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넘어로 부성웅은 부소경 때문에 목이 막혀 죽을 뻔 했다. 조금 지나서야 부성웅은 숨을 돌렸다. “그렇게 말하면 너는 전세계에 너와 신세희가 부부관계라는 것을 공개하고 싶은 것이냐?”“이미 공개 했습니다.” 부소경이 말했다. 부성웅. “……”부성웅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결혼식 관련해서는 다른 날로 내가 고르마.”부성웅은 물었다. “설마 너 결혼 같은 큰 일을 여기 너의 할머니, 할아버지, 나와 너의 큰 엄마를 모두 무시하고 지나칠 셈이었냐?”부소경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보름 전에 이미 세희를 데리고 본가에 갔고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 집의 전가인 옥석을 세희에게 물려줬잖아요. 아버지, 70세도 안되셨는데 건망증이세요?”“너!”부성웅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네가 가족에게 알린 것은 맞지만 부씨 집에는 항상 친척들이 있지 않느냐! 설마 결혼한다는 이런 큰 일을 친척 따위에게는 모두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어?”부성웅은 전화 너머에서 계속 기침을 했다.그는 언젠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때문에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먹고, 마시고, 수십 명 가정부들의 월급. 네 명의 노인을 돌보는 데에만 관심을 쏟고 돈을 썼다. 이치대로라면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들은 유독 친아버지에게만 가족애를 조금도 주지 않았다.이 점에서 부성웅은 화가 나고 슬펐다. 하지만 그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소경은 말했다. “친척에게 연락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맡아야 하는 일 아닌가요?”부성웅. “너 말뜻은 우리가 연락만 하면 너가 신세희를 데려오겠다는 거냐?”“신세희는 부씨 집안의 맏며느리인데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이야?”그제서야 그가 자신도 모르게 아들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나는 아직 그 아이가 며느리라고 인정 안했어!”“그녀는 아버지의 인정이 필요 없습니다. 그녀는 이미 F그룹의 대표 부인입니다. 이 점은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에서 이미 어제 밤에 발표했습니다.” 부소경이 평온한 말투로
이 정도 웃음은 F그룹 전체 직원들을 따뜻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특히 여직원에게 말이다.“너희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 봤어?”“하! 그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누가 못 봤겠어! F그룹의 인스타 공식 계정은 3년 동안 새로운 게시물이 없었고 3년에 한 번 동태를 보였는데 바로 여색에 금욕을 하는 대표가 자신의 어린 아내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어. 그건 정말 따듯했지. 로봇같이 여자와 거리가 먼 염라대왕이 달달 모드가 되면 평소 나대던 남자라도 얌전히 씻고 잔다는 것을 대표님이 보여줬어.”“나 갑자기 대표님이 좋아졌어!”“너가 어떻게 갑자기야. 너 계속 대표님을 짝사랑했잖아!”“예전에는 좋아할듯 말듯 했는데 지금은 좋아 죽겠는데? 예전에는 대표가 여자를 이렇게 잘 아껴주는 줄 몰랐는데 이제야 알았어. 나…... 대표랑 자고 싶다.” 한 성숙한 여자가 황홀한 듯 말했다.“꺼져! 이 여우야! 대표님 아내분에게 들리지 않게 조심해!”“설마 너는 대표님과 자고 싶지 않아?”“나……나도야. 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해 봤을 뿐 감히 말로 꺼낸 적은 없어. 예전에는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대표님에게 아내가 생겼으니 더 말할 수 없고 나는 그저 매일 출근해서 대표님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거로 좋아.”“하, 누군 아닌 줄 알아?”“그만해, 대표님 왔어!”수다를 떨던 여자들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F그룹 전체에서 부소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부소경이 사람을 삼베처럼 죽이고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며 부소경이 평소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일관적으로 웃지도 않는 차분한 태도였기 때문이다.이런 평온함은 얼굴을 찌푸린 남자보다 더 무섭다.하지만 오늘 부대표는 달랐다.그의 평온한 얼굴에 뜻밖에도 쉽게 알 수 없는 웃음기가 있었다.몇몇 여직원들 앞을 지날 때 침묵하던 남자가 갑자기 한마디를 했다. “수고했어, 일찍 퇴근해”사무직 직원들이 단체로 어리둥절했다.대표의 모습이 멀어져 가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뒤에도 그 여자
눈앞의 남자를 보고 신세희는 일부로 좌우앞뒤를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사방의 사람들은 어느새 피해있거나, 벙어리가 되거나 아예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마치 차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빈둥거리는 남자가 지옥에서 온 염라대왕인 것처럼 말이다.심지어 우왕좌왕하는 엄선희와 민정아마저 멍했다.그 다음 순간 엄선희가 신세희를 밀며 말했다. “저기, 사모님, 사……사모님 먼저 가세요.”민정아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신세희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비비며 부소경을 향해 걸어갔다.“왜 그래? 기분 별로야?” 남자는 물어본 후 손을 뻗어 차문을 열어주었다.뒤에서 훔쳐보고, 얼어붙어있는 그 모든 것이 차가워 보였다.그러나 남자는 문을 열고 신세희의 팔을 잡았다. 신세희는 무의식적으로 작은 허리를 비틀어 부소경의 팔을 뿌리치고 스스로 차에 올랐다.그녀는 정말 부소경이 공개적으로 그녀를 데리러 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또 너무 눈에 띄었다.그녀는 단지 이곳에서 잘 일하고 싶을 뿐, 시비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켜세워지고 싶지도 않았다.신세희에게 뿌리쳐진 남자도 자연스럽게 차에 탔다.뒤따라 나오던 무리들이 막 나왔고 나오고 싶었는데 아직 안 나왔던 건설사 동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 했다.부소경이 누구야?바로 어제 그는 손 쉽게 세라를 처리했다. 그 대스타를 처리한 것이다.바로 오늘 아침, 남성과 심지어 국내의 10~20여 개의 폭로 전문 소형 매체가 뿌리째 뽑혔다.그런데 신세희는 그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원망 섞인 말을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부 염라대왕은 전혀 화가 나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이건 정말 소금물에 절인 두부 같다. 서로 상극이다.차가 떠나자 모두들 뒤에서 수군거렸고 차 안의 남자는 조용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방금까지 웃을 때 있었던 홍조가 있었고 얼굴 전체는 활짝 펴져 있었으며 눈가와 눈썹끝에는 숨길 수 없는 작은 기쁨이 있었다.갓 입사한 대학생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정말 고마워서 그래요. 언제 식사 같이하시죠?”아주머니의 친절함에 신세희는 불편해 그저 머리를 살짝 숙인 채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마침 신유리가 보이자 그녀는 이내 신유리의 손을 잡고 급급히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신세희가 떠난 후에도 아주머니들의 의논은 계속 이어졌다.“어머, 대표 사모님이라고 잘난 척하는 거 없네.”“그러니깐, 나도 오늘에야 알았지 뭐야. 높은 분일수록 더 겸손하네. 저 집 사모님 좀 봐봐. 그냥 동네 동생 같잖아. 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하는 여편네들은 정말 없어 보인다니까.”또 다른 아주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 멀리서 집 좀 산다는 세 여자가 콧대 높게 걸어오더니 아주머니들을 보고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이 유치원 앞에서는 평범한 집안도, 돈 좀 있다는 집안도 모두 신유리와 손을 잡고 가는 신세희를 부러워했다.신세희의 뒷모습은 우아하고 평안해 보였으며 신유리는 종알거리는 귀여운 참새 같았다.“엄마, 나 오늘 또 새 친구가 생겼어.”신유리는 신이 나서 말했다.신세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사흘간 지옥 같은 일을 겪었지만, 다행히도 신유리에게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았다.신유리는 여전히 밝고 새로운 친구도 생겼다.신세희는 한쪽 무릎을 꿇고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떤 친구야? 엄마한테 말해줘.”“새로 온 아이야. 걔가 나한테 자기소개를 했고 그래서 나도 자기소개했어. 엄마, 나 생일에 새 친구 초대해도 될까?”“그럼, 당연히 되지.”신세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녀는 함께 차에 탔다.신유리는 달콤한 말로 부소경과 인사를 나누었다.“아빠, 오늘 너무 멋져.”부소경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입에 꿀 발랐네”“아닌데? 아빠 오늘 달라졌어. 예전에는 표정이 항상 굳어 있었어. 유리가 아빠한테 빚진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아빠가 나한테 분유값 빚졌잖아? 나는 빚진 거 없는데 아빠는 왜 항상 굳어있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하나도
”네.”신세희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을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부소경이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해 낼 것이니 자기는 그저 몸만 가면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번 행사에서 그저 말 못 하는 꽃병이 되겠다고 결심했다.수저를 내려놓은 뒤, 신세희가 말했다.“다른 일 없으면 유리랑 좀 놀아줘요. 요즘 유리와 당신과의 시간이 줄어드니 나랑 놀이하는 것도 싫어하네요. 당신이랑 지력 게임 하고 싶어 하니까 같이 좀 놀아줘요.나 업무 좀 보게요. 완성해야 할 디자인이 있어요.”부소경도 수저를 내려놓았다.“지금 하는 일 좋아?”신세희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했다.“그럼요!”“얼마나 좋은데?”“사실대로 얘기해요?”신세희가 물었다.“그럼.”신세희는 깊은숨을 내쉬고 말했다.“저는 어려서부터 대학교에 가고 싶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배워서 직장을 얻고, 직장을 얻어서 임씨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저 스스로 돈을 벌어서 엄마를 책임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기회만 생기면 누구보다 열 배, 백배로 노력을 해왔죠. 그래서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내 힘으로 적금도 많이 들어놓고 돌아가신 엄마한테 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 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업무를 보는 데서 안정감을 얻는 거 같아요.”신세희는 늘 안정감이 부족했다.임씨 집안의 사람 모두가 그녀를 벌레 보듯 대했다.대학교에 가서 얼마 안 돼 그녀는 교도소에 잡혀갔고 풀려 난 후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었다.그녀가 걸어온 길은 참으로 기구했다.그러니 그녀는 늘 평온함을 추구했고 일을 하면서 안정감을 얻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신세희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지난주에 나한테 준 10억은 뭐에요? 보상이라고 하니 난 그저 구자현이 나한테 한 것 때문에 준 걸로 알고 있는데. 대체 왜 준거에요?”신세희는 이 돈을 일전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내가 주는 용돈.”부소경은 말을 바꾸어 얘기했다.“네?”‘10억을 용돈으
‘일 끝나면? 설마, 나와 같이 가겠다는 얘긴가? 두메산골을?’“할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부소경이 물었다.“네.”신세희는 이내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그녀는 온 밤 디자인을 그리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부소경의 품이었다.신세희가 깜짝 놀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부소경이 쌀쌀하게 말했다.“일하다 죽을 거 아니면 좀 쉬어. 자꾸 바둥거리면 어제처럼 할거야.”“....”부소경은 말하는 대로 한다는 것을 신세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녀는 부소경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잠에서 깬 그녀 옆에 부소경은 보이지 않았다.신세희는 부소경의 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6시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일어난 거지? 뭐 하러 간 거야?’이 순간, 부소경은 잠옷 차림으로 위층의 의자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아침 5시50분경, 부소경의 휴대폰이 울렸고 부소경은 단잠을 자는 신세희가 잠에서 깰까 봐 위층으로 올라갔다.엄선우의 전화였다.“대표님, 서씨 집안 어르신께서 어젯밤 9시에 운성에 도착하셨다고 해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전화를 거셨어요. 기사님의 말에 의하면 어르신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네요.”엄선우가 말했다.“그래.”부소경은 짧게 대답했다.엄선우는 걱정 섞인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양쪽 어르신들께서 또 무슨 사달을 낼지 두렵지 않으세요?”부소경은 개의치 않아 하며 말했다.“기회가 없을까 봐 걱정했어.”“....”엄선우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씨 집안과 대표님한테 은혜를 입기도 했고 서울에서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으니 대표님도 쉽게 서씨 집안 어르신을 건드리지 못 해. 대표님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조용히 장기판을 움직이는 거지. 그러고 함정을 파서 스스로 뛰어들게 만드는 거고. 역시 대표님이야. 모든 게 대표님 계획 속에 있어.’“알겠어요, 대표님. 서씨 집안 어르신과 임서아가 서울에 온 것 말
“계속 조사해!”부소경은 화가 나 목소리가 커졌다.“네, 대표님!”부소경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제일 이른 시일내로 처리해. 다른 일은 일단 제쳐두고!”“알겠어요. 대표님!”엄선우가 답했다.부소경은 위층에서 잠시 서 있다가 다시 아래층에 내려왔다.신세희는 이미 잠에서 깨어 피부관리를 했다.민정아가 준 오일이 꽤 효과가 있었는지 얼마 전에 세라한테 맞은 자국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파운데이션을 바른 그녀의 얼굴은 이제야 생기가 돌았다.욕실에서 나온 신세희는 가운 차림을 한 부소경과 마주쳤다.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은 비록 민낯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부소경은 한눈에 그녀가 화장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평소에 화장하지 않지만, 가끔 화장한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섹시한 분위기를 풍긴다.게다가 허리를 조이는 원피스를 입어서인지 그녀의 허리는 더욱 잘록해 보였다.부소경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방으로 들어갔다.부소경이 아무 말도 안 하자 신세희는 그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시간도 이른데 어제처럼 나한테 옷 갈아입는 거 도와 달라고 하려나?’방에 들어선 부소경의 뒤따라온 신세희를 발견하고 의아한 듯 물었다.“뭐 하러 왔어?”“환... 환복 도우려고요.”신세희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부소경이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부소경과 몇 개월을 함께 지낸 그녀는 부소경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부소경은 어두운 계열의 단일한 색상을 추구했다.다른 사람이 입으면 지극히도 평범할 것 같은 스타일을 부소경은 늘 훌륭하게 소화한다.설사 싸구려 정장이라도 그의 몸에 걸치면 명품처럼 보였다.신세희의 단일한 코디를 보고 부소경이 말했다.“나한테 지금 이걸 입으라고?”신세희는 머리를 들어 부소경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네? 미안해요. 다른 걸로 꺼낼게요.”신세희는 부소경의 까다로운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내 옷장에서 더 어두운 색상의 옷을 꺼내 들었다.그녀는 네
‘너무 빡빡하려나?’신세희는 혹여 넥타이가 빡빡할까 봐 몇 번이고 손을 넣어 확인했다.이 순간, 그녀는 두 사람이 마치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부부처럼 느껴져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은 왜 그래?”부소경은 의아한 듯 물었다.‘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얼굴이 빨개진 거지?’“아, 아니에요.”신세희는 버벅거리며 말했다.“그냥, 조금 답답해서 그래요. 저 그럼 나가 볼게요.”신세희는 급히 방에서 나왔다.부소경은 조용히 혼잣말했다.“대체 언제 습관 될 거야? 몇 번 더 겪어보면 되겠지.”혼잣말을 마친 부소경은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조수 도민서 입니다.”“도민서 씨, 임원들한테 오늘 오전 미팅은 취소한다고 통지해. 오늘 오전 모든 고객님도 마찬가지야. 약속 다 미뤄.”“대표님, 무슨 일 있어요?”도민서는 의아했다.부소경이 부씨 그룹을 이끈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치 못할 사정 외에는 단 한 번도 약속을 미룬 적도, 취소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소경은 담담하게 말했다.“없어.”“....”도민서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겠어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그 누구도 부소경의 오전 일정을 알 수가 없었으며 신세희 또한 마찬가지였다.‘정말 알 수가 없는 사람이야.’하지만 신세희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안정되고 편안한 분위기의 직장에 그녀는 만족했다.부소경의 차에서 내려 회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녀는 엄선희와 마주쳤다.“좋은 소식 있어요, 신세희 씨.”엄선희가 말했다.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나 똑똑해요, 내가 맞춰 볼게요. 어젯밤에 민정아 씨가 집에 돌아간 후 인사부에서 연락이 갔겠죠? 다시 출근하라고? 맞아요?”엄선희가 말했다.“흥! 똑똑하긴 하네요. 이것도 다 맞추고!”신세희는 머리를 저으며 우쭐거렸다.“내가 누구에요? 신세희잖아요! 완벽한 이과생! 나 머리 좋아요!”엄선희가 재미없다는 듯 말했다.“그렇다고 해두죠!”신세희가 또 물었다.“