보며 물었다.“대표님?”“서준명은 내 손님이야. 그런데 함부로 내 손님을 감금해? 당장 가서 서 대표한테 사과해!”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집사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네, 대표님. 지금 바로 서 대표님 풀어드리고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서 대표님한테 벌을 받을게요.”말을 마친 집사는 바로 달려 나갔다.신세희가 부씨 저택에 들어오기 전, 집사는 임서아와 한 편에 서서 신세희를 괴롭혔다.이 한 가지만으로도 부소경은 충분히 집사를 벼르고 있었다.‘절대 도망 못 가. 어차피 도망가지 못할 거면 모든 걸 인정하는 편이 낫겠지?’이내 집사는 서준명을 데리고 왔다.‘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다들 왜 저러고 앉아 있어? 할아버지 얼굴은 왜 저렇지?’서씨 집안 어르신은 얼굴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그 뒤에는 임지강과 허영, 그리고 임서아가 있었다.‘세상에, 세 사람 왜 저렇게 초라해?’세 사람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임지강은 그나마 옷이라도 정연했지만, 허영은 산발을 하고 임서아는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세 사람의 초라한 모습을 본 서준명은 뭔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할아버지!”서준명이 서씨 집안 어르신을 불렀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담담하게 답했다.“준명아, 누구의 파트너가 되기로 한 거
서씨 집안 어르신의 호통에도 신세희는 하나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서씨 집안 어르신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어르신께서 저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도 잡았나 보죠. 그러니까 이렇게 화를 내는 거고요. 아닌가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정색하며 말했다.“어떤 약점인지는 너도 알고 있을 텐데?”신세희가 답했다.“글쎄요, 저는 모르겠는데요.”‘나한테 약점은 없어. 웃기네. 설사 있다고 하여도 조작이지.’신세희는 많이 당해보아서 이미 적응되어 있었다.신세희는 오래전부터 이런 일이 습관 되었다.“신세희, 이 여우 같은 년! 대단한 년이야! 조의찬의 마음도 얻더니 우리 준명이한테도 꼬리를 쳐? 너 때문에 행방불명된 사람도 있잖아? 그것도 모자라 소경의 마음도 얻었어. 널 너무 쉽게 본 내 탓이야. 그렇지만 신세희, 수단은 수단이고 음모는 음모야. 네가 아무리 완벽하게 했다해도 허점은 존재하는 법이지. 비록 네가 소경의 마음을 얻었다지만 우리는, 나와 소경의 가족들은 속이지 못할 거야.”서씨 집안 어르신은 여태 참아왔던 것이 한꺼번에 터진 듯 분노에 겨워 말했다.신유리는 신세희를 호통치는 서씨 집안 어르신이 얄미워 두 주먹을 꼭 쥐고 씩씩거렸다.신유리는 당장이라도 얄미운 노인네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이때, 신유리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신유리는 머리를 돌려 엄선우를 보았다.이 순간 엄선우도 조바심이 났다.신세희와 신유리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엄선우는 신유리를 아주 많이 예뻐했다.엄선우는 신유리가 이 넓은 곳에서 신세희가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상처받을까 걱정되었다.하지만 신유리의 부릅뜬 두 눈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아저씨.”신유리는 엄선우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공주님, 나갈까? 아저씨랑 나가 놀자.”엄선우가 말했다.‘선희는 서대표님과 함께 있고 부대표님이 있는 한 아무도 사모님과 엄선희, 그리고 민정아를 건드릴 수 없어.’신유리는 이내 엄선우의 손을 잡고 조용히 나갔다.문을 나서는 순간 엄선우는 신세희의 담담한 말을
그러다 신세희는 부소경을 사랑하게 되었다.하지만 신세희는 부소경에 대한 사랑이 두려웠다.6년을 돌싱맘으로, 그리고 도망치는 삶을 살아 온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신세희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그녀는 평생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할 줄 알았다.더는 상처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런데도 그녀는 또 한 번 부소경에게 마음을 주었다.“사랑해요!”신세희는 확신이 찬 말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부소경은 그윽한 눈길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사랑한다면서 왜 소경이 엄마가 준 팔찌를 팔아버린 거야?”부태성이 따져 물었다.사실 하숙민의 팔찌도 부씨 집안에서 물려받은 거였다.부씨 집안에서 하숙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물려준 팔찌였다.‘하숙민은 신세희를 정말 며느리로 생각했지! 그러니 그 귀중한 물건도 신세희한테 주었던 거야. 하지만 신세희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 정말 사랑한다면 팔찌는 어디 간 거야?’“팔찌요?”신세희가 차갑게 말했다.“그건 제 시어머님이 저한테 준 선물이에요. 어르신은 물을 권리가 없는 것 같은데요?”“네 말이 맞아. 하지만 그건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왔던 소중한 물건이야. 그게 지금 어디 있다는 말이야!”부태성이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당장 말해!”부태성이 또 한 번 큰 소리로 말했다.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사실 말하고 싶지 않았다.“말 못 하겠어?”이때, 부성웅이 입을 열었다.“부씨 집안의 옥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 아마 너는 그걸 손에 넣는 순간 돈으로만 생각했겠지? 내 아들한테서 건질 것이 없다고 해도 옥석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으니! 신세희! 지금, 이 상황에도 네가 목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 내 아들의 돈을 보고 접근한 게 아니라면 팔찌는 어디 있어? 부씨 집안의 그 옥석 어디 있냔 말이야!”부성웅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부태성이 계속 말했다.“신세희, 내가 패도 없이 이러는 거 같아?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널 다그치는 것을 소경이가 보고만 있겠
신세희의 눈에서 저도 몰래 눈물이 흘러 내렸다.그녀의 숙연한 표정은 오늘 입은 하늘색 무지 원피스와 크리스탈 구두와 어우러져 더욱 꿋꿋해 보였다.신세희는 침을 삼키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하숙민 아주머니가 돌아가기 한 달 전쯤, 부씨 저택에서 당신과 집안이 비슷한 여자를 만나게 하려고 파티를 열었었죠. 그때 하숙민 아주머니는 부씨 저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어요. 하숙민 아주머니가 살아계실 때 소원이 있었어요. 바로 부씨 저택에 들어가시는 거였죠. 단 하루만이라도 말이에요. 부씨 집안 며느리로 인정받으면 죽어도 한이 없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아주머니는 알고 계셨죠.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걸요. 그때 이미 일어나실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한테 부씨 저택을 카메라에 찍어오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그날,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해 결국 찍을 수 없었고 그게 아주머니의 제일 큰 한이 되었구요. 이 일은 저에게도 가장 큰 한이에요. 아주머니한테 미안해서 도저히 잊히지 않아요. 제 삶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 바로 아주머니예요.”신세희는 부소경을 한번 보고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내가 당신에게서 떠날 때, 왜 끝까지 계약한 돈을 안 받았는지 알아요? 큰돈인 줄 알면서도 안 받은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아주머니가 부탁한 일을 내가 못 했다는 거예요. 난 미안했어요. 그래서 그 돈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부소경은 신세희의 손을 꼭 잡았다.그는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않았다.부소경은 신세희가 뭔가를 말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었다.신세희가 계속 말했다.“아주머니는 이 세상에서 나한테 가장 잘해준 사람이고, 가족 같은 사람이었어요. 나에게는 엄마 같은 존재였죠. 아주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소원을 이루지 못했으니 부씨 집안의 가보를 아주머니와 제일 가까운 곳에 두어서라도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잘못된 건가요? 다들 저한테 솔직히 말하라고 다그쳤죠. 만약 오늘 제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더라면 전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